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전북교육연대 정책실장)
고등학교 1학년 신입생과의 첫 수업은 으레 자기소개로 시작된다.
필자가 수업시간에 하는 소개는 학생들이 교단에만 서면 말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어, 말 문이 막힐 때마다 다른 학생들이 가벼운 질문을 해서 자연스럽게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그 소개 시간에 학생들의 질문 내용을 보면 상당부분 성에 관련된 질문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야동은 언제부터 봤어?” "초등학교 5학년” ' 이성교제는 몇 번 ? ” "14번” "어디까지 갔어? ” "뽀뽀가 아니고 키스까지” 당혹한 건 아이들이 아니고 필자다.
이미 아이들은 고1년이 되기까지 야동을 보지 않은 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다. 우리 아이만은 그렇지 않겠지 라는 어른들의 생각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아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은 어른들 상상 이상이다.
한번은 시골에서 근무하던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인터넷 방을 개설한 적이 있었다. 무심코 문을 열려고 하니 문이 잠겨 있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몇 번 두드리자 갑자기 우루루 학생들이 문을 열고 쏟아져 나왔다. 사용한 인터넷에 미처 지우지 못한 화면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적나라한 포르노가 떠 있었다. 주소 사이트가 생판 모르는 외국 사이트였다. 아이들은 이렇게 학교에서마저도 선생님의 눈을 피해 과감한 행동도 불사한다.
또다시 일어난 익산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어느 학교든 익산의 학교처럼 성폭력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잠재력과 개연성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주변엔 성 금기 문화, 성 탐닉 문화와의 혼란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무차별적으로 양산되는 성의 상품화와 향락 산업의 소용돌이에 학생들은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있으니 청소년의 성폭력 발생은 당연한 귀결이 아닐 수 없다.
성폭력 발생 요인의 주요한 이유로는 가정과 학교에서의 성교육 부재를 들 수 있다. 특히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성교육은 성에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성에 관한 자정 능력을 키워주기엔 역부족이다. 한마디로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은 시늉에 불과하다.
우리 문화의 특성상 가정과 학교에서 성교육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결과가 바로 청소년 성폭력으로 그대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찾지 않음으로서 이젠 상상할 수 없는 참담한 결과가 바로 우리 주위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청소년 성폭력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성은 본능적이기 때문에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 하지만 왜곡된 성문화가 공존하고 있을 때 정확하고 인간 중심적인 올바른 성교육의 실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수적이다. 교육을 통해 일그러진 성문화와 음성적 성문화를 건강한 성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먼저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성교육 전담교사 양성 프로그램이 실시되어야 한다. 또한 교육과정에 중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에서도 단계별 성교육 시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바둑 격언에 "큰 곳보다 급한 곳이 우선”이라는 말이있다.
당장 큰 것을 쫒기 쉽지만 이젠 급한곳을 먼저 돌아봐야 할 때다.
교육당국과 교사 학부모 그리고 우리 모두가 더 이상의 어린 학생들이 성폭력으로 희생당하지 않도록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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