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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천재 레이서 승부 대결 짜릿

론 하워드 감독도 신작 '러시: 더 라이벌'을 들고 나왔다.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영화, 그것도 F1. 1970년대 라이벌이었던 니키 라우다와 제임스 헌트의 실화를 그려 더욱 극적이다지난 2002년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론 하워드 감독이 신작 '러시: 더 라이벌'을 내놨다. F1 레이싱 역사에 남은 두 인물의 승부를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승부 그 자체만큼이나 뜨거운 기운을 내뿜는다.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신데렐라 맨' '아폴로 13' '분노의 역류' 등 상업영화를 매끈하게 만들어온 감독답게 이번 영화 역시 스포츠 그 이상의 탄탄한 드라마를 보여준다.이 영화는 1976년 F1 그랑프리 시즌을 배경으로 레이싱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니키 라우다와 그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제임스 헌트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승부를 그렸다. 니키 라우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영국의 유명 각본가 피터 모건이 니키 라우다와 만나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영국 출신인 제임스 헌트(크리스 헴스워스 분)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저돌적인 성격의 레이서다. 성격이 제멋대로이고 자기 관리도 엉망이지만, 실력 하나만은 모두가 인정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니키 라우다는 정반대다. 완벽주의 노력파에 철두철미한 자기 관리로 실력을 점점 향상시킨다.F3 시절 처음 만나 서로를 알아본 헌트와 라우다는 상대를 깎아내리며 으르렁거린다. 부유한 집안의 밑천으로 대출을 받아 F1 자동차를 마련한 라우다는 헌트보다 한 걸음 앞서나간다. 뛰어난 튜닝 실력을 인정받아 꿈의 팀인 페라리에 입성하고 잇따라 우승을 거듭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다.반면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헌트는 라우다의 성공을 보며 괴로워한다. 우여곡절 끝에 라우다의 대항마로 맥라렌 팀에 들어가면서 본격 실력을 발휘한다. 1976년 시즌이 시작되고 처음엔 라우다가 우세하지만, 헌트가 점점 독을 품으면서 라우다를 따라잡기 시작한다.그러던 어느 날 악천후 속에 경기를 강행하던 중 라우다가 큰 부상을 한다. 하지만, 생명이 위독한 순간에도 라우다는 헌트가 우승하는 경기를 지켜보며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그리고 몇 개월 만에 복귀한 라우다는 재기에 성공하고 헌트와 자존심을 건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죽음을 늘 가까이하는 사람들, 매번 경기에서 20%의 죽을 확률을 안고 운전석에오르는 레이서들의 불꽃 같은 삶은 인간이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한다. 이들은 말한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우린 살아있음을 느낀다." 어른들이 즐길 만한 완성도 높은 오락영화다.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10.11 23:02

5명의 아버지 알고보니 원수

장준환 감독의 새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가 화제다. 실력을 인정받은 아역배우 출신 여진구의 연기가 돋보이는 한편 피가 낭자하는 화면에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물음을 던지는 묵직한 주제까지 담았다. 장 감독이 '지구를 지켜라'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이번 작품의 흥행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소년은 기억을 잃은 채 원수의 손에 키워진다. 5명의 원수는 소년의 양부이자 사부가 된다. 각각 총, 칼, 박투, 운전, 지략의 최고수인 그들로부터 소년은 최고의 기예를 배운 뒤 강호에 출두한다. 이는 무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 구조다. '지구를 지켜라'(2003)로 한때 충무로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장준환 감독이 10년 만에 들고 온 장편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는 이러한 이야기를 뼈대로 한다.석태(김윤석)가 이끄는 범죄조직에 납치된 화이(여진구)는 기억을 잃은 채 석태 등을 아버지로 모시며 살아간다. 유학을 준비하고 소녀와의 풋풋한 사랑을 키워가던 10대의 어느 날, 화이는 암살 지령에 따라 아버지들과 함께 처음으로 임무에 나선다.'화이'는 복수를 테마로 한 액션 스릴러다. 스크린에선 피가 튀기고 살이 너덜거린다. 총과 칼을 넘나드는 액션장면, 역동적인 자동차 추격신은 시선을 사로잡을 만하다. 복수라는 하나의 테마를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영화의 추동력도 상당하다.하지만 비슷한 질문을 던졌던 전작 '지구를 지켜라'보다 장 감독의 답변은 더 모호해진 듯 보인다. 전작에서 오만하고 위선적인 인류를 결국 절멸시켰지만, 이번에는 아버지 살해와 방랑이라는 희랍 비극적인 방식으로 답을 열어놓기 때문이다. 여기에 DNA에 대한 인간의 집착, 인류의 진화와 회귀, 악하지만 근원적으로 연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연민 등 만만찮은 철학적 주제를 극 안에 집어넣었다.이런 복잡한 인식을 끌어안은 채 영화적 재미를 구현해 냈다는 점에서 한 때 천재로 불렸던 감독의 젊은 시절 모습이 영화에 엿보인다.다만, 이런 복잡한 담론을 담기에 125분은 조금 짧은 듯 보인다. 무엇보다 단편소설 같은 짧은 플롯은 풍성한 주제를 담기에 역부족이다.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이다. 특히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주목받은 여진구의 존재는 히든카드라 할 만하다. 개성 강한 중저음으로 무장한 그는 여린 감성과 박력 있는 액션으로 여심을 마구 흔들 것 같다. 연기 잘하는 조진웅, 김성균 같은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김윤석은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극의 방향을 제대로 이끌고 간다.

