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회장의 죽음을 두고 말이 많다. 도대체 모자랄 것이 없을 것 같은 정회장이 왜 갑자기 자살을 했는지, 현대그룹 후계자로 까지 지목됐던 그가 왜 변변한 재산하나 남기지 않았는지, 또 유서를 세통이나 쓰면서 왜 확실한 자살 이유는 밝히지 않았는지 세상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뜻을 확실하게 유서에 남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는 사람이 있고, 유서는 남겼으나 그 의미가 뚜렷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정회장의 경우가 세번째에 속한다. 그가 남긴 유서의 공개된 일부를 통해 자살 동기를 유추해 볼 수는 있으나 그를 죽음으로 내몰은 직접적인 원인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그의 가슴아픈 죽음이 세인의 입줄에 오르내리고 정쟁(政爭)의 도구로 까지 이용되고 있다.
이 시대 대표적인 보수 논객이라는 조갑제씨(월간조선 대표)가 느닷없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자살의 배후'라는 주장을 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그는 "정회장의 죽음이 정말 자의인가라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김정일 정권과 김대중 세력의 협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정치권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한나라당은 정회장을 '햇볕정책의 희생양'이라고 선전하고, 민주당은 대북송금 특검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고 맞받아친다. 하지만 정회장이 유서에 "남북교류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분명히 쓴 것을 보면 누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지 쉽게 짐작이 간다.
문제는 그가 왜 자살할 수 밖에 없었는가라는 '진짜 자살이유'이다. 뭔가 결정적인 원인이 있을듯 한데 누구도 그것을 밝히려 들지 않고 있다. 영원한 현대맨이자 대를 이어 충성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조문을 온 임동원 전국정원장에게 "회장님이 다막으려고 돌아가셨다”며 흐느낀 점이나, 정회장이 자살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가장 절친한 친구 박기수씨가 영결식도 보지않고 서둘러 출국을 한 점 등은 아무래도 찜찜한 뒷 맛이 남는다. 분단국가의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평화의 등불을 높이 치켜들었던 정회장의 죽음이 전설이 되어 떠돌아 다니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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