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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갈등조정협의회

‘걸림없이 살 줄 알라’는 법보장경(法寶藏經)의 글귀가 이 가을에 스친다.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며/이치가 명확할때 과감히 행동하라/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태산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며/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때 조심하라/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터지는 분노를 다스려라/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사슴처럼 두려워 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워라/이것이 지혜로운 이의 삶이니라.../

 

인간의 삶은 고단할 수 밖에 없다.생 노 병 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천만년 살 것 같지만 죽을 수 밖에 없다.예수도 석가모니도 공자도 다 죽었다.인간은 눈이 앞에 있어서인지 앞만 보고 달려 나간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뛰고 있다.남아프리카에 사는 산양의 일종인 스프링복을 우리는 미련한 동물이라고 한다.스프링복은 풀을 남보다 먼저 차지하려고 초원을 전력 질주하다가 자신이 뛰는 목적을 잃어버리고 가속도가 붙어 결국 낭떨어지로 떨어져 죽고 만다.

 

미련한 짐승이라고 웃어 넘길 수 없는 것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삶과 너무 닮은 꼴이 아닐까.우리도 매일 살아 간다고 말하면서 여기저기 뛰어 다닌다.그러나 상당수가 어디로 뛰고 ,또 왜 뛰는지 모르고 산다.뛰기 싫어도 뛰어야 하는 우리들이 함께 뛰다 자멸하는 스프링복처럼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뒤돌아다 보는 것이 중요하다.스프링복이 주는 교훈을 새겨봄직하다.

 

라이너 릴케의 ‘가을날’싯귀절도 가슴에 닿는다.주여,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마지막 과실을 익게 하시고/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그들을 완성시켜,마지막 단맛이/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3연 생략)

 

전북도가 지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인 15명으로 전라북도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다는 것.위원들은 정치색을 탈피한 가운데 최소한 법보장경이나 릴케의 가을날 정도를 읊조릴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했으면 어떨까.그 나물에 그밥은 싫다.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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