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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이제는 과학기술이 답할 때다 - 유희열

유희열(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12월 19일 제17대 대통령선거를 맞아 대선주자들이 앞 다퉈 쏟아내고 있는 공약들 중에서 핵심어는 단연 경제이다. 그 중에서 특히 일자리 창출 문제는 현재 국가 경제의 중요한 이슈인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 통계지표들을 살펴보면 아직 우려할 만한 징후가 나타난 게 없고 정상적으로 경제가 작동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경제 성장률이 작년보다 좋아지고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왜 모두들 경제가 힘들다고 난리일까? 또한 청년 실업율은 왜 계속 증가하고 있나?

 

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동맥경화 신드롬 때문인데 이러한 증상은 기업의 투자부진, 미약한 혁신형 중견기업, 좋은 일자리 부족, 잠재 성장율의 하락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첫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기업의 신규 투자의 부진이다.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연평균 ‘89~’95에는 15.9%였으나 ‘96~’04에는 3.2%로 현저하게 줄었다. 또한 올해 경기가 좋아서 상장사들의 이익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벌어들인 현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찾지 못해 묵혀 두고 있는 현금이 자본금의 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된 제조업체 534곳의 유보율(자본금 대비 잉여 현금 비율)은 약 675%로 작년말 626%에 비해 49%p 높아진 것이며 대기업 일수록 이런 현실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번째로 미약한 혁신형 중견기업이다. 종업원 규모 250명 이상 중견기업의 비중을 국제 비교(OECD, 2005년) 해봐도 독일이 2.2%,영국이 1.5%,일본 1.4%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0.2%에 불과해 중견기업층이 옅은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산업구조에서는 고임금과 양질의 근로조건을 가진 좋은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수 없다. 대기업에서 주로 창출돼 왔던 좋은 일자리 수는 국제분업화, 노동절약적 기술진보, 아웃소싱 등 비용절감 노력으로 인해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소기업은 영세성을 면치 못해 생존차원에서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번째는 좋은 일자리의 부족이다. 전체 일자리의 80%가 넘는 중소기업에는 인력난이 심각하다. 반면 공무원, 대기업, 공사등의 경우에는 경쟁률 100:1이 기본이다. 이렇듯 시장에 공급되는 일자리와 취업 희망자들의 기대감 사이에 큰 격차가 있고 게다가 늘어나는 일자리는 요즘 저임금의 서비스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반면 대기업들의 공장 해외 이전 움직임도 취업난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는 작년 한해 전체 매출액의 87%와 84%를 해외 공장으로부터 이루어낸 것 이었다.

 

네번째는 잠재 성장율이 계속 하락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밝힌 지난 4년간 잠재성장률은 4.8%로 90년대 10년간 잠재성장률이 6.1%였던것에 비하면 1.3%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물론 최근의 잠재성장률 하락은 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자본과 노동의 생산성이 하락한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하락폭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율 하락 속도는 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와 비슷한 발전 단계에 있는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빠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야 할까?

 

최근 국부창출에 관한 World Bank의 보고서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보고서는 국부창출의 80%는 신뢰, 법질서, 지식능력 등 intangible capital에 있다고 하였는데, intangible capital의 핵심은 바로 창의력이 높은 과학기술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기초연구를 강화하여 신기술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혁신형 중소기업을 활성화 함으로서 좋은 일자리가 많아져 결과적으로 잠재 성장율이 올라가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내야한다. 이를 위해 기술 창출형 R&D의 확대, 기술 사업화 강화, 창의적 인적자본의 축적, 과학기술 Eco-System 확립이라는 4가지 전략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한다.

 

기술 창출형 R&D의 확대를 위해서는 기초연구강화를 위해 현재 25%에 불과한 국가 기초 R&D 예산을 50%로 늘리고, 창의적인 소규모 연구와 묻지마 연구를 확대하고 연구중심대학을 대학단위에서 학문단위로 하는 등 대학의 기초연구기반을 강화하며, 정부출연연구소에도 안정적인 연구비를 지원하여 기초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통섭형 연구기반 구축을 위해 고교 문/이과를 통폐합하고 연구원과 교수의 모빌리티를 향상하여 개방형 기초연구체제를 구축해야한다. 기술 사업화 강화를 위해서는 미국식 기술금융제도의 도입, ICT규제의 수평적 전환 등의 시장 친화적 R&D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의 R&D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해야한다. 창의적 인적자본의 축적을 위해 초중고 수학, 과학 교육 강화, 과학 영재 교육시스템 확립, 창조인력 양성대학 육성, 국제 인력유치 등과 같은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특히, 창조적 인력양성에 관한 법률제정도 고려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Eco-system을 위해서는 정부가 지시기능보다는 종합조정과 나침판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하고 전문성과 컨설팅 개념으로 정부기관의 평가시스템을 개편해야한다.

 

이러한 과학기술혁신의 그랜드 디자인을 통해 창조적 과학기술 선순환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유희열(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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