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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슈렉포에버

큰 눈망울로 애원하던 고양이의 눈망울을 봤을 때 눈치 챘어야 했다. 현대의 브랜드를 빗대 웃겼을 때나 엉성하지만 정감 가는 주인공의 몸짓에서라도 마음의 준비는 했어야 했다. 언젠가 이 재미있는 시리즈가 끝나버릴 거라는 걸.2001년 '슈렉' 1편이 나왔을 때 애니메이션 영화가 이렇게 의미심장(?)할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미의 기준을 비꼬고 옛날 공주 이야기를 변신시킨 주인공이었기 때문.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는 영화계의 불문율을 깨고 이어진 후속작들은 점점 더 재미있어졌고 이제 그 끝에 도달한 것이다. 2010년 슈렉 시리즈의 완결편 '슈렉 포에버'다.괴물로 취급 받으며 외톨이 인생을 살던 슈렉(마이크 마이어스). 시간이 지나 어느덧 세 아이를 둔 가장이 됐다. 매일 같은 일상에 찌들어 무엇이든 마음대로 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찰라, 마법사 럼펠(월트 도른)이 그를 꼬드긴다. 새로운 하루를 주겠다는 것. 대신 과거의 하루는 포기해야한다는 조건을 건다. 슈렉은 에 서명을 하게 되고 럼펠은 슈렉이 태어난 날을 가져가는데. 결국 슈렉의 모든 과거는 사라질 위기. 피오나(카메론 디아즈)도, 동키(에디 머피)도, 장화 신은 고양이(안토니오 반데라스)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하루를 보내며 슈렉은 마법을 풀기위해 고민한다. 친구들과 왕국, 하나 뿐인 진실한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까?영화 '배트맨'이 '배트맨 비긴즈'로 그 시작을 뒤엎으며 진부함을 환기시켰다면 '슈렉 포에버'는 슈렉의 '배드캔 비긴즈' 같은 느낌이다. 1편의 영리한 위트와 재미를 항상 의식하던 후속작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완결 '슈렉 포에버'에 다다른 것. 1편의 아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책이었단 말이다.아쉽게도 시도는 좋았으나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진 않다. 가족과 사랑으로 대변되는 디즈니식 이야기로 결국 끝을 맺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새롭고 참신하게 느껴지던 슈렉 시리즈에 유일한 오점으로 남을지 모르겠다. 물론 슈렉의 기획의도에서 본다면 '가족과 사랑'이 오점이 될 수도 있지만 이야기 자체만으로는 역시나 '대박'임은 인정해야한다. 캐릭터들은 더 강해졌고 3D를 더한 볼거리는 풍부해 졌기 때문.OST 또한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다.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다양한 팝 음악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곡은 카펜터스(Carpenters)의 '탑 오브 더 월드(Top of the world)'. 유명한 이 팝송이 '슈렉'과 만나 재미를 더한다. 또한 밥 말리 (Bob Marley) 의 '원 러브(One Love)'는 장화신은 고양이가 기타를 연주하며 등장해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해 줄 것. 장화신은 고양이 목소리 더빙을 맡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직접 불러 더 신기한 기분이 들 것이다.이제는 끝나 버린 슈렉 시리즈를 아쉬워하며 1편부터 재 시청을 마음 먹은 관객이 있다면 기쁜 소식 하나. 장화신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장화신은 고양이: 괴물 킬러의 이야기'가 2011년 개봉한다.

  • 주말
  • 이지연
  • 2010.07.02 23:02

[볼만한 영화] 나잇 앤 데이

여름만큼 영화보기 좋은 계절이 없다. 극장은 시원하고 영화는 다양하니 말이다. 너무 많은 영화 종류에 고민이 될 수 있겠지만 고르는 방법은 간단하다. 액션영화나 공포영화라면 여름 한 기운을 마음 것 느낄 수 있을 것. 여름 영화로 완벽한 액션코미디 영화 '나잇 앤 데이'을 만자보자.▲ 나잇 앤 데이(액션, 로맨틱코미디/ 109분/ 15세 관람가)왕년의 스타라고 칭하기엔 아직도 정정한(?) 대표 꽃미남 배우 톰 크루즈와 건강한 미녀 카메론 디아즈가 만났다. 액션 영화라면 그냥 '아~'하고 넘어가겠지만 코미디가 섞인 액션 영화란다. '미녀 삼총사'에서 독특한 캐릭터로 웃게 만든 카메론은 그렇다 치더라고 멋있기만 했던 톰은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평범한 커리어 우먼인 준 헤이븐스(카메론 디아즈)는 공항에서 우연히 이상형의 남자 로이 밀러(톰 크루즈)를 만난다. 함께 보스턴 행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 둘. 준은 로이의 친절함에 두근대고 그와의 로맨스를 꿈꾸지만 그 설렘도 잠시, 그녀가 화장실을 가기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밀러는 비행기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자신을 스파이라고 소개하지만 준은 그의 정체를 믿기가 힘들기만 하다. 로이는 첨단 에너지원을 개발한 과학자 사이먼(폴 다노)을 보호하고 있던 도중 누명을 쓰고 쫓기는 중이라는 것.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준을 노리는 수상한 사람들이 나타나고 또 로이는 그 때마나 나타나 그녀를 구해주는데. 예측할 수 없는 사건과 배신이 난무하는 가운데 준은 로이를 믿어야 할지 혼란에 빠지지만 어느새 비밀 프로젝트에 깊이 휘말려 준과 함께 전 세계를 누빈다.'나잇 앤 데이'는 영화 '본 아이덴티티'를 떠오르게 만든다. 어떤 장면은 오마주를 보는 듯 닮아 있고 스토리는 '본 아이덴티티'에 로맨틱 코미디를 더한 모습. 사실 '본 아이덴티티'가 성인용 스릴감을 가졌다면 '나잇 앤 데이'는 전체관람가용 반전 밖에 안 된다. 로맨틱 큰 한 술이 들어가면서 아슬아슬한 맛은 좀 떨어진 듯. 미녀와 미남이 만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할리우드식 이야기도 좀 식상한 것이 사실. 하지만 하늘 땅 바다를 가리지 않는 스피드 있는 액션과 세계 곳곳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볼거리가 짜릿함을 준다. 더욱이 러브스토리가 함께 하지 않았나.감독인 제임스 맨골드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적이 있는 '3:10 투 유마(2007)'를 만들기도 했다. 서부 벌판을 배경으로 남자들의 세계를 그린 '3:10 투 유마'나 그의 2003년 작 '아이텐티티' 모두 독특한 구성이 눈길을 잡는데 '나잇 앤 데이' 또한 기대를 져 버리지 않는다. 세계를 돌아다니는 준과 로이의 배경전환이 흥미로운 것. 위험한 순간이나 시공간이 바뀔 때면 준을 기절시키는 로이, 그리고 깨어나 보면 전혀 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사건이 시작된다. 관객 또한 선물상자를 열기 전처럼 준이 기절할 때면 다음 사건으로 설레게 될 것. 또한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 두 명의 배우는 남녀 관객 모두에게 어필 하고 싶다는 감독의 속마음이 담겼다 . 2시간을 보내고 나면 자신이 영화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한 기분이 드는 걸로 보아 감독의 의도는 제대로 맞아 떨어진 듯하다. 톰이든 카메론이든 아직도 멋지고 예쁜 배우니까. 공평하게 50대 50의 비중이면 좋았을 걸 사실 '나잇 앤 데이'는 남자배우인 톰 크루즈에게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여성 관객이라면 짜릿한 대리충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영화 속 음모와 액션이 탄산 빠진 콜라 같을지 모르지만 팝콘 영화로는 더없이 좋은 작품. 그 동안 할리우드 흥행 영화를 보증한 두 배우라면 믿어볼만 하지 않을까.

