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풍성한 흥행대작 집에서 여유있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방송사의 이번 추석 특선 영화는 한가위 정신을 제대로 실천했다. 최근작부터 흥행작까지 추석 연휴를 가득 채웠기 때문. 추석 3일 외에도 징검다리로 붙어 있는 평일과 주말까지 넉넉하게 영화를 편성해 놓았다. 그 동안 시간과 생활에 쫓겨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다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 일단 각 방송사 시간표만 챙겨 놓는다면 심심하거나 후회스런 추석은 되지 않을 것이다. 긴 연휴 딱히 할 일이 없더라도 가족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즐겨보자. 더욱이 TV만 있다면 가격은 공짜이지 않은가.21일거북이 달린다(MBC, 오후 11시 5분/ 117분)지역 소싸움 대회가 하는 일의 전부인 시골마을 예산의 형사 조필성(김윤석). 소싸움 대회를 준비하던 필성은 강력한 우승후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마누라의 쌈짓돈을 훔쳐 큰돈을 따게 된다. 기쁨도 잠시, 갑자기 나타난 젊은 놈이 돈을 훔쳐 달아난다. 그 놈은 바로 몇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가 행방이 묘연해진 탈주범 송기태(정경호). 놈을 놓친 것도 분한데 설상가상 이 사건이 언론데 공개되고 형사직까지 물러나게 된다. 돈, 명예, 그리고 마지막 자존심까지 빼앗긴 필성은 송기태를 잡기 위해 나서는데.거북이 김윤석과 토끼 송기태의 한판 승부. 현대판 토끼와 거북이의 승자가 궁금하다면 꼭 봐야할 영화다. 중반부에서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인물간의 감정 변화나 주인공들의 심리 싸움에 비중을 둔다면 스릴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꼬마 니콜라(KBS, 오전 11시/ 91분 )'꼬마 니콜라'는 전 세계적으로 18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르네 고시니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부부싸움으로 시끄럽던 주인공 니콜라의 집이 어느 날부턴가 평화로워지고 니콜라는 엄마가 동생을 임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동생이 태어나면 자신이 버려질 거라고 생각한 이 꼬마는 동생을 납치하겠다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는데.'꼬마 니콜라'는 새로 태어날 동생에 대한 질투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꼬마들의 성적 호기심이나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 프랑스 사회에 대한 이야기 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니콜라의 친구로 등장하는 일곱 명의 악동은 다양한 캐릭터로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능청스러운 아이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뤄 가족들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22일의형제(KBS, 오후 9시 35분/ 116분)6년 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의문의 총격전에서 국정원 소속 한규(송강호)와 남파공작원 지원(강동원)은 만나게 된다. 작전 실패로 한규는 국정원에서 파면당하고 지원은 배신자로 낙인 찍혀 북에서 버림받는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고, 신분을 숨긴 채 접근을 감행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둘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형제 같은 끈끈함 마저 생기고 만다. 그런데 6년 전 그날처럼 지원에게 북으로부터 지령이 내려오게 되고, 지원과 한규는 인생을 건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의형제'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배우의 조합이 포인트다. 이들의 연기는 보는 사람을 웃게도, 긴장하게도 만들며 호흡을 이끌어 나간다. '쉬리' 이후 새롭게 그려진 새로운 남북한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해운대 (SBS, 오후 9시 45분/ 129분)'해운대'는 얼핏 보면 재난 영화다. 부산 해운대에 '메가쓰나미'가 일어나게 되고 사람들은 혼란에 휩싸는 단순한 플롯. 하지만 '해운대'의 포인트는 재난이 아니라 '가족의 정'이다. 재난 앞에서 드러나는 가족 간의 정과 서로의 사랑이 영화의 핵심 인 것. 박중훈, 설경구, 엄청화, 하지원의 연기파 배우 4인방과 톡톡 튀는 조연 배우들이 만나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스토리는 인정하지만 조금 부족한 CG는 아쉬운 점. 극장에서라면 많이 섭섭했겠지만 브라운관에서는 볼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천만 관객을 들인 영화이니만큼 극장에서 놓쳤다면 이번 추석에 꼭 챙겨보길.23일육혈포 강도단(MBC, 오후 11시 30분/ 107분)평균나이 65세의 최고령 은행 강도단이 나타났다. 8년간 힘들게 모은 하와이 여행자금을 은행 강도에게 빼앗긴 세 명의 할머니(나문희, 김수미, 김혜옥)는 은행을 털기로 일생일대의 결심을 하고, 전문은행강도(임창정)를 협박해 비법을 전수 받는다. 기상천외한 은행 강도 훈련이 시작되고 드디어 인질극까지 벌이며 은행을 점거하게 되는데.범죄자 영화(?)지만 공포감보다도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육혈포 강도단'은 무시 속에 살던 할머니들의 발란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웃음이 묻어나지만 어딘가 슬픈 혈실이 존재하는 이야기가 진한 페이소스를 선사할 것. 주인공을 맡은 세 중견 배우의 연기력은 말 할 것도 없고 조연으로 등장하는 임창정도 코믹 연기를 제대로 소화했다. 추석 특선 영화 중 가장 최근 개봉작.김씨표류기(SBS, 24일 오전 12시 5분/ 116분)'김씨표류기'는 화려한 볼거리나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 발상은 정말 독특하다. 빚 독촉에 남자(정재영) 김 씨는 자살을 결심하고 한강에서 뛰어내린다. 하지만 깨어나보니 그가 있는 곳은 한강의 외딴 섬(?) 밤섬. 죽기 위해 뛰어내렸지만 이제 이곳에서 살아나가야 하는 남자는 살기 위해 노력하고 또, 살기 위해 밤섬에 남고 싶어 한다. 남자의 구조요청을 알아 본 단 사람은 몇 년 동안 밖에 나가본 적이 없는 대인 기피증을 가진 여자 김씨(정려원).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 생명체라고 생각한 그녀는 메시지 전달을 위해 한밤 중 외출을 감행하고 이렇게 그들의 펜팔을 시작된다. '대중 속에 고독'이라는 말처럼 많은 인구가 사는 서울 안에서 결국은 혼자인 두 사람. 이들이 만들어낸 희망의 소통은 고속도로 위 휴게소 같은 느낌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해주는 청량감을 맛볼 수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