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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원의 역사·문화재, 체험관광 - 강일석

강일석(남원용성중학교장)

 

나는 언제, 어디서나 남원 사람이라는 것을 자랑삼았다. 상대가 외지인들인 경우에 동편제의 발상지 남원을 자랑하고, 그런 문화적 토양 속에서 춘향전과 흥부전이 탄생했고, 광한루원을 비롯한 관광자원이 풍부한 고장이라고 침을 튀기며 자랑하곤 했다. 하물며 송흥록, 송광록이라는 소리에 관한 걸출한 인재를 배출해내는 저력 있는 도시, 내 고향이 자랑스럽기만 하였다.

 

그런데 교직에 봉사하고 있는 나는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남원사회봉사단체협의회가 주관하는 남원문화대학에 입학하여 남원에 산재되어 있는 문화재를 답사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서문에서 출발하여 석돈, 유애묘, 그리고 사직단 등의 역사적 흔적들을 살펴 보았으며, 가람배치 연구에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는 만복사지 터를 둘러보며 석불입상과 석좌 등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웅장한 실체는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된 채 넓은 터만이 공허한 현장으로 남아 있음에 마음이 아팠다.

 

조선시대 관원들의 숙소로 사용되었으며 그 규모가 웅대하여 고대 건물의 3걸 중 하나였다는 용성관의 복원은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옛날 조선시대 읍성의 가장 전형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규모면에서나 짜임새 면에서 읍성 연구의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우리 선조들의 혼이 서린 남원성의 웅장함과, 조선 최고의 학문과 사상의 원동력이 되었던 향교는 지금도 버젓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으나 발길이 뚝 끊긴 채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있는 것 같아 정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 외에도 풍수설에 의해 남원의 형국이 떠내려 가는 배 즉, 행주형이라하여 이를 떠내려가지 않도록 남원의 재난을 막기 위해 건립했었다는 토성, 어두운 밤 신병을 거느리고 나타나 왜군을 물리쳤다는 관운장의 은덕을 기리어 그를 숭배하기 위해 지었다는 관왕묘, 왜적들과 싸우다 죽어간 수천 의병들의 무덤인 만인의총 등을 둘러보면서 남원에 태어나 자랐으면서도 한두곳 만이 어렸을때 학교 소풍으로 가보았던 기억만 남았을 뿐 이제껏 발길을 둔 적이 없었다는 현실에 교육자의 한사람으로서 무척이나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이것이 어디 나뿐이겠는가. 좀 더 현실적이고 용감하게 지적하자면, 내 주변을 돌아다보니 남원 사람들의 문화의식과 역사의식은 한심한 정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원은 예로부터 동편제 소리와 춘향전, 흥부전에 의한 문화 도시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답사를 통하여 남원은 그 어느 도시와도 비교했을 때 역사의 도시임을 느꼈다. 그런데 그런 장엄한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남원의 역사적 문화재들이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한켠에 비켜 서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았다.

 

남원의 관광 활성화는 오래전부터 논의 되고 있지만 행정 주관 부서의 메아리에만 그칠뿐 남원은 아직 역사를 자신있게 보여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생각 같아서는 광한루 정문 앞이나 남원성 성지 주변에서라도 옛날 남원읍성 수문장 교대식 같은 역사적 행사를 통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소리 문화와 역사의 현장들을 꿰어 맞춘 릴레이식 체험관광이 이루어진다면 남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남원의 역사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다시 말해서 이야기가 있는, 줄거리가 있는 관광이어야 관광이 활성화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남원의 문화 유적과 역사 유적이 접목되어 스토리텔링(story-telling) 할 수 있는 체험 관광의 구성이야말로 우리 남원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역사교육박물관의 건립 같은 것도 눈을 돌려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남원의 문화재들을 찾는 초중고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그들의 가슴 속에 남원이 역사와 문화의 도시라는 자긍심을 갖게 해주어야 우리 고장의 우수한 역사와 문화가 길이 보존되고 자리매김 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말로만 1000년 고도 역사와 문화의 도시라고 하지 말고 남원의 역사, 그 흔적을 찾는 일이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지금부터라도 시민 모두가 나서 남원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보존하면서 관광과 접목하여 외지인들에게 알리는 관광사업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강일석(남원용성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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