  • 주말
  • 이지연
  • 2010.06.25 23:02

[볼만한 영화] 베스트 키드

▲ 베스트 키드(액션, 드라마/ 140분/ 12세 관람가)80년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베스트 키드'(1984)를 모르고 넘어갈 수 없다. 영화 자체도 유명 했지만 신인 배우였던 랠프 마치오를 탑 스타로 만들었고 영화 주제곡 '글로리 오브 러브(Glory of Love)'가 세기의 명곡으로 남는 역할도 해냈으니. 영화의 원제는 '카라테 키드'였지만 일본 문화가 어둠의 세계로 유통되던 그 시절의 상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베스트 키드'로 개봉했고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1편의 인기에 힘입어 3편까지 제작됐던 '베스트 키드'가 2010년 새롭게 만들어져 개봉했다.리메이크 된 영화 원제는 '카라테 키드(The Karate Kid)'지만 예전의 향수를 공략했는지 한국 개봉명은 여전히 '베스트 키드'. 의아한 건 이제 주인공이 배우는 건 가라테가 아닌 쿵푸인데 미국에서 조차 '쿵푸 키드'가 아닌 원작의 제목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제작자 마음이니 관객이 왈가왈부 할 수는 없지만 또 제멋대로 인 게 남았다. 바로 주인공 캐스팅. 랠프 마치오가 주인공을 맡을 당시 그의 나이는 22살이었지만 2010년 '베스트 키드'의 주인공은 갓 12살 소년이다. 바로 '행복을 찾아서'와 '지구가 멈추는'날에서 얼굴을 알린 제이든 스미스다. 사실 이 꼬마가 더 유명한 이유는 유명 배우 윌 스미스의 아들이라는 것. 이제 리메이크 된 '베스트 키드'의 제작자가 윌 스미스인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이렇듯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윌 스미스의 아들 띄우기(물론 공식석상에서 발표한 적은 없지만)' 가 의도됐다. 원작의 기본 줄거리만 빌려 왔을 뿐 배경도 주인공도 모두 바꿔버렸고 스케일은 훨씬 커져서 주인공은 금방 변신이라고 할 기세다.새로운 '베스트 키드'(2010)는 베이징이 배경이다. 엄마와 단 둘이 사는 흑인소년 드레(제이든 스미스)는 중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고 문화적 차이를 겪는다. 부적응과 인종차별,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하루 종일 중국인 일진 친구들을 도망 다니는 게 일인 드레에게 구세주가 나타났으니 바로 아파트 관리인 미스터 한(성룡)이다. 그는 드레에게 쿵푸를 전수해주고 결국 쿵푸 경기대회에서 멋지게 우승하게 되는데.제이든에게 집중하는 사이 희대의 액션 배우 성룡을 놓치고 있었다면 이 또한 윌 스미스의 계략이다. 각자 다른 이유로 결핍을 느끼는 드레와 미스터 한이 쿵푸로 공통점을 찾고 결국은 친구가 되는 스토리는 성룡의 액션 노하우 없이는 불가능 했을 것. 어째든 그는 지금도 중국을 대표하는 배우니까 말이다. 물론 과거의 영광의 생각하자면 조금 안타까운 것이 사실. 언제나 멋져 보일 것만 같았던 젊음도 사라지고 역할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딘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사실 '베스트 키드'는 액션 영화라기보다 쿵푸를 통해 자라나는 한 소년의 성장 영화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쿵푸로 동양을 이해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흑인 소년의 이야기랄까. 단순한 줄거리 속에 쿵푸라는 큰 틀을 가지고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은 간결하지만 실 수 없는 영화를 선사할 것. 비록 윌 스미스의 아들 띄워주기일망정 한 번쯤 속아줘도 될 듯 싶다.

  • 주말
  • 이지연
  • 2010.06.18 23:02

[볼만한 영화] A 특공대 vs 섹스 앤 더 시티 2

'남자 영화' '여자 영화'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더 좋아하는'영화가 있는 건 분명하다. 액션 신이 많은 '옹박'이나 주성치 영화들은 남자 관객이 훨씬 많으니까. 그래서 연인 사이나 이성 친구들끼리는 영화 고르기가 쉽지 않은 것. 보고 싶은 영화를 같이 봐주기로 한 죄로 남자친구와 'A 특공대'를 보러 가야한다는 K양은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개봉날 먼저 'A특공대' 봐줬으니까 '섹스 앤 더 시티2'는 두 번 보자고 할 거야!"당분간 연인들을 괴롭힐 '남자 영화'와 '여자 영화'의 대부. 지금 만나보자.▲ A 특공대(액션, 코미디/ 119분/ 15세 관람가)원작인 드라마 'A 특공대'는 미국 NBC가 지난 1983년 방영한 프로그램이다. 5시즌 동안 98개 에피소드로 방영된 인기 프로.이야기는 베트남 특공대원 일부가 무죄를 주장하며 삼엄한 경계를 뚫고 로스앤젤레스 지하로 잠적해버린 사건으로 시작한다. 그들이 신분을 감춘 채 자신들을 A특공대라 부르고 있으며 누구도 해결 못하는 일을 해결해주는 것. 이들은 서로에게 한니발(조지 페퍼드), 멋쟁이(더크 베네딕트), B.A(미스터 T), 머독(드와이트 슐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시보레 밴을 타고 미국을 누비며 사건을 해결했다. 5시즌 동안 비슷비슷 이야기 포맷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흥행을 누렸고 첫 시즌에는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실 이야기나 연출 모두 완성도에서는 모두 떨어지는 드라마였지만 80년대 남성의 패기와 과장된 액션이 그 당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그럼 영화로 돌아온 2010년 'A 특공대'는 어떨까. 이미 감독은 원작처럼 쉽고 가벼운 이야기는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팬들 또한 원작에 비해 좀 더 논리적이고 정교한 액션신이 영화를 채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상처럼 'A 특공대'는 과거의 그 것과는 많이 다른 형태로 완성됐다. 드라마의 마초는 그대로 담겨있지만 현대의 기술이 'A 특공대'를 배트맨이나 아이언 맨으로 만든 것. 80년대의 유치함을 기술로 덮으려 했으나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하지만 드라마에 대한 오마주도 충분하고 그때의 혈기도 그대로 남아있어 원작을 기억하는 30대라면 꼭 볼 것. 오프닝 음악도 유쾌함도 여전하니 말이다. 자막이 올라간 뒤 숨어있는 장면도 놓치지 않고 나오길.▲ 섹스 앤 더 시티 2 (드라마, 멜로/ 144분/ 청소년 관람불가)'섹스 앤 더 시티'가 영화로 나왔을 때 드라마 팬으로서는 좀 혼란스러웠다. 그냥 드라마로 다음 시즌이 나왔으면 했던 것. 어떻게 사랑 얘기를, 도시와 성에 관한 얘기를 2시간 만에 뚝딱하겠단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남자들이 보면 패션이 넋 나간 헤픈 뉴욕 여자들에 관한 얘기지만 극 중 주인공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가 내레이션으로 뱉는 대사들은 여자의 가슴에 비수를 던진달까.이미 '섹스 앤더 시티 1'에서 결혼까지 하고 행복하게 사는 이들에게 고민은 뭔가. 바로 '결혼'이다. 2년차 주부 캐리의 고민은 더 이상 새롭지 않은 남편 빅(크리스 노스). 그녀의 친구들도 만만치 않다. 사만다(킴 캐트럴)는 노화억제를 위한 알약을 먹느라 바쁘고, 샬롯(크리스틴 데이비스)은 아이들에게 치여 우울하다. 엄마이자 변호사인 미란다(신시아 닉슨)는 가정도 일도 모두 걱정. 그래서 이들은 고민을 떨치기 위해 아부다비로 휴가를 떠난다. 하룻밤 2200달러 리조트를 즐기는 이들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고 이로인해 캐리는 결혼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섹스 앤 더 시티 2'는 걱정만큼 드라마나 1편만은 못하다. 하지만 패션이라든지 눈요기를 위한 것이라면 전작들 보다는 훌륭. 하지만 역시 원작의 매력이 아쉽기만 한 속편 되겠다. 전작보다 못하다는 평이 우세하지만 남자친구들은 여자 친구를 위해 극장을 찾는 것이 좋겠다. 전 시리즈를 다 모았는데 마지막 조각만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냥 3편이 나오지 않기만을 바라기나 하자.

  • 주말
  • 이지연
  • 2010.06.11 23:02

[볼만한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 vs 방자전

늘 그랬던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하면 주목 받기는 힘들다. 반대로 예상 밖의 행동을 하면 관심은 받을 수 있겠지만 평가는 냉정하게 작용한다.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과 '방자전'은 사람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늘 그랬던' 박중훈과 '그럴줄 몰랐던' 조여정 때문. 코믹 연기의 달인답게 로맨틱 코미디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으로 돌아온 박중훈의 연기와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방자전'의 춘향 조여정을 만나보자.▲ 내 깡패 같은 애인(코미디, 드라마/ 105분/ 15세 관람가)박중훈이 훌륭한 배우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는 이전 영화에서 참패를 했고 다시 택한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총 예산 9억원의 소규모 영화다. 상대 여배우는 누군지 알 듯 말 듯한, 영화배우로 치면 신인. 박중훈의 평소 레벨을 생각한다면 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늘 하던 코믹 연기라 관객의 기대치는 최상이요, 관심은 최하인데 말이다. 이렇듯 박중훈을 중심으로 본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은 딱히 관심 가는 영화가 아니다. 그러나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담은 세진(정유미)의 이야기가 더해져 웃겨도 그저 웃어넘길 수 없는 현실이 넘쳐난다.삼류건달 동철(박중훈)의 반지하 옆집으로 참하게 생긴 젊은 여자 세진(정유미)이 이사 온다. 그녀는 서울에 취업해서 올라온 지방대생. 이전에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면서 다시 열심히 이곳저곳 면접을 보러 다니는 중이다. 동철은 비 오는 날 면접을 보러 가야 하는 세진의 우산을 들고 나가버려 그녀를 어이없게 고생시키기도 하지만, 영양실조로 쓰러진 세진을 응급실로 옮겨다 줄 정도로 착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는 사이 둘은 가까워지고 동철은 세진이 고향집에 데려갈 가짜 남자친구 행세까지 해주게 되는데.세대가 다른 두 배우를 예쁘게 묶어낸 감독의 역량이 돋보일 뿐 아니라 절대 오버하지 않는 정도가 부러운 영화. 억지스럽지 않은 이야기 전개와 소소한 디테일들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군더더기 없이 기분 좋게 울리고 슬프게 웃긴 한국형 로맨틱코미디.▲ 방자전(드라마/ 124분/ 청소년 관람불가)'방자전'을 보고 왔다고 하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하녀'보다 야해?"였다. 영화 홍보를 처음부터 그렇게 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궁금해 할만도 하지만 보고 온 사람으로서는 어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특히 영화 '하녀'와 비교 하기는 불가능. '야함의 정도'는 둘째 치고 '야함의 종류'가 다른 영화기 때문이다.몽룡(류승법)을 따라간 곳에서 기생의 딸 춘향에게 한 눈에 반해 버린 몸종 방자(김주혁). 몽룡 또한 그녀를 눈여겨본다는 사실에 마음을 접으려 하지만, 자신을 하대하는 몽룡의 태도에 적개심으로 춘향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 버린다. 춘향 역시 방자에게 흔들이고 결국 방자는 춘향을 품게 되는데. 하지만 신분 상승의 꿈을 접을 수 없는 춘향은 몽룡이 과거 시험을 위해 한양으로 떠나기 전 정인 서약을 맺게 되고 방자는 이를 알면서도 춘향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고 장원 급제한 몽룡이 돌아오자 몽룡은 춘향에게 더 큰 출세를 위해 모종의 거래를 제안하는데.'방자전'은 우리가 흔히 아는 춘향전에 비해 원초적이고 욕망적이다. 모든 이야기의 흐름이 인간의 성적 욕망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 야하기만 하다면 억지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춘향전을 보며 궁금했던 '방자는 뭐 했을까?' '인물은 춘향이가 나을 텐데 방자는 향단이로 만족했나?' 같은 호기심이 멍석을 깔아 줬기에 충분히 가능한 얘기처럼 보인다.'음란서생'을 만들었던 김대우 감독의 차기작으로 '음란서생'에서 보여줬던 위트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고전 「춘향전」을 잊고 관람한다면 풍자와 해학을 마음 것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0.06.04 23:02

