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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은행나무

가을이 깊어가면서 은행잎 색깔도 짙어가고 있다. 노란 나무잎들이 투명한 가을햇살에 반짝여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울긋불긋한 단풍나무의 오색 빛깔도 좋지만 단일 색으로 물들어 가는 은행잎은 가을 색감중 으뜸이다.

 

시인 김영랑은 은행잎이 물들어 가는 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가을 들어서 바람 한번에 푸름이 가시고, 바람 한번에 온통 노래지고, 바람 한번에 아주 흩어져 맑은 허공을 난다.” 또 소설가 김동리는 이 즈음의 은행잎을 “무슨 꽃이 이에서 더욱 꽃다우랴”고 했다.

 

은행나무는 종(種)을 기준으로 할 때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나무다. 쥬라기 중기 때 탄생한 이후 1억 5000만 년 동안 번성하고 있다. 그래서 진화론을 창시한 찰스 다윈은 은행나무를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렀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양평의 용문사 은행나무는 1100-1500살로 추정되는데 세종 때는 정3품 벼슬인 당상직첩(堂上職牒)을 하사받기도 했다.

 

은행(銀杏)나무는 모양이 ‘은빛 살구’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서 글을 읽고 제자를 가르쳤다는 의미로 행단(杏壇)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 공손수(公孫樹)·행자목(杏子木), 잎의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 하여 압각수(鴨脚樹)라고도 한다. 중국이 원산지며 우리나라에는 불교와 유교를 따라 들어왔다.

 

은행나무는 잎이며 줄기, 열매 등 버릴 게 없다. 은행잎은 혈관장애나 치매, 뇌기능 개선 등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열매에는 혈관벽에 엉겨붙은 지방 찌꺼기를 제거하고 신경조직의 성분이 되는 물질이 함유돼 있다. 또 정력을 강화시키는 비타민 B1과 C, E가 풍부하며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바깥껍질은 냄새가 고약하고, 열매도 계절에 따라 청산화합물이 생성되기 때문에 간혹 중독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생명력이 강한 은행도 도심에서는 공해에 시달리는 모양이다. 전주시의 경우 가로수로 모두 1만300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이중 열매를 맺는 암컷은 3300여 그루. 여기에서 올해 2700㎏ 가량의 열매를 수확했다. 이는 예년보다 300-500㎏ 줄어든 것. 열섬현상과 각종 오염 때문이라고 한다. 전주시는 이 열매를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할 예정이다. 낙엽을 떨군 은행들이 내년에는 더 싱싱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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