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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으로 만나는 광해, 성군인가? 폭군인가?

이번 주 영화 두 편의 기묘하고 기괴하다. 그래서 영화를 봐야할 이유는 이 두 가지로 충분치 않을까 싶다.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재미와 충격, '광해: 왕이 된 남자'와 '피에타'다.역사가 픽션을 만나는 시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나 요즘은 그 상상력이 거대해져 진짜와 가짜의 미묘한 줄타기가 심각한 수준. 물론, 어떤 작품이나 감독의 의도는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할 정도의 이야기들 때문에 문제는 발생한다.'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너무 한' 수준은 아니지만 문제는 일으킬 수 있겠다. 조선시대 광해군이 둘이였다는 설정부터 아이들의 역사 지식을 흔들 수 있기 때문. 요즘처럼 역사 교육이 부실한 때, '광해'가 더 불안하게 느껴지는 건 기우일까?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당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져 가던 광해군(이병헌)은 도승지 허균(류승룡)에게 자신을 대신할 대역을 찾게 하고 이에 허균은 기방의 만담꾼 하선(이병헌)을 발견한다. 왕과 똑같은 외모에 타고난 재주로 왕의 흉내도 완벽하게 내는 그는 영문도 모른 채 궁에 끌려가는데. 그러던 어느 날, 진짜 광해군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일어나고 하선은 왕의 대역을 시작한다. 예민하고 난폭했던 광해와는 달리 따뜻함과 인간미가 느껴지는 달라진 왕의 모습에 궁은 조금씩 술렁이고, 하선은 점점 왕의 대역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광해'가 아이들의 역사관에 불안한 것은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극은 처음이라는 이병헌은 무서울 정도로 1인 2역을 소화해 냈다. 여기에 이야기의 양면성도 장점. 심각해 보이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조선이대 정치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만담꾼 하선의 '좌충우돌 왕 흉내'는 코믹한 코드까지 있다. 매력적인 이야기에 이 영화를 사실로 믿는 아이가 나타나지 않도록 가정의 지도편달을 부탁하는 바, 어른들도 조선사를 다시 확인할 기회가 되면 좋겠다.

  • 주말
  • 기타
  • 2012.09.14 23:02

익스펜더블2 vs 본 레거시

이번 주 극장가는 남자들의 근육이 돋보인다. 액션으로 무장한 영화 두 편, '익스펜더블2'와 '본 레거시'가 개봉했기 때문. 거두절미하고 액션으로 승부하는 두 영화는, 시리즈물이면서 화끈하다는 점까지 닮았다.■ 원조 할리우드 액션 스타 또다시 뭉쳤다- 익스펜더블2 (액션, 모험, 스릴러/ 100분/ 15세관람가)2010년 '익스펜더블' 1편이 개봉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처참했다. 대부분 액션은 훌륭했지만 대사나 스토리가 부족하고 그나마 전반부는 지루하다는 평. 그럼에도 액션 하나로 많은 남자 관객과 그들의 여자친구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그렇다면 '익스펜더블2'는 어떨까. 혹시나 1편보다 스토리가 보강되거나 단단해졌다는 기대로 2편을 볼 생각이라면 당장 관람을 포기 해야겠다. '익스펜더블'은 2편까지도 일관성 있게(?) 액션만 강조한 영화. 스스로를 '익스펜더블'(소모품)이라 부르며 돈을 받고 격전의 현장에 목숨 걸고 뛰어드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들로 이뤄진 '익스펜더블' 팀. 이들이 바니 로스(실베스터 스탤론)를 중심으로 다시 뭉친다. 그러나 미션 수행 도중 작전이 꼬이면서 동료가 악당 빌레인(장 클로드 반담)에게 무참히 살해되는 광경을 목격하고 복수를 꿈꾸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상상 이상의 음모. 지구를 통째로 날려버릴 플루토늄 무기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당과 동료의 복수, 이들은 이룰 수 있을까.'익스펜더블'은 마치 액션판 '오션스 일레븐' 같다. 실베스터 스텔론, 브루스 윌리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이연걸 등 유명 액션 배우들은 총 출동해 화려한 액션 장면을 선사한다. '이들을 한 영화에서 보는 것만도 행운'이라는 반응도 '오션스 일레븐'과 똑같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심오한 스토리'도 아니고 '말이 되는 스토리'를 생각한다면 절대 피해야할 영화기도 하다. 그저 심장 박동을 올려줄 액션을 즐길 생각이라면 모를까.■ 5년만에 돌아온 특급요원 더 거칠어졌다- 본 레거시 (액션, 모험, 스릴러/ 135분/ 15세 관람가)'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그리고 올해 '본 레거시'가 개봉했다. 일명 '본 시리즈'로 불리는 이 시리즈는 2002년 처음 개봉한 후 10년 만에 4편을, 전작인 2007년 영화 이후 5년 만에 후속작을 공개한 것. 하지만 그동안 본 시리즈가 로버트 러들럼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본 레거시'는 에릭 반 러스트베이더가 쓴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애론 크로스(제레미 레너)는 특수한 약물로 신체능력을 인위적으로 강화시키는 프로그램을 통해 1세대인 제이슨 본(맷 데이먼)을 능가하는 최정예 요원이 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폐기되면서 관계된 모든 인물들은 제거되고 크로스 또한 제거대상. 같은 이유로 제거 될뻔 한 생화학 연구원 마르타 셰어링(레이첼 와이즈)와 살아남기 위해 총을 든다.'본 레거시'의 가장 큰 변화는 주인공의 교체다. 맷 데이먼을 그리워하는 관객도 많겠지만 새로운 주인공 제레미 레너는 지붕 낙하, 오토바이 질주 장면 등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는 열의를 보여 실망스럽지 않다. 특히 그가 성공한 복잡한 도심에서의 오토바이 추격신은 압권. 이 외에도 우리나라 서울의 강남 거리가와 트로트 가수 장윤정의 노래가 등장하니 재미는 배가 된다.한 가지 불안한 것은 먼저 개봉한 미국의 경우 '본 레거시'가 전작들에 비해 흥행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 주인공의 변화인지, 원작의 차이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관객이 느끼기에는 차이가 있다.

