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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부당거래 - 추악한 조작극 '섬뜩'

▲ 부당거래(범죄, 드라마/ 119분/ 청소년 관람불가)걱정 없는 사람이 어디 있고 완벽한 나라는 또 어디 있겠는가.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고 그렇게 배워서 앞으로 더 잘 하고 다음 세대에 그리고 그 다음에 점점 나아지면 되는 게 아닐까. 그런데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데는 한 가지 전제가 존재해야 한다. 바로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는 것. 그런데 이놈의 나라, 전혀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 영화 '부당거래' 속 우리나라 말이다.어린이를 표적으로 삼은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온 국민은 충격으로 휩싸였고 경찰을 총력을 기울이지만 범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계속된 검거 실패로 대통령까지 나서게 되고 수사 도중 유력한 용의자가 사망까지 하게 되자 경찰청은 마지막 카드를 꺼낸다. 범인이 없다면 범인을 만드는 것. 이 대국민 조작 이벤트 담당으로 지목된 사람은 서울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황정민). 그는 좋은 실력에도 불구하고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이 승진에서 미끄러진 인물이다. 승진을 미끼로 상관은 부당거래를 제안하고 범인을 만들기 위해 철기는 그의 스폰서인 해동건설 사장 장석구(유해진)을 이용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끝나는 것 같았던 이 거래는 새로운 벽을 만나게 된다. 바로 검사 주양(류승범). 그는 해동건설과 라이벌 관계인 태경건설 김회장의 스폰을 받는 인물로 철기가 입찰 비리건으로 김회장을 구속시키자 이에 분개에 그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그리고 의심쩍은 면을 발견하게 되는데... 최철기와 장석구의 거래, 검사와 기업과의 거래, 기자와 검사, 상사와 부하직원, 경찰과 검사로 이어지는 이 연쇄 부당 거래는 그 결말이 어떻게 맺어질까?내로라하는 무섭고 잔인한 영화는 다 봤다고 자부한다. 사지가 찢기고 피가 난무해도 꿋꿋이 버텼고 서양 동양 할 것 없이 온갖 귀신이 스크린을 매울 때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영화를 관람했다. 그런데 이 영화 '부당거래'는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귀신보다도 총이나 칼 보다고 인간의 심성이, 그리고 이 이야기가 비단 영화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다. 영화의 발단이 되는 어린이 연쇄살인 사건은 실제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이슈였다. 어디 그 뿐인가. 검사 주양이 비리로 조사를 받게 되자 그의 장인은 '얼마 후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질 테니 잠시 기다려라. 금방 끝날 것.' 이라고 말한다. 낯익지 않은가? 지금 우리 사회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꼭 닮아있다. 이렇게 '부당거래'는 접대문화나 뇌물 같은 우리의 잘못된 습관을 두 눈 똑바로 뜨고 봐야하는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이렇게 잔인한 영화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 손에서 만들어 졌다. 늘 자신이 쓴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던 그는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탄탄한 이야기 위에 연기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을 앞세운 것도 훌륭. '방자전'에서 웃음을 줬던 송새벽도 등장해 웃음을 주고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과 영화사 '씨네 2000' 의 이춘연 대표도 출연하는 등 카메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주말
  • 이지연
  • 2010.11.05 23:02

[볼만한 영화] 3D 멜로 '나탈리'…예술가와 뮤즈의 이야기

▲ 나탈리(멜로,로맨스/ 88분/ 청소년 관람불가)한 때 무성한 말을 낳았던 '색, 계(2007)'. 특히 베드신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핫 이슈였다. 이렇다 보니 조금 야하다거나 파격적인 장면이 나오면 '색, 계'와 그 정도를 비교 하는 것이 다반사. 한동안 이정도로 충격적인 영화는 찾기 힘들거라고 예상했지만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색, 계'를 본 후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 측근에게서 '색, 계'보다 더 충격적인 영화가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것. 그것도 한국에서 만든 국산 영화란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될 것' 같은 자극 적인 홍보 멘트까지 더해져 개봉 전부터 처녀 가슴을 설레게 한 이 영화, '나탈리'에 대해 알아보자.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명품 조각상 나탈리. 하지만 그 조각상의 실제 모델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베일에 싸여 있던 이 작품이 조각가 황준혁(이성재)의 개인전에서 10년 만에 그 모습을 다시 드러내게 된다. 전시회의 마지막 날, 준혁은 자신을 찾아온 평론가 장민우(김지훈)에게 조각상 나탈리의 실제 모델, 오미란(박현진)과의 격정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민우는 의아해 한다. 미란이 사랑했던 것은 준혁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 두 남자가 기억하는 미란의 모습 또한 정반대다. 준혁에게 미란이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여자라면, 민우에게 미란은 연약한 여자다. 미란을 둘러싼 준혁과 민우의 엇갈린 기억. 틀어진 사랑의 기억과 조각상의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하는데.'시작이 반'이란 말이 여기서도 유효하다면 '나탈리'의 시작은 영화의 분위기를 설명하는데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관객용 서비스 컷'이나 '관객 눈 사로잡기 컷'이라고 부르고 싶은 오프닝 크레딧은 가히 충격적.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준혁과 미란의 베드신이 화면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남자의 배나 여자의 엉덩이 같은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한 화면을 이용해 덜 야해 보이고 싶어 한 듯 하지만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하는 효과만 일으켰다. 더욱이 장편영화로는 국내 최초로 3D로 제작 됐으니 3D로 멜로 영화를 보는 기분, 어찌 말로 설명이 되겠는가. 그러나 국내 최초 3D멜로라는 타이틀이 어색하게 '나탈리'는 베드신이 전부인 영화가 돼버렸다. 영화 전반부부터 채워지는 준혁의 난잡한 사생활을 비롯해 불필요한 성행위 장면이 가장 큰 문제. '색, 계'에 담긴 베드신이 영화의 일부분 이었다면 '나탈리'의 베드신은 영화 자체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보수적인 한국인의 정서 때문인지 도에 지나쳐 보이는 격정적인 베드신은 흥분 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으로 자리 잡아 버렸다. 또한 이러한 베드신들을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짜 맞춘 기색이 역력한 스토리마저 문제점.예술가와 뮤즈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3D 멜로물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어쩌다 한번은 괜찮은 영화지만 열렬하게 권하기는 어딘가 민망한 영화다.

  • 주말
  • 이지연
  • 2010.10.29 23:02

[볼만한 영화] 심야의 FM- 납치범과 숨막히는 대결

◆ 심야의 FM (스릴러, 범죄/ 106분/ 청소년 관람불가)한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춘 유지태를 보고 영화라도 찍었나 했다. 영화를 제외하고는 드라마건 예능이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 배우 중 한명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그가 주인공을 맡은 '심야의 FM'이 이번 주 개봉했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스토커. 이미지 변화를 위해 악역을 선택했다는 '올드보이'에 이어 유지태의 악역 연기 기대되지 않는가.5년 동안 생방송으로 라디오를 진행한 심야의 영화음악실 DJ 고선영(수애)은 두 딸의 엄마이자 아나운서다. 그녀는 완벽주의자적인 성격으로 검찰에 날카로운 소리를 하며 사회비판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길거리에서 여자 패는 포주를 보면서 귀찮은 일에 엮기기 싫다며 외면한곤 한다. 팬들이 보내온 선물들을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버리는 그녀에게 방송은 그저 일일 뿐. 이렇게 일과 사생활을 철저히 구분하던 그녀가 갑작스럽게 악화된 딸의 건강 때문에 마이크를 내려놓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마지막 방송이 되고 그녀는 노래부터 멘트 하나까지 세심하게 준비하지만 마지막이어서인지 무엇 하나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 그런 그녀에게 걸려오는 정체불명의 청취자 한동수(유지태)의 협박.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그가 이야기하는 미션을 처리하지 않으면 가족들은 죽는다. 또한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된다. 무엇을 원하는지,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는 채 가족을 구하기 위해 홀로 범인과 싸우는 선영. 아름답게 끝날 줄만 알았던 그녀의 마지막 방송이 악몽처럼 변해간다.그 동안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이 인질이 되고 펼쳐지는 스토리는 참 많았다. 스릴러물의 단골 메뉴이기도 한 이 소재는 자칫 관객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 하지만 '심야의FM'은 라디오 부스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모든 것을 컨트롤 당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오히려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 또한 2시간이면 끝나는 라디오의 특성상 자연스레 생긴 시간적 제약은 이 스릴러물을 더욱 스릴러물답게 만드는 역할을 한 것. 전화로만 이뤄지는 두 인물의 싸움이 긴장감을 더하고 선영의 딸로 인해 극대화되는 두 인물의 대립관계도 볼만 하다. 하지만 '심야의 FM'은 스릴러물로서 부족함 없는 스토리 라인을 만들고도 너무 깨끗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혹자는 우리나라 스럴러 영화들이 과도하게 반전에 대한 압박감을 가지고 있어 영화를 망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심야의 FM'은 한국영화의 고질병인 과도한 반전에 대한 욕심은 버렸지만 반전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는 과하게 담백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심야의 FM'은 재심 요청을 하는 등 개봉 전 등급 해프닝을 겪었다. 물론 요즘 개봉하는 소위 '잔인하다' 하는 영화에 비해서는 껌 같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해야 할 것.

