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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근 금융위기 바라보면서-홍성주 전북은행장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유럽으로 번지고 세계경제의 동반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천문학적 금액의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해 세상이 혼란스럽고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되었음에도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의 첨단을 걷고 있는 미국에서 지나친 규제완화와 월가의 탐욕이 결합되어 나타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투자은행은 발행시장에서의 증권 인수업무 등을 통해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지만 금융의 기본에서 벗어난 파생상품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확대와 위험도가 큰 부외자산을 키우는 등 탐욕에 사로잡혀 자신의 위기를 보지 못한 결과이다.

 

우리와는 별 관계도 없어 보이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혹자는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 광범위하고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과거 외환위기는 우리 자체적으로 해결하면 되는 비교적 국지적 문제이었으나 금번 위기는 그 규모나 범위를 볼 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전 세계경제가 연동되어 일어나는 문제라는 점에서 지구촌의 위기를 실감케 한다.

 

이런 위기상황이 지속 될수록 우리는 보다 냉철한 자세로 깊이 있게 성찰하면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은행권에서도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 동안 넓은 세계시장 보다는 국내시장에서 무차별적인 외형중심의 경쟁을 해 온 행태와 방만한 경영에 대해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형은행보다 훨씬 규모가 큰 미국투자은행들이 탐욕으로 인해 시장신뢰도를 잃고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여 참담하게 무너졌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도 대형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시스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결코 대형화만이 능사가 아니다.

 

다음으로는 투자은행(IB) 지상주의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우리 나라에도 미국의 투자은행을 모델로 한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될 예정이다. 그러나 금번 금융위기를 통해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미국식이면 모두 좋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지금이라도 미국식 투자은행을 모델로 삼은 자본시장통합법 전반에 대해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선 금융권의 유동성위기와 환율급상승에 따른 부작용이고 이것이 신용경색을 불러 실물경제의 침체와 연결되는 상황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가 일본을 배워야 한다.

 

일본은 개인저축이 높은 나라이다. 물가고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저력은 바로 개인들의 저축에서 나오고 있다. 개인은 절약정신이 투철하여 저축을 많이 한 결과 국가 경제력은 큰 위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어려울수록 부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컨대 부부가 거주하기에는 너무 크고 고가인 40억원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면 거주에 불편이 없는 10억원 정도의 아파트로 옮기고 30억원은 은행에 예금하거나 투자를 한다면 우리도 저축강국이 되거나 투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한다. 예금금리의 상승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고정금리가 10%를 넘어섰다. 가계부채도 증가한 상황에서 금리의 인상은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문제와 같은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유심히 점검해야 한다. 이것은 건전한 자본주의를 육성하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은행들은 외형경쟁을 자제하고 대형화만을 자랑하는 허세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대형화만이 좋다는 사고로는 근본적으로 위기를 해결을 할 수 없으므로 기본에 충실한 금융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올바른 정책으로 각 경제주체를 선도하고 국민들은 상황에 적합한 최선의 협력을 해야 한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내실위주의 경영과 실속 있는 생활방식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홍성주(전북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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