[볼만한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이도 저도 아닌 웬만한 영화들 보다 애니메이션이 낫다는 애니메이션 추종자로서 '드래곤 길들이기'의 등장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3D영화로서의 본분도 잊지 않았을 뿐더러 애니메이션이라고는 믿기 힘든 질 좋은 감동까지 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이라고는 픽사나 디즈니사가 만드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면 '드래곤 길들이기'는 제대로 된 충격이다.◆ 드래곤 길들이기 (애니메이션, 판타지/ 98분/ 전체 관람가)바이킹이 모여 사는 마을. 우람한 바이킹이 되고 싶지만, 근육도 없고 용기도 없는 소년 히컵이 등장한다. 그는 손재주는 있지만 싸움재주는 전혀 없는 소년.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만든 돌팔매 투척기로 용 한 마리를 쓰러뜨리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 히컵은 다른 용을 발견하지만 그 것은 용 중에서도 가장 무섭다는 나이트 퓨어리. 히컵은 용을 죽여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에게 영웅심을 뽐내려 하지만, 목숨을 체념한 듯한 용의 눈빛을 보고는 칼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이 일로 용과 히컵은 친구가 되고 히컵은 이빨 없는 용에게 투슬리스(toothless)란 이름을 붙여주게 된다. 한편, 바이킹 족장인 아버지의 강요로 바이킹 훈련에 참가한 히컵은 수많은 용들과의 대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투슬리스와 함께 놀면서 용의 생태적 습성을 파악한 히컵은 훈련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그러나 마을의 바이킹은 일생을 바쳐 용과 전쟁을 벌여야 하는 숙명. 히컵은 운명적 과제와 투슬리스와의 우정 사이에서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영화 '드래곤 길들이기'는 영국 작가 크레시다 코웰이 2003년에 펴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자체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일까. 이야기 자체는 특별히 새롭거나 어렵지 않다. 오히려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 봤던 인간 소년과 외계인의 우정을 그린 'E.T'의 답습 정도로 보인다. 영화의 공동 연출자인 크리스 샌더스가 "'E.T.'나 '검은 종마'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히컵이 투슬리스의 얼굴을 처음 만지는 장면을 구성할 때 '검은 종마'를 이야기했다. 해변에서 함께 석양을 바라보는 장면은 그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미 '드래곤 길들이기'는 많은 영화들의 오마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곤 길들이기'가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3D영화의 본분을 다 해냈고 짜임새 있게 풀어내는 스토리 전개와 개성 강한 다양한 캐릭터들의 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린애들만 가능할 것 같은' 깊은 상상력과 '어린애들 보는 애니메이션'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아까운 삶의 철학이 잘 엮여 있는 점도 '드래곤 길들이기'의 강점.점점 더워지는 날씨와 이유없는 스트레스에 상처 받는 어른들이라면 '드래곤 길들이기'를 꼭 3D로 추천하고 싶다. 영화에 등장하는 공중 비행씬은 3D 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는 '아바타' 와 비교해도 섭섭하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영화 티켓 값으로 드넓은 자연을 360도로 회전하며 마음 것 날 수 있다.

  • 주말
  • 이지연
  • 2010.05.21 23:02

[볼만한 영화] 하녀

제 63회 칸 국제영화제가 12일 개막했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세계적인 영화제이지만 유독 올해는 더욱더 관심이 간다. 바로 한국 영화 '시'와 '하녀' 두 편이 나란히 경쟁부문에 올랐기 때문. 또한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와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비공식 부문인 비평가 주간에, 세종대 재학생인 김태용 감독의 '얼어붙은 땅'이 학생부문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되기도 했다. 점점 더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영화의 매력을 논하자면 한 두가지로 끝나지 않겠지만 분명 그 이유는 있을 것. 칸이 선택한 '하녀'를 통해 그 비밀을 훔쳐보자.▲ 하녀(스릴러/ 106분/ 청소년 관람불가)이혼 후 식당 일을 하면서 살아가던 은이(전도연)는 유아교육과를 다닌 이력으로 상류층 대저택의 하녀로 들어가게 된다. 완벽해 보이는 주인집 남자 훈(이정재), 쌍둥이를 임신 중인 세련된 안주인 해라(서우), 자신을 엄마처럼 따르는 여섯 살 난 '나미', 그리고 집안 일을 총괄하는 나이든 하녀 병식(윤여정)과의 동거 생활은 낯설지만 새롭고 즐겁게 느껴진다. 그러나 어느 날, 주인 집 가족의 별장 여행에 동행하게 된 은이는 자신의 방에 찾아온 집주인 훈의 유혹에 이끌려 육체적인 관계를 맺게 되고 행복한 기분마저 느끼게 된다. 그리고 훈과 은이의 이 위험한 애정행각은 해라의 눈을 피해 계속되고 이들의 관계는 격렬해져만 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식은 이 비밀스런 사이를 눈치채게 되고 평온하던 대저택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영화 '하녀'는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칸 영화제 출품작으로서, 칸 영화제에서 이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전도연이 주연을 맡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고 김기영 감독의 영화를 리메이크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더욱이 1960년대 원작인 '하녀'는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특별한 애정을 보인 영화로 인정받고 있던 영화. 이 엄청나다면 엄청난 영화가 임상수 감독의 손에 되살려 진다니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었다.사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리메이크라고 부르기는 조금 부족하다. 소재와 바탕을 빌려와 뼈대가 같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위에 붙여낸 살점은 모두 임상수 감독의 것인 것. 그래서 원작과 달라진 모습에 실망하는 원조 팬들이 있겠지만 2010년 '하녀'는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충분하다. 새롭다고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원작과의 비교 없이 '새로운 영화'로만 본다면 부족함이 없겠다.'하녀'의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그 의미를 설명하자면 구차하고 복잡해진다. 이미 먼 옛날 사라진 계급제도를 가지고 돌아와 정작 60년대 하녀를 부렸을 중산층을 현재의 하녀로 만들고 대한민국 1%에 속하는 상류층을 등장시킨 것. 항상 상대적인 우리네 관계가 현대에 와서 어떻게 변했는지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다. 더욱이 당하기만 하던 은이가 어느 순간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고 이어지는 충격적이고 대담한 결말은 소름끼치게 차갑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감정들이 섞이면서 한 마디로 형용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하녀'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배우들의 노출연기다. '바람난 가족' 등 임상수 감독의 전작들이 그러했듯 '하녀'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오히려 다른 영화들 보다 그 수위는 낮은 편. 눈으로 오는 자극 보다는 대사로 오는 자극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참고로 영화에서 대사로 등장하는 '아더메치'는 1960년에 유행했던 유행어로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다'라는 말의 앞글자만 따 만든 단어이다. 은이의 감정과 영화 '하녀'가 보여주고자 하는 현실이 바로 '아더메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 주말
  • 이지연
  • 2010.05.14 23:02

