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 vs 스텝업4: 레볼루션
이번 주 극장가는 조촐하다. 광복절 휴일이 있던 지난 주 개봉 영화가 많았고 추석 대목을 앞두고 몸 사리는 작품들도 많기 때문. 그래서 새로운 영화를 고를만한 선택권도 없다. 다행히 볼만한 수작 두 편이 있다. 강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웃사람'과 스텝업 시리즈의 4편인 '스텝업4: 레볼루션'이다.■ 이웃에 사는 살인범 '섬뜩'이웃사람 (스릴러/ 115분/ 청소년 관람불가)'묻지마 칼부림'이 일어나는 흉흉한 세상이다. 이제 웬만한 살인 사건은 뉴스 메인 자리를 차지하기 어려울 정도.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인해져만 갈 뿐이다. 80년대 태어난 세대들만 해도 이웃 간의 정을 알았다. '아랫집 윗집 사이에 울타리는 있지만' 그 관계는 '이웃사촌'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다닥다닥 붙은 성냥갑 속에 살고 있으면서 이웃의 존재는 '모르기 때문에' 공포가 됐다.'이웃사람'은 강산맨션 주민들의 이야기다. 어느 날, 같은 아파트에 살던 202호 소녀가 죽고 열흘 간격으로 연쇄살인이 발생하자 주민들은 불안해 시달린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겨우 얼굴만 알고지낸 사이지만 사건 발생일마다 시켜먹는 피자, 이상할 정도로 많이 나오는 수도세 등으로 102호 남자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102호에 살고 있는 살인범 승혁(김성균) 또한 그 낌새를 눈치 채고 최후의 사건을 저지르고 도망치려 하는데.만화가 강풀의 동명 원작 웹툰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공간의 단절로 인해 오는 공포, 하지만 결국은 주의의 사람들의 믿고 의지하는 우리의 본성이 담겼다. 죽은 소녀의 새엄마 경희(김윤진), 악질 사채업자 혁모(마동석), 야간 경비원 종록(천호진) 등 베테랑 연기자들을 동원해 공포와, 불안의 선을 잘 살린 것이 장점. 자칫 '너무' 훌륭한 원작 탓에 영화로의 각색이 무리수가 될 뻔 했지만 연기자들의 기존 이미지를 차용하는 바람에 이 위험성도 줄어들었다. 웹툰을 본 관객에게도, 또 보지 않은 관객에게도 모두 어필할 만한 작품이다.■ 젊은이들의 거리 춤판 '화끈'스텝업4: 레볼루션 (멜로, 드라마/ 98분/ 12세 관람가)스텝업 시리즈의 첫 편 개봉이 2006년, 벌써 7편이 이어져왔다. 재미없고 지루했다면 이렇게 시리즈를 이어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 그런데 일반적인 관객의 시선에서는 '대체 누가 이런 영화에 투자 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정도의 수준이다.스텝 업 시리즈의 첫 성공은 음악과 춤이 있어 가능했다. 이 두 가지는 다른 영화에는 없는 것. 여기에 젊은 배우들의 매력이 더해져 활기 넘치는 작품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다.'MOB'의 리더 션(라이언 구즈먼)은 유튜브 댄스 배틀에서 천만 조회수를 돌파해 십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 것이 목표. 반면, 거대 호텔 사장의 외동딸인 에밀리는 후계자가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뜻과는 달리 정식 무용단의 프로댄서가 되는 것이 꿈이다. 에밀리는 호텔 클럽에서 완벽한 댄스를 선보이는 션을 만나고,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어느 날, 션이 살고 있는 동네가 에밀리 아버지로 인해 강제 철거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MOB'의 멤버들은 춤으로 자신들의 외침을 대변하는데. 이번 스텝업 시리즈는 '플래시 몹'과 '퍼포먼스 댄스'를 결합했다. '오리지널 엔터테이닝 무비'라는 홍보문구가 보여주듯 아주 강렬한 퍼포먼스를 준비한 것. 그래서 '보여주는 영화'로는 어느 것 하나 오점이 없다. 하지만 이 화려함 속에서도 갈 길 잃은, 아니 처음부터 목적지 없었던 스토리는 지루한 하품을 쏟아낸다. 물론 모든 것을 제쳐 놀 비주얼이 있으니 선택은 관객의 몫. 바라는 것에 따라 영화의 평은 최고 혹은 최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