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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개장국과 보신탕

'개장국'은 개고기를 고아 끓인 국, 즉 '보신탕'을 말한다. 개의 옛말이 '가히'였으므로 '개장국'이란 이름은 '가히국' 또는 '가히탕'에서 왔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겠으나 '보신탕'이란 좀 이상하다. 몸 보신하는 것은 비단 개장국 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염소도, 뱀도, 자라도 모두 끓여 놓기만 하면 어느 것이나 보신탕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말에 '개-'라는 접두사는 어디에 붙어도 환영받지 못한다. '개소리·개판·개망신·개새끼·개똥·개×……'이 얼마나 개같이(?) 지저분한 언사들인가. 그러니까 접두사 '개-'는 동물의 개(狗)를 뜻할 수도 있고, 한자어의 가(假)의 변이음 '개'를 뜻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개장국이 보신탕이란 이름으로 변질된 이유도 개라는 접두사가 주는 고약한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싶은데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개장국은 보신탕이란 개칭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영양탕·사철탕·멍멍탕 등의 별칭으로부터 나중에는 '탕 있음'에서, 심지어 '여전히 계속함'에 이르기까지 추상화 내지는 암호화하기에 이른 적도 있다.(´88.서울올림픽전후)

 

본래 별칭이 많다는 건 본이름을 그대로 부르기에 무언가 꺼리는게 있다는 증거다. 개고기의 경우, 자신이 가장 가까이 두고 정을 주고 받으며 기르던, 애완의 짐승을 손수 잡아 먹는다는 비인간적인 잔인성에다가 불가(佛家)에서 살생을 금하는 계율이 이렇게 많은 별칭을 갖게 한 원인으로 짐작 된다.

 

보신탕을 북한에서는 '단고기'라 부른다는데. 이는 한자 '甘肉'을 뜻하는 것인지, 그 정확한 의미는 알 길이 없으나 이런 별칭을 사용한 그 저의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애완동물이라 해도 짐승은 역시 짐승이며 개는 역시 개일 수 밖에 없잖은가.

 

우리도 이제는 개고기를 먹는 식생활을 더 이상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그저 고기를 이를 때는 개고기요, 국을 칭할 때는 당당하게 개장국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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