  • 주말
  • 이지연
  • 2012.09.07 23:02

577프로젝트 vs 링컨:뱀파이어 헌터

드라마나 영화가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이번 주 개봉한 두 작품은 사실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다. 영화를 이룬 모든 것이 사실이지만 정작 영화만 사실이 아닌, 혹은 허구로 만들어 낸 것이지만 실제 존재한 역사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 그만큼 극의 몰입도는 최고다.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질 게 아니라 그냥 즐기면서 보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순도 100% 리얼 버라이어티 묵묵히 걸어간 577㎞- 577프로젝트(코미디, 드라마/ 99분/ 15세 관람가)작정을 했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 영화 '577프로젝트'는 '진짜'처럼 보이려 작정을 했고 열애 스캔들까지 난 공효진과 하정우를 투톱으로 내세웠으니 무를 썰어도 한참을 썬 노력이 돋보인다. '진짜'라면 재미있겠지만 '진짜'가 아닌 줄 알고 보는 이 작품. 하지만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어떨까'로 시작한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하정우가 백상예술대상에서 상을 탔지'로 변하는 마법을 구사할 것이다. 2011년 제4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하정우는 영화 부문 남자최우수 연기상 시상자이자 후보에 오른다. 함께 시상자로 오른 하지원은 '또 다시 상을 받으면 어떤 걸 하겠다'라는 공약을 말해달라고 청한다. 이에 하정우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올해도 상을 탄다면 트로피를 들고 국토대장정에 오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거직말처럼 그는 정말 수상을 하게되고 약속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데. 결국 하정우는 국토대장정 팀을 꾸리게 된다. 영화 '러브픽션'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공효진이 본의 아니게 함께 했으며 연기자 선후배를 총동원해 16명의 대원을 꾸려 577km에 달하는 국토대장정 길에 오른다.이 영화는 영화지만 동시에 다큐멘터리다. 각본도 없이 시작한, 배우 하정우가 기획한 사실이지만 또 동시에 사실이 아닌 오묘한 이야기.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를 좋아하냐 안 좋아하냐나 영화가 픽션이냐 논픽션이냐의 문제가 아닌 그저 재미로만 평가한다면 모든 것이 귀여울 그런 작품. 지루함 보다 유쾌함이 앞서는 시간이 될 것이다.■ 여름이 끝나갈 때 흡혈귀 사냥꾼이 찾아왔다- 링컨: 뱀파이어 헌터 (액션,스릴러/ 105분/ 청소년 관람불가)어린 시절 괴한에 의해 어머니를 잃은 소년 링컨(벤자민 워커)은 복수에 나서지만, 오히려 생명을 위협받는다. 위기의 순간에 나타난 헨리(도미닉 쿠퍼)에 의해 목숨을 구한 링컨은 그를 통해 이 세상에 흡혈귀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피나는 훈련을 통해 흡혈귀 사냥꾼으로 거듭난다. 링컨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헨리에게 전달받은 미션(뱀파이어 사냥)을 남몰래 수행하며 법학도로서의 생활을 이어가고 메리(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와 결혼해 가정도 꾸리고, 정치인으로서의 경력도 쌓아간다. 한편 노예문제를 놓고 남부와 북부의 갈등은 점차 심해진다. 그 과정에서 링컨은 남부의 대지주들이 뱀파이어이며 그들이 노예를 자신들의 식량으로 조달하기 위해 노예제도의 존립을 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링컨: 뱀파이어 헌터'(이하 '링컨')이 주는 착각은 바로 미국 전 태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등장 때문이다. 남북전쟁과 노예제도의 폐지 등 그 시대의 실제 사건들을 뱀파이어와 엮어낸 것. 링컨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의 성공 스토리에 '뱀파이어'라는 양념을 얹어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물론 미국 국민인 아닌 입장에서는 조금 거북하기도 하다. 낮에는 대통령으로, 밤에는 흡혈귀 사냥꾼으로 살아간다는 설정은 재미있지만 보통의 미국 영화가 그러듯 '미국 만세'를 대놓고 외치는 장면들이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그래도 심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이 스토리 구성과 만점짜리는 아니지만 강약 조절을 성공한 액션신 등은 '링컨'을 봐야만 하는 이유다.