[볼만한 영화] 친정엄마

5월 8일은 어버이날. 부모님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를 꼽아봤다. 어린이 날이나 크리스마스를 타깃으로 한 영화들은 그렇게 많은데 어버이날을 위한 영화는 없는 현실이 마음 아프게 느껴질 정도. 오랫동안 극장과 떨어져 지내신 부모님을 위해 이번 주말은 영화관 나들이 어떨까.▲ 친정엄마(드라마/ 108분/ 전체관람가)세상 모든 엄마들이 아들 선호사상을 펼칠 때, 딸 예찬론을 펼친 엄마. 의도는 좋았으나 아무 때나 전화하고 찾아오는 엄마가 딸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딸까지 있는 5년차 주부가 된 딸이 아직도 아이처럼만 보이는 엄마와 엄마의 태도가 싫은 딸은 여전히 티격대격이다.어린 시절부터 똑 부러지는 성격을 가졌던 지숙(박진희)은 유능한 방송작가가 되고 결혼을 해 아이엄마가 됐고, 엄마(김해숙)은 여전히 품 안의 자식을 보듯 불안해한다. 이렇게 우리네 곁에 있을법한 이 평범한 모녀지만 어느 날 그들에게 변화가 찾아온다.영화는 고향 가는 기차를 타기위해 서울역을 찾은 지숙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기차에 몸을 실은 그녀가 내레이션을 시작하면 영화는 곧 그녀의 어린 시절 회상으로 이어지고 그녀가 좋은 상황에서 고향에 가는 것이 아니며 고향마을이 부유하거나 번화한 곳이 아님을 눈치 채게 된다. 제법 괜찮은 유년시절을 보낸 지숙이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그녀의 고민은 깊어진다. 초라한 엄마와 술에 절어 살면서 엄마를 학대하는 아빠가 싫지만 빨리 고향을 벗어나겠다는 마음으로 사춘기를 버틴 것.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서울로 떠난 지숙. 그리고 영화는 회상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온다. 이때부터 시작되는 모녀의 사정은 이렇다. 영화 초반부터 딸려있던 지숙에게 '안 좋은 일'은 바로 그녀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온 것이고 지숙은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채 엄마와 2박 3일을 보낸다. 그리고 그 여정을 끝낸 후 엄마는 딸의 상태를 알게 된다. '친정엄마'는 '울고 짜는' 판에 박힌 내용을 추려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대가로 오래된 신파극의 느낌은 나지 않지만 슬픈 건 슬픈 것. 특히 엄마가 딸의 죽음을 알지 못하고 딸이 좋아하는 반찬으로 밥상을 차려주는 장면은 그저 '슬프다'라고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미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가장 슬픈 장면으로 꼽는 부분은 사진관에서 두 사람이 사진을 찍는 신. 일상의 어떤 일을 다시는 같이 할 수 없다는 애잔함과 함께, 영정을 연상시키는 행동은 눈물 한 바가지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물론 한 모녀의 이야기에 죽음, 특히 병에 걸려 죽게 된다는 설정은 딱히 새롭다는 느낌은 없고 오히려 뻔한 이야기에 가깝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아기자기하고 재미와 감동이 함께 있어 부족함이 없다. 더욱이 멋을 낸 느낌이 없어 관객이 '내 이야기 같다'라고 느낄 수 있는 솔직한 영화.정작 엄마는 아들을 더 사랑할지 모르지만 당신과 꼭 닮은 딸이 당신보다는 잘 살기 바란다. 비단 결혼한 딸만이 아니다. 아직 사춘기에 있는 중고등학생도, 대학이나 직장을 위해 엄마 곁을 떠나있는 사람도, 결혼을 앞두거나 아이를 이미 가진 엄마가 된 사람도 결국 처음은 누군가의 딸이다. 모든 딸들과 딸을 둔 엄마,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이 될 영화다.

  • 주말
  • 이지연
  • 2010.05.07 23:02

[볼만한 영화] 아이언 맨2

▲ 아이언 맨2(액션, SF/ 125분/ 12세 관람가)오 통제라. 골라먹는 재미도 적당해야 하는데 이번 주는 버겁게 느껴질 정도다. 더욱이 전주국제영화제 까지 개막해 재미있는 영화가 넘치고 또 넘친다. 이 때 밖에 볼 수 없는 특별한 영화제 영화들도 많지만 개봉을 손꼽아 기다려온 영화가 있기에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슈퍼히어로 치곤 나이도 많고 사실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 그, '아이언 맨 2'가 드디어 극장가를 찾았다.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언 맨'은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슈퍼 영웅과는 거리감이 있다. 슈퍼맨처럼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능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스파이더맨처럼 다른 종의 능력을 갖게 된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인간이자, 40대 아저씨일 뿐이다. 초자연력이 아닌 기술의 힘을 이용한 만들어진 히어로인 것. 이처럼 '진짜 슈퍼 영웅'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이언 맨'이 2008년 1편을 개봉했을 때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주인공인 토니가 타고 나왔던 차 아우디의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였으니 짐작은 갈 것이다. '아이언 맨'은 천재적인 두뇌와 재능으로 세계 최강의 무기업체를 이끄는 CEO이자, 타고난 매력을 가진 남자, 억만장자 토니 스타크(로보트 다우니 주니어)가 등장하며 시작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새로 개발한 신무기 발표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 그는 게릴라군에게 납치되고 새로운 무기를 개발할 것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그는 게릴라군을 위한 무기 대신 탈출을 위한 도구를 개발한다. 바로 아이언 맨의 수트 Mark1. 1편의 이야기가 아이언 맨의 수트 개발과 세계 평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2편은 좀 더 다각화 됐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라이벌이 등장하고 다른 아이언 맨(토니가 입는 것과 같은 수트를 입은)이 나타나는가 하면 아름다운 여성들과의 관계도 놓치지 않는다. 출연진에도 변화가 있다. 주인공 토니 스타크 역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스타크의 충실한 비서 페퍼 포츠에 기네스 팰트로우가 전편에 이어 출연하지만 전편의 테란스 하워드가 연기했던 제임스 대령 역할은 연기파 배우 돈 치들로 교체됐다. 연기가 부족하거나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전편과의 통일성은 생각한다면 아쉬운 부분. 더욱이 제임스 대령은 2편에서 아이언 맨의 파트너 워머쉰으로 본격적으로 극의 중심에 떠오르게 돼 안타깝다.영화 '아이언 맨'의 매력을 꼽으라면 적재적소에 터지는 액션과 심각하지만 쉬운 스토리를 들 수 있는데 2편에서는 더욱 강해진 모습이다. 그래픽과 액션은 더 화려해졌고 캐스팅도 훌륭해 '아이언 맨'이 가진 장점을 잘 살린 것. 다만 1편에서 돋보였던 위트는 사라진 느낌이다. 섬세한 맛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눈이 즐기는 즐거움으로 위안을 삼아도 좋을 듯싶다.우리나라 불법복제 시장을 무서워했는지 아니면 팬들의 호응에 보답하고 싶었는지 우리나라 개봉일은 미국보다도 빠른 4월 29일. 미국은 그 다음 주인 5월 7일이며 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 개봉일이 가장 빠르다고 한다.

  • 주말
  • 이지연
  • 2010.04.30 23:02

[볼만한 영화] 허트 로커

▲ 허트 로커(전쟁, 액션/ 130분/ 15세 관람가)전쟁은 총, 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욕심의 연장이자 경제와 정치의 일부분이다. 자기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시작했던 전쟁이지만 더 이상 그런 이유로만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인간의 역사가 진화 한 만큼 끔찍하고 참혹하게 변해버린 전쟁. 그 전쟁 안에서 변해버린 한 인간의 이야기가 전쟁을 더 사실적으로 전하는 영화가 나왔다. '허트 로커'를 만나보자.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폭발물을 제거하는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EOD. 예기치 못한 사고로 팀장(가이 피어스 분)을 잃은 EOD팀에 윌리엄 제임스(제레미 레너)가 새로운 팀장으로 부임한다. 하지만 그는 독단적 행동으로 팀원들을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뜨리고 마는데.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폭발물과 시민인지 테러리스트인지 구분할 수 없는 낯선 사람들 속에서 EOD팀은 극한 긴장감과 불안감에 빠지고 힘든 상황. 제임스의 무리한 임무 수행은 팀원들 간의 갈등까지 깊게 만든다. 계속되는 공포 속에 본국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하루가 1년 같이 느껴지고 드디어 제대까지 남은 38일. 과연 이들은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허트 로커'의 가장 큰 장점은 이 영화가 전쟁영화이지만 전쟁이 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차하면 미국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는 예민한 사안을 영화로까지 만든 의도가 궁금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라크와 미국의 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 중독된 한 남자 제임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전쟁의 참혹함을 가장 잘 전달하는 매개체 일 뿐 아니라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창조자이기도 한 것. 그로인해 보통 전쟁영화에서 보게 되는 화려한 결투나 총격신이 없음에도 배우가 느끼는 긴박감을 그대로 느끼게 된다. 제임스의 병적인 전쟁 중독은 전쟁 자체가 액션이 아니라 공포임을 대변하고 있다.'허트 로커'는 아카데미 6개 부분을 수상한 엄청난 이력과 함께 여성감독이 그려낸 전쟁영화라는 점으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감독이 여성이라는 이력을 밝히는 것이 이상하리만큼 영화는 리듬감이 뛰어나고 관객의 감정이입을 최대로 끌어 올리고 있다. 처음부터 영화는 '전쟁은 마약과 같다'는 대 전제 하에 그 이야기를 잘 따라가고 있으며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추임새도 적절이 잘 사용하고 있는 것.전쟁에 대한 심오한 고찰까지는 아니더라도 심장이 한껏 오그라드는 긴장감을 즐기고 싶다면 당분간 이만한 영화는 없을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0.04.23 23:02