  • 주말
  • 연합
  • 2013.10.11 23:02

황금 양피 찾아 떠난 데미갓의 대모험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는 지난 2010년 개봉한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의 후속편이다. 10대~20대 관객 노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3년 만에 만들어진 후속편에서 주인공들은 몸집도 커졌고, 목소리도 굵어졌다.그리스 신화 속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 반신이 일반인들과 뒤섞여 산다는 설정의 이 영화는 반인 반신인 '데미갓'의 모험을 그렸다. 소년 소녀의 모험을 그렸다는 점에서 가족들이 보기에는 무리가 없다.데미갓들이 모여 사는 '데미갓 캠프'에 어느 날 절대 뚫리지 않는 굳건한 보호막을 뚫고 황소 한 마리가 침입한다. 이는 사악한 신들의 아버지 크로노스가 봉인을 풀고 부활해 신과 인간 세상을 파멸시키려는 공격을 감행한 것. 이로 인해 '데미갓 캠프'는 위험에 빠지게 되고 캠프 곳곳에서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발생한다. 포세이돈의 아들 퍼시(로건 레먼)와 아테네의 딸 아나베스(알렉산드라 다다리오) 등은 보호막을 재건하기 위해 재생능력이 탁월한 황금 양피를 찾으러 나선다. 마법의 황금 양피는 괴물의 바다에 숨겨진 보물. 주인공들은 신과 인간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모험을 하면서 일어나는 과정을 화려한 그래픽으로 보여준다.전편이 인간 세상과 데미갓 세계를 비슷한 비율로 그렸다면 이번 후속편은 신화 세계에 좀더 깊숙이 발 담그고 있다. 그러다 보니 컴퓨터그래픽 장면이 많다. 하지만 인공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데다 수준도 높은 편이 아니어서 자연스러운 맛이 덜하다는 평가다.전편이 인간세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퍼시가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를 통해 흥미를 유발했다면 이번 편은 황금 양피 획득이라는 주인공들의 목적의식이 뚜렷해 내러티브(narrative, 서사)가 비교적 단선적이다.'윔피 키드'(2010), '강아지 호텔'(2009) 등을 연출한 쏘어 프류덴탈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9.13 23:02

몬스터들의 좌충우돌 대학생활

왕따 학생이지만 학구열만은 불타는 마이크. 오랜 노력 끝에 꿈에 그리던 몬스터대학교에 들어간다. 언젠가 뛰어난 몬스터가 되겠다는 포부로 공부에 매진하지만, 외눈박이에 작고 볼품없는 마이크는 동급생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그러나 각고의 노력 끝에 점점 도약하던 마이크는 '노는' 천재 설리반의 적수로까지 성장하고, 결국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겁주기 대회에 참가하며 동급생들의 주목을 끈다.'몬스터대학교'는 2001년작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리퀄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마이크다. '살리에르' 마이크가 '모차르트' 설리반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그 과정에서 싹트는 우정이 영화의 고갱이다.성인과 아이들을 아우르는 픽사의 애니메이션답게 성장담이라는 익숙한 플롯에 귀여운 캐릭터를 포장했다.경연대회를 통해 마이크와 설리반이 진정한 자아를 만나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의 흐름은 아이들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기 쉽다.눈이 다섯 개 달렸지만 포동포동한 몸매 때문에 귀여운 스퀴시,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이 느껴지는 돈 칼튼, 티격태격 말다툼으로 가끔 큰 웃음을 주는 '테리&테리' 등 매력적인 캐릭터도 시선을 사로잡는다.다만, 이야기의 깊이는 조금 아쉽다. 오밀조밀한 이야기로 감동의 그물을 짠 뒤 마지막 한방을 통해 관객을 낚는 픽사 특유의 기술이 제대로 발현되진 못했다. 인생 초반기를 다뤘기 때문인지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추억도 무던한 삶을 다독이는 쓸쓸한 손길도 느껴지지 않는다. 대학 초년생이 지닐 법한 패기와 도전정신만이 영화 전체를 휘감는다.영화는 왕따 학생의 인생 역전기를 성장드라마의 공식대로 따라간다. 그런 점에서 '업'이나 '토이스토리' 같은 성인 취향의 애니메이션보다는 좀더 어린 아이들이 즐기면서 볼만한 작품이다. 영화는 목표와 성취희망노력 등 긍정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지난 6월 21일 북미에서 개봉해 '월드워 Z'를 따돌리고 2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마이크와 설리반의 목소리는 '몬스터 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각각 빌리 크리스털과 존 굿맨이 맡았다.댄 스캔론 감독의 첫 연출작으로, 픽사의 1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9.13 23:02