  • 주말
  • 이지연
  • 2012.08.31 23:02

이웃사람 vs 스텝업4: 레볼루션

이번 주 극장가는 조촐하다. 광복절 휴일이 있던 지난 주 개봉 영화가 많았고 추석 대목을 앞두고 몸 사리는 작품들도 많기 때문. 그래서 새로운 영화를 고를만한 선택권도 없다. 다행히 볼만한 수작 두 편이 있다. 강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웃사람'과 스텝업 시리즈의 4편인 '스텝업4: 레볼루션'이다.■ 이웃에 사는 살인범 '섬뜩'이웃사람 (스릴러/ 115분/ 청소년 관람불가)'묻지마 칼부림'이 일어나는 흉흉한 세상이다. 이제 웬만한 살인 사건은 뉴스 메인 자리를 차지하기 어려울 정도.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인해져만 갈 뿐이다. 80년대 태어난 세대들만 해도 이웃 간의 정을 알았다. '아랫집 윗집 사이에 울타리는 있지만' 그 관계는 '이웃사촌'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다닥다닥 붙은 성냥갑 속에 살고 있으면서 이웃의 존재는 '모르기 때문에' 공포가 됐다.'이웃사람'은 강산맨션 주민들의 이야기다. 어느 날, 같은 아파트에 살던 202호 소녀가 죽고 열흘 간격으로 연쇄살인이 발생하자 주민들은 불안해 시달린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겨우 얼굴만 알고지낸 사이지만 사건 발생일마다 시켜먹는 피자, 이상할 정도로 많이 나오는 수도세 등으로 102호 남자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102호에 살고 있는 살인범 승혁(김성균) 또한 그 낌새를 눈치 채고 최후의 사건을 저지르고 도망치려 하는데.만화가 강풀의 동명 원작 웹툰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공간의 단절로 인해 오는 공포, 하지만 결국은 주의의 사람들의 믿고 의지하는 우리의 본성이 담겼다. 죽은 소녀의 새엄마 경희(김윤진), 악질 사채업자 혁모(마동석), 야간 경비원 종록(천호진) 등 베테랑 연기자들을 동원해 공포와, 불안의 선을 잘 살린 것이 장점. 자칫 '너무' 훌륭한 원작 탓에 영화로의 각색이 무리수가 될 뻔 했지만 연기자들의 기존 이미지를 차용하는 바람에 이 위험성도 줄어들었다. 웹툰을 본 관객에게도, 또 보지 않은 관객에게도 모두 어필할 만한 작품이다.■ 젊은이들의 거리 춤판 '화끈'스텝업4: 레볼루션 (멜로, 드라마/ 98분/ 12세 관람가)스텝업 시리즈의 첫 편 개봉이 2006년, 벌써 7편이 이어져왔다. 재미없고 지루했다면 이렇게 시리즈를 이어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 그런데 일반적인 관객의 시선에서는 '대체 누가 이런 영화에 투자 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정도의 수준이다.스텝 업 시리즈의 첫 성공은 음악과 춤이 있어 가능했다. 이 두 가지는 다른 영화에는 없는 것. 여기에 젊은 배우들의 매력이 더해져 활기 넘치는 작품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다.'MOB'의 리더 션(라이언 구즈먼)은 유튜브 댄스 배틀에서 천만 조회수를 돌파해 십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 것이 목표. 반면, 거대 호텔 사장의 외동딸인 에밀리는 후계자가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뜻과는 달리 정식 무용단의 프로댄서가 되는 것이 꿈이다. 에밀리는 호텔 클럽에서 완벽한 댄스를 선보이는 션을 만나고,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어느 날, 션이 살고 있는 동네가 에밀리 아버지로 인해 강제 철거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MOB'의 멤버들은 춤으로 자신들의 외침을 대변하는데. 이번 스텝업 시리즈는 '플래시 몹'과 '퍼포먼스 댄스'를 결합했다. '오리지널 엔터테이닝 무비'라는 홍보문구가 보여주듯 아주 강렬한 퍼포먼스를 준비한 것. 그래서 '보여주는 영화'로는 어느 것 하나 오점이 없다. 하지만 이 화려함 속에서도 갈 길 잃은, 아니 처음부터 목적지 없었던 스토리는 지루한 하품을 쏟아낸다. 물론 모든 것을 제쳐 놀 비주얼이 있으니 선택은 관객의 몫. 바라는 것에 따라 영화의 평은 최고 혹은 최악이 될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2.08.24 23:02

