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前 조달청장)
4개월도 안된 정부의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이 총사퇴하여, 청와대 수석은 전면 교체되었고 국회의 개원 상황과 맞추어 일부 개각이 예정되어 있다.
본래 개각은 의원내각제하에서 수상이하 전 각료가 교체되는 것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개각이라는 말은 엄격히 말하면 적합치 않다. 그러나 정국이 경색되거나 사회적 혼란이 있을 경우 민심을 수습한다는 명분으로 개각은 자주 애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개각은 위와 같은 의례적 행사가 아닌, 앞으로 5년 동안의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어가기 위한 실질적 체제정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각료의 선임 시에는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여 확신을 갖고 국정 아젠다를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을 우선해야 한다. 그래야 효율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공헌한 사람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국민들은 대통령 주변에서 힘쓰는 사람들 중 일부는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해서라기보다는 개인적 이해관계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또 한 가지, 제왕학에서 가르치는대로 창업(創業)에 필요한 사람과 수성(守成)에 적합한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업적을 남긴 성공한 제왕들이 창업공신을 어떻게 대했나 하는 것을 반추해 보면 지혜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철저한 능력 중심이어야 한다. 쇠고기 수입개방 이슈가 이렇게까지 꼬이게 된 것은 그 결정 과정과 방식, 문제의 인지 및 사후 대처 등 많은 구석에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 준다. 정부내부의 시스템은 물론 당사자의 개인적 능력에도 중대한 부족함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 도덕적 측면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것이 국민 정서다. 각료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가혹한 면이 없지 않으나, 선진국의 사회지도층이 일반 국민들에 모범을 보여주는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이 각료에게 거는 기대는 이해해야 할 것이다.
넷째, 또 하나의 중요한 고려요소는 '균형'이다. 각료의 전체적 구성이 특정집단이나 계층에 치우쳐 있다면 국민적 화합을 기대할 수는 없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동쪽과 서쪽, 보수와 진보 등을 고루 아우를 수 있는 구성이어야 한다.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사회의 안정세력이어야 할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감안하면 균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소위 고소영, S라인, 강부자 등등의 신조어의 밑바닥에는 저들만의 '끼리끼리 클럽'이라는 서민들의 비아냥과 소외의식이 깔려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이것저것 다 따지면 어디 쓸만한 사람이 있느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예로부터 천하에 숨어있는 인재를 널리 찾아 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치자(治者)의 중요한 덕목이다. 그것은 바로 대통령의 5년 통치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편이냐 니편이냐 하는 편가르기식 사고는 철저히 척결되어야 한다. 인사운영의 폐쇄성을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추천 및 선발 과정과 방식이 보다 개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지금보다 훨씬 넓은 인재의 풀에서 감추워진 보화를 찾아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김성진(前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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