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나래(순창제일고 3년)·이예은(전주여고 2학년)
[토론주제] 자신의 눈으로 진품인지 모조품(짝퉁)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모조품이 주는 감동이 진품이 주는 감동과 차이가 있는가?(본보 4월 8일자 참조)
▲찬성(진품과 모조품은 차이가 없다.) - 설나래(순창제일고 3년)
진품과 모조품을 구별하기 어려울 때 모조품도 진품만큼의 감동을 줄 수 있다. 사람들이 명품을 찾는 것은 자기 과시와 만족을 목적으로 한다. 설사 진품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면 짝퉁도 진품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진품과 모조품에서 느끼는 감동은 같은 것이다. 옷은 추위나 다른 위험으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고전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옷을 통해 자신의 개성과 재력, 권위를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옷이 고급화되고 옷에 맞게 모자나 가방, 악세사리까지 고급화 되면서 명품 브랜드가 현재와 같은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진짜 명품을 사기 어려운 소비자들은 명품이 주는 만족감을 대신하기 위해 모조품을 소비한다.
짝퉁 소비가 늘어나고 짝퉁 생산 국가가 중국, 동남 아시아 등 여러 국가로 확대되고 있는 점이나 일부 '메이커' 매장에서 진품보다 '예쁜' 짝퉁을 파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짝퉁이 진품을 대신한다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예술품의 경우도 감상자가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감동이 다를 뿐 모조품이라고 해서 진품보다 감동이 낮아지지 않는다.
독립기념관에 데니 태극기라는 이름을 달고 전시 됬었던 태극기가 실은 모조품임이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었다. 그러나 모조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모조품 태극기는 관람객들에게 자랑스러운 나라의 상징이자 역사의 격변기를 담은 상징물, 외국인마저 감탄한 아름다움의 대상이었다.
물론, 작품이나 물건에는 제작자의 의도와 정신이 스며드는데 모조품에는 작가의 정신과 작품성이 온전히 담겨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모조품과 진품 사이의 감동이 차이가 생긴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감동받는 대상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감동과 작가 간에 늘 일정한 상관관계가 생긴다고 볼 수 없다.
스탕달은 국경 가까이에 있는 지방의 한 농가에 걸린 여성의 그림을 보고 깊은 감동을 느낀 나머지 무릎을 꿇고 한동안 황홀경 상태에 있었고 이는 오늘날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스탕달이 봤던 그림이 설사 유명한 작품의 모조품이었다고 하더라도 스탕달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작가, 명품 브랜드사가 직접 제작하지 않아 작품에 제작자의 의도가 포함되지 않더라도 작품을 느끼는 주체가 스스로 감동을 느낄 수 있고, 모조품이 진품의 역할을 대신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한 진품과 모조품의 감동의 가치는 같다.
▲반대(모조품은 진품만큼 감동을 주지 못한다) - 이예은(전주여고 2학년)
사회가 발전을 거듭해 감에 따라 대량생산의 길이 열렸다. 대량생산의 길이 열려 향유계층도 또한 넓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예술작품을 진품으로 감상했을 때와 모조품등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과연 같은가? 같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진품에는 아우라가 있기 때문이다. 아우라는 예술 작품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의미하는데, 그것을 진품에서만 느낄 수 있다. 아우라는 원작만이 지니는 추상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둘째, 작품에 화가의 가치관과 그때의 정서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화가가 어떤 그림을 그리더라도, 그 그림에는 그때의 정서가 담겨있다. 모조품은 그림의 겉모습을 본뜬 것에 불과해서, 아무리 완벽한 모조품이더라도 진품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종합해서 말하자면, 대량생산품 즉 동일한 색상, 같은 모양, 크기의 제품들은 원작이 갖는 아우라가 부재한 상태이고 단지 팔기 위한 상품이며 그것은 예술적 가치나 예술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복제한 예술은 상품적 가치와 전시적 가치를 지니게 될 뿐이다.
물론, 모조품이 부정적인 면만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술작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향유계층이 넓어졌고, 예술작품의 권위가 파괴됨으로써 예술작품의 비판적 수용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복제품과 모조품이 범람함에 따라 원작에 녹아있는 작품의 진정성이 훼손되어 아름다움의 고양을 소실하게하고 위에서 제시한 이유들로 보아, 모조품은 진품만큼의 감동을 줄 수 없다.
▲교사 강평
중국의 '짝퉁' 시장이 관심거리이다. 우리 신문도 심심치 않게 '짝퉁'을 만들어 부당 이익을 취한 사람들을 보도한다. 진품을 대체할 가짜, 진짜 같은 가짜로 학생들 사이에도 논쟁이 벌어진다.
모조품은 원저작자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가 있다. 그러면서 개발도상국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도 떳떳하지 못한 주장이나 현실적이다.
이번 논제에 대해 대다수 학생들은 찬성 의견을 갖고 글을 썼다. 설나래의 글은 명품이 자기 과시와 만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면 진품과 모조품이 다를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다양한 학생들의 주장이 대동소이하면서 새로운 것이 없는 반면 설나래의 글은 명품, 진품보다 예쁜 짝퉁, 데니 태극기, 스탕달 신드롬 등을 들어 설득력을 주고 있다.
반대 의견으로 전주여고의 이예은 학생은 간결하게 아우라의 개념을 도입하여 자신의 주장을 잘 살려 말하고 있다. 복제 예술의 상품적 가치와 전시적 가치를 진품 예술의 가치와 잘 대비하였다. 특히, 예상되는 반론도 언급함으로써 균형을 갖춘 글을 쓰고 있다.
두 학생의 글 모두 창의성이 있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다른 학생들의 글보다 눈에 띈다. 어떤 글이나 말이든 감동을 주어야 하며, 그 감동은 창의적 사고와 관련이 깊다.
/최기재(순창제일고)·김연주(전주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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