현실탈출! 섬뜩한 '기억여행'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아놀드 슈왈제너거가 주연했던 '토탈 리콜'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당시 혁신적인 CG 효과는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작품. 그런데 이 영화가 20여년이 지난 지금 리메이크로 돌아왔다.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더글라스 퀘이드(콜린 파렐)는 알 수 없는 악몽에서 깨어나며 매일 아침을 괴롭게 맞는다. 그러던 어느 날, 완벽한 기억을 심어서 고객이 원하는 환상을 현실로 바꿔준다는 '리콜사'를 방문해 자신의 꿈을 체험해 보기로 한다. 하지만 기억을 심는 과정에서 의문의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그는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전 세계의 운명이 걸린 거대한 음모 속에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졸지에 스파이로 몰리게 된 퀘이드. 거대한 세력을 상대로 추격전이 시작되고, 심지어 사랑하는 아내 로리(케이트 베킨세일)마저 자신을 죽이려 한다. 한편,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난 의문의 여인 멜리나(제시카 비엘)는 그에게 적에 맞서 싸우자고 제안하고, 심어진 기억과 현실에서 퀘이드는 더 혼란스러워진다.'토탈 리콜'은 원작과 비슷한 줄기를 따라가면서도 그 심오함을 버리고 여름 블록버스터가 되고자 했다. 게임을 하는듯한 박진감이 2012년 '토탈 리콜'의 특징. 그러나 원작을 알고 있는 관객에게 이 영화가 어필할 수 있는 점은 한 개도 없다. 더 나아진(기술의 발전으로 자연스럽게 나아진) CG효과는 오히려 '토탈 리콜'의 이야기를 방해할 정도로 화려할 뿐이다. 우리에게 영화 속 재미로 느껴질 부분은 오히려 존 조와 윌 윤 리 등 한국계 배우의 출연과 간간이 한글로 보이는 '리콜'이라는 글자다.

  • 주말
  • 이지연
  • 2012.08.17 23:02

도심 뒤흔든 짜릿한 고공액션

공군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톰 크루즈 주연의 '탑 건'(1987)이다. 우리나라에도 공군 영화가 있었다고 하지만 그 맥이 끊긴지 오래. 그런데 사라진 공군 영화 계보에 '알투비: 리턴투베이스'(이하 '알투비')가 나타났다.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조종사 태훈(정지훈)은 에어쇼에서 금지 비행 기술인 '제로노트'를 감행하다 행사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결국 퇴출당한다. 태훈은 대서(김성수)가 편대장으로 있는 21전투비행단으로 이적되고 동기생 유진(이하나)과 후배 석현(이종석)을 만나 적응해가지만, 비행단 내 '탑건'으로 불리는 철희(유준상)와는 사사건건 부딪히는 관계다. 두 사람의 명예를 건 F15K 비행 대결에서 생애 처음으로 패배를 맛본 태훈은, 정비대대 최고의 에이스 정비사 세영(신세경)과 팀을 이뤄 보라매 공중사격대회에서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하는데. 이렇게 남북간에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던 어느 날, 귀순을 가장한 적기 한대가 서울까지 내려와 초계비행중인 21 전투비행단과 예상치 못한 교전을 벌이게 된다. 많은 피해 끝에 평화를 지켜내고 괜찮아지는 듯 하지만 사실 한반도를 타깃으로 한 거대한 음모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국방부와 공군의 든든한 지원으로 F-15K와 TA-50가 영화에 등장하고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 덕분에 도심 전투신 연출도 가능했다. 그런데 이 많은 수혜에도 25년 전 '탑건'의 감동만 못한 것이 문제. CG에 기댔지만 욕심에 못 미쳤고 화면에 대한 욕심은 이야기 구조를 헐겁게 만든 것. '한류스타 비' 감상용으로 생각하면 영화표 값은 아깝지 않겠다.

  • 주말
  • 이지연
  • 2012.08.17 23:02

무서운 이야기 - 살기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 네 가지 공포 섬뜩

나라마다 웃음의 포인트가 다르듯 공포 영화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 사람에게는 한국 공포물이 가장 적절하게 무섭다는 얘기다. '무서운 이야기'는 액자식 구성이다. 이야기 4편을 한 편으로 묶어낸 것. 칼질 소리에 기척을 느낀 여고생(김지원)이 정체불명의 사내(유연석)에게 저당 잡힌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무서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는 설정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그 것을 보는 듯하다.첫 번째 이야기는 정범식 감독의 '해와 달'. 엄마를 기다리는 오누이 이야기는 같지만 배경은 초고층 아파트다. 두 번째 이야기는 임대웅 감독의 '공포 비행기'로 스튜어디스(최윤영)와 연쇄살인마(진태현)가 기내맞춤형 슬래셔 무비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세 번째는 홍지영 감독의 '콩쥐, 팥쥐'다. 핏기 어린 젓갈로 젊음을 유지하는 민 회장(배수빈)에게 공지(정은채)와 박지(남보라)는 서로 시집을 가겠다며 싸우고 자매는 그 화려한 식탁에 자신이 어떤 맛의 반찬으로 오를지 모른다. 마지막은 '앰뷸런스'로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미래의 이야기.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딸과 그녀를 지키려 필사적인 어머니(김지영)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도 잠시, 좀비들의 습격이 이어지는데.무서움의 강도는 개인차가 크다. 혹자는 가장 첫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마지막 편이 가장 무서웠다고 한다. 문제는 한 편의 영화 안에서 각기 호불호가 나뉜다는 것. 옴니버스 형식이 제작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이점을 준 대신 다수의 장점을 앗아 갔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공포 영화를 꿈꿨으나 '공포'만 빼고 다 있는 영화. '무서운 이야기'가 납량 특집이 될 수 없는 이유다.

