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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초·중등 자율화 심히 우려된다 - 박고광

박고광(前 김제서중 교장)

 

새 정부가 교육과학 기술부로 통폐합한 첫 작품이 초중고 자율화 추진 계획이다. 우열반 편성, 0시 보충학습, 서열화 경쟁은 과거 큰 물줄기인 평준화 정책으로 용도 폐기하여 벽장 속에 넣어 둔 것인데 자율화 및 규제완화란 리모델링으로 부활하게 되었다. 정부는 시도 교육청의 학교 평가와 학생 학부모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과도한 권한 집중이나 교과 위주 문제점 등 저해요소를 해소하겠다고 하지만, 교육가족들은 학교 평가나 만족도 조사만으로는 정상적 교육 운영이 될 수 없다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몇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정규 교육과정의 교수-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이다.

 

교과 수준별 이동 수업 운영 등을 폐지하고, 우열반을 편성하자는 것은 문제가 크다. 입시 위주의 교수-학습이 되기 마련이고 학교가 학원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우열반 운영은 학생 차별화로 괴리감이 팽배해지는 등 인성교육이 소홀해질 게 뻔하다. 진학 위주의 교수 -학습 때문에 학생들의 사고와 창의력이 무시되기 쉽다. 문제 풀이나 점수 따기 수업이 되기 십상이다. 더구나 보충수업을 학원 강사에게 맡긴다는 것은 정규교사가 학원 강사보다 못한 능력자로 오해 받을 소지 또한 매우 커 역기능이 많을 것이다.

 

교사는 지식만 가르치는 게 아니다. 교육목표와 교육이 기대하는 인간상, 사람다운 사람의 육성자이다. 반면 학원 강사는 문제 풀이의 마술사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인기는 얻을 수 있겠지만 전인교육을 기대기는 어렵다. 교사와 강사의 책무 또한 엄연히 다르다. 교실은 정규 교사가 지켜야 할 터전이고 그 주인이 공교육 정상화를 이룰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 초등학교 보충수업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방과 후 보충수업 실시는 학교를 무한 경쟁 터로 만들 뿐만 아니라 전인교육의 장애물이다. 정서함양 및 예체능의 다양한 소양과 취미를 가진 어린이로 성장시키는 게 초등학교의 기능이다. 이태리 등 유럽의 초등학교는 대부분 오전 수업으로 교육과정을 짜고 있다. 영국의 초등 학년에서는 과학 교과의 1학기 교육 내용이 '날개'란 단어 하나뿐이었다. 뉴질랜드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초등학생에게 과제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 일이다. 어린이에게는 경쟁의식이나 우수 교과 성적보다는 창의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가 즐겁고 학습이 흥미로워야 하며 성취욕과 자신감을 갖도록 교수-학습의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어린 학생에게는 방과 후 가벼운 마음으로 선생님과 손에 손잡고 산과 들을 다니며 관찰과 여유와 낭만을 느끼게 하고 먼지투성이 얼굴로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는, 그리고 꿈을 꾸는 동심의 세계에서 마음껏 뛰놀게 하는 여유를 주어야 한다.

 

셋째, 시 도 교육청의 학교 평가와 학생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책임 회피성 대책에 불과하다. 교육 일선에서의 체험한 소견이지만 감독청의 평가,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는 신뢰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제고사로 시행된 학교평가가 과거에 왜 중단되었는가를 정책 입안자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코 학교 평가는 성적순이 아니어야 한다. 한때 서울 명문 대학 합격자 수가 기준이 돼 학교 평가가 이뤄졌다. 학생 학부모들도 그런 학교를 만족도 만점의 명문으로 지목하지 않았던가. 결코 일류대학 합격자 수가 학교평가나 학부모 만족도의 기준이 돼서는 안된다.

 

학교는 일류 대학 진학 기관이 아니고 지· 덕· 체 인성교육의 장이다.

 

규제 혁파란 명분 때문에 정상적 학교 운영에 꼭 필요한 것이 폐지된다면 자가당착의 모순이 될 수 있다. 대통령 비위에 맞게 자유란 플래카드를 들고 교육정책이 수립된다면 교육의 백년대계가 아닌 교육 몇년 대계에 불과할 것이다. 교육정책이 일방적으로 수립돼선 안 된다. 자율화가 만능이 아니다.

 

/박고광(前 김제서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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