레이싱 챔피언 꿈꾸는 가장 느린 동물 달팽이

세상에서 가장 느린 동물로 유명한 달팽이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와 속도 대결을 꿈꾼다. 말도 안 되는 얘기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를 귀엽고 유쾌하게 풀어낸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왔다. 드림웍스의 신작 '터보'는 엉뚱한 발상에 밝고 사랑스러운 그림으로 관객에게 꿈과 희망을 얘기하는 따뜻한 애니메이션이다. 평범한 집의 작은 정원 한 켠에서 열심히 땅을 일구고 토마토를 먹으며 본분을 다하는 달팽이 무리 가운데 자신을 '터보'라 부르는 특이한 달팽이 한 마리가 있다. 터보(라이언 레이놀즈 목소리 연기)는 달팽이라는 태생의 한계에 아랑곳하지 않고 틈만 나면 TV로 카레이싱 중계를 즐기며 짜릿한 스피드를 내고 싶다는 열망을 품는다. 세계적인 레이싱 챔피언 '기 가니에'는 그의 우상. 다른 달팽이들은 터보를 따돌리고 친형인 '체트'(폴 지아마티)까지 터보의 허무맹랑한 꿈을 비웃으며 나무라지만, 터보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길거리 레이싱에 휘말리게 된 터보는 자동차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겪게 된다. 이 사고는 터보의 몸에 기적 같은 변화를 일으켜 터보의 달팽이집을 슈퍼카의 엔진처럼 바꿔놓는다. 터보는 이제 빠른 속도를 내며 바람처럼 세상을 질주하게 된다. 무리에서 쫓겨난 터보와 체트를 우연히 발견한 사람은 타코 식당을 운영하는 멕시코계 청년 티토(마이클 페냐). 그는 터보의 비범한 능력을 단번에 알아보고 이를 이용해 타코 식당과 주변 상가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한다.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터보를 최고의 레이싱 대회인 '인디500'에 출전시키려 한다. 이번 작품 '터보'에서도 드림웍스의 그런 발칙하고 전복적인 상상은 빛을 발한다. 달팽이가 카레이싱 대회에 출전하는 황당한 얘기를 그럴 듯하게, 사랑스럽게 96분간 펼쳐놓는다. 전작들에 비해 달팽이가 갑자기 슈퍼카처럼 빨라지는 변화를 자신의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단순한 기적으로 설정한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세상에 어떤 꿈도 작고 하찮게 치부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그 열망이 진짜라면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 그가 꿈을 이루는 길에 함께하며 힘을 모아주는 여러 캐릭터가 무척 사랑스럽게 그려졌다. 터보를 돕는 달팽이 5인방의 재치 넘치는 팀워크는 영화의 큰 볼거리다. 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8.09 23:02

누군가 우리집에 몰래 살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은 욕망의 대상이다. 집은 그 안에 사는 사람의 경제 수준, 사회적인 지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비슷한 집들이 모여서 이루는 동네의 구분은 그대로 계급을 나누는 구획이기도 하다. 하지만, 철통 보안 시스템을 갖춘 고급 아파트 단지라고 해서 안전하기만 할까?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현대 도시의 분절화된 일상에서 개개인은 외부의 침입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진 자'든, '가지지 못한 자'든 집 안에 있어도 불안을 느낀다. 영화 '숨바꼭질'은 스릴러 장르의 외피 안에 집에 관한 현대인의 욕망과 불안을 날카롭게 담은 작품이다.고급 카페를 경영하는 성공한 사업가 성수(손현주 분)는 고급 아파트에서 아내 민지(전미선)와 두 아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간다. 그의 유일한 약점은 지독한 결벽증을 앓고 있는 것. 그는 집 안의 작은 얼룩, 냉장고 안 음료수병의 미세한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인연을 끊고 살던 형의 실종 소식을 알린다. 형의 짐을 빼달라는 관리인의 말에 그는 어느 항구 도시 변두리에 있는 철거 예정의 낡은 아파트를 찾아간다. 형에 대해 이웃들에게 물어보지만, 다들 모른다는 대답만 한다. 그런데 이웃집을 탐문하던 중 그는 집집마다 초인종 옆 벽에 각 가족 구성원의 성별과 숫자를 표시하는 기이한 암호가 그려진 것을 발견한다. 이어 우연히 만난 아파트 주민 주희(문정희)는 딸과 단둘이 사는 그녀의 집에 성수의 가족을 초대한다. 성수가 그녀에게 형에 관해 아는 게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기겁하며 성수 일행을 쫓아낸다. 형에 관해 더 알아볼 심산으로 가족들을 먼저 집으로 돌려보낸 사이 그는 휴대전화와 지갑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헬멧을 쓴 의문의 범죄자가 민지와 아이들을 따라와 집 안에 침입하려 한다. 민지가 몸으로 간신히 막아내지만, 헬멧을 쓴 사람은 계속해서 성수의 집을 노린다. 영화는 "언제부턴가 우리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남이 사는 집에 몰래 들어와선 몸을 숨긴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라는 한 아이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은 허정 감독은 2008년 일본 도쿄에서 1년간 남의 집에 숨어 살던 노숙자가 체포된 사건을 모티프로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여기에 2009년 말 서울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집 초인종 옆에 수상한 표식을 발견했다는 주민 신고가 잇따랐던 사건을 결합했다. 영화는 주인공의 형이 살던 아파트에서 발생한 의문의 범죄 사건과 형의 실종, 주인공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침입자의 위협까지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의 생활양식에서 '누군가가 몰래 집 안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괴담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현실성을 품고 있다. 영화는 그 현실적인 공포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그려내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특히 슬럼가의 아주 허름한 아파트에 도사리는 어둠과 대도시 화려한 고급아파트의 공허한 밝음을 대비시키며 현대 도시의 스산한 풍경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등장인물들의 불안과 트라우마, 병적인 집착이 자신이 갖지 않은 것을 탐한 데서 비롯됐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있다. 다만, 반전의 핵심 고리에 다소 허술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8.09 23:02

성상납의 굴레…진실은?