  • 주말
  • 이지연
  • 2012.08.03 23:02

피라냐3DD - 식인 물고기 무차별 공격…피 튀기는 미녀들

이번 주 개봉영화들은 날씨에 어울리는 공포물들이 많다. 귀신을 등장시키기도, 식인생명체를 등장시키기도 하면서 나름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많은 특수효과를 탑재하고도 '전설의 고향' 보다 무섭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36도 날씨를 식혀줄 수준은 된다.빅토리아 호수에서 깨어난 피라냐들이 다시 돌아온 곳은 올해 막 개장한 워터 파크. 여름을 즐기기 위해 수영장을 찾은 사람들을 배수관을 타고 들어와 공격하고 물어뜯고 먹어치운다. 무방비 상태에서 피라냐의 기습을 당한 사람들은 지난해 보다 더 무서운 공격으로 피범벅이 되는데. '피라냐' 첫 편을 본 관객이라면 이 날을 기다렸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돌아올 것을 암시했던 그들이 2012년 여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나타났다. 피라냐 숫자가 늘어나면서 공격 대상이 되는 헐벗은 언니들도 대거 많아졌고 사지가 찢기고 피가 난자하는 잔인함도 1편 보다 세졌다. 영화가 상영되는 83분 중 80분은 피가 튀거나 한껏 벗은 미녀들의 향연이다.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단순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로 속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장치가 필요했다. 호수의 비키니 파티 보다 더 강한 자극을 위해 워터파크에는 성인풀을 만들어 노출을 늘렸고 카메라는 그들을 놓치지 않는다. 물론 신체 훼손의 범위도 더 다양하고 자극적이다.하지만 전작보다 더 강력해진 속편은 다른 영화라면 무조건 환영할 대목이지만 전편의 강도를 생각한다면 심약한 관객은 무조건 피해야 할 영화 1순위일 뿐이다. 1편을 유쾌하게 본 관객이라도 자칫 비위 상하게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공포 스릴러라는 영화의 정신(?)은 사라지고 시도 때도 없이 벗고 나타나는 글래머 미녀들도 횟수를 거듭할수록 썩 기쁘지 않다.

  • 주말
  • 이지연
  • 2012.08.03 23:02

화려한 출연진 짜릿한 훔치기

지난 주 개봉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아직도 극장가의 주인이다. 상영관의 대부분을 여전히 차지하고 있고 관객들 사이에서의 평도 좋은 편. 하지만 아무리 사정이 좋지 않아도 새로운 영화는 개봉하기 나름이다. 더욱이 예매율도 나쁘지 않아 희망적이다. 화려한 출연진의 '배우들'과 제목부터 시원한 '아이스 에이지4: 대륙 이동설'을 만나보자.2001년 개봉했던 '오션스 일레븐'이라는 영화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브래드 피트 등 할리우드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던 이 영화는 카지노 털이를 위해 각 방면의 전문가들이 한 편이 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현했음에도 흥행 성적은 중박 정도. 그런데 이번 주 개봉한 '도둑들'은 '오션스 일레븐'을 쏙 빼닮았다. 화려한 출연진, 그리고 여럿의 주인공들이 함께 도둑질을 하는 내용 등, 배경만 한국일 뿐이다. 그런데 반응은 '오션스 일레븐'과는 전혀 다르다. 엄청난 예매율을 보이면서 개봉과 동시에 극장의 화두로 올라선 것. '도둑들'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한 팀으로 활동 중인 도둑 뽀빠이(이정재)와 예니콜(전지현), 씹던껌(김해숙), 잠파노(임달화). 미술관을 터는데 멋지게 성공한 이들은 뽀빠이의 과거 파트너였던 마카오박(김윤석)이 제안한 새로운 계획을 듣게 된다. 여기에 마카오박이 초대하지 않은 손님, 감옥에서 막 출소한 금고털이 팹시(김혜수)가 합류하고 5명은 각자 인생 최고의 반전을 꿈꾸며 홍콩으로 향한다. 그리고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로 결정하고 작업에 착수 하는데. 모두 한 마음으로 보석을 훔치는가 싶지만 알고 보니 다른 속셈이 있다. 보석을 '훔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훔친 후'의 이야기가 목표인 것이 바로 이 영화. 원하는 바를 얻고 난 뒤 사람이 어떻게 바뀌는 지 또, 딴 주머니 하나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 지등 이들 사이의 스토리가 흥미롭다. 다만 '오션스 일레븐'처럼 호화로운 출연진은 양날의 칼이 돼서 돌아왔다. 너무 큰 기대 때문. 하지만 잘 차려진 뷔페를 즐기는 듯 한 배우들은 분명 장점이자 이 영화를 봐야할 이유다.