[볼만한 영화] 베스트셀러

▲ 베스트셀러(미스터리/ 117분 15세 관람가)잘생긴 남자 배우를 편애하는 불친절한 영화 관람객이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좋아하다 못해 존경마저 하는 여자 배우가 있으니 바로 엄정화다. 우리에게는 섹시 여가수로 먼저 이름을 날렸고 이후에는 드라마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영화는 또 어떤가. '인사동 스캔들(2009)' '해운대(2009)' ' Mr. 로빈 꼬시기(2006)'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 등 역할을 불문하고 배역에 딱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엄정화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다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대단하다고 느끼는 점은 어떤 일을 할 때 다른 직업이 겹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연기와 노래를 모두 잘하는 만능엔터테이너라도 노래 부르는 모습에서 연기자의 모습이 보이고 연기 하는 동안에도 가수의 이미지가 오버랩 되기 마련. 하지만 엄정화는 '그녀가 가수였던가?' 혹은 '드라마도 찍었던가?'하는 의문마저 들지 않게 현실의 배역에 완벽한 모습을 보인다. 그동안 가수로서의 배역에 충실했던 그녀가 가족과 직업을 가진 엄마 역의 배우로 돌아왔다. 무대에서 어필하던 섹시함은 사라졌고 절박함과 섬뜩함만이 남았다. 이제 40대가 된 여배우의 또 다른 변신을 만나보자.10여 년간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군림한 백희수(엄정화). 하지만 발표한 신작 소설이 표절했다는 혐의를 받게 되고 하루아침에 사회적 명성을 잃게 된다. 남편(류승룡)과도 별거 상태로 더 이상 책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오랜 친구인 출판사 편집장의 권유로 시골의 외딴 별장에 내려가게 된다. 하나 뿐인 딸과 내려간 별장은 스산하기만 하다. 2층 구석방은 굳게 잠겨있고, 집안에는 알 수 없는 진공소리가 들리는 것. 작업실 천정에 점점 번져가는 곰팡이는 섬뜩한 기분마저 든다. 그리고 어느 날 부턴가 딸 연희는 '언니'라는 알 수 없는 정체와 대화를 하기 시작하는데. 창작에 목말라 있던 희수는 연희가 들려주는 별장에서의 섬뜩한 이야기에 집착하고 결국 그 이야기로 소설을 완성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소설을 발표하지만 이 이야기조차 이미 10년 전 발표된 소설과 같음이 밝혀지면서 표절 논란에 휩싸이게 되고, 희수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이야기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다시 별장으로 내려간다.'베스트셀러'는 그렇게 독특한 영화는 아니다. 섬뜩한 별장이라는 공간은 '장화,홍련'이 생각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은 많은 미스터리물이 거쳐 간 전적을 고스란히 밟고 있기 때문. 그래서 '베스트셀러'는 후반부로 갈수록 뒷심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이 그려지는 부분이라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미스터리와 공포를 잘 비며 낸 감독의 솜씨로 그 빈 공간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또한 잔잔한 반전들이 더해져 단순해 질 수 있는 드라마를 역동적으로 완성시켰다. 이것은 다양한 영화들의 조감독을 했던 신인감독 이정호의 역량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며 앞으로의 그의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앞서 말 한 것처럼 이 영화의 핵심은 엄정화다. 더 편해진 연기와 직장과 엄마 사이의 갈등, 점점 예민해져 가는 모습 등 연기자로서의 그녀의 모습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에 박수를 치게 될 것. 영화에 등장하는 아역배우 박사랑과 류승룡, 이성민 등의 조연배우들도 빼 놓을 수 없는 영화의 별점 요소다. 간간히 웃음을 주기도 하고 극의 활력소가 돼주기도 하며 궁금증을 갖게 하는 매체가 되기도 한다. 또한 '베스트셀러'에는 숨은 배우 최강희가 있다. 희수가 작업 중 듣게 되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그녀.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재밋거리기도하다.

  • 주말
  • 이지연
  • 2010.04.16 23:02

[볼만한 영화] 프로포즈 데이

▲ 프로포즈 데이(로맨스, 코미디/ 100분/ 12세 관람가)나올 때가 됐지 싶었다. 봄꽃이 만개하기 시작했으니 사랑이야기가 제격 아닌가. 가슴 설레게 하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모여 웃음과 사랑을 전하는 영화가 한 편 있었으면 싶었다. 비록 이 전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의 답습이 될 수도 있지만 주인공도 멋지고 화면도 훌륭하다. 꽃 피는 춘(春) 사월 영화 '프로포즈 데이'를 만나보다.안정된 직장에 고급 아파트 입주를 앞둔 골드미스 애나(에이미 애덤스). 완벽한 그녀에게 고민은 단 하나 뿐 이다. 4년 동안 연애 중인 의사 남자친구가 아직까지 청혼을 하지 않은 것. 프로포즈를 받을 거라 생각했던 4년차 기념일에 돌아온 선물은 청혼 반지가 아닌 귀걸이였다. 더욱이 이 선물을 남긴 남자친구는 훌쩍 아일랜드로 출장을 가버리는데. 청혼을 못 받아 끙끙 앓던 애나는 '아일랜드에선 2월 29일, 여자가 남자에게 청혼하면 무조건 승낙해야만 하는 풍습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남자친구의 출장지인 더블린으로 떠난다. 그러나 악천후로 여행은 꼬이기 시작하고, 2월 29일에 맞춰서 남자 친구가 있는 더블린에 꼭 도착해야만 하는 애나는 아일랜드 토박이 까칠남 데클랜(매튜 구드)에게 안내를 부탁한다. 한시가 급한 애나와 달리 느긋하고 무뚝뚝한 데클랜 때문에 둘은 사사건건 충돌한다. 정 반대인 두 사람은 결국 미묘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마침내 남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할 순간, 과연 애나의 운명의 남자는 무엇일까?이렇게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따르긴 하지만 사랑 영화는 크게 망할(?) 확률이 낮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사랑'이란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에 비록 영화가 재미 없다하더라도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현혹하기 때문. 그리고 사랑 영화는 커플 두 명이 한 세트니 관램객 동원률이 자연히 높아지지 않을까 싶어서다. 기본적으로 영화 '프로포즈 데이'는 사랑 영화로서 누릴 수 있는 이 두 가지 요행에 톡톡히 감사해야 한다. 사랑이 아무리 무모하다지만 이 영화의 설정 자체가 무리수다. 더욱이 남자 친구의 청혼을 위해 다른 나라로 날아가거나,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서 유적지를 구경하다가 기차를 놓치거나 하는 등 앞 뒤 설정이 맞지 않는 부분도 영화의 몰입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이런 작은 부분을 놓치다 보니 아쉬움이 들기는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감초라는 '자잘한 웃음'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또한 두 배우 에이미 애덤스와 매튜 굿은 '프로포즈 데이'의 상황과 너무나 잘 어울려 만점짜리 캐스팅이라고 하겠다. 주연 배우들이 가진 매력 때문에 그나마 '프로포즈 데이'가 살아 남은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다른 한 가지는 바로 풍경이다. 잉글랜드의 한적한 시골 모습을 배경삼은 그 아름다움은 거부하기 힘들 정도다. 우리나라 꽃 만큼은 아니지만 아일랜드 시골 농장의 꽃도 아름답긴 하더라.

  • 주말
  • 이지연
  • 2010.04.09 23:02

[볼만한 영화] 설익은 3D..2D로 즐겨라…'타이탄'

▲ 타이탄(액션, 판타지/ 106분/ 12세 관람가)아바타를 보고 나서 일까? 웬만한 SF영화들은 3D로 제작 되어야 할 것 같고, 블록버스터 작품이다 싶으면 입체상영관이 있는지 확인부터 하게 된다. '더 사실적이고 더 사실 같은'을 추구하는 관객이 된 것이다. 마침 개봉한 '타이탄'은 영화 '트로이'와 '300' 제작진이 만들어냈고 '아바타'의 주인공이었던 샘 워싱턴이 주인공을 맡아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결과적으로는 영상은 실패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지만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일지도 모른다는 위로를 해본다.신들의 왕 제우스(리암 니슨)와 제우스의 능력을 질투한 지옥의 신 하데스(랄프 파인즈)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인간세상은 혼란과 고통을 겪게 된다. 이에 신인 아버지 제우스에게 강인함을 물려받고 인간인 어머니에게 자비로움을 물려받은 영웅 페르세우스(샘 워싱턴)는 인간을 구하기 위해 절대적인 힘을 얻으려하고 힘을 얻기 위해 금지된 땅으로 떠나는데.후크송(Hook Song)이 사랑 받고 유행하는 머리 모양이 있는 것처럼 지금 극장은 3D영화의 붐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바타' 이 후에 계속에서 만들어 지고 있는 것. 하지만 '아바타'의 아성을 넘어뜨릴 영화는 아직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적어도 '타이탄'은 그렇다. 처음 제작 단계부터 3D를 염두 하고 만든 영화가 아닌 2D 제작 후 3D 부분을 덧붙여 넣은 탓에 영상은 그리 매끄럽지 못하다. 과장된 CG들은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부분. 오히려 2D로 관람을 한다면 주인공 페르세우스와 메두사 같은 신화 속 괴물과의 전투가 즐겁게 느껴질 것이다. 어색한 3D 보다는 안전한 2D 관람을 권하고 싶은 것. 더욱이 3D관은 일반 관람료 보다 2배에 달하는 가격이니 관람 전 고심할 부분으로 보인다. 또 하나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사전 지식이 아닐까 싶다. 워낙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 그리스 신화다 보니 따로 공부해 가야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것. 실제로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봤을 그리스 신화지만 가계도가 워낙 복잡하지 않은가. 하지만 '타이탄'은 아주 친절하게도 영화 초반부 시대와 상황 등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주인공인 페르세우스의 탄생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도 넣었다. 오히려 생각보다 너무 단순한 인물들 간의 관계에 심심함을 느끼는 관객도 있을 듯싶다.3D영화를 표방 했지만 '타이탄'에게 3D는 약점이 돼버렸다. 빠른 스피드로 진행되는 전개와 편안한 2D 관람, 연기력이 돋보이는 배우들이 '타이탄'이 살아남을 수 있는 키워드. 어린 학생들에게는 교육용으로나(친절한 부연 설명들) 흥미용(집중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속도)으로 딱 알맞은 영화다.