  • 주말
  • 이지연
  • 2010.10.22 23:02

[볼만한 영화] 적인걸

◆ 적인걸(미스터리, 스릴러/ 123분/ 12세 관람가)중국 당나라의 정치가로 당 태종과 고종, 측천무후 시대의 재상을 지냈던 적인걸. 이미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으며 근대소설로도 리메이크 된 그의 이야기가 영화로 찾아온다. 영화 '적인걸'은 영화 제목과도 같은 실제 인물 적인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이미 중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인물. 영화는 중국의 최초 여황제 측천무후 시대를 배경으로 그 시대를 살았던 적인걸을 그려낸다.서기 690년 당나라, 고종 승하 이후 대륙 역사상 최초의 여황제를 측천무후 (유가령). 그녀의 화려한 즉위식을 앞둔 어느날 그녀의 심복들이 차례로 불에 타 죽는 의문의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하늘의 분노라며 백성들의 공포가 커져가자 황실은 점점 혼란에 빠지고 측천무후는 최후의 수단으로 누명을 쓴 채 변방으로 좌천당한 천재적인 수사관 적인걸의 환궁을 명하게 되는데. 환궁한 적인걸은 측천무후의 호위와 함께 불타버린 시신의 재만을 가지고 수사를 시작한다. 심층적인 과학수사를 통해 대신들의 죽음이 황린이란 성분에 의해 인체가 자연발화 되었음을 밝혀내게 되고 이 사건이 단순 범행이 아닌, 황실을 노린 누군가의 음모임을 감지한다.서극을 기억하는가? 80,90년대를 풍미했던 중국영화 '영웅본색' '황비홍' ' 천녀유혼' '동방불패'가 모두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아시아의 스필버그 감독이라 불리던 그가 '적인걸'의 감독. 5년 만에 만들어낸 '적인걸'은 그의 스타일이 변함이 없다는 것과 역시 서극의 센스는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일단 실화의 인물인 적인걸, 특히 수사관으로 명성을 날렸던 그를 소재로 삼으면서 오락영화로서의 첫 단추를 멋지게 끼웠다. 추리영화에 가까운 탓에 2시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고 관객의 성별에 상관없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 이어 서사의 구조도 훌륭하게 그려내 완성도는 더 높아진 느낌이다. 서사의 높은 완성도 때문에 자연히 영화 속 추리는 더 내밀해지도 단단해졌으니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높은 게 아닐까. 아쉽게도 CG는 '요즘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보는 수준은 아니다. 약간은 거칠고 어색하며 '차라리 넣지 말지'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지만 이 또한 서극의 스타일이요 중국영화의 매력 포인트니 그의 의도만 받아드려 보자.한 인터뷰에서 서극은 가장 이상적인 오락이란 어떠해야 하냐는 질문에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영화가 오락이라고 생각하는 감독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영화 '적인걸'. 미스터리, 액션, 로맨스, 코미디 모든 장르를 다 담고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 영화가 궁금하지 않은가?

  • 주말
  • 이지연
  • 2010.10.15 23:02

[볼만한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

◆ 레터스 투 줄리엣(드라마, 로맨스/ 105분/ 12세 관람가)시집가라는 주위의 외압에 선 보기를 몇 차례. 아직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선지 아니면 정말 제 짝이 나타나지 않아서인지 눈에 띄는 남자는 없고 먼저 시집간 언니들의 현실적인 신랑감' 강의뿐이다. 하지만 '능력' '집안' '학벌' 등 배우자 조건을 얘기하면서도 누구하나 '사랑'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사랑이란 감정은 호르몬의 장난이고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는 다분히 현실적이 이야기뿐인 것. '결혼'도 결국은 현실의 일부인지라 여러 조건을 따질 수밖에 없다고 다독이고 잠깐 나쁜(?) 마음도 먹어 봤지만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을 보고 확실히 마음이 굳어 버렸다. 언젠가 변할 사랑이라지만 처음부터 없는 사랑보다는 낫지 않을까하는 믿음, 세월이 지난 후에 후회하고 싶지 않은 마음 말이다.소피(아만다 시프리드)는 작가가 되길 지망하지만 정작 용기를 내지는 못하는 '뉴요커' 잡지사의 자료조사원이다. 그녀는 식당 개업을 앞둔 약혼자 빅토(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와 함께 결혼 전 이탈리아로 미리 허니문을 떠나게 되지만, 정작 빅토는 둘의 여행보다 식당에 필요한 재료를 찾아다니는 게 우선이다. 결국 둘은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하고 소피는 홀로 찾은 줄리엣의 집에서 흥미로운 관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바로 세계 각지에서 온 여성들이 자신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을 편지에 써서 줄리엣의 담벼락에 붙여 놓는 것. 그리고 베로나시의 공무원들이 줄리엣의 대리인이 되어 이 편지들에 답장을 써주는 것이다. 다음날 다시 줄리엣의 집을 찾은 소피는 50년 전에 남겨진 클레어(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편지를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클레어는 그 옛날 부모님의 반대가 두려워 로렌조(프랑코 네로)의 프러포즈를 거부하고 도망치는 이탈리아를 떠났던 것이다. 소피는 클레어의 편지에 줄리엣의 비서로써 답장을 하게 되고 이미 백발의 할머니가 된 클레어는 로렌조를 찾기 위해 50년이 지난 지금 손자인 찰리(크리스토퍼 이건)와 이탈리아를 찾는다. 이들과 로렌조 찾기에 동참한 소피. 그리고 다시 만난 클레어와 로렌조. 이들의 마지막 결말은 동화 같은 해피엔딩일까? 50년이 지나 클레어는 다시 사랑을 고백할 수 있을까?이탈리아 지방의 아름다운 배경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은 '레터스 투 줄리엣'은 처음부터 사랑에 올인 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이야기의 태생부터가 '진실한 사랑'인 것은 물론이고 '서로의 얼굴에 아이스크림 뭍이기'나 '첫사랑이 말을 타고 나타나는' 같은 로맨틱한 장면까지 완벽하다. 이야기 자체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나머지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왜 저런 사랑을 못 받을까' 같은 질투와 함께 가슴 한 곳이 먹먹하고 어쩐지 간지러운 묘한 기분마저 느끼게 된다. '맘마미아'를 통해 유명해진 소피 역의 아만나 시프리드가 그 맑은 눈을 또랑또랑 뜨고선 사랑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 외치고 사랑 예찬을 끊임없이 해대니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겠는가.사랑을 고백하기까지 50년을 기다린 클레어. 그 예전의 선택이 잘못됐다고도 잘 됐다고도 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잊지 못하는 사랑이라면 그녀가 보낸 50년은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 못했으니. 한 순간의 선택이 바꿔버린 그녀의 인생처럼 한 순간 세상살이에 휩싸여 당신의 진짜 사랑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한다면 굳이 50년을 기다려 고백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 주말
  • 이지연
  • 2010.10.08 23:02

[볼만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드라마, 멜로/ 139분/ 15세 관람가)'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미국의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일과 결혼생활, 그리고 한 남자와의 뜨거웠던 사랑을 뒤로 하고 긴 여정을 떠난 리즈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것. 원작이 된 이 소설은 미국 전역에서 베스트셀러로 기록되면서 높은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다. 특히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작자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실제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는 것과 세 나라의 매력이 골고루 담겨있는 점, 그리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겼다는 것이 인기의 비결. 그리고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이 원작의 매력들을 바르게 담고 있다. 스토리와 전개를 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주인공의 내레이션을 삽입해 소설의 느낌을 가미한 것. 비록 원작소설만큼 한 여성의 자아 찾기가 세세하게 다뤄지지는 않고 있지만 영화라는 매개체의 한계임을 생각한다면 제 역할은 다 했다고 볼 수 있다.안정적인 직장과 번듯한 남편, 맨해튼의 아파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주인공 리즈(줄리아 로버츠).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게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인지 의문이 생긴 서른 한 살의 그녀는 결국 진짜 자신을 되찾고 싶어진다. 그리고 용기를 내 정해진 일상과 인생에서 벗어나 보기로 결심하는데. 어느 날, 남편에게 이혼통보를 한 리즈는 우연히 찾아온 새 연인과의 사랑도 뒤로하고 일 년간 여행을 떠난다. 이탈리아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신나게 먹고 인도에서 뜨겁게 기도하고 발리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는 리즈의 새로운 모습. 그녀가 원하던 진짜 삶을 찾은 리즈는 이제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도 품을 수 있지 않을까?일탈은 누구나 꿈꾸지만 이룰 수 없는 욕구다. 항상 반복되는 회사일과 책임이 주어진 가족, 그리고 때론 의무처럼 느껴지는 사랑까지 우리에게 일탈을 꿈꾸게 하는 압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뿌리치고 새 삶을 찾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일. 삶의 일부분인 직장이나 배우자를 선택하는 게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그 일탈을 리즈를 통해 대신 이뤄준다.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을 가진 여행지를 통해 리즈의 자아 찾기와 새 삶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관객인 우리는 그녀의 일탈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일탈 뒤에 올 불안함 보다는 새로운 성공을 내다보는 것이다.문득 알랭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 '여행의 기술'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삶의 연장선에 있는 여행이지만 우리는 그 여행을 통해 삶에서 탈출하고자 한다. 비록 결과가 분명하지 않고 불안할지라도 떠날 수 있는 그 용기가 중요한 것은 아닐까. 한 걸음 물러서서 진짜 인생을 찾으려고 한 리즈의 여행담이 피곤한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0.10.01 23:02

