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명품쇼핑狂 제대로 사랑에 미치다
성격이 정 반대인 두 친구가 있다. 한 명은 물건을 살 때 꼭 현금을 들고가 지불을 하고, 다른 한 친구는 무조건 카드를 사용한다. 이유도 정 반대다. 현금을 쓰는 친구는 직접 돈을 주고 사야 물건이 진짜 내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카드를 쓰는 친구는 '득템(이득을 얻었다는 뜻)'을 한 것 같아 물건을 샀다는 기쁨과 공짜라는 기분까지 기쁨이 두 배가 된다고 했다.
쇼핑하는 법은 이렇게 다르지만 쇼핑에 대한 예찬은 입이 마르도록 끊임이 없다. 우울함을 달래주고, 기분을 전환시켜 주고, 비싼 물건이 아니더라도 마음의 위로가 된다는 것. 애인보다 따뜻한 것이 쇼핑이라나. 쇼핑을 싫어하는 여자가 몇이나 될까 싶지만 이 정도면 영화 '쇼퍼홀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쇼퍼홀릭'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섹스 앤 더 시티'의 계보를 잇는 '여자들의 영화'이자 '패션 영화'다. 세 편의 영화가 다 다른 주인공 캐릭터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패션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것. 주인공이자 쇼핑광인 레베카(아일라 피셔)는 패션지 기자를 꿈꾼다. '멋진 훈남보다 자신을 더 설레이게 하는 것은 바로 쇼핑'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쇼핑 본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드디어 도착한 카드 고지서와 결제일에 그는 좌절하고 만다. 설상가상 다니던 회사까지 망하자 다른 직업을 구하게 되고, 우연히 들어간 곳은 경제지 기자다. 구글 사이트에서 재테크를 검색할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그이지만, 패션과 관련해 경제 칼럼을 쓰며 한 순간 인기인이 된다. 그 뿐인가. 편집장 루크(휴 댄시)와도 미묘한 감정 기류가 흐르며 사랑의 기운이 돌지만 카드 값 수금원 데릭은 그녀를 가만 두지 않는다.
'쇼퍼홀릭'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섹스 앤 더 시티'처럼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이 있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기대와 조바심의 경계선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영화가 개봉도 하기 전에 평가에 시달려야 하는 것. 대답부터 하자면 책의 매력을 그대로 살리기에는 주인공의 외모가 조금 부족하다고 하겠다. 생김새 뿐 아니라 그 이전의 패션 영화들만큼 볼거리를 준비하지 못했다. 책에서 봤던 통통 튀는 매력도 없다. 하지만 볼거리가 줄어든 대신 코미디와 스토리를 첨가해 시종일관 유쾌한 영화가 됐다.
정신 없고 씀씀이가 헤픈 여자의 쇼핑 일대기와 어설픈 비주얼이 끝인 영화가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는 가족과 친구들을 통해 주인공이 변해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다양한 캐릭터와 가족의 사랑, 우정이 모두 묻어나고 주인공은 독특한 4차원적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남자가 본다면 여자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친구들끼리 보기에도 적당하고 연인이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도 좋다. 카드 결제일이 얼마 남지 않은 회사원들이라면 한참 고개를 끄덕이고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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