  • 주말
  • 이지연
  • 2010.04.02 23:02

[볼만한 영화] 데이브레이커스

▲ 데이브레이커스(액션, 공보/ 98분/ 18세 관람가)그 동안 뱀파이어 영화들은 인간과 다른 종족임을 강조하거나 섹시한 매력들을 어필하는데 주력했다. 물론 많은 관객이 그런 매력에 뱀파이어 영화를 관람했지만 이미 똑같은 소재로 만들어 진 뱀파이어 영화는 포화 상태. 그래서 영화 '데이브레이커스'는 새롭다 못해 충격적인 전제를 깔았다. 바로 인간의 몰락과 뱀파이어가 주도권을 잡은 사회.서기 2019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퍼지면서 인간은 대부분 뱀파이어로 변하고 만다. 얼마 남지 않는 인류는 인간을 사냥하는 뱀파이어를 피해 지하로 숨어 들어가고, 혈액 공급을 위해 사육하던 인간의 숫자가 줄어들자 뱀파이어들도 불안감을 느낀다. 한편, 인간의 피를 먹는 것을 거부하며 사는 '블러드 뱅크'의 연구원 에드워드 달튼(에단 호크)은 인간과 뱀파이어가 공존하며 살 수 있는 대체제를 발견하고자 노력하지만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그러던 어느 날, 에드워드 앞에 인류생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간 라이오넬(윌렘 테포)가 나타난다. 에드워드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들과 함께 할 것을 제의하는 라이오넬. 에드워드는 자신과 인류를 걸로 중요한 결정을 해야만 한다.미국 드라마 '트루 블러드(True Blood)'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들은 밤에 활동한다는 것만 빼면 인간과 똑같은 사회생활을 한다. 영화 '트와일라잇(Twilight)'의 뱀파이어 주인공들은 햇볕을 쐬면 피부가 달라 보이지만 그 정도로 죽지는 않는다. 이렇게 영화 속 뱀파이어들은 인간과 비슷하게 진화(?)하고 있다. '십자가를 보이면 죽는다' 거나 '마늘 냄새를 싫어한다' 등의 뱀파이어 기호 설명서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이제 '데이브레이커스'의 뱀파이어들은 더욱 발전한 사회를 보여준다. 그들은 도시는 지하보도로 모두 연결되어 있어 낮에도 돌아다닐 수 있고 낮 운전이 가능하도록 자외선 차단막과 원격 조종 시스템을 자동차에 장착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것. 꽤나 재미있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뱀파이어를 빌려 표현한 감독의 의도를 알아챈다면 박수가 절로 나온다. 인간 사회에 곧 닥칠지 모르는 식량난을 뱀파이어와 피로 풀어낸 것. 또한, 어제의 친구에서 오늘은 식량이 되는 오묘한 관계와 인간이 뱀파이어로 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따라오는 인격의 변화는 비단 뱀파이어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물론 지금까지 뱀파이어 영화들과 소재와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서 이 영화가 훌륭하다고 할 수 없다. '데이브레이커스'는 첫 단추는 잘 끼웠지만 중간에 잃어버린 단추 하나가 후반부를 어지럽힌 경우. 인간화 된 뱀파이어를 그린 것 까지는 좋았으나 치료법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기운 빠지고 매력을 잃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만다. 버릇처럼 넣은 후반 액션 장면들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 (영화 장르에 표시된 '액션'이 전혀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액션신이 넘쳐난다) 그래도 자신의 컴퓨터로 직접 CG를 완성해 전작을 만든 두 형제 감독, 마이클 스피어리그와 피터 스피어리그의 끈기와 애정은 '데이브레이커스'에도 고스란히 묻어있다.

  • 주말
  • 이지연
  • 2010.03.26 23:02

[볼만한 영화] 인 디 에어 vs 셔터 아일랜드

소재도 다르고 매력도 다르지만 책을 원작으로 했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편의 영화. 책 좀 봤다는 사람도 영화가 재미 있다는데 동의하게 될 것이다.▲ 인 디 에어 (코미디, 로맨스/ 108분/ 15세관람가)누군가에게 거부당하는 느낌을 안다면, 특히 인터넷 메일이나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이별 통보를 받아 본 사람이라면 '인 디 에어'는 관심 가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만 만나자'는 이별 메시지가 아닌 '그만 나와라' 라는 해고 통보에 대한 영화지만.1년에 322일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해고 대행을 해주는 남자,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 해고 통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마음 약한 사장님들을 대신에 해고 사실을 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해고 사실을 전할 때도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베테랑 해고 전문가인 그. 그의 유일한 목표는 천만 마일리지를 모아 세계 7번째로 플래티넘 카드를 얻는 것뿐이다. 집보다 비행기를 더 편하게 생각하고 세계 진미보다 기내식을 맛있게 생각하는 그에게 이 직업은 그야말로 천직(天職)이지만 어느 날, 자신의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뺏어가려는 여인이 등장하고 만다. 온라인 해고시스템을 개발한 신입사원 나탈리(안나 켄드릭) 때문에 해고 대상자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어진 것. 더욱이, 해고에도 정도(正道)가 있음을 주장하던 라이언에게 화상으로 해고 통보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이 의욕 넘치는 나탈리에게 진정한 해고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동반 출장을 떠나게 되는데.영화 '인 디 에어'는 코미디 영화지만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어둡고 우울한 현실이 보인다. 누군가가 성공하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해야하는 사회임을 알지만 해고나 실직은 본인에게도 그 가족에게도 힘든 일이기 때문. '인 디 에어'는 이렇게 해고를 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영리하고 재치 있게 코미디로 포장하는 동시에 정착하지 못하는 남자, 라이언의 이야기를 더해 우리 모두의 외로움을 이야기 하고 있다. '아름다운 이별'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품위있는 절망'은 불가능한 것. 어렵고 힘든 얘기를 역설적인 상황과 웃음으로 풀어낸 감독의 역량이 돋보인다. 월터 컨의 동명 소설(원제: 업 인 디 에어/ Up In The Air)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셔터 아일랜드(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138분/ 15세관람가)보스턴 근교의 셔터아일랜드에 위치한 정신병원. 탈출 불가한 이곳에서 환자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연방보안관인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동료인 척(마크 러팔로)과 셔터 아일랜드를 찾고 조사를 시작하지만 증거 하나 남아있지 않다. 자식 셋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여인은 이상한 쪽지만을 남긴 채 사라지고 의사, 간호사, 병원관계자는 서로 맞춘 듯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것. 전혀 나아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설상가상으로 폭풍까지 몰아치는데. 테디는 이 사건들이 정부가 주도한 인체실험과 관계있을지 모른다는 심증으로 수사를 계속하고 폭풍으로 고립된 척과 테디에게도 괴이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옛날 영화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셔터 아일랜드'는 없던 로망도 생기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오래된 책 냄새를 맡는 듯 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 선명하지 않는 색감과 고전 영화에서나 볼법한 배경 선택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묘한 매력이다. 익살스러운 모습은 잊고 부쩍 '어른영화'에 출현이 잦아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셔터 아일랜드'를 빛냈고 무게를 더했다. 반전도 숨어있고 스릴도 있지만 이미 미스터릴 스릴러물을 즐겨 보던 관객이라면 유추 가능한 정도. 그리나 음악과 완벽한 한 편을 이룬 영상미과 진한 감동은 쉽게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영화의 원작 소설은 2003년 미국에서 출판된 '살인자들의 섬'으로 '다빈치 코드'와 인기를 다투던 스릴러.