[볼만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4: 끝나지 않은 전쟁3D

◆ 레지던트 이블4: 끝나지 않은 전쟁3D (액션, SF, 스릴러/ 96분/ 청소년 관람불가)처음 '레지던트 이블4'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는 당장이라도 극장에 달려가고 싶었다. 영화 역사상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중에 가장 성공한 작품이 아닌가. 그래서 시사회 날짜를 앎과 동시에 스케줄, 극장 등을 확인하고 관람을 위한 준비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불현듯 든 생각이 있었으니 바로 전편인 3편에 대한 스토리다. 2007년에 개봉했던 3편의 스토리가 가물가물 했던 것. 줄거리도 기억 못하는 것은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을 접고 1편부터 다시 정주행하고 말았다. 그 결과 추석 연휴에야 기다리고 기다리던 '레지던트 이블4'를 보게 된 것이다.레지던트 이블의 1편부터의 스토리는 이렇다. 미국의 대기업 엄브렐러에서 만든 하이브라는 유전자 연구소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출된다. 앨리스(밀라 요보비치)는 이를 막기 위한 작전에 들어가게 되고 작전은 성공하지만 앨리스를 포함한 생존자는 엄브렐러에 잡혀가지만 엘리스에게 바이러스가 주입되고 그녀는 굉장한 신체 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2편에서 앨리스는 엄브렐러를 탈출하게 된다. 그러나 엄브렐러가 강제로 하이브를 열어버릿 탓에 바이러스는 라쿤시티로 퍼지게 되고 이들은 핵으로 도시를 날려 버리려고 한다. 힘겨운 싸움 중 이 바이러스 개발자인 찰스박사는 그의 어린 딸을 구해주는 조건으로 탈출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한다. 이들의 탈출 후, 이야기는 3편으로 이어진다. 이제 엄브렐러사의 바이러스는 세계로 확산 돼 인간의 살을 탐하는 변종 인간을 탄생시킨 것. 바이러스의 전염으로 지구에는 대재앙이 찾아오고 모든 것이 사막에 묻히게 되고만다. 이 와중에도 몇 안남은 생존자들은 다른 생존자를 찾기 위해 무장 차량을 타고 이동을 계속하고 앨리스도 함께 한다. 한편, 네바다에 숨겨진 엄브렐러사는 이 사태의 열쇠가 될 앨리스를 찾는다. 유전자적 변형으로 더욱 강력해진 앨리스가 이들의 타깃이 된 것인데.레지던트 이블의 3편은 원작에서 조금 벗어난 느낌이다. 흥행성면에서 부족함 없는 3편이지만 오리지널 게임을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낯선 변화가 이질적으로 느껴졌을 것. 하지만 이번 4편은 원작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한 느낌이 역력하다. 더욱 더 그럴 것이 4편은 1편의 감독이자 모든 시리즈의 각본을 담당한 폴 앤더슨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것. 이번 편에서 앨리스는 엄브레러사와 싸우던 도중 초인적인 힘을 잃게 되고 살아남게 되지만 좀비에게 둘러싸인 빌딩에서 탈출해야하는 미션이 기다리고 있다. 마치 게임의 스테이지를 한 개씩 깨 나가는 '레지던트 이블4'는 3D 영상을 채용해 액션의 묘미를 잘 살려냈다. 장점을 제대로 부각 시킨 것. 2D로 촬영해 3D로 변화한 것이 아닌 영화 '아바타'가 그랬던 것처럼 퓨전 카메라 시스템으로 3D촬영을 한 것이다. 덕분에 영화 속 밀라 요보비치의 액션은 한껏 화려해졌다. 그러나 스토리 면에서는 드는 아쉬움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다시 원작으로 돌아오려는 노력 때문인지 전개가 느리고 마치 5편으로 가기위한 징검다리 같은 느낌. SF스릴러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3D로 된 '레지던트 이블4'를 권하지만 5편을 보기위한 4편이라면 2D로 볼 것을 권하고 싶다.

  • 주말
  • 이지연
  • 2010.09.24 23:02

[볼만한 영화] 풍성한 흥행대작 집에서 여유있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방송사의 이번 추석 특선 영화는 한가위 정신을 제대로 실천했다. 최근작부터 흥행작까지 추석 연휴를 가득 채웠기 때문. 추석 3일 외에도 징검다리로 붙어 있는 평일과 주말까지 넉넉하게 영화를 편성해 놓았다. 그 동안 시간과 생활에 쫓겨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다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 일단 각 방송사 시간표만 챙겨 놓는다면 심심하거나 후회스런 추석은 되지 않을 것이다. 긴 연휴 딱히 할 일이 없더라도 가족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즐겨보자. 더욱이 TV만 있다면 가격은 공짜이지 않은가.21일거북이 달린다(MBC, 오후 11시 5분/ 117분)지역 소싸움 대회가 하는 일의 전부인 시골마을 예산의 형사 조필성(김윤석). 소싸움 대회를 준비하던 필성은 강력한 우승후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마누라의 쌈짓돈을 훔쳐 큰돈을 따게 된다. 기쁨도 잠시, 갑자기 나타난 젊은 놈이 돈을 훔쳐 달아난다. 그 놈은 바로 몇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가 행방이 묘연해진 탈주범 송기태(정경호). 놈을 놓친 것도 분한데 설상가상 이 사건이 언론데 공개되고 형사직까지 물러나게 된다. 돈, 명예, 그리고 마지막 자존심까지 빼앗긴 필성은 송기태를 잡기 위해 나서는데.거북이 김윤석과 토끼 송기태의 한판 승부. 현대판 토끼와 거북이의 승자가 궁금하다면 꼭 봐야할 영화다. 중반부에서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인물간의 감정 변화나 주인공들의 심리 싸움에 비중을 둔다면 스릴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꼬마 니콜라(KBS, 오전 11시/ 91분 )'꼬마 니콜라'는 전 세계적으로 18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르네 고시니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부부싸움으로 시끄럽던 주인공 니콜라의 집이 어느 날부턴가 평화로워지고 니콜라는 엄마가 동생을 임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동생이 태어나면 자신이 버려질 거라고 생각한 이 꼬마는 동생을 납치하겠다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는데.'꼬마 니콜라'는 새로 태어날 동생에 대한 질투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꼬마들의 성적 호기심이나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 프랑스 사회에 대한 이야기 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니콜라의 친구로 등장하는 일곱 명의 악동은 다양한 캐릭터로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능청스러운 아이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뤄 가족들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22일의형제(KBS, 오후 9시 35분/ 116분)6년 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의문의 총격전에서 국정원 소속 한규(송강호)와 남파공작원 지원(강동원)은 만나게 된다. 작전 실패로 한규는 국정원에서 파면당하고 지원은 배신자로 낙인 찍혀 북에서 버림받는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고, 신분을 숨긴 채 접근을 감행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둘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형제 같은 끈끈함 마저 생기고 만다. 그런데 6년 전 그날처럼 지원에게 북으로부터 지령이 내려오게 되고, 지원과 한규는 인생을 건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의형제'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배우의 조합이 포인트다. 이들의 연기는 보는 사람을 웃게도, 긴장하게도 만들며 호흡을 이끌어 나간다. '쉬리' 이후 새롭게 그려진 새로운 남북한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해운대 (SBS, 오후 9시 45분/ 129분)'해운대'는 얼핏 보면 재난 영화다. 부산 해운대에 '메가쓰나미'가 일어나게 되고 사람들은 혼란에 휩싸는 단순한 플롯. 하지만 '해운대'의 포인트는 재난이 아니라 '가족의 정'이다. 재난 앞에서 드러나는 가족 간의 정과 서로의 사랑이 영화의 핵심 인 것. 박중훈, 설경구, 엄청화, 하지원의 연기파 배우 4인방과 톡톡 튀는 조연 배우들이 만나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스토리는 인정하지만 조금 부족한 CG는 아쉬운 점. 극장에서라면 많이 섭섭했겠지만 브라운관에서는 볼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천만 관객을 들인 영화이니만큼 극장에서 놓쳤다면 이번 추석에 꼭 챙겨보길.23일육혈포 강도단(MBC, 오후 11시 30분/ 107분)평균나이 65세의 최고령 은행 강도단이 나타났다. 8년간 힘들게 모은 하와이 여행자금을 은행 강도에게 빼앗긴 세 명의 할머니(나문희, 김수미, 김혜옥)는 은행을 털기로 일생일대의 결심을 하고, 전문은행강도(임창정)를 협박해 비법을 전수 받는다. 기상천외한 은행 강도 훈련이 시작되고 드디어 인질극까지 벌이며 은행을 점거하게 되는데.범죄자 영화(?)지만 공포감보다도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육혈포 강도단'은 무시 속에 살던 할머니들의 발란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웃음이 묻어나지만 어딘가 슬픈 혈실이 존재하는 이야기가 진한 페이소스를 선사할 것. 주인공을 맡은 세 중견 배우의 연기력은 말 할 것도 없고 조연으로 등장하는 임창정도 코믹 연기를 제대로 소화했다. 추석 특선 영화 중 가장 최근 개봉작.김씨표류기(SBS, 24일 오전 12시 5분/ 116분)'김씨표류기'는 화려한 볼거리나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 발상은 정말 독특하다. 빚 독촉에 남자(정재영) 김 씨는 자살을 결심하고 한강에서 뛰어내린다. 하지만 깨어나보니 그가 있는 곳은 한강의 외딴 섬(?) 밤섬. 죽기 위해 뛰어내렸지만 이제 이곳에서 살아나가야 하는 남자는 살기 위해 노력하고 또, 살기 위해 밤섬에 남고 싶어 한다. 남자의 구조요청을 알아 본 단 사람은 몇 년 동안 밖에 나가본 적이 없는 대인 기피증을 가진 여자 김씨(정려원).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 생명체라고 생각한 그녀는 메시지 전달을 위해 한밤 중 외출을 감행하고 이렇게 그들의 펜팔을 시작된다. '대중 속에 고독'이라는 말처럼 많은 인구가 사는 서울 안에서 결국은 혼자인 두 사람. 이들이 만들어낸 희망의 소통은 고속도로 위 휴게소 같은 느낌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해주는 청량감을 맛볼 수 있을 것.