영화 '노리개'는 잊혀진 한 사건을 일깨운다.한 여배우가 사회 유력 인사들에게 성상납을 강요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성상납을 받은 리스트가 떠돌면서 잠시 세상은 시끄러운 듯했지만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기소, 사법부의 재판을 거치면서 처음 거론됐던 이름들은 슬그머니 사라졌고 점점 대중의 뇌리에서도 잊힌다.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최승호 감독은 처음부터 고(故) 장자연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 도입부에는 '영화에 나온 인물과 사건은 모두실제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현실의 소재를 가져와 허구를 뒤섞어 그린 영화가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될 소지를 대비한 것인 듯하다.그럼에도 영화는 실제 일어난 사건과 겹치는 이미지들을 늘어놓으며 현실의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목소리를 띤다. 저예산영화치고는 짜임새 있는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이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인다.영화는 법정 공판 장면으로 시작한다. 여배우 정지희(민지현 분)가 자살한 뒤 그녀에게 성접대를 강요한 혐의로 소속사 대표인 차정혁(황태광)과 성접대를 받은 영화감독, 유력 언론사 사주(기주봉) 등이 고소된다.하지만 변호인 측의 교묘한 회피와 변론으로 피고인들의 혐의는 쉽게 입증되지 않는다. 유일한 목격자인 같은 소속사 여배우 '고다령' 마저 해외로 나가 증인으로 나타나지 않는다.열혈 기자 이장호(마동석)는 정지희가 성상납 대상 리스트를 적은 다이어리를 찾으려 애쓴다. 담당 여검사 김미현(이승연)은 고다령을 설득하기 위해 애쓰며 힘겨운 법정 공방을 이어간다.영화는 신인 여배우가 성상납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를 보여준다. 회사에서 빠져나오려면 수십 배의 위약금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나 일을 따내기 위해유력 인사들에게 몸까지 바쳐야 하는 상황은 우리 사회에서 신인 여배우들이 얼마나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는지 엿보게 한다.아울러 이 영화는 법정 드라마의 형식을 취해 가해자들이 진실을 덮으려 하는 추악한 행태와 피해자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맞닥뜨려야 했던 현실을 대비시키며 관객의 공분을 일으킨다.특히 마지막 선고 공판에서 판사가 최후 증거 채택을 거부하고 가해자에게 불리한 공소 사실 변경을 허락하지 않는 등 사법부가 가해자의 편에 치우진 모습은 영화'부러진 화살'을 떠올리게 한다.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4.19 23:02

유쾌한 로맨스 '로마 위드 러브'

"애들은 가라."주말 극장가는 '19금' 전쟁이다. 기존 '전설의 주먹', '연애의 온도'가 성인 관객들을 유혹했다면 이번 주말에는 '로마위드러브', '노리개', '공정사회' 등 그야말로 어른들 천국이다. 애들은 소외되겠지만 어른들은 신나는 주말이 될 듯.유럽 여러 도시를 돌며 영화를 찍고 있는 우디 앨런 감독이 이번엔 로마를 스크린에 담았다.우디 앨런 감독의 눈에 비친 로마는 사랑과 환상, 일탈이 가득한 곳이었던 듯하다. 여행을 하다 낭만적인 사랑에 빠지거나 좋아했던 스타를 우연히 만나거나 친구의 친구와 바람을 피우거나 평범했던 소시민이 갑자기 벼락 스타가 된다거나 하는 환상적인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곳 말이다.우디 앨런은 "도시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인, 세상 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내기엔 너무 굉장한 곳이 바로 로마"라고 말했다고 한다.그렇게 로마에서 받은 풍부한 영감을 감독은 4개의 에피소드로 담아냈다.로마에 여행을 온 헤일리(앨리슨 필 분)는 잘생긴 이탈리아 남자 '미켈란젤로'에게 길을 물어봤다가 그와 단번에 사랑에 빠진다. 둘은 결혼까지 약속하고 상견례를 위해 헤일리의 부모를 로마로 부른다.헤일리의 아버지인 제리(우디 앨런)는 은퇴한 오페라 감독인데, 미켈란젤로의 집에 왔다가 장의사인 그의 아버지가 샤워를 하며 오페라 아리아를 멋지게 부르는 걸 듣고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그를 무대에 세우려 한다.유명한 건축가 존(알렉 볼드윈)은 로마에 들렀다가 30년 전 로마에서 살던 집을 찾아다닌다. 우연히 젊은 건축학도 잭(제시 아이젠버그)을 만나고 잭의 연애사에 참견하게 된다.여자친구와 동거하고 있는 잭의 집에 여자친구의 친구인 '모니카'(앨렌 페이지)가 놀러오고 잭은 걷잡을 수 없이 그녀에게 끌리며 여자친구 몰래 바람을 피운다.시골에서 결혼해 로마에 정착하러 온 신혼부부 '안토니오'와 '밀리'는 일자리를소개해줄 삼촌을 만나기로 하는데, '밀리'는 미용실을 찾아나섰다가 길을 잃고 그 사이 호텔방에 콜걸 '안나'(페넬로페 크루즈)가 들어와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극히 평범한 남자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어느날 아침 집을 나서는데 기자들이 몰려와 마이크를 들이댄다. 영문도 모른 채 스타가 된 그는 감당할 수 없는 유명인의 삶을 괴로워하며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소연한다.'로마 위드 러브'의 4개 에피소드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환상적인 사건들과 과감한 일탈의 행위를 그려 짜릿한 대리만족의 쾌감을 안겨준다. 로마 같은 아름다운 여행지에서 이상형의 잘생긴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많은 여자들이 꿈꿔봤을 법한 환상이다. 우디 앨런의 기발한 상상력도 여전하다. 샤워를 할 때에만 노래를 잘하는 남자를 무대에 세우기 위해 기상천외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그의 재치와 유머에는 웃음만나온다.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4.19 23:02