  • 주말
  • 이지연
  • 2010.03.19 23:02

[볼만한 영화]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 vs 사랑은 너무 복잡해

화이트데이 아니랄까봐 이번 주 극장가의 영화 제목들은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난다. 하지만 연인들끼리기 보기 좋은 영화인지는 미지수. 옆에 앉아 있는 남자친구보다 멋있는 남자주인공이 나오고 현실의 연애보다 더 가슴 설레는 러브 스토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머리가 아플만큼 달콤한 사랑 이야기, 영화로 만나보자.▲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로맨스, 코미디/ 93분/ 15세 관람가)두 아이의 엄마인 평범한 가정주부 샌디(캐서린 제타 존스). 잘 살고 있는 그녀에게 충격적인 일이 생기고 만다. 컴퓨터에 저장된 남편의 섹스 동영상을 발견하게 된 것.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안 그녀는 이혼을 결정하고 두 아이와 함께 뉴욕으로 떠난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그녀는 우연히 커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애럼(저스틴 바사)를 만나고 일과 데이트로 바쁜 그녀를 대신에 아이들을 돌봐줄 유모로 고용하게 된다. 스물다섯살의 이 잘생긴 총각은 외모 뿐 아니라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성격까지 가지고 있다. 요리와 청소, 데이트까지 뉴욕 싱글맘에게 완벽한 연하남 유모인 것. 자꾸 부딪히는 두 사람,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연애를 하게 되면 때때로 서로에 대한 불만으로 싸움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생각차이다. 예를 들어 식사를 하거나 선물을 할 때 남자들은 원하는 걸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는 여자들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여자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기대와 실망을 표로하는 것. 남자들은 독심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말도 안하는 걸 알아채겠냐고 반문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진행 중'의 애럼은 여자들이 꿈꿔온 그런 남자라 할 수 있겠다. 필요할 때는 언제나 옆에, 가부장적이거나 권위의식도 없고 아이도 잘 돌볼 뿐 아니라 여자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줄 아는 꽃띠 청년인 것. 영화의 초반부는 마흔살 이혼녀와 꽃미남의 사랑 얘기가 중점을 이루지만 뒤로 갈수록 남자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를 하는 샌디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시사회장을 같이 찾았던 친구는 이게 사랑 영화인지 성장영화인지 헷갈린다고 까지 표현 했지만 여자의 자립심까지 키워준 애럼같은 남자 어디 없을까?▲ 사랑은 너무 복잡해(코미디, 로맨스/ 120분/ 18세 관람가)이혼 뒤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제인(메릴 스트립). 성공한 그녀 앞에 자신보다 스무살이나 어린 여자와 바람피우고 재혼한 전남편 제이크(알렉 볼드위)가 나타난다. 이제 제이크에 대한 미움은 잊었지만 그는 결혼 전 연애시절을 돌이키려고만 하고, 아들의 졸업식 참석을 위해 간 뉴욕에서 둘은 사고(?)를 치고 만다. 한편 제인의 집 리모델링을 맡은 건축가 아담(스티브 마틴) 또한 제인에게 호감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다시 돌아온 전 남편과 새로운 남자친구 사이에서 제인의 선택은?이 영화를 얘기 하려면 감독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로맨틱코미디 영화를 장인 낸시 메이어스기 때문. 이름이 낯설다 하더라도 영화 '왓 위민 원트' 는 모두 기억 할 것이다. 여자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왓 위민 원트'처럼 '사랑은 너무 복잡해'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제인을 사랑하기 위해 그녀의 인생을 이해하게끔 이끌고 있는 것. 인생의 황혼기에 다다른 주인공이기에 이해와 사랑 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포괄적인 면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로맨틱 코미디답게 웃음을 짓게 하는 대사나 장면도 시기적절하게 잘 포진하고 있으며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젊은 연인의 사랑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갓 결혼한 신혼부부나 중년의 부부들이 함께 보기에도 좋은 영화.

  • 주말
  • 이지연
  • 2010.03.12 23:02

[볼만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vs 디어 존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모험,판타지/ 108분/ 전체관람가)어린 시절 신기한 마음으로 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어른이 되어 보는 기분은 어떨까.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이 만나 또 사고 쳤다. 고전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새로운 상상을 더한 것. 시작부터 위트 넘치는 표현이 가득하고 생각지도 못한 상상력이 가득하다. 관객의 상상력이 커질수록 즐거움도 커지는 영화.어린 시절 이상한 나라에 다녀왔던 앨리스(미아 와시코우스카)는 본의 아니게 19세가 되어 다시 이상한 나라에 가게 된다. 그러나 또 다시 들어간 이상한 나라는 더 이상 예전의 이상한 나라가 아니다. 앨리스가 사라진 후 독재자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이 공포 정치로 나라를 통치하고 있던 것. 그러나 하얀 토끼와 트위들디, 트위들덤 쌍둥이, 겨울잠 쥐, 애벌레, 체셔 고양이 그리고 미친 모자장수(조니 뎁)는 그대로다. 이런 공포 정치 속에서도 오후 티타임을 즐기는 이들은 다시 만난 앨리스가 반갑기만 하다. 정신없는 친구들과 붉은 여왕의 공포 정치 속에서 앨리스는 다시 집으로 갈 수 있을까?앞 서 말했듯 팀 버튼의 상상력은 이번 영화에서도 빛이 난다. 새롭고 신기한 정도를 넘어 엉뚱하게 느껴지는 요소요소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끌어냈고 유지하고 있는 것. 더욱이 동화의 신비함을 지키면서도 더욱 독특한, 제목 그대로 이상하기만 한 나라를 창조해 냈다. 관객이 한번 쯤 상상해 봤을 환상을 실현시켜주는 감독의 또 다른 능력이다. 유머러스한 캐릭터들의 등장 또한 팀 버튼이기에 가능했다. 그의 전작들처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예술적으로도 훌륭한 여러 인물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동화적인 상상력과 기발한 아이디어, 현대 기술이 만나 3D의 완벽한 '이상한 나라'를 만들어 낸 것. 물론 볼거리 뿐 아니라 원작이 동화인 만큼 교훈적인 내용도 놓치지 않았다. 흥미 위주의 판타지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깊은 교훈이 담겨있어 청소년들의 '성장 영화'로서나 어른들의 '추억 영화' 로서나 부족함이 없다.▲ 디어 존(드라마, 멜로/ 107분/ 12세 관람가)날씨가 점점 풀려서 그런지 벌써부터 봄이 온 듯하다. 그 덕분에 마음은 싱숭생숭. 이럴 때 볼만한 사랑영화 한 편이 있다. 마음에 잔잔한 파도를 만들어 줄 '디어 존'군(軍)에서 생활하던 존(채닝 테이텀)은 휴가를 맞아 2주간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서 봉사활동 중이던 여대생 사바나(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우연히 만나게 된 존은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져든다. 그렇게 2주의 시간이 흘러가고 헤어지게 된 둘은 미래를 약속하며 서로에게 매일 편지를 쓰는데. 그러나 갑작스런 비상사태로 존은 군복무 기간을 연장하게 되고 사바나의 기다림은 점점 힘들어진다. 그리고 어느 날, 잔인한 현실은 러브레터가 되어 두 사람을 찾아온다.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한다'는 말은 믿기가 힘들어 진다. 현실적인 상황이 사랑 이외의 면은 보게 만들고, 시간이 흐르고 사건이 생기면 그 마음이 퇴색되기도 하는 것. 그래서 영화 '디어 존'의 두 사람의 사랑이 특별하다. 2주의 만남으로 긴 시간을 기다리는 모습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한다'는 불가능한 조건을 지키는 경우이기 때문이다.수많은 관객을 울렸던 영화 '노트 북'의 원작 소설가 이자 '디어 존'의 원작자이기도 한 작가 니콜라스 스파크스 특유의 정서가 고스란히 살아있고, 감독의 역량으로 사랑의 아픔과 기쁨을 잘 표현했다. 식상한 사랑이야기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식상하면 어떻고 말도 안 되면 어떠하겠는가. 사랑이란 감정은 원래 그렇다는데.

  • 주말
  • 이지연
  • 2010.03.05 23:02

[볼만한 영화] '클로이' vs '포스 카인드'

