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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대북포용의 기조 포기해선 안 된다 - 김근식

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명박 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1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의미를 반영하듯 대북정책에서도 적지 않은 정책의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초당적인 민족문제를 다루는 대북정책은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일정한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예전의 강경정책과 강압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한반도의 긴장과 북한의 고슴도치식 대응만을 유발했음을 인식한다면 지금 대북정책의 시대정신은 큰 틀에서 대북 '포용정책'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미 대북포용 기조는 노태우 정부 이후 지금까지 나름의 성과를 가지고 꾸준히 진화해왔고 따라서 이명박 정부도 대북정책의 일정한 변화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대북포용이라는 정책기조는 원칙적으로 계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새롭게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기대보다 우려를 낳게 한다. 이명박 정부의 거의 유일한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은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을 전제로 10년 내에 북한의 일인당 국민소득을 3천불로 만들어 주겠다는 구상이다. 신정부가 북한의 개혁개방과 북핵폐기를 강조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포용을 전제로 한 북핵해결과 북한변화가 아니라 거꾸로 북핵해결과 북한변화를 전제로 한 포용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북 포용의 목표인 비핵화와 개방을 오히려 포용의 전제로 돌려놓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인 대북 포용을 통해서 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변화를 얻는 것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대북 포용의 목표를 당장 북한에 요구하는 '결과' 중심의 조급한 대북 정책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변화는 엄격한 상호주의나 개혁개방 유도를 위한 대북 압박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북한을 화해협력의 상대로 인정하고 신뢰에 기반하여 북한 스스로의 변화를 촉진해야 한다. 개혁개방을 이끌기 위해 북한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거나 혹은 북한의 변화 정도와 연계하여 대북지원과 경협을 추진하는 상호주의는 사실상 강압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강요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북핵폐기와 북한변화를 先(선)조건으로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결과적으로 지금까지의 포용 기조를 크게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북한은 이명박 정부와 기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핵문제는 미국과 담판 짓고 중국과는 정치경제적 연대를 강화하면서 한국과의 샅바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단호함을 보이고 있다. 신정부의 북핵우선 정책과 상호주의 강조는 북을 굴복시키는 게 아니라 남북관계의 경색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속으로 포용의 포기도 감수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껏 한번도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포용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언급을 하지 않은 저간의 사정이 바로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북핵폐기 우선으로 북을 굴복시키려는 입장은 이미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 최강의 부시 행정부가 6년 동안 시도했음에도 실패로 끝났던 정책이었다.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입지에 포박되어 전임 정부의 대북 포용을 포기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굳이 돌아가지 않아도 될 길을 험하게 돌아가는 결과가 될 것이다. 지금의 시대정신으로서 대북포용의 유용성과 불가피성을 이명박 정부는 속히 인식해야 한다.

 

/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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