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에 지역감정이 끼친 해악은 새삼 거론하기조차 부끄럽다. 그 대표적 피해자는 두 말할것도 없이 호남이었다. 박정희(朴正熙) 정권이래 37년에 걸친 이른바 영남정권은 호남지역의 소외감을 극에 달하게 했다.
편중인사와 특정지역에 치우친 경제개발등이 이 망국병을 심화시킨 것이다. 거기다가 87년 13대 대선부터는 이른바 3김씨의 지역대결 구도가 지역감정을 한 층 심화시켰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이 언제부터 시작됐냐에 대해서는 정치학자들에 따라 시각차가 있다. 아예 지역감정이란 용어 자체를 부인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고려 태조(王建)의 훈요십조(訓要十條)에서 그 연원을 찾는게 일반적이다.
왕건은 금강이남에서 인재를 등용하지 말라는 유지를 남겼다. 이는 고려 창건 과정에서 대결했던 후백제 지역을 배역지(背逆地)로 규정한것과 궤를 같이 한다. 조선조때에도 이증환(李重煥)의 택리지(擇理志)나 안정복의 팔도평(八道評)등에서 전라도 사람들을 폄훼한 내용이 보인다. '정여립의 난'이나 근세 정봉준의 동학혁명이 호남백제의 명분이 되기도 했다.
그랬던 지역감정이 어느정도 순치(馴致)된것은 김대중 정부 출범후라고 보면 된다. 정부요직에 대한 인사에서 호남지역의 차별화가 눈에 띠게 줄어 들었다. 지역개발사업에서도 균형이 잡혀 갔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5년동안 편중인사의 시비는 역으로 경상도 쪽에서 다시 제기됐다. 37년간의 기득권을 잃은 족은 '차별'이요, 이를 바로잡은 쪽은 '균형'을 주장했지만 그 기저에 깔린 지역감정의 골을 쉽게 께우지는 못했다. 그리고 탄생한 것이 참여정부다.
호남의 절대적인 지지로 탄생한 경상도 출신 대통령 정권은 이를 모두 아우를수 있을 탕평의 적임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첫 조각(組閣)때까지만 해도 잠잠하던 호남 지역 민심이 검찰과 각부처 고위관료직 인사에서 지나치게 호대 받았다는 불만으로 표출돼 나오고 있다. 주로 광주·전남쪽에서다. 역대 정권때마다 지겹게 떠돌던 지역차별론이 새 정부 출범초기부터 또다시 쟁점화되고 있는 것이다.
편중인사→호남 소외론→지역감정의 등식은 결국 '파이 나누기'의 불공정성때문에 성립된다. 그러니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는 말은 여전히 정권에게는 진리일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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