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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聖域

 

 

 

우리 사회에 성역(聖域)은 과연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 표현이 주는 인상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그리고 그런 성역은 존속하는 것이 좋을까 없을수록 좋을까.

 

성역은 종교적으로 신성한 지역을 가리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역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거룩하고 삼가야 하는 땅이며 조신(操身)해야하며 절대자와 종교지도자의 말씀에 대한 절대적 순종만이 있을 뿐이라는 공감대 형성이 전제되어야 하기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종교적 성역은 사회의 발달과 더불어서 하나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종교인이 소득이 과세대상이 되는가에 대한 논란은 그런 추세를 대변하는 한 사례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종교인의 소득이 종교적인 대상이라기보다 실정법의 대상에 더 가깝다는 인식으로 구성원의 공감대가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성역 없는 수사’등의 비유적 표현은 종교적 의미의 성역이 더 이상 감히범접치 못할 대상이 아니라는 구성원들의 의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이런 성역을 빗대는 표현이 긍정적인 사안보다는 부정적인 일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성역이 과연 부정적이기만 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우리 사회의 뒤안길에서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인생을 바치는 종교인들은 이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보배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요즈음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해서 운영해 온 한 종교인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모양이다. 연유야 어찌 되었건 우리에게 남아 있던 성역 하나가 무너지고 있는 느낌이다.

 

아마도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숭고한 뜻에서 출발한 사회활동이 실정법 상의 문제를 불러온 모양이다.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한 지 30여 년 가까이 되었으니 처음 뜻을 잃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검찰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일을 계기로 이미 종교계에서는 옮고 그름을 떠나서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숭고한 뜻보다 민주적인 조직, 재단운영에 대한 여러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 등 바람직한 해법이 제시되는 것을 보아, 앞으로는 좀더 건실한 사회복지재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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