  • 주말
  • 이지연
  • 2012.07.27 23:02

빙하와 얼음의 시대로… 유쾌한 더위사냥

월드컵으로 시끄럽던 그 시절, '아이스 에이지' 1편이 개봉했다. 빙하시대를 배경으로 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고 덩달아 보호자로 극장을 찾았던 어른들까지 팬으로 포섭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 벌써 4편. 지금까지 혹평도, 호평도 있었지만 꾸준히 어린이, 어른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는 대단한 작품이다.여러 이유로 대륙이 조각나고 움직이면서 현재의 모습이 됐다는 '대륙이동설'은 학창시절 배웠던 내용. 그런데 왜 대륙이 움직였는지 정확히 알려줄 사람, 아니 동물이 있다.평화롭게 살던 맘모스 가족 매니와 엘리, 피치스는 갑자기 대륙이 갈라지면서 생이별을 하게 된다. 바로 미친 듯이 도토리에 집착하는 다람쥐 때문. 다람쥐가 쳇바퀴 돌리듯 지구의 핵을 돌려 판게아가 쩍쩍 갈라지게 됐던 것이다. 가족과 헤어지게 된 매니는 디에고(호랑이), 시드(나무늘보)와 함께 빙하 조각을 타고 바다 위를 정처 없이 떠돌게 되는데…. 올해 무더위를 예상이라도 한 듯 이번 4편은 빙하와 얼음, 바다 풍경이 체온을 식혀준다. 시원한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해적 동물들의 액션과 바람에 날리는 털 등 디테일한 표현을 유심히 본다면 더 즐거운 감상이 될 것. 또한 우리나라 더빙 판에서는 개그콘서트의 '꺾기도' 팀이 맡아 아이들에게 큰 재미가 될 것이다. ···

  • 주말
  • 기타
  • 2012.07.27 23:02

다크 나이트 라이즈 vs 5백만불의 사나이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이번 주다. 어떤 극장을 가든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상영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 다행이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어 선택권 없음에도 관객의 볼멘소리는 없는 편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꿋꿋하게 개봉한 우리나라 영화가 눈에 띈다. 그것도 가수 박진영이 주연을 맡은 의외의 작품, '5백만불의 사나이'가 그 주인공이다. 베트맨과 5백만불맨(?)의 결투는 너무 빤한 결과일까?■ 더 강력해진 액션 '배트맨 완결판'- 다크 나이트 라이즈 (액션, 범죄, 스릴러/ 164분 / 15세 관람가)2편 이상의 시리즈물은 대부분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뒤편을 강조하기 위해 첫 편은 힘을 빼거나 혹은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기위해 모든 방법을 총 동원 하는 것. 대부분 벼르고 별러 만든 작품이다 보니 후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시리즈물은 뒤로 갈수록 혹평을 얻게 된다. 그런데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달랐다. 2005년 '배트맨 비긴즈'를 시작으로 2008년 '다크 나이트'는 한 술 더 떴고 시리즈의 마지막 편 격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상상 그 이상을 담은 것. 진부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시리즈물이 여기 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조커(히스 레저)와의 대결을 끝으로 배트맨(크리스찬 베일)이 자취를 감춘 8년 후의 고담시를 배경으로 한다. 고담시는 조커의 계략으로 화이트 나이트에서 악당으로 전락한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를 범죄와 싸운 의인으로로 둔갑시키고 배트맨은 하비 덴트를 무참히 살해한 살인자로 만들어버린다.이제 고담시는 '덴트 특별법'이라는 법을 제정하고 범죄자들을 감옥에 가두거나 고담시 밖으로 추방하는 것으로 평화를 지킨다. 그리고 어둠의 기사 배트맨도 대중에게서 잊혀 간다. 하지만 최강의 악당 베인(톰 하디)이 나타나며 고담시는 다시 어둠에 빠지는데.이번 시리즈 새롭게 등장하는 캣우먼 셀리나 카일(앤 해서웨이)의 활약이 눈여겨보길 권한다. 무섭게 매력적이면서도 이야기의 키(key)가 돼 주는 인물. 이 아가씨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왔던 어리숙한 그녀가 맞나 싶을 정도다.■ 돈가방 들고 튀어라 '박진영 데뷔작'- 5백만불의 사나이 (코미디/ 107분/ 15세관람가)가수 박진영이 영화를 찍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룹 UV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고 드라마 조연 역할도 톡톡히 해냈기에 신기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가 주인공인지 알기 전까지 말이다.촉망 받는 대기업 엘리트 부장, 얼굴 빼고는 모든 것이 명품인 능력 있는 로비스트 최영인(박진영)은 상사인 한상무(조성하)의 명령으로 로비자금 5백만불을 배달하러 간다. 그러나 배달 도중 괴한의 습격을 받게 되고 친형처럼 따랐던 한상무가 자신을 제거하고 돈을 빼돌리려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영인은 결국 얼떨결에 돈가방을 든 채 도망치게 되는데. 한편 깡패 필수(오정세)의 물건을 훔쳐 달아나던 불량소녀 미리(민효린)는 영인의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하고 이들은 동행하게 된다. 5백만불을 되찾으려는 한 상무와 조폭 조사장(조희봉) 일당,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게 영인은 쫓기고 여기에 미리를 쫓는 필수 패거리까지 가세하면서 추격은 이들을 점점 조여 온다. 박진영이 가수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이렇게 돌을 던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부분도 '욕심을 내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 초짜 신인배우를 경험 풍부한 주위 인물들이 잘 받쳐주고 있다. 조성하, 조희봉 이 두 '조 콤비'는 박진영은 차마 흉내도 낼 수 없는 감정연기를 무난히 해내며 평균을 맞춰 놓았다. 참고로 '5백만불의 사나이' 시나리오는 드라마 추노를 썼던 천성일 작가의 작품으로 처음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박진영을 생각해 썼다고 한다.

