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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세밑 단상

2006년 병술(丙戌)년이 저물어간다. 장강(長江)처럼 멈추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시간에 어디 시작과 끝이 따로 있겠는가. 사람들은 지구와 달의 자전및 공전을 기준으로 시간과 달(月), 1년(年)을 만들었다. 어느 시점 하루 사이에 해바꿈이라는 매듭을 지어 지나간 한 해의 궤적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의 각오를 다지는 지혜를 발휘했던 것이다.

 

섣달 그믐쯤을 일컫는 단어로 세밑 이외에 연말, 세모(歲暮). 세말(歲末), 세저(歲底), 세종(歲終), 연종(年終)등의 한자어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이 가운데 얼마전 까지 많이 쓰였던 ‘세모’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일본식 한자이므로 ‘세밑’으로 바꿔쓰라고 권유하고 있다.

 

가뜩이나 세밑이 되면 보람 보다는 한 해를 보내는 회한과 반성에 분위기는 스산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올 세밑을 맞는 대부분의 표정은 우울하고 어깨는 축 처진 모습들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나름대로 한 해를 열심히 살아 왔지만 손에 쥐어진 것은 별로 없고 가슴속은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한 느낌들이다. 예전 세밑에 거리를 요란하게 했던 캐럴송도 듣기 힘들어졌고, 가까운 사람들 끼리 주고 받던 연하장도 크게 줄어든 것이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올해는 유난히도 서민들에게 힘겨운 한 해였다. 심화되는 양극화에 겹쳐 전국을 휩쓴 부동산 ‘광풍(狂風)’으로 인한 상대적인 박탈감에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린 서민들이 태반이었다. 여기에 지속되는 경기불황의 긴 그림자는 드리운 길이를 줄일 줄 몰랐다. 그 여파로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들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수 많은 20대 젊은이들은 대학을 나와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거리를 헤매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지하 핵실험 같은 대형 이슈 조차 서민들의 지친 삶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 한 해였다.

 

올 한 해 이처럼 어려운 삶을 살아왔지만 다가오는 새해 희망과 기대마저 저버릴 수는 없다. 12월에 치러질 대통령선거라는 거친 격랑이 앞에 놓여 있지만 정치에 앞서 국민의 삶이 우선돼야 한다.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게 정치의 요체 아닌가. 정치권은 부디 내년에는 정정당당하게 선거전을 치르면서 국민들의 힘겨운 삶도 보살피고 챙겨주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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