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바이킹 소년의 우정 담은 3D애니…상상세계로 짜릿한 비행
이도 저도 아닌 웬만한 영화들 보다 애니메이션이 낫다는 애니메이션 추종자로서 '드래곤 길들이기'의 등장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3D영화로서의 본분도 잊지 않았을 뿐더러 애니메이션이라고는 믿기 힘든 질 좋은 감동까지 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이라고는 픽사나 디즈니사가 만드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면 '드래곤 길들이기'는 제대로 된 충격이다.
◆ 드래곤 길들이기 (애니메이션, 판타지/ 98분/ 전체 관람가)
바이킹이 모여 사는 마을. 우람한 바이킹이 되고 싶지만, 근육도 없고 용기도 없는 소년 히컵이 등장한다. 그는 손재주는 있지만 싸움재주는 전혀 없는 소년.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만든 돌팔매 투척기로 용 한 마리를 쓰러뜨리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 히컵은 다른 용을 발견하지만 그 것은 용 중에서도 가장 무섭다는 나이트 퓨어리. 히컵은 용을 죽여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에게 영웅심을 뽐내려 하지만, 목숨을 체념한 듯한 용의 눈빛을 보고는 칼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이 일로 용과 히컵은 친구가 되고 히컵은 이빨 없는 용에게 투슬리스(toothless)란 이름을 붙여주게 된다. 한편, 바이킹 족장인 아버지의 강요로 바이킹 훈련에 참가한 히컵은 수많은 용들과의 대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투슬리스와 함께 놀면서 용의 생태적 습성을 파악한 히컵은 훈련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그러나 마을의 바이킹은 일생을 바쳐 용과 전쟁을 벌여야 하는 숙명. 히컵은 운명적 과제와 투슬리스와의 우정 사이에서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는 영국 작가 크레시다 코웰이 2003년에 펴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자체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일까. 이야기 자체는 특별히 새롭거나 어렵지 않다. 오히려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 봤던 인간 소년과 외계인의 우정을 그린 'E.T'의 답습 정도로 보인다. 영화의 공동 연출자인 크리스 샌더스가 "'E.T.'나 '검은 종마'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히컵이 투슬리스의 얼굴을 처음 만지는 장면을 구성할 때 '검은 종마'를 이야기했다. 해변에서 함께 석양을 바라보는 장면은 그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미 '드래곤 길들이기'는 많은 영화들의 오마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곤 길들이기'가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3D영화의 본분을 다 해냈고 짜임새 있게 풀어내는 스토리 전개와 개성 강한 다양한 캐릭터들의 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린애들만 가능할 것 같은' 깊은 상상력과 '어린애들 보는 애니메이션'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아까운 삶의 철학이 잘 엮여 있는 점도 '드래곤 길들이기'의 강점.
점점 더워지는 날씨와 이유없는 스트레스에 상처 받는 어른들이라면 '드래곤 길들이기'를 꼭 3D로 추천하고 싶다. 영화에 등장하는 공중 비행씬은 3D 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는 '아바타' 와 비교해도 섭섭하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영화 티켓 값으로 드넓은 자연을 360도로 회전하며 마음 것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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