  • 주말
  • 이지연
  • 2012.07.20 23:02

나는 공무원이다 vs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나는 공무원이다'와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의 공통점은 많다. 코미디와 드라마를 섞어놓은 이야기 인데다가 방식은 다르지만 꿈과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숨겨진 공통점은 두 영화 모두 베테랑 배우가 버티고 있다는 것. 배우 캐스팅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 두 작품이 모두 설명해 주고 있다.요즘 아이들의 꿈은 연예인 아니면 공무원이라 한다. 직업 선택의 필수 요소가 '안정'와 '재미'라는 교육 덕택(?). 하지만 현실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공무원이다'의 이 남자는 '안정'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신의 생활에 200% 만족한다.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에 근무하는 10년차 7급 공무원 한대희(윤제문). 웬만한 민원은 일사천리로 해결하고 능수능란함을 보이는 그의 좌우명은 '흥분하면 지는 거다'다. 일명 '평정심의 대가'로 통하는 그에게 변화 같은 건 '평정심'을 깨는 인생의 적일 뿐. 퇴근 후 10년째 TV 친구인 유재석, 경규형과 함께 여가를 즐기며 잘 살아가던 그에게 홍대의 문제적 인디밴드가 나타난다. 소음공해 단속 중에 알게 된 홍대 인디밴드에게 휘말려 자기 집 지하실을 이들의 연습 공간으로 내주게 되고만 것. 급기야 이 밴드의 베이시스트로 공개 오디션까지 참가하게 되는데. 주제에 접근하는 다른 길을 택하긴 했지만 '나는 공무원이다'가 가고자 하는 길은 어른이 돼 버린 이들의 '진짜 꿈 찾기'다. 그래서 공무원들의 모습을 위트있게 표현한 '영어완전정복'(2003) 보다도 주위의 핍박 속에서도 꿈을 좇아가는 '댄싱퀸'(2012)이 더 생각나는 것. 이 단순한 이야기가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원톱으로 나선 윤제문의 연륜 있는 연기 덕이 아닌가 쉽다. 능청과 절제의 미묘한 줄타기를 소화해 내면서 관객을 설득하는 능력이 가히 대단하다. 문제는 후반부 밴드와 함께 하는 협연인데, 안타깝게도 전반부보다 즐겁거나 효율적이지 않다. 영화의 원제가 될 뻔한 '위험한 흥분'이 영화 속에서는 이 부분이 아닐까 싶을 정도. 오히려 '위험한 흥분' 뒤 돌아오는 '안정'과 '평화'에서 인생과 직장, 그리고 우리의 선택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제목에 '호텔'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나 야한 내용을 상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코미디 영화는 찾기 힘들지도 모르기 때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영화다.삶에 지친 황혼기의 노인 7명이 인도에 모인다. 남편과 사별하고 이제 혼자서 삶에 부딪혀보려는 여인, 평생의 과오를 바로잡으려는 전직 판사, 은퇴자금에 대한 불안으로 갈등하는 부부, 수술을 받기 위해 병든 몸을 이끌고 온 사람 등 사연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그런데 이들이 인도에 도착하기까지의 우여곡절보다도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은 더 난감하다. 웹사이트 '완벽한 호텔'로 소개됐던 그 곳은 새들이 둥지를 틀었는가 하면 문짝은 떨어진 낡은 건물. 7명의 노인이 꿈꾸던 노년의 여유와는 거리가 먼 공간이다. 그러나 풍부한 인생 경험에서 오는 연륜으로 의외의 상황에서 느닷없는 로맨스가 찾아오는데. 다른 성격과 사연에서 시작된 목적지가 같은 여행, 낯선 방식의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끝이 날까?이 영화는 베스트셀러 작가 데보라 모가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개별 에피소드들의 연관성은 기대에 못 미치는 편. 제목이 제일 야하다고 할 정도로 이야기도 무난하고 안전하다. 그럼에도 주디 덴치, 매기 스미스, 톰 윌킨슨, 빌 나이 등 다 모으기도 힘든 베테랑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면서 그들이 출연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영화를 살렸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감동은 모두 배우들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노년의 페이소스도 모두 그들의 공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아직 인생의 반도 달리지 않은 '젊은이'로서 삶의 용기를 잃은 이들이 있다면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을 찾아보면 어떨까. 인생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줄 작품이다.