  • 주말
  • 이지연
  • 2010.09.20 23:02

[볼만한 영화] 다양한 장르 골라보는 재미

추석 차례상만큼이나 영화판도 풍선하다. 긴 연휴를 맞아 TV특선 영화도 양질로 라인업 했고 극장가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대목을 맞아 기대작들이 모두 개봉 한 것이다. 추석이라는 시기적인 이유 때문인지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도 대거 포진했고 스릴러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연휴를 채웠다. 이것이야 말고 골라 보는 재미 아니겠는가.- 슈퍼배드(애니메이션, 가족/ 95분/ 전체관람가)소소한 범죄를 일삼던 주인공 그루는 누군가 이집트 피라미드를 훔쳐가자 이 사건에 자극을 받게 된다. 그는 세계 최고의 악당이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이 절대 훔칠 수 없는 것, 달을 훔치겠다고 마음을 먹는데. 달을 훔치기 위한 최신식 장비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아원의 세 소녀들을 맡게 된 그루. 그루는 이들과 지내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악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녀들을 키우는 일이란 걸 알게 된다.어른들 영화 못지않게 다양하게 등장하는 무기들이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을 것. 3D적 요소를 적절히 살려 흥미를 끌뿐 아니라 훈훈함 가득한 교훈적인 이야기도 아이들에게 좋은 요소다. 소녀시대 태연과 서현이 처음 도전하는 목소리 연기도 무난한 수준.- 캣츠 & 독스2(액션, 코미디/ 82분/ 전체관람가)미션임파설블이 아니라 미션개(犬)파서블?개와 고양이의 계속되던 전쟁이 끝나고 찾아온 평화. 그러나 한 광기 어린 고양이가 복수의 발톱을 갈고 있었다. 한때 고양이 정보국에 몸담았던 키티는 숙적인 개 종족은 물론 동료였던 고양이와 인간들까지 제거하려는 음모를 계획한다. 야욕을 불태우는 키티 때문에 세상이 멸망할 위기에 직면하자 개와 고양이 종족은 동맹을 결심하고 전례 없던 연합작전을 펼치는데. 세상을 위해 앞발을 맞잡은 그들, 세계최초, 하늘을 나는 '개양이' 특공대가 떴다.친근하게 느끼는 동물, 개와 고양이가 등장하고 선과 악이 뚜렷하게 나눠지는 스토리는 아주 어린 아이들부터 초등학생들까지 모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전체 관람가 영화답게 선의 승리와 다분히 교육적인 이야기지만 엉뚱하고 발랄한 동물과 인간의 화합이 웃음을 짓게 한다. 추석 가족영화로는 안성맞춤- 시라노 연애조작단(멜로, 코미디/ 12세 관람가)'시라노 에이전시'는 연애에 서투른 사람들을 대신해 연애를 이루어주는 비밀 연애 조작단이다. 그들의 신조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 안 한다' . 어느 날 에이전시 대표인 병훈(엄태웅)과 그의 작전요원 민영(박신혜)은 예측불허의 의뢰인 상용(최다니엘)을 만나게 되는데. 스펙은 최고지만 연애는 꽝인 상용이 사랑에 빠진 여자는 속을 알 수 없는 사랑스런 외모의 희중(이민정)이다. 그런데 의뢰인의 사랑 희중의 프로필을 본 순간, 병훈은 고민에 빠지고 마는데.사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가장 큰 매력. 위트 넘치고 남녀의 연애심리를 솔직하게 반영한 대사들이 젊은 관객층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연애를 하며 궁금했던 점이나 상대방의 속마음이 궁금했다면 시라노 에이전시에게 맞겨보자. 그 사람의 마음은 곧 당신 것이다.- 그랑프리 (드라마/ 109분/ 12세 관람가)경주 도중 사고로 인해 말을 읽고 자신감까지 잃어버린 기수 주희(김태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제주도로 향한다. 그 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우석(양동근)을 만나고 그의 격려와 도움으로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얻는다. 여기수로는 최초로 그랑프리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경주마 탐라와 다시 시작하게 되는데.말과 사람의 교감을 온데간데없고 어설픈 로맨스만 남아버려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점점 늘어가는 김태희의 연기력과 은근한 양동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면 '그랑프리'는 괜찮은 영화. 또한 배경이 된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역동성 넘치는 경주 장면들이 영화표 값은 메울 수 있을 것이다.- 퀴즈왕(코미디/ 121분/ 15세 관람가)김수로, 한재석, 임원희 등 포스터를 가득채운 연기파 배우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장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니 이 영화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 이래 단 한 번도 우승자가 나오지 않은 133억짜리 퀴즈쇼. 우연히 마지막 정답만 알게 된 15인이 우승 상금을 놓고 엉뚱한 퀴즈쇼를 펼친다.웃음보다 감동을 주려는 의도가 빤히 보임에도 웃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장면이 가득하다. 더욱이 관객들까지 마치 영화 속 퀴즈쇼에 참가한 것 마냥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큰 웃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소한 재미가 가득하고 풍자적이면서도 위트가 묻어나는 대사들이 영화를 채우고 있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어필하는 15인의 캐릭터 또한 제몫을 다하고 있으니 '퀴즈왕'을 찾으면 이번 추석이 무료할 틈이 없을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0.09.20 23:02

[볼만한 영화] 무적자

뛰어난 작품성이나 교훈적인 이야기도 좋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지 않았던가. 잘생긴 훈남 배우들이 등장하면 작품성이고 교훈이고 일단 뒷전이 되고 마는 현실 말이다. 더욱이 연기까지 잘한다면 좀 빈약한 스토리쯤은 봐줘도 되지 않으려나.어째든 이번 주에는 남자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 한 편 소개하려고 한다. 남자친구에게 다음 주엔 김태희 나오는 '그랑프리'를 봐 줄 테니 이번 주에는 주진모와 송승헌 좀 같이 봐달라고 해보자.◆ 무적자 (드라마, 액션/ 124분/ 15세 관람가)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무적자'는 홍콩 느와르의 전설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영웅본색'이 어떤 영화인가. 아버지 세대는 말 할 것도 없고 선글라스와 성냥개비로 대두되는 이미지로 남녀노소에게 모두 각인된 전설적인 작품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리메이크 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원작의 영광을 재현한 다해도 그 때의 인기를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무슨 자신감으로 이 작품을 택한 것일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어릴 적 헤어진 형제 혁(주진모)과 철(김강우)은 비극적인 운명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형 혁은 무기밀매조직의 보스로, 동생 철은 경찰로서 서로를 겨누게 된 것. 그 어떤 형제보다 서로를 위했던 그들이지만 운명은 잔인하게 다가왔다. 10년째 뜨거운 우정을 쌓으며 조직을 이끌어 가고 있는 혁과 영춘(송승헌)은 조직원이었던 태민(조한선)의 비열한 계략에 넘어가 많은 것을 잃고 만다. 조직에서 벗어나려는 혁과 조직을 검거하려는 철, 다시한번 부활을 꿈꾸는 영춘. 각기 다른 꿈을 꾸며 깊은 오해로 어긋나 있는 이들을 잡고 흔드는 것은 태민이다. 또 다시 태민의 음모에 휘말려 혁과 철, 영춘은 예상치 못한 결말로 향해 가는데.앞서 말한 것처럼 '무적자'는 '영웅본색'의 2010년 버전이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보트씬이나 총격씬은 원작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이어 받으면서도 우리나라 정서에 맞도록 위조지폐 조직은 무기밀매 조직으로, 주인공 영춘을 탈북자로 설정을 바꾸었다. 가장 큰 차이는 더 잔인하고 무거운 결말. 이 결말을 포함에 '무적자'는 '영웅본색'의 화려한 비주얼 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깊은 스토리를 택한 점이 특이하다. 형제간의 엇갈린 갈등과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탈북자에 대한 이야기가 그 것. 문제는 이런 깊이가 공감이 감과 동시에 지나치게 진지함이 느껴져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부담스러우면 어떠랴. '영웅본색'의 장국영과 주윤발 처럼 '무적자'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 배우가 넷이나 포진해 있다. 거칠면서도 차가운 김강우와 동생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을 동시에 소화한 주진모, 남성다움의 대표주자 송승헌, 비열한 악역 연기를 멋지게 해낸 조한선은 각자의 캐릭터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무적자'는 분명 '영웅본색'이지만 또한 '영웅본색'이 아니다. 굳이 두 영화를 비교하자면 '무적자'의 허점은 넘치고 흐르겠지만 분명 그만의 멋은 존재한다. 특히 저 멋진 네 명의 배우 말이다. 이들이 '무적자'의 빈 곳을 모두 매울 수는 없지만 선조들도 말씀하셨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 주말
  • 이지연
  • 2010.09.17 23:02