브로큰 시티…추잡한 욕망 감춘 도시의 음모

뉴욕 경찰 빌리(마크 월버그)는 의문의 총격 사건에 연루돼 옷을 벗은 뒤 사설탐정으로 살아간다. 말이 좋아 탐정이지 불륜 현장을덮치고, 걸핏하면 싸움박질에 휘말리면서도 입에 풀칠하기조차 버겁다.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해고에 입김을 넣었던 뉴욕시장 니콜라스(러셀 크로우)에게서 거액의 사건 의뢰가 들어온다. 시장 부인 캐틀린(캐서린 제타존스)의 외도 상대를 알아내 달라는 것. 사건을 조사하던 빌리는 캐틀린의 불륜 상대로 알고 있던 남자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다른 음모가 숨어 있음을 알아챈다.영화 '브로큰 시티'의 소재와 줄거리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브루클린 다리같은 영화 속 배경처럼 전혀 낯설지 않다. 정치와 자본 권력, 수사기관의 결탁, 그 뒤에 얽힌 추잡한 욕망이 등장한다. 도시 빈민가의 재개발도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정치인들은 "새 낡이 밝았다"며 재개발의 희망을 부풀리고 장밋빛 약속을 남발한다. 하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오가는 재개발 사업 뒤에는 기업과 정계, 고위공직자 사회가 서로 돌고 돌면서 변신하는 회전문이 버티고 있다.영화는 돈과 권력을 차지하려고 온갖 비리와 부정을 서슴지 않는 무리 가운데도 양심을 지키려는 사람이 있음을 보여준다. 무리 안에선 배신자일지 모르지만 사회는 이들을 내부고발자라 부른다.영화는 단지 권력끼리의 결탁에서 그치지 않고 최소한의 본분은 한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긴다.그러나 자동차의 낡아빠진 시트를 가리키며 "가자 지구에서 사 왔냐"고 묻는 장면에선 할리우드에 습관처럼 배어 있는 지역, 인종, 종교에 대한 편견이 스쳐간다.한국영화 '달콤한 인생'(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작품의 연출로 결정된 알렌 휴즈가 감독이다. 알렌 휴즈는 쌍둥이 형제 감독 알버트 휴즈와 함께 '데드프레지던트' 같은 사회성 짙은 작품을 만들어오다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혼자 감독을 맡았다.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4.12 23:02

전설의 주먹…씁쓸한 현실에 날리는 통쾌한 한방

고등학교 시절 주먹으로 이름을 떨친 세 남자가 25년 만에 링 위에서 다시 만난다. 비루한 현실에 고개 숙이며 산 지 오래인 중년의남자들은 링 위에서 억눌린 분노를 폭발하고 세상을 향해 통쾌한 한 방을 날린다.강우석 감독의 19번째 영화 '전설의 주먹'은 40대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세상의 차디찬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격투 액션을 결합시켜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투캅스' '공공의 적' '실미도'처럼 코미디와 드라마, 액션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뒤섞어 대중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던 강우석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이번에도 비슷하게 이어졌다.조그만 국숫집을 운영하던 임덕규(황정민 분)에게 일반인 격투 오디션 프로그램인 '전설의 주먹' 프로듀서(이요원)가 찾아온다.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프로듀서는'사당고 전설'로 유명한 임덕규에게 상금이 탐나지 않냐며 출연을 제안한다.덕규는 처음엔 단칼에 거절하지만 딸아이 문제로 급히 돈이 필요해지자 상금을 따내기 위해 프로그램에 나간다. 링 위에 싸우게 된 상대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인 신재석(윤제문). 재석은 조폭으로 살아왔지만, 덕규는 녹슬지 않은 강펀치로 재석을 때려눕힌다.'전설의 주먹' 피디는 사당고 '싸움 짱'이었던 이상훈(유준상)에게도 접촉을 시도한다. 상훈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붙어다니던 재벌 3세 손진호(정웅인)가 경영하는 대기업에서 홍보부장으로 살고 있다. 회장인 진호는 룸살롱에서 벌인 폭력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훈에게 '전설의 주먹'에 나가라고 지시한다. 내키지 않지만 억지로 나간 상훈은 쉽게 첫 승을 거둔다.고등학교 시절 88올림픽 복싱 국가대표를 꿈꾸며 열심히 운동한 덕규는 대적할 자가 없었다. 덕규는 전학 온 학교에서 상훈을 만나 금세 친해졌고 우연히 길에서 싸움이 붙은 재석과도 친구가 된다. 하지만 복서로 성공하려던 덕규의 꿈이 부조리한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지고 세 사람은 함께 예기치 않은 불행에 휘말리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시청률을 높이려는 프로듀서는 토너먼트 형식의 '전설대전'을 기획해 그간 출연자들을 다시 불러내 맞붙게 한다. 세 사람은 각자 다른 사정으로 이 대회에 나가 최종 승부를 벌이게 된다.이 영화는 40대 주인공들의 현실 얘기와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가 두 축으로 펼쳐진다. 옛날 얘기가 단순히 회상 장면이 아니라 영화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핵심 드라마로 그려진다.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이라고 하기에는 이야기가 꽤나 비장하고 무거운 편이어서 영화 '친구'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가난한 집 아이들인 덕규와 상훈이 현실에서 그나마 성공하기 위해 복싱 챔피언을 꿈꾸거나 부잣집 아들의 '부하' 노릇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상황은 지금의 눈으로 봐도 슬프다. 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4.12 23:02