▲ 클로이(드라마, 스릴러/ 95분/ 18세 관람가)캐서린(줄리언 무어)과 데이빗(리암 니슨)은 상류층 부부로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캐서린은 무너져가는 가족관계가 힘들기만 하다. 특히 교수인 남편이 어린 학생들과 외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지만 이렇다 할 증거를 잡지 못한다. 결국 캐서린은 남편이 젊은 여인에게 쉽게 유혹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식당에서 알게 된 매혹적인 여인 클로이(아만다 시프리드)에게 남편을 유혹해 달라며 그녀를 고용한다. 클로이에게서 남편과의 관계를 듣던 캐서린은 자신이 질투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지만, 그 감정이 누구에게 향한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클로이가 쳐 놓은 덫에 걸려들게 됐음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더 커져만 가는데.소재가 참신하거나 대단한 반전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이미 한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처럼 자신의 연인을 시험하기 위해 다른 이성을 미끼로 고용하는 전형적인 이야기. 하지만 영화 '클로이'가 특별할 수 있는 것은 야동 보다 더 야하게 느껴지는 묘사와 심리적인 긴장감 때문이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내면의 의심과 욕망이 더하고 더해져 관객으로 하여금 '내가 보는 것이 맞는 것인가? 내가 느끼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자꾸만 생각하게 한다. 또한 앞서 말했듯 데이빗을 유혹하며 펼쳐지는 영상들이 아찔하고 숨 막힌다. 연인끼리 보기에는 다소 자극적인 영화이지만 관계의 소통이나 욕망에 대한 고찰 등 영화의 숨겨진 면모를 발견한다면 불편함은 줄어들 것.▲ 포스 카인드 (공포, 미스터리/ 97분/ 15세 관람가)미스터리한 외계 존재에 관한 영화나,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이미 많이 만들어 졌다. '외계인은 정말 존재하는가'에서 시작한 인간의 질문은 그들의 언어와 환경 등 모든 것을 만들어냈고 이젠 그저 그런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더욱이 '트랜스포머'를 비롯한 몇몇 영화들이 만들어낸 '외계인은 우리의 친구' 이미지는 외계에 대한 신비감이나 두려움을 날려버리 게 만들었다. 그래서 영화 '포스 카인드'는 다분히 충격적이다. 외계인은 진짜 존재하는 것 뿐 아니라 우리의 친구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40년 동안 흔적도 없이 사라진 1200명의 주민. FBI도 주민들을 찾아 나서지만 단서 하나 찾을 수 없었다. 한편 환자들에게 이상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최면치료를 감행하던 타일러 박사(밀라 요보비치)는 자신의 환자가 경찰과 대치극을 벌이다가 가족을 죽이고 자살하는 사건을 겪게 된다. 경찰은 최면 치료 때문이라고 단정 지으며 타일러 박사의 치료를 멈추도록 강요하지만 그녀는 실험을 계속한다. 그리고 딸마저 실종 당하게 되자 위험한 접촉을 시도하는데….'포스 카인드'는 실화와 거짓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다. 요즘 유행한다는 '페이크 다큐'이지만 진짜 실화라고 포장한 영화이기 때문. 실제 타일러 박사가 촬영했다는 영상이 이어지면서 그 호기심과 의문은 골이 깊어진다. 미리 '페이크 다큐'임을 알고 봐도 '설마'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 사실감은 정말 뛰어나다. 타일러 박사를 연기한 밀로 요보비치의 말처럼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믿고 안 믿고는 관객의 선택이다.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안 믿고가 각자의 생각인 것처럼.

  • 주말
  • 이지연
  • 2010.02.26 23:02

[볼만한 영화] '평행이론'

▲ 평행이론 (스릴러, 미스터리/ 110분/ 15세 관람가)" 미국 대통령 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은 1846년 하원의원으로 당선 돼, 1860년 제 16대 미국 대통령이 됐다. 남북전쟁을 감행하면서까지 개혁을 이끌었지만 저격범의 총에 숨을 멈췄다. 그로부터 정확히 100년 후인 1956년 존F. 케네디는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1960년 제 35대 미국 대통령이 된다. 케네디 또한 혁신을 이룰 것이라 기대했지만 곧 암살당한다. 두 사람 모두 금요일 밤에 암살당했으며, 링컨이 죽은 곳은 포드극장, 케네디는 포드 자동차를 탄 채 저격당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의 후임 대통령은 둘 다 존슨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이미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평행이론이 영화로 돌아왔다. 공상영화에나 등장할 것 같지만 영화 '평행이론'은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가득한 긴장감은 기본이고, 공포심마저 들게 될 것.최연소 부장판사로 출세가도를 달리던 김석현(지진희)은 자신의 승진 축하파티를 열던 어느 날, 가족을 갈기갈기 찢어죽이겠다는 정체불명의 협박전화를 받는다. 며칠 뒤 협박전화처럼 그의 아내 윤경(윤세아)는 잔인하게 살해되어 끔찍한 변사체로 발견 되고 석현은 혼란에 빠진다. 석현의 법대동기이자 윤경을 짝사랑하던 강성(이종혁)이 윤경의 사건을 맡게 되고 석현의 판결에 불만을 품었던 장수영(하정우)를 살해범으로 몰아 사건을 종결 시킨다. 그러나 사건담당 여기자(오지은)는 석현이 과거의 한상준 판사와 똑 같은 삶은 살고 있다고 말하며 그 또한 최연소 부장판사였고 그 일가족은 물론 사무관(박병은)까지 살해당했음을 전한다. 평행이론에 휘말린 석현은 똑 같은 삶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수사를 돕던 여기자도 살해당하고 체포됐던 장수영마저 30년 전 범인과 같은 말 도주하고 마는데.영화는 시작부터 매끄럽다. 실제 평행이론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이것은 사실이니 영화도 믿어야 한다' 식의 강압적인 부담도 주지 않는다. 평행이론을 설명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링컨과 케네디 대통령의 예를 통해 관객이 자연스럽게 석현의 삶을 따라가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유도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평행이론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게 된다. 특히, 잘 짜인 스토리 구성은 극 긴장도를 높임과 동시에 반전이 있음을 알면서도 '설마'하는 생각을 만들만큼 빈틈이 없다.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생기고 만다. 만약, 영화 초반 감독이 쳐 놓은 최면 걸리지 않는다면 이 빈틈없는 스토리가 강박적으로 느껴지게 된다는 것. 더욱이 공포스런 효과음까지 더해져 '많이' 정신 차리고 보면 허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니 너무 따지려고 들거나 영화를 세심하게 해석하려는 마음은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릴러물이 주는 특징 탓에 특별한 역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긴 했다. 이미 살인마 연기에 별 다섯 개를 받은 하정우가 장발과 교정기를 낀 채 또 다른 살인마 캐릭터를 만들어 냈고 지진희 또한 특유의 목소리 톤으로 안정된 연기를 선보인다. 앞에서 언급했듯, 영화는 끊임없는 긴장이다. 한 숨 쉬어갈 순간을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새로운 이야기에 도전한 것으로 아쉬움을 메우면 좋겠다.

  • 주말
  • 이지연
  • 2010.02.19 23:02

[볼만한 영화] 온가족 함께 떠나는 스크린 나들이

올해는 설 연휴가 주말에 안착한 것도 모자라 커플들의 휴일이라는 밸런타인 데이까지 설날과 겹친다. 가족 챙기기도 바쁜데, 애인까지 신경써야 하는 3일 연휴가 걱정이라면, 극장으로 향해보면 어떨까. 다양한 개봉 영화들이 설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엄마와 함께△ 하모니 (드라마/ 115분/ 12세 관람가)정혜(김윤진)는 남편을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아이 민우를 낳는다. 그녀가 수감된 방에는 한때 음대 교수를 한 노부인(나문희)를 비롯해 여러 사정을 가진 동료 죄수들이 있다. 어느 날, 필리핀 교도소에서 춤추는 재소자들 기사를 본 정혜는 그녀가 있는 교도소에 합창단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청원하고 결국 합창단이 생기게 된다. 합창단이 재소자들의 교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더불어 정혜는 합창단이 성공하게 되면 아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특박을 보내달라고 부탁한다.'하모니'의 이야기는 어디서 본 듯하다. 더욱이 재소자들 중에는 진짜 죄 지은 이는 없고 억울함과 사정만 가진 착한 사람들 뿐. 상투적이고 식상한 표현이나 설정이 눈에 띄지만, 절망적인 상황과 가족, 이별과 만남 그리고 음악이 만나 '하모니'를 이뤘다. 멋지게 보이도록 억지로 포장하지 않은 것이 매력. 억지가 아닌 상황에 울게 되고, 진심이 담긴 노래에 웃음 짓게 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애니메이션/ 90분/ 전체관람가)먹을 것이라곤 정어리 밖에 없는 작은 도시 '꿀꺽퐁당섬'을 위해 과학자 '플린트'는 물을 음식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한다. 하지만 실험 도중 기계는 하늘로 날아가 버리고 실패로 돌아갔다고 생각한 순간 햄버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로 올라간 기계가 작동을 시작한 것. 그 때부터 섬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매일 내리고 사람들은 행복에 빠지지만,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하는데.하늘에서 남자가 내려온다는 노래까지는 들어봤는데, 이젠 음식이 내려온단다. 재미있는 상상에 유쾌한 그림이 더해져 보는 내내 웃게 되는 신기한 영화. 아이들과 보기 좋을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동심을 추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이 꼭 식사 후에 관람 해야 한다는 것. 자꾸 햄버거가 먹고 싶어 질 테니까.◆ 연인들을 위한△ 발렌타인 데이 (멜로·코미디/ 125분/ 15세 관람가)남자친구와 뜨거운 첫날밤을 보내고 싶은 소녀, 짝사랑에 마음 아픈 7살 꼬마, 핸드폰이 유일한 데이트 상대인 여자, 한 남자와 연애하기 지겨운 여자, 애인에게 프러포즈한 뒤 오랜 친구에게 두근거리는 남자. 사랑이란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다른 생각과 다른 상황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계보를 따르고 있는 '발렌타인 데이'는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단지 놀라운 점은 제시카 알바나 제이미 폭스, 줄리아 로버츠, 앤 해서웨이 등 웬만한 스타는 총 출동했다는 것. 캐스팅만큼은 1류지만 영화는 3류가 되버린 아까운 케이스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물론 교훈을 얻기 위해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고 재미만을 추구한다면 '발렌타인 데이'가 그렇게 부족하지는 않을 듯. 더구나 연인과 보는데 영화 내용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 주말
  • 이지연
  • 2010.02.12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