[볼만한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 마루 밑 아리에티(애니메이션/ 94분/ 전체 관람가)20대 후반과 30대를 지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학창시절을 기억해 보자. 일본 문화의 존재를 알면서도 대 놓고 즐기지 못했던 그 때를 말이다. 일본 앨범은 일반 레코드 가게에서는 살 수 없었고 만화책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각광 받던 때도 정당한 경로를 통해서는 볼 수조차 없었다. 1998년 일본대중문화가 개방되면서부터 서서히 일본 문화가 양지로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일본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감개무량하겠는가. 더욱이 친구들과 몰래 보던 '원령공주'나 '붉은 돼지'를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볼 때면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래서 하야오 감독의 최근작 '마루 팀 아리에티'는 더욱 특별하다.교외에 위치한 오래된 저택의 마루 밑에는 인간들의 물건을 몰래 빌려 쓰며 살아가는 소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 세계의 철칙은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면 그 집을 당장 떠나야 한다는 것. 항상 조심해야 하지만 이제 14살이 된 10cm 소녀 아리에티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홀로 마루 위 인간 세상으로 뛰어든다. 그런데 마루 위로 올라 간 첫날, 인간 소년 쇼우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다. 첫 목표였던 각설탕을 생쥐와 바퀴벌레의 방해 공작을 이겨내고 무사히 손에 넣지만 두 번째 목표인 티슈를 얻으러 간 방에서 저택에 요양을 온 인간 소년 쇼우의 눈에 띄게 된 것. 인간은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쇼우의 다정한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마루 밑 세계의 규칙을 어기고 쇼우에게 다가가던 어느 날, 아리에티 가족에게 예기치 않은 위험이 찾아온다.지브리 스튜디오가 선택한 이번 이야기는 아름답고 예쁜, 잔잔한 호수 같은 이야기다. 전작인'벼랑 위의 포뇨'와 같은 선상의 분위기. 최선을 다해 살아남는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안고 94분을 관객과 함께 걸어간다. 급박하게 뛰지 않지만 속도가 아닌 크기의 대비에서 스릴이 찾아오고 일반적인 인간의 생활소품을 독특하게 이용하는 아리에티 가족에게서 웃음을 발견한다. 위기가 있지만 숨이 차지 않고 두려움이 있지만 뒤돌아서지 않는 아리에티에게서 우리네 사춘기를 떠올리게 될 것. 3D 영화가 대세이고 좀 더 나은 그래픽과 화질을 요구하는 요즘 시대에 순수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마루 밑 아리에티'는 그 이야기만큼이나 순수하고 깨끗하다. 늘 그렇듯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애니메이션 삽입곡이다. 가끔은 너무 아름다워 장면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인데 이번 작품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도 어느 것 하나 뒤지지 않는다. 감미로운 음악과 손으로 그려진 그림, 아기자기한 일본 특유의 집과 정원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지만 그 것만으로 설명이 부족한 포근한 영화다.

  • 주말
  • 이지연
  • 2010.09.10 23:02

[볼만한 영화] 라스트 에어벤더

◆ 라스트 에어벤더(액션, 판타지/ 103분/ 전체 관람가)8월 중순에 개봉한 영화를 이제야 봤다는 건 영화 기사를 쓰는 기자로써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방학 숙제를 미루고 미루다가 개학 전날 하는 초등학생들이라면 이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을까? 판타지 소설도 싫어하는 판에 영화까지 봐야하나 하는 마음 3할, 개봉 전부터 쏟아지는 악평에 보기 싫은 마음 4할, 그리고 찌는 듯 더웠던 날씨 1할,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았던 지난 시간이 2할 되시겠다. 결국 '이러다 극장 상영이 끝나겠다'하는 생각에 주말 아침,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영화관을 찾았다.이렇게 억지로 보게 된 영화가 '라스트 에어벤더'다. 극장에 앉아 감독이 누군지 무슨 내용인지 사전 지식이 너무 없는 것 같아 그제야 '에어벤더'가 무슨 뜻인지 핸드폰 사전으로 검색했다.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고 영화 속에서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영화는 생각 외로(물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지만) 너무 괜찮았고 관람 후, 한 영화 업계 종사자 지인은 이런 말을 했다. 아무 기대도 없이 봤기 때문에 재미있었던 것이고 2D로 본 게 천만 다행이라고. 도대체 이 영화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악평을 받는 것일까?오랜 시간 물의 부족, 흙의 왕국, 불의 제국, 공기의 유목민 4대 제국은 각자의 능력을 유지하며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지만 불의 제국이 일으킨 전쟁으로 평화로운 균형을 잃게 된다. 균형을 유지해 주던 물, 불, 흙, 공기 4개의 원소를 모두 다룰 줄 아는 유일한 존재인 아바타가 사라졌기 때문. 그래서 사람들은 아바타가 다시 나타나 평화를 되찾아 주기를 기다린다. 어느 날, 물의 부족인 카타라(니콜라 펠츠), 소카(잭슨 라스본) 남매는 빙하 속에 갇혀 있던 아바타인 아앙(노아 링어)을 우연히 구해 주지만 곧 불의 제국 왕자인 주코(데브 파텔)에게 기는 신세가 된다. 아바타의 운명을 가진 아앙은 카타라(니콜라 펠츠), 소카(잭슨 라스본) 남매와 함께 4가지 원소를 다루는 법을 배우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되고 계속해서 패권을 지키고 싶은 불의 제국의 아바타 추격 또한 계속 되는데.'라스트 에어벤더'는 먼저 감독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충격적인 반전으로 흥행을 한 '식스 센스'(1999)를 만든 M.나이트 샤말란 이기 때문. 한 때 히치콕을 뛰어 넘을 차세대 천재 감독으로 불린 그지만 '식스 센스' 이후, 특히 최근작들은 그의 전작이 무색해질 만큼 혹평을 받아왔다. '라스트 에어벤더'또한 '식스센스'를 생각한다면 연결고리가 생기지 않는 작품이다. 사실 '라스트 에어벤더'는 니켈로디언 방송국의 인기 애니메이션인 '아바타: 라스트 에어벤더'의 실사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와 혼동을 주지 않기 위해 '라스트 에어벤더'라는 이름으로 개봉했고 원래 심리 스릴러 전문인 감독이 왜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전성기 때의 명성을 자신의 손을 깎는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 관객이 감독에게 기대했던 부분과 한참 벗어나는 상황이 만들어 진 것이다. 스토리에 실망한 관객은 영상에 남은 희망을 걸었을 것이고 '라스트 에어벤더'는 이마저도 실패하고 말았다. 이미 3D영화로 영화사의 획을 그은 '아바타'가 떡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이 영화는 애초에 3D로 제작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그래픽이 부족하다(자막이 3D로 보이는 문제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바타'만큼의 질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 대체로 이런 이유들이 '라스트 에어벤더'가 낮게 평가 되는 이유다. 모두 수긍이 되는 부분이기도 해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라스트 에어벤더'가 3부작이라는 데 기대를 걸어보자. 1편의 문제점들이 이후에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 말이다. 결말까지 몰아 보지 않고 싶다면 1편은 일단 2D로 관람을 시도하면 좋겠다. 샤말란에 대한 기대도 함께.