호스트…하나의 몸 두개의 영혼

한몸에 두 영혼이 산다. 게다가 한 영혼은 뇌에기생하는 외계 생명체.영화 '호스트'(감독 앤드류 니콜)의 주인공 멜라니(시얼샤 로넌) 얘기다.지구를 정복한 외계 생명체 '소울'에 붙잡힌 멜라니의 몸에 수많은 행성을 떠돌며 천년을 산 '완다'가 들어온다.몸을 지배하는 완다와 자기 몸에 갇힌 멜라니는 티격태격하면서 조금씩 서로 이해하게 되고 정이 들어간다.'트와일라잇' 시리즈 작가 스테파니 메이어의 작품이 원작인 이 영화는 적으로 만난, 너무나 다른 두 생명체가 어떻게 교감을 쌓아 가는지 기교 있게 담아냈다.하나의 몸을 가진 두 영혼이 서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자칫 유치할 수 있는 내용을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가면서 결말을 어떻게 끝낼까 궁금하게 만드는 잔재미가 있다.구성이 그리 치밀하지 않은데도 관객을 놓아주지 않는 건 잔잔한 스토리와 그 밑에 깔린 '관계'다.개별 생명체끼리의 관계, 사회와 사회의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하면 갈등을 풀 수 있는지 얘기한다. 영화를 요리조리 뜯어보면 현실과 어찌 그리 닮았나 싶다.특히 "어느 한 쪽이 혼자 살기 위해 다른 쪽을 죽이면 둘 다 죽을 뿐"이라는 메시지는 우리 현실에 묵직하게 다가온다.인상적인 장면도 여러 군데다.인간을 육체적 욕망이 강한 종족, 서로 죽이고 삶의 터전인 지구마저 죽이는 잔인한 종족이라고 말하는 소울의 무기에는 'PEACE'(평화)란 글자가 선명하다.소울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이라도 되는 듯 하나 같이 흰옷을 입는다.건물과 자동차 등 소울의 모든 것은 흠집도, 이음새도 하나 없는 완전무결한 금속이지만 상대적으로 너무나 허술한 헬기 내부 모습은 옥에 티다.이해와 양보, 희생, 배려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는 소울을 이길 유일한 무기는 역설적으로 사랑과 친절이라는 답을 내놓는다.영화에서처럼 정말 두 영혼이 한몸에 산다면 기분이 어떨까."번잡하다"(Crowded). 캐릭터들이 전하는 감정이다.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4.05 23:02

런닝맨…뛰고 또 뛴다 짜릿한 액션

봄꽃이 만개한 가운데 영화계에도 새로운 영화들이 대거 등장했다. 파파로티, 연애의 온도, 신세계 등 그간 흥행을 이어오던 영화들의 기세가 한풀 꺾인 자리에 액션, SF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자리했다. 골라 보는 재미가 있는 이번 주말 극장가가 관객들을 유혹한다.살인범으로 누명을 쓴 남자가 경찰과 악당들의 추격을 피해 도망친다. 총도 칼도 없는 이 남자가 가진 건 두 다리뿐.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는 수밖에 없다.영화 '런닝맨'은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무기 로비스트와 스파이가 등장하지만, 전혀 무겁지 않다. '리얼 도주 액션'이라는 카피 문구 그대로 달아나는 행위 그 자체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두 시간 내내 경쾌하게 이어진다.이 영화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이십세기폭스가 주요 투자자로 나서 일찍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결과물은 할리우드식의 매끈함과 한국식의 토속성이 꽤 잘 뒤섞인 것으로 보인다.자기 앞가림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35세 남자 차종우(신하균 분)는 일찍이 '사고'로 아빠가 돼 벌써 고등학생 아들의 학부형이 됐다. 고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열쇠따기, 도둑질을 전전하다 감옥에까지 갔다왔지만, 이제 카센터 직원으로 마음 잡고 살아보려 한다.다 큰 아들 기혁(이민호)은 멘사 회원일 정도로 두뇌가 뛰어나고 자존심이 세서 번번이 사고나 치고 다니는 철부지 아빠를 대놓고 무시한다.돈벌이를 위해 밤에 콜 전문 기사로 일하던 종우는 어느날 큰 돈을 제시하며 차에 탄 손님을 태우고 다니다 어느 순간 이 사람이 죽은 것을 발견한다. 시신을 차에서 끌어내는 모습이 주차장 CCTV에 찍히고 종우는 본능적으로 현장에서 달아난다.경찰에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해보지만 경찰은 이미 종우를 살인범으로 단정짓고 체포하려 한다. 자신의 말이 전혀 안 먹힐 것을 직감한 종우는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나기 시작한다. 게다가 종우의 휴대전화기에 전송된 사진 파일을 노리고 의문의 남자들과 국정원까지 출동해 종우를 쫓는다.이 영화는 큰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총알이 쏟아지고 화약이 터지고 건물이 부서지는 등의 화려한 볼거리는 등장하지 않는다.대신, 짜릿한 속도감이 돋보이는 영리하고 참신한 액션이 돋보인다. 서울 시내의 낯익은 공간을 밀도 있게 활용하면서 순간의 타이밍을 절묘하게 잡아내 시선을 집중시킨다.호흡의 적절한 완급 조절로 영화의 전체 리듬도 좋은 편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드라마가 액션 사이사이에 잘 녹아들었다.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4.05 23:02

【피치 퍼펙트】찐하게 웃기는 걸그룹

영화 '피치 퍼펙트'(Pitch Perfect)는 신나는 춤과 노래로 가득한 가볍고 유쾌한 뮤지컬 코미디다.제이슨 무어 감독의 작품으로 지난해 23개국에서 개봉해 제작비의 10배를 벌어들이는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OST가 아이튠즈 내려받기와 빌보드 사운드 트랙 부문 1위에 올랐다.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 보이즈투맨 '아일 메이크 러브 투 유'를 비롯해 팝명곡부터 최신 팝까지 27곡의 노래로 꽉 채워 템포가 경쾌하다.대학의 아카펠라 그룹인 '벨라스'는 남학생들로만 짜인 같은 학교의 맞수 '고음불패'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국제 대학생 아카펠라대회에 출전한다.언제나 똑같은 노래와 춤, 심지어 똑같은 유니폼에 얽매여 있던 벨라스가 우여곡절 끝에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몰라보게 성장한다.영혼이 자유로운 싱어송라이터 베카(안나 켄드릭), 덩치보다 풍성한 음량을 지닌 팻 에이미(레불 윌슨),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벨라스의 리더 오브리(안나 캠프) 등 다양한 캐릭터로 스토리의 단조로움을 극복했다.안전 제일주의자인 오브리는 독선과 전횡을 일삼으면서 구태의연한 스타일과 억지 화합을 고집한다. 그러다가 '코끼리 마취총에 맞은 것' 같은 관객들에게서 충격을 받은 멤버들의 반발에 부닥친다.소통과 어울림을 익혀가면서 생활 속 작은 민주화를 통해 모두가 리더인 조직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흥미롭다.동성애 문화까지 너그럽게 끌어안았지만 아시안으로 설정한 베카의 룸메이트 부분은 쓸데없이 편견만 드러낸 듯해 개운치 않다.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3.29 23:02

