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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정당

 

 

우리나라의 정당사(政黨史)를 보면 한마디로 포말정당·철새정당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해방직후 1947년 통계에 따르면 당시 정당·단체수가 4백63개였다. 남한에 4백25개, 북한에 38개였다. 당원또는 회원수도 엄청났다. 남한지역에 자그마치 6천2백만명, 북한지역이 1천3백30여명에 달했다. 합해서 7천5백만명이 넘었으니 당시 남북한 인구를 합한 것보다 세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저마다 세를 과시하기 위해 당원이나 회원수를 마구잡이로 늘리거나 허위기재 한 결과일테니 한마디로 코미디다.

 

이런 전력때문일까? 아무튼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정당이나 단체를 만드는데는 이골이 나 있다. 건국후 수없이 명멸(明滅)한 정당수는 일일이 헤아리기 조차 번잡하다. 몇몇이 작당해서 정당 하나 만들었다가 수 틀리면 헤어지고 이해득실 따진후 다시 모인다. 이른바 이합집산이요 점잖은 표현으로 합종연행이다. 이게 다 보스정치, 패거리 정치의 소산이다. 포말정당이니 철새정당이란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정당의 목표는 궁극적으로는 집권이다. 따라서 정당이 있고난후 권력을 만들어내야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당의 경우는 거꾸로다. 권력을 잡은후에 집권자에 의해 새로 정당이 탄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유당이나 공화당, 민정당, 신한국당이 모두 그랬다.

 

집권을 못했지만 한나라당이 현재 당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이고 정당이 권력을 창출해낸 경우는 국민회의가 유일하다. 그런데 그런 국민회의가 당명을 민주당으로 바꿔 재집권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판을 짜겠다고 나서 지금여권 내부가 시끌벅적하다.

 

신당 추진을 둘러싼 민주당내 신주류와 비주류의 대결이 급기야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되는 느낌이다. 양측 중진의원들 사이에 '철새 정치인' 공방이 오가는가 하면 '미숙한 아이가 칼자루 쥔 격' 이라거니 '개개비 둥지를 빼앗은 뻐구기 꼴' 이라는 험한 말도 쏟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갈데까지 다 간듯이 보이는 형국이다.

 

스페인 속담에 '한 번 사이가 나빠진후 좋아진 친구와 한 번 식었다가 다시 데워진 스프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민주당 속사정이 그 꼴이 아닌가 싶다. 다시 합친들 이미 금이 갈대로 간 양측이 신뢰를 회복하기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무상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일까? 그 주인공들이 모두 호남쪽이란 점도 이쪽 정서로는 영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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