  • 주말
  • 이지연
  • 2010.09.03 23:02

[볼만한 영화] 죽이고 싶은

◆ 죽이고 싶은요즘 한국 영화들 예뻐 죽겠다. 작품성,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으니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처럼 한국 영화가 이런 수준이 오기 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거짓말 조금 보태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다. 끝없는 연습으로 훌륭한 배우가 생기고,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노하우를 축적한 감독과 스태프들이 생겼는가 하면 문화인프라가 구축되면서 그들이 만들어낸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다. 물론 벌써부터 축배들 일은 아니다. 아이를 사랑하면 매를 더 들라는 말도 있고 아직도 넘은 산보다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칭찬만 해주고 싶지만 예쁜 자식이니 매도 때려야 하는 그런 영화가 있다. 유해진과 천호진이 만들어 낸 '죽이고 싶은'이다.틈만 나면 자살을 시도하는 남자 민호(천호진)는 장기 입원 중이다. 그의 뇌 질환과 끊임없는 자살 시도 때문. 그런데 어느 날 그의 병실에 상업(유해진)이 들어오게 된다. 상업은 민호가 일생을 걸고 찾아서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싶어 했던 인물. 하지만 상업은 기억 상실에 전신마비가 된 상태다. 그래도 결코 봐줄 수 없는 민호는 상업을 죽이기 위해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어느 날 눈 떠보니 병실에 누워 있는 상업. 이미 자신이 누군인지도 기억하지도 못하고 전신마비로 꼼짝 없이 누워있는 상태다. 그런데 그의 옆 침대에 서슬 퍼런 눈으로 노려보는 민호가 있다. 같은 환자 처지에 왠지 거슬리는 그 놈. 밤마다 누가 린치를 가하는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머리 아프고, 삭신도 쑤신 상업. 차츰차츰 돌아오는 기억 속에 민호에 대한 적개심은 더욱 커져가는데.이미 티저 영상에서 공개 한 것과 같이 영화는 상업이 기억을 되찾는 시점부터 분위기가 바뀐다. 캐스팅에서 예상되는 것처럼 영화 초반 유해진과 천호진은 그들의 특기인 코믹함이 묻어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몸을 움직일 수 없이 누워 지내는 이들은 스타킹이 넣은 비누가 무기가 되고 전기 통하는 곳에 분무기를 뿌리는 것이 복수다. 이렇게 자고 있는 상업을 린치하는 민호의 소심한 복수는 그 자체가 웃음으로 연결되는 것. 하지만 상업이 민호를 기억해 내면서 영화는 다중 인격자처럼 한 순간 다른 인격이 된다. 하나의 사건에 대한 다른 두 개의 기억이 교차되면서 초반의 코믹함을 이어가면서도 스릴 넘치는 싸늘함이 영화를 지배한다. 살아남는 사람의 기억이 진실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살인자가 되는 희한한 상황이 진지하면서도 관객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 무엇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따라 잡을 수 있는 한국 영화의 힘, 독특하면서 새로운 장르와 소재를 겁내지 않아 한다는 점을 '죽이고 싶은'이 충분히 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기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천호진 유해진이란 두 배우다. 많은 조연 경력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두 배우는 코믹함도 진지함도 제대로 소화해 낼 뿐 아니라 영화의 전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힘 때문에 감독의 역량이 다 들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 여자 배우인 서효림도 의외의 선전을 해주었다.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 반전이 있는 스릴러 임에도 결말이 보인다는 것. 관객의 수준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위로를 해본다.

  • 주말
  • 이지연
  • 2010.08.27 23:02

[볼만한 영화] 익스펜더블

◆ 익스펜더블(액션, 모헙/ 103분/ 청소년관람불가)'익스펜더블'을 보러 가겠다고 하자 한 영화 관계자 선배가 말했다."넌 저거 이해 못할걸. 실베스터 스탤론 알아? 이연걸 알아? 적어도 30대 초반은 돼야 이 영화가 왜 재밌는지 알 수 있어."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베스터 스탤론도 알고 이연걸도 알뿐더러 영화마저 재미있었다. 그런데 기웃기웃 다른 사람들이 쓴 '익스펜더블'평들을 읽다보니 선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20대에게 '익스펜더블'은 단순한 액션 스릴러지만 30대 이상에게 이 영화는 과거의 회기이자 그들의 젊음이랄까. '재미있다'라고만 평하기엔 그 이상이 담겨있는 것이다.바니 로스(실베스터 스텔론)는 두려움도 모르고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만큼 매정한 용병들의 리더. 액수만 맞는다면 무슨 일이든 하는 익스펜더블의 대장으로 전 영국특수부대 SAS 요원이자 칼날 달린 거라면 뭐든 잘 다루는 전문가인 리 크리스마스(제이슨 스태덤), 육탄전의 대가인 잉 양(이 연걸), 무기 전문가인 헤일 시저(테리 크루즈), 노련한 폭파전문가 톨 로드(랜디 커투어), 그리고 정밀 저격의 달인인 군나르 옌슨(돌프 룬드그렌) 와 한 팀이다. 그러던 어느 날 미스터리 인물, 처치(브루스 윌리스)가 바니에게 새로운 일을 의뢰하는데 바로 빌레나 라는 작은 섬나라에서 살인을 일삼으며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는 가자 장군(데이빗 자야스)을 축출하고 주민들을 죽음과 파괴로부터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답사차 빌레나에 도착한 바니와 리는 산드라(지젤 아티에)를 통해 섬이 전직 CIA요원인 제임스 몬로(에릭 로버츠)에 의해 코카인 재배로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바니와 리는 힘겹게 탈출하지만 산드라가 마음에 걸리게 되고 익스펜더블은 섬으로 다시 향하게 된다.지금으로부터 10년 전쯤, 1980년과 1990년 사이 유명 배우들이 궁금하다면 '익스펜더블'한편이면 해결된다. 영화계를 호령하던 배우들이 모두 모여 있으니 말이다. 80년대 액션 영화 좀 봤다는 관객이라면 사실 '익스펜더블'의 출연진은 말도 안 되는 일. 이제는 톱스타 자리에서 내려 온 이들이지만 시간이 흘러 왕년에 배우들이 현대판 액션영화를 만들었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영화는 조금은 단순하고 유치한 이야기다.(이제 3D영화가 나오는 시대인데 오죽하겠는가!) 멋있어 보이던 배우들도 세월 앞에선 장사 없고 80년대엔 재밌었을 모를 스토리는 심심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곳곳에 보이는 1980년대 정서와 대중문화는 때론 웃음을, 때론 로맨스를 선물한다. 이제는 웃기지 않는 그 때의 농담이나 정석이라고 불리는 장면들(이때부터 시작된 듯한)이 더해져 마치 추억을 보는 듯 한 기분이 들 것. 무엇보다 추억을 찾고 싶은 관객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다. 20대로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그 감동을 다른 사람이라도 꼭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0.08.20 23:02

[볼만한 영화] 토이 스토리3 vs 스텝업 3D

볼 영화가 없을 때도 괴롭지만 이렇게 많을 때도 고민이다. 오래된 친구를 배신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새로운 사랑을 모른 척 할 수도 없으니. 이번 주 신작들은 영화팬들 이런 고민에 빠뜨리기 충분하다.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쓰고 있는 '토이스토리' 세 번째 편이 나왔고 3D영화로 제작되면 꼭 보겠다고 다짐했던 '스텝 업'까지 개봉했다.◆ 토이 스토리3(애니메이션, 모험, 가족/ 102분/ 전체관람가)'토이 스토리1'이 나왔을 때가 1995년이니 벌써 15년 전 일이다. 유치원 때 처음 이 시리즈를 본 아이는 군대를 갈 정도의 성인이 됐고, 고등학생이었다면 지금은 자신의 아이와 이번 편을 보고 있지 않을까. 오랜 시간을 관객과 함께 하는 '토이 스토리'의 힘을 찾아보자.11년 만에 찾은 엘름 거리 앤디네 집은 어둡기만 하다. 우디의 여자친구 였던 양치기 아가씨 인형을 포함한 많은 장난감들이 이미 벼룩시장과 대청소를 거치며 사라진 것.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앤디가 선물 받았던 강아지 버스터는 어느새 노쇠해 걸음도 제대로 옮기지 못한다. 대학으로 떠나는 열일곱 살 앤디는 우디만 데려가기로 마음먹고 나머지 인형들을 다락에 보관하려 하지만, 몇 번의 오해와 사건이 겹치며 장난감들은 동네 탁아소에 기증되고 만다. 앤디를 잊고 탁아소에서 새 삶을 살자는 제시에게 우디는 이기적이라며 비난 하지만 우디 만큼 특별한 애정을 받지 못했던 동료 장난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앤디와의 정을 생각해 다락에 처박히는 것과 다른 아이들과 놀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나 '사랑이냐 우정이냐' 혹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같은 난해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영화는 영화다운 답을 내 놓지만 관객은 또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인간과 인형간의 이 주종의 관계에서 사랑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배우면서 말이다. '기껏 만화 영화 주제'지만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토이 스토리'의 힘 아닐까? 10년을 넘게 기다려 온 보람이 있는 영화. 마지막 5분은 절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텝 업 3D(드라마, 로맨스/ 107분/ 12세 관람가)영화관 안에서 이렇게 많은 것을 느끼게 될 줄 몰랐다. 과학의 양면성은 항상 논하는 바지만 이렇게 라면 얼마든지 발전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춤과 음악에 흥분하다보면 107분은 짧게만 느껴진다.뉴욕 최고의 댄스팀 파이러트의 리더 루크(릭 말람브리)는 곧 다가올 세계 최대의 댄스배틀 '월드 잼'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길거리 댄스 배틀에서 탁월한 댄스 실력으로 상대편을 단숨에 제압해버린 무스(애덤 G. 세반니)를 만나게 된다. 평소 남다른 댄스실력을 보이던 나탈리(샤니 빈슨)까지 포섭한 루크는 파워풀한 댄스와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장악하며 예선을 통과한다. 루크는 결승에 가까워질수록 세계 최고의 댄서가 될 꿈을 꾸지만 자신들의 비밀 리허설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위기를 맞게 되고, 나탈리 마저 갑자기 사라지게 되는데.스토리 면에서만 본다면 '스텝 업'은 1편에서 끝나야만 했다. 그런데 이런 생명력으로 계속 될 수 있는 것은 춤과 노래가 가진 매력 때문 아닐까. 감독은 영리하게도 이러한 매력을 3D 영상을 통해 극대화 시켰다. 화려한 안무들이 관객에게 더 가까워 진 것. 영화라기보다 댄스컬을 본 듯한 느낌이 들테니 말이다. 브레이킹, 락킹 등 다양한 스트리트 댄스의 종류를 섭렵할 수 있는 기회. 물론 춤에 대해 하나도 몰라도 전혀 문제 될 것은 없다. 어차피 춤과 음악은 만국 공통어니까.