분노의 추적자…통쾌한 복수극·美 노예제 참상 여과없이 폭로

진실이란 원래 불편한 것일까 아니면 두 눈을 바로 뜨고 진실을 마주한다는 게 편치 않은 것인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미국의 옛 노예제도를 주제로 한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불편한 진실을 빼어난 솜씨로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남북전쟁 직전인 1850년대 말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참혹했던 노예제실상을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냉철하고 적나라하게 고발한다.흑인 노예 장고(제이미 폭스)는 무법자들에게 걸린 현상금을 먹고사는 닥터 킹(크리스토프 왈츠)의 도움으로 자유의 몸이 된 뒤 그와 함께 백인 무법자 '사냥'에 나선다.손발이 척척 맞는 환상의 복식조가 되면서 금세 정이 든 그들은 팔려간 장고의 아내를 찾으러 미시시피의 대농장 캔디 랜드로 향한다.먼 길을 달려간 그들은 무자비하고 잔인한 농장주 캔디(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그에게 무조건 충성을 바치는 흑인 집사 스티븐(사무엘 잭슨) 일파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사투를 벌인다.영화는 당시 횡행했던 노예 매매 실태와 이들의 처참한 생활상을 여과 없이 폭로한다.무거운 쇠고랑에 발목이 묶인 채 짐승처럼 끌려가거나 짐짝처럼 수레에 실려가는 것은 예삿일. 달아나다 붙잡히면 벌거숭이로 여러 날 땅속에 갇히는가 하면 심지어 사냥개한테 물어뜯겨 불우했던 삶마저 참혹하게 마감하는 일도 수두룩하다. 한 쪽이 죽을 때까지 뒤엉켜 싸우는 만딩고 격투에 내몰리는 노예들의 목숨은 개만도 못하다. 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3.22 23:02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 2…가슴 아픈 제주 4·3사건 재조명

"해안선 5㎞밖에 있는 모든 사람은 폭도다. 무조건 사살하라."1948년 11월 미 군정하의 당국은 제주도에 소개령과 함께 이런 명령을 내린다. 제주 4·3을 소재로 한 독립영화 '지슬'은 당시 무차별한 민간인 학살을 피해 산속 동굴로 대피한 주민들의 실제 이야기다.좁혀오는 포위망을 피해 황급히 몸을 피했지만 하루 이틀이면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갖고 나온 건 지슬이 전부. 지슬은 제주어로 감자다. 지슬은 그냥 감자가 아니다. 주민들을 지켜주는 유일한 식량이자 희망이다. 마을사람들을 서로 이어주는 매개이기도 하다.주민들은 동굴 속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감자를 먹으며 집에 두고 온 돼지 먹이 걱정을 하고 시집 장가 얘기 같은 평범한 일상을 두런두런 얘기한다.토벌대는 마을을 불사르고 학살을 자행하면서 동굴 속 마을사람들을 공격해오지만 주민들이 가진 무기라곤 매운 고추를 태워 낸 연기뿐이다. 영화는 선량한 마을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빨갱이' 딱지를 붙이는 토벌대의 만행을 낱낱이 폭로한다. 살인, 방화, 강간, 부하 폭행과 고문…이름도 없이 숨져간 희생자들의 제사를 지내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감독의 생각을 보여주는 듯한 흑백 화면은 영상미가 뛰어나다. 그대로 갈무리하면 아름다운 예술사진 못지않겠다 싶은 장면이 여러 곳이다.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3.22 23:02

좀비와 인간의 '명랑 로맨스'

좀비와 인간이 사랑을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영화 '웜 바디스'(감독 조나단 레빈)는 이런 재미난 상상을 유쾌하게 그렸다.자신이 누구였는지 기억조차 없는 좀비 'R'(니콜라스 홀트)은 폐허가 된 공항에서 무리에 섞여 무기력한 일상을 살아간다.먹이를 찾아 헤매던 R과 친구들은 좀비 거주구역에 들어온 아리따운 아가씨 줄리(테레사 팔머) 일행과 한바탕 격전을 치른다.R은 아름다운 외모에 총 쏘는 모습마저 눈부신 줄리에게 한눈에 반해 그를 해치려는 동료 좀비들로부터 구해낸다.R의 사랑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위기마다 몸을 던져 목숨을 구해주는 그를 보고 줄리도 조금씩 마음을 연다.좀비와 인간의 로맨스라는 색다른 소재를 액션과 유머로 깔끔하게 풀어냈다.줄리를 연기한 테레사 팔머의 매력이 돋보이고, 코믹스런 걸음걸이를 가진 좀비에서 근사한 청년으로 바뀌는 니콜라스 홀트의 변신도 볼 만하다.줄리의 아버지이자 좀비 퇴치가 지상목표인 카리스마 넘치는 장군 역은 존 말코비치가 맡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정신 없이 좀비가 등장하지만 공포스럽지 않고 해피엔딩의 전형이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가장 도드라지는 건 역시 재미지만 좀비와 인간의 관계 속에서 소통, 화합을 통한 치유란 메시지도 읽을 수 있다.이야기 구성과 전개, 결말은 소재만큼 신선하진 않다.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로, 아이작 마리온의 소설이 원작.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3.15 23:02

까칠선생·건달제자의 '감동 화음'

