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오목대] 학력 인플레

 

 

 

요즘 세상은 먹고 마실것이 지천으로 널려 배고픈 설움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알 바 없지만, 불과 4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민족은 허리끈 동여매고 서럽게 넘던 보릿고개가 있었다.

 

찬물 한바가지에 주린 배를 달래며 잠을 청하던 그 시절에는 호구지책(糊口之策)이 급선무라 식구 입 하나 줄이는 것이더 절박했지, 자식 공부시키는 일은 언감생심이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그때는 대학생이 얼마나 귀했던지 시골 면지역에 제복입은 대학생 하나만 나타나면 동네 아이들이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닐 정도였다.

 

그러다 5·16혁명 이후 온국민이 역량을 결집하여 역동적으로 추진한 조국근대화 운동의 영향으로 대다수 국민이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게 되자, 한국인 특유의 교육열이 불붙기 시작했다.

 

자신이 못배운 한(恨)을 풀기라도 하듯, 입에 풀칠만 할 정도라면 먹고 입고 쓰는것 지독하게 절약하여, 자식 공부시키는 일에 몰두하였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소까지 내다팔아 학비를 댔다 해서, 대학을 가리켜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빈정거리는 말이 생겨난 것이 이때요, 부모는 죽기살기로 가르치며 하는데 공부는 뒷전이고 빈둥거리며 놀기만 하는 학생에게 ‘먹고 대학생’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아준 것도 이때다.

 

어쨌거나 우리 부모님들의 높은 교육열은 국가 발전의 동인(動因)이 되었고, 오늘날 우리나라가 10대 무역국을 구가하며 이정도나마 살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칠줄 모르는 우리 국민의 교육열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데 최근에는 기업들이 대졸 신입사원을 모집하면서 몰려드는 고급 두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50∼1백명 모집 예정에 총 1만명이 응시한 H은행은 응시자 중 30∼40%가 공인회계사, MBA(경영학 석사), 외국대학 졸업자, 석·박사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15명 안팎을 뽑는 증권거래소도 공인회계사 3백4명, 석사 이상 학위소지자 5백65명, 외국대학 졸업자 50명이 대거 지원했다.

 

고급 두뇌가 몰려오는데 무엇이 걱정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실업자 신세가 두려워 ‘묻지마 취업’을 한 고급 인력은 길어야 1년 정도 버티다 회사를 떠나기 때문에, 반가운 손님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력 높아지는 것이야 탓할수는 없지만 ‘학력 인플레’가 또다른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도대체 갈피를 잡을수가 없다.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말 많고 탈 많던 소리축제, 결국 내년 예산 ‘삭감’

정치일반전북 미래 현안 한자리에… 전북도–국민의힘 정책 간담회

정치일반李 대통령 “사회를 통째로 파랗게 만들 순 없어”…진영 넘어선 통합 인사 강조

정치일반전북도, 국·과장급 및 부단체장 전보 인사 단행

정치일반李 대통령 “국민연금, 전주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