  • 주말
  • 이지연
  • 2010.08.13 23:02

[볼만한 영화] 아저씨

한국 영화는 절대 극장에서 보지 않는 한 지인이 있다. 할리우드 영화만큼 스케일도 크지 않고 액션도 볼품없는데 굳이 큰 스크린으로 볼 필요가 없다나. 역시나 우연히 넉넉하게 생긴 '아저씨' 시사회표를 주었더니 한국 영화라서 보지 않겠다고 했다. 주인공인 원빈만 봐도 된다고 홀려 늦은 밤 극장에 들렀고 영화가 끝났을 때, 그녀는 기립박수를 쳤다.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했다면 '아저씨'는 한국영화 골수팬을 만들었다.▲ 아저씨(액션,드라마/ 119분/ 청소년 관람불가)원빈이 돌아왔다. 우수에 젖은 눈빛하며 잘생긴 외모며 긴 손가락까지 모두 그대로다. 그런데 정말 남자 냄새가 난다. 어린 소녀와 있어서 일까 아니면 진짜 아저씨가 된 걸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불행한 사건으로 아내를 잃고 세상을 등진 채 전당포를 운영하며 외롭게 살아가는 태식(원빈). 사실 그는 전직 특수요원이지였지만 찾아오는 사람이라곤 전당포에 물건 맡기러 오는 사람들과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뿐이다.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언제나 혼자 있는 소미와 태식은 항상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태식은 소미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던 중 소미의 엄마가 범죄에 연루되고, 범죄조직은 소미를 인질로 잡아가게 되는데. 태식은 소미를 구하기 위해 범죄조직과 거래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경찰마저 태식을 추격하게 된다.어린 소녀와 성인 남자의 만남은 개봉 전 많은 말들을 불러일으켰다. 혹자는 영화 '레옹'의 아류작 같은 느낌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아이를 좋아하는 성범죄자에 빗대 영화를 유추하기도 했다. 그래서 태식이 소미를 좋아하는 마음, 다시 말하면 그들의 관계를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태식이 소미에게 마음을 주는 것은 잊고 살고 싶었던 그의 과거의 기억 때문이다. 소미 때문에 수면위로 올라온 그의 처참한 과거가 소미에 대한 감정을 폭발 시킨 것. 기껏 동네 꼬마 하나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건 것은 소미의 구출이 아닌 자기 자신의 구출인 것이다.'충분히' 괜찮은 영화'아저씨'의 문제점은 너무 강력한 액션이다. 거리낌 없고 막힘 없이 이어지는 액션은 지금까지 어느 한국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칭찬만 해도 부족할 정도의 질 높은 액션을 자랑하지만 이 때문에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감독의 의도가 '액션으로 먹어주는'영화였다면 그냥 넘어갈 만하지만 후반부의 감동어린 스토리를 생각하면 인신매매니 마약이니 하는 소재는 너무 닳고 닳은 것. 그래도 가슴 뭉클한 우정을 보여주는 원빈과 김새론의 연기 덕분에 그 미약함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항상 부드럽게만 느껴지던 원빈이 이렇게 남성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 아니라 무섭게 까지 느껴지는 연기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또 '여행자'로 최연소 칸영화제에 진출한 김새론은 겉으로는 밝지만 속 깊은 상처를 가진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액션과 감동이 잘 섞여 상업적인 영화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 내면에 담긴 이야기가 매력적인 영화. '아저씨'만큼은 극장에서 봐야할 영화임이 틀림없다.

  • 주말
  • 이지연
  • 2010.08.06 23:02

[볼만한 영화] 인셉션 vs 솔트

▲ 인셉션(SF, 드라마, 스릴러/ 142분/ 15세이상 관람가)굳이 보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보기 겁나긴 했다. 보고나면 왠지 인정하게 될 것 같고 그리고 나면 슬플 것 같아서. 사람 사는 세상이 점점 각박하게 변하고 과학의 발전은 슬픈 결과만 도출해 내는 그런 시대를 그리고 있는 '인셉션'. 역시 지금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슬픈 모습이었다.간단한 기계장치 '드림머신' 하나면 타인의 꿈속으로 들어가 생각을 훔쳐낼 수 있는 가까운 미래.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생각을 지키는 특수보안 프로그래머인 동시에 꿈을 훔쳐내는 도둑이다. 우연한 사고로 국제적 수배자가 된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일본인 사업가 사이토(와타나베 켄)의 제안이 있었던 것. 거대 합병 기업의 총수가 될 피셔(킬리언 머피)의 꿈을 설계하여 기업 합병을 막으면 코브는 사이토의 도움으로 아내(마리온 코티아르)의 살해범으로 몰린 자신의 누명을 벗을 수 있다. 마침내 코브 일행은 꿈 안의 꿈 안의 또 꿈이라는 경로를 거치며 피셔의 꿈과 무의식 깊숙한 곳을 설계하고 침투한다. 인셉션이라 불리는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강의 팀을 조직한 코브. 불가능에 가까운 게임이지만 성공시켜야만 한다.꿈을 만들거나 지운다는 생각은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5)을 생각하게 했다. 하지만 '이터널 선샤인'이 기억은 지워져도 사랑은 남는다는 로맨틱한 스토리였다면 '인셉션'은 인간의 꿈같은 삶에 대한 이야기. 스토리 보다는 그 것을 시각화한 장면들이 더 놀랍고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다크 나이트'에서 '고뇌와 성찰'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흥행과 엮어 버린 놀란 감독은 '인셉션'에서도 그 재주를 펼쳤으나 전작에는 닫지 못했다. 이야기 보다는 액션이나 화면 전환에 더 관심을 두고 볼 것.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포함해서 말이다.▲ 솔트(액션, 스릴러/ 98분/ 15세 관람가)안젤리나 졸리가 한국에 왔다. 이미 네 아이의 엄마임에도 완벽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특히 한국에서 보여준 그녀의 매너는 톱스타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았다. 항상 새로운 시도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한다는 졸리. 그녀가 택한 이번 영화 '솔트'는 어떤 모습일까.영화는 CIA 요원 에블린 솔트(안젤리나 졸리)가 막 자수한 러시아 간첩을 심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심문 도중 러시아 간첩은 솔트를 이중첩자로 지목하게 되는데. 그의 증언에 따르면 구소련 시절 고도의 훈련을 받은 KGB 정예요원이 CIA에 침투해 있고 그 당사자가 솔트라는 것이다. 러시아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을 암살할 위험인물로 낙인찍혀버린 솔트는 CIA 요원으로서의 명예와 조국, 남편의 신변보호를 위해 포위망을 피해 도주한다. 그리고 서서히 그녀를 중심으로 한 음모가 드러나는데.그녀는 엄마로서도 배우로서도 완벽하다. 그리고 참 강한 여자다.'툼레이더'나 '원티드' 같은 그녀의 전작을 살펴보면 여배우 졸리로서의 여성스러움과 배우로서의 강함이 얼마나 조화로운지 알 수 있다. 하지만'솔트'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다분히 남성스럽다. 원래 주인공이 남자배우였으니 당연한 이야기. 그런데 여자로 주연이 바뀌었음에도 안젤리나 졸리는 시나리오 수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만 보더라도 그녀의 활약은 그냥 박수로 끝날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그래서'솔트'는 안젤리나 졸리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영화의 8할 이상이 그녀의 능력. 감독이 훌륭하다고 말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멋져 보이도록 좋은 조력자가 됐다는 것과 다른 스파이물에서 보이는 감상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완벽하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남들이 하는 실수는 없는 똑똑한 영화.