이번주 개봉작 중에는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만한 작품들이 많다. 새학기 시작과 함께 아무래도 학업에 부담이 많은 청소년들을 겨냥해서다. 경쾌하면서 코믹스런 작품들을 만나보자.스승과 제자의 사랑. 케케묵은 주제인 듯하지만, 잘만 변주해낸다면 이만큼 감동을 줄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들끼리 만나 나누는 무(無)에서 유(有)로의 감정 변화를 극적으로 펼쳐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파파로티'는 이런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를 웃음과 눈물이 버무려진 유쾌한 드라마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영화 속에 구현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사랑스럽고, 각각의 배역을 연기한 배우들의 앙상블이 아름답다.이탈리아에서 오페라 주역을 따낼 정도로 촉망받는 성악가였다가 병에 걸려 시골로 낙향한 '상진'(한석규 분)은 예고 음악 교사로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상진에게 교장(오달수)은 학교 실적을 내야 한다며 새로 전학 온 성악 천재 '장호'(이제훈)를 맡아 콩쿠르에 나가라고 지시한다.두 사람은 콩쿠르 준비를 본격 시작하고 장호의 실력도 점점 늘어간다. 하지만,폭력 조직은 장호를 쉽게 놔주지 않는다. 장호를 아끼는 부두목 '창수'(조진웅)가 장호를 보호하려 애쓰고 상진까지 나서 장호를 빼내려 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진다.영화 '파파로티'는 사회 주변부에 있는 인물의 인생 역전 성공담이라는 아주 익숙한 플롯을 가져왔다. 그만큼 이야기 전개와 인물 구도에서 상당한 전형성을 띠고 양념으로 곁들여진 에피소드들도 새로울 것 없이 익숙하다. 상투성과 촌스러움에빠질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이 영화는 익숙한 에피소드에 나름의 '엣지'를 넣어 조금씩 변주하고 고유의 맛을 살려냈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다 싶으면 뒤이어 참신한 대사나 상황이 튀어나와 기어이 웃음을 자아낸다. 편안한 재미 또는 식상함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영화는 매번 가벼운 '잽'을 날리며 재미있는 쪽으로 넘어간다.이런 재미를 살린 것은 탁월한 캐릭터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덕분이다.특히 두 주연 배우 한석규와 이제훈의 찰진 궁합이 웃음과 감동을 모두 잡아낸다. 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3.15 23:02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3D로 본다…'오즈의 마법사'

어린 시절 상상력을 자극한 프랭크 바움의 명작소설 '오즈의 마법사'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주인공 소녀 도로시다. 같은 이름의 영화(1939)에 출연한 주디 갈랜드를 단번에 세계적 스타로 만든 배역도 도로시였다.오즈의 마법사를 원작으로 한 3D 영화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감독 샘 레이미)은 도로시 대신 마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날개 달린 원숭이, 사자, 허수아비가 등장하긴 하지만 원작과는 그 역할과 비중이 크게 달라졌다. 캐릭터의 변화와 함께 이야기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각자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함께 여정을 떠난 도로시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사자 일행은 마술사, 도자기 소녀, 날개 달린 원숭이로 대체됐다.영화 '스파이더맨'에서 연출과 주연으로 호흡을 맞춘 샘 레이미 감독과 제임스 프랭코가 다시 콤비를 이뤘다. '아바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영상 작업에 참여한 로버트 스트롬버는 3D 영상을 책임졌다.시원한 폭포수 물줄기, 강의 요정이 물을 내뿜는 모습 등은 3D 영상 특유의 생생함을 잘 보여주지만, 기구가 나는 장면 등 일부에선 실사와 그래픽 사이에 약간의 이질감도 느껴진다.용기와 자신감처럼 개인 차원에 머물던 원작의 교훈은 이번 영화에선 착한 마녀와 나쁜 마녀의 싸움을 통해 백성의 뜻과 희망, 그리고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로 확대된다.영화 원작이 나온 지 100년이 훌쩍 넘었지만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부족함이없다.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3.08 23:02

[사이코메트리]만지면 보인다…경쾌한 스릴러

완연한 봄기운이 내린 주말 자연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신작 영화를 통해 봄바람 못지 않은 꽃미남 바람을 맞아보는 건 어떨까. 충무로의 젊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사이코메트리'에서 꽃미남 배우 김범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원작 오즈의 마법사를 재해석한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등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들을 유혹한다.김강우, 김범 두 젊은 남자배우가 펼치는 경쾌한 스릴러.초능력의 일종인 '사이코메트리'를 소재로 한 영화 '사이코메트리'는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보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지닌 인물과 관계에 집중하는 영화다. 그래서 스릴러 장르인데도 어둡거나 무섭거나 살벌한 느낌보다는 밝고 따뜻하고 경쾌한 정서가 강하다.3년차 강력계 형사 양춘동(김강우 분)은 평소엔 근무 태만으로 눈총을 사지만, 어릴 때의 아픈 상처로 인해 아동 실종 사건에 관해서는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다.어느 날 딸아이가 없어졌다며 찾아온 엄마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춘동은 유괴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다른 형사들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리고 며칠 뒤 아이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춘동은 기필코 범인을 잡겠다며 나선다.춘동은 며칠 전 우연히 골목에서 만난 수상한 청년(김범)을 떠올리고 그 청년이그린 벽화의 그림이 시신 발견 장소와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그 사이 또다시 아동 유괴 사건이 발생하고 춘동은 준에게 아이의 물건을 보여주며 범인을 잡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지만, 준은 그동안 세상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영화 속에서 두 주연배우가 뿜어내는 활기찬 에너지는 보기 좋다. 특별히 거부감이 드는 장면이 많지 않아 대부분의 관객이 부담 없이 편안하게 즐길 만하다. 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3.03.08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