  • 주말
  • 이지연
  • 2010.07.30 23:02

[볼만한 영화] 마음이2 vs 명탐정 코난:천공의 난파선

작년 여름 날씨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요즘 날씨는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비는 비대로 해는 해대로 자기 할 일을 잘 해주고(?) 있는 탓에 여름 날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것. 이 무더운 날씨를 해결해줄 장소는 극장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 영화 선택만 남아있다. 이왕이면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가슴 따뜻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어떨까?▲ 마음이 2(가족, 코미디, 모험/ 92분/ 전체 관람가)공부와는 담쌓은 고등한생 동욱(송중기)에게 마음이는 언제나 함께 있어준 유일한 친구다. 더욱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선물이기에 애틋한 것. 마음이가 엄마가 되면서 동욱은 마음이 삼남매를 돌보느라 바빠진다. 특히 막내는 몸이 약해 가장 걱정거리. 강아지만 돌보는 동욱이 걱정이 된 엄마는 고민 끝에 동욱이와 마음이를 떼어놓기로 한다. 결국 마음이와 새끼들은 삼촌 봉구(권해효)의 집에 보내지게 되는데. 때 마침 대규모 다이아몬드 도난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사건을 일으킨 도둑 형제 필브라더스(성동일, 김정태)는 다이몬드는 동물 박제에 숨겨 달아나려고 한다. 박제할 동물을 찾던 이들은 결국 마음이와 함께 있던 막내 강아지를 훔쳐 달아나고 마음이는 필브라더스의 뒤를 게 된다. 동욱이 찾았을 때는 이미 마음이와 장군이는 행방불명. 이들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1편 보다 다소 간결해진 '마음이2'는 보는 이를 편하게 한다. 비록 내용은 급박하고 스릴있게 흘러가지만 엄마와 소년의 사이에 있던 마음이가 2편에서 주인공이 되며 오히려 이야기는 깨끗해 진 것. 더욱이 귀여운 강아지가 세 마리 더 생겨나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영화가 돼버린 것이다. 성동일과 김정태의 코믹 연기와 동물 연기자들의 무르익은 연기가 만나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더욱 빛이 난다.예능프로인 '1박 2일'의 마스코트 상근이도 카메오 출연을 했으니 꼭 찾아볼 것.▲ 명탐정 코난: 천공의 난파선 (애니메이션, 모험/ 103분/ 전체 관람가)만화책이고 애니메이션이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코난. 만화책은 2부를 시작했을 정도로 이미 장편이 됐고 이번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천공의 난파선'도 국내에서는 세 번 째 개봉이지만 극장판으로 14번째 시리즈다.붉은 샴고양이라는 범죄조직이 국립미생물연구소에 있던 박테리아를 탈취하고 연구소를 폭파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죄조직이 박테리아를 뿌려 살상을 시도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점점 퍼져간다. 한편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또 하나의 범죄자가 있었으니 바로 괴도 루팡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모험을 즐기는 루팡이 코난 일행이 타고 있는 비행선에 들어와 보석을 훔쳐가는 내기에 응한 것. 하지만 이 비행선 안에는 이미 붉은 샴고양이 일당이 신분을 속인 채 숨어 들어와 있다. 결국 루팡과 코난 일행은 한편이 돼 범죄조직을 소탕하고자 하는데.코난이 있는 곳에는 항상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은 그 가운데 있다. 절대 깨지지 않는 법칙이자 이제 이 법칙이 깨지면 코난 시리즈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기본 공식. 슬슬 질릴 때도 됐는데 같은 이야기가 이렇게 반복되면서도 인기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작가는 모르긴 몰라도 천재에 가까운 것 같다. 이번 편 또한 기본 공식은 제대로 지키면서 괴도 루팡과 새로운 범죄조직을 끌어드려 새로운 설정을 만들어 냈다. 더 이상 그림에 대해 논 할 필요도 스토리를 걸고 넘어 질 것도 없는 '명탐정 코난: 천공의 난파선'.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 주말
  • 이지연
  • 2010.07.23 23:02

[볼만한 영화] 이끼

'역치(?値)'라는 것이 있다. 생물이 외부환경의 변화, 즉 자극에 대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다. 그런데 같은 크기의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어느 순간 적응을 하게 되고 그 자극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그래서 일까? 이미 어른들의 것(?)을 너무 많이 본 탓에 전체관람가 영화는 어딘가 지루하다. 영화 보는 와중에 자꾸 다른 생각을 하거나 졸기까지 하는 참사가 벌어지는 것. 세상의 때가 묻은 것 같아 속상하긴 하지만 다 커가는 과정이려니 하자. 자극이 부족하면 큰 자극을 주면 해결되는 일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클립스'도 '슈렉 포에버'도 재미있었지만 재미만큼 충분한 반응이 없었다면 당신은 이미 어른. 어른들을 위한 영화 '이끼'를 소개하다.▲ 이끼(드라마, 범죄/ 163분/ 청소년 관람불가)해국(박해일)은 20년간 의절한 채 지내온 아버지 유목형(허준호)의 부고 소식에 아버지가 거처해 온 시골 마을을 찾는다. 그런데 이장 천용덕(정재영)과 그를 따르는 덕천(유해진), 석만(김상호), 성규(김준배), 영지(유선) 등의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해국을 이유 없이 경계하고 불편해 하는 눈치다.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마련된 저녁식사 자리는 마치 해국이 떠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해국은 점차 아버지의 죽음이 마을 사람들과 연관이 있음을 의심하게 되고 마을사람들에게 '서울로 떠나지 않고 이곳에 남아 살겠노라'는 선언까지 하게 되는데.'이끼'는 한 포털사이트에서 연재 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부패한 권력, 인간의 추악함과 선이 맞서는 이 원작은 그 자체로도 탄탄한 구성과 심리적 압박감을 자랑한다. 그래서 강우석 감독의 그 동안 행보를 생각하면 '이끼'는 정말 잘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유쾌한 '투캅스'도 무거운 '실미도'도 결국은 인간의 탐욕과 진실을 담았기 때문. 감독의 장기와 같은 이야기와 훌륭한 연기자가 만나 만들어낸 '이끼'는 원작의 섬뜩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코믹함이 더해져 더욱 맛깔스럽다. 특히 이장 역의 정재영은 젊은 시절과 노년 시절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다양한 연령대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다.여느 영화와 같이 원작은 영화 후에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긴장감을 최고로 치는 영화에서 이미 이야기를 알고 가는 건 앞서 말한 역치 값을 높이는 일 밖에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원작과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관객 또한 관람 후 웹툰 보길 권유한다.혹자는 '너무 강우석스럽다'고 혹평을 하지만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다면 너무 강우석스러운들 어떠하겠는가. 이미 어른이 된 우리들에게 충분하고 넘치는 자극제가 여기 있다.

  • 주말
  • 이지연
  • 2010.07.16 23:02

[볼만한 영화] 이클립스

▲ 이클립스 (판타지, 멜로/ 124분/ 12세 관람가)항상 하는 얘기지만 영화 선택에 있어 가장 큰 기준은 '꽃미남 배우' 되시겠다. 이야기나 액션도 중요하지만 일단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하니 배우의 생김새는 꽤나 중요한 부분. 물론 전혀 아닐 때도 있지만 시리즈물은 특히나 따지지 않을 수가 없다. 생각해보자. 소개팅에 나갔는데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알아봤자 얼마나 알 수 있겠나. 일단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게 외모. 외모가 마음에 들면 두 번 보게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고 성격도 알고 그런 차례란 말이다. 그래서 시리즈물 영화에 출현하는 배우는 계속해서 보고 싶은 정도의 외모는 가져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논리다. 영화 '이클립스'는 '트와일라잇' '뉴문'을 잇는 3편.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남녀 배우 모두 아주 바르게 성장해 주고 있는 탓에 관람해야 하는 영화로 등극하고야 말았다.한 평범한 소녀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섹시한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사랑에 빠진다는 '트와일라잇'. 그리고 이 평범한 소녀가 섹시한 뱀파이어와 뱀파이어만큼 매력적인 늑대인간 제이콥(테일러 로트너) 사이에서 사랑을 고민한다는 '뉴문'. 이 두 편을 뒤로한 '이클립스'는 결국 소녀가 뱀파이어를 선택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물론 이 세편의 이야기 안에는 인간인 벨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전투가 벌어진다. 그러나 '트와일라잇'과 '뉴문'은 판타지 영화보다는 로맨틱 무비가 가깝다는 것이 많은 평론가들의 결론. '이클립스'는 다행이 전편들 보다는 덜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야기의 반 이상이 주인공들의 애정 전선으로 가득 차 있다. 전편에서 에드워드에게 애인을 잃은 뱀파이어 빅토리아(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시애틀의 인간을 마구잡이로 사냥하기 시작하며 뱀파이어 군단을 만들어 복수를 하려고 한다. 벨라를 지키고 싶은 에드워드는 같은 마음의 제이콥과 함께 협약을 맺으며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동맹이 시작되는데.전편들에 비해 '이클립스'는 그 애정 농도가 짙어졌다. 뱀파이어 영화가 '12세 관람가'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생각했지만(왠지 뱀파이어는 섹시해야 할 것 같은 선입견 때문에) '이클립스'는 '12세 관람가'라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을 정도다. 벨라는 에드워드와의 첫경험을 기대하고 19세기 출신의 보수주의 에드워드는 반대한다. 이들의 이런 대화는 공공연히 영화 속에서 이어지고 스킨쉽의 횟수와 정도도 너무 많다. 동방예의지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좀 부끄럽다' 생각했다면 너무 구시대적인 발상일까. 여전히 상의 탈의를 고집하는 늑대인간 제이콥도 눈이 즐거운 동시에 민망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어째든 '뉴문'에 이해 이번 편 또한 다음 편을 위한 준비운동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다행이도 '이클립스'는 전작들에 비해 로맨스와 액션 비율이 맞는 편이지만 아직도 맞춰가는 과정. 한 가지 걱정은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다음 작이 '킨제이 보고서'를 만들었던 빌 콘돈이 메가폰을 잡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벌써부터 영화 팬들은 이 어울리지 않는 감독과의 조화에 아우성이지만 잘생긴 배우들 탓인가. 다음 편까지도 목메어 기다리게 된다. 이어지는 시리즈마다 한 숨이 나오지만 챙겨볼 수밖에 없는 중독성, 그게 이 시리즈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 주말
  • 이지연
  • 2010.07.09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