  •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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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13 23:02

연가시 vs 더 레이븐

■ 변종 기생충의 습격연가시 (드라마, 모험/ 109분/ 15세 관람가)무덥고 질척한 여름을 이기는 법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간담 서늘하게 하는 영화만큼 효과적인 것이 있을까. 다른 장르를 표방하지만 '깜짝' 놀라게 하는 능력은 1,2위를 정하기 힘든 영화 '연가시'와 '더 레이븐'을 소개한다.영국 출신의 한 외국인 친구는 언젠가 '좀비'에 의해 세상이 멸망할 거라 믿는다 했다.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영국인들 뿐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다. 유전자 변형에 의한 괴물, 환경 변화로 인한 멸망, 뱀파이어나 좀비 혹은 외계인에 의한 침범 등 존재가 확실치 않은 대상을 만들어가며까지 미래를 걱정한다. 기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자주 드러나는데 그 동안 이런 이야기를 멀리했던 우리나라에서도 기생충 공격에 대한 사태를 그린 영화가 개봉했다.고요한 새벽녘 한강에 뼈와 살가죽만 남은 참혹한 시체들이 떠오른다. 이를 시작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하천에서는 변사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이들의 죽음은 인간의 뇌를 조종해 물속에 뛰어들도록 유도하고 결국 익사시키는 '변종 연가시'때문. 짧은 잠복기간과 치사율 100%, 4대강을 타고 급속하게 번져나가는 '연가시 재난'은 나라 전체를 위협한다. 한편, 일에 치여 가족들을 챙기지 못했던 제약회사 영업사원 재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가시에 감염 돼버린 아내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치료제를 찾기 시작하는데.인간의 뇌를 숙주로 삼은 연가시의 징그러운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과거 '괴물'처럼 위협적인 존재이면서도 그 자태로 관객을 위협하지는 않는 것.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 사이에서 그 원인을 제공한 존재로서 징그러운 모습 없이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사실 영화 '연가시'의 진짜 힘은 '재난'이라기보다 그 속의 '가족'이다. 우리나라 재난 영화들이(대표적으로 '해운대'만 보더라도) 가족애 없이 만들어 지기 힘든 것처럼 '연가시'도 같은 모습. 그래서 행복하게 끝나는 결말은 다소 맥 빠지는 부분이긴 하다.■ 소설 속 살인,현실로더 레이븐 (스릴러, 미스터리/ 110분/ 청소년 관람불가)최초의 추리소설가이자 천재소설가인 에드가 앨런 포(존 쿠삭)는 어느 날 그의 소설을 그대로 모방한 기괴한 연쇄살인을 경험한다. 베테랑 살인전문 수사관인 필즈(루크 에반스)는 포와 함께 살인범을 찾아 나서는데 그러던 중 살인마는 포의 연인인 에밀리를 납치한다. 그리고 살인범이 포에게 남긴 메시지는 "너와의 게임을 요청한다. 연인을 살리고 싶거든 내가 주는 단서를 인용한 소설을 내일 아침 신문 실어야 한다"는 것. 살인마는 포의 소설 속 살인을 그대로 인용한 시체들을 단서로 도심 곳곳에 숨겨두게 되고 포는 연인을 살리기 위해 그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죽음은 그의 작품세계만큼 음울하다. 영화 '더 레이븐'은 실화의 그 음울함에 연쇄살인이라는 허구의 상상을 더한 것. 그의 단편 '모르그가의 살인'을 연상케 하는 죽음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하고 사건이 풀려나가는 과정은 마치 포의 작품을 보는듯한 괴기함과 무력함을 준다. '더 레이븐' 분명 추리소설을 바탕으로 한 같은 핏줄의 영화 '셜록 홈즈'보다 더 추리영화(?) 같다. '셜록 홈즈'가 개봉했을 때 사람들은 액션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더 레이븐'도 그 원작에 충실했다기 보다 스릴러를 보는 기분이 더 강하다. 아마도 잔인한(청소년 관람불가인 이유이기도 하다) 내용과 영상 때문일 것. '닌자 어쌔신'의 제임스 맥티그 감독이 연출했기 때문인지 영화 끝자락, 감각적인 엔딩 크레딧이 눈에 띈다.

  • 주말
  • 이지연
  • 2012.07.06 23:02

전작은 모두 잊어라! 전세계 영웅 '스파이더맨'

이미 본 영화 같다. 분명 출연 배우는 다르지만 다음 이야기를 줄줄 할 수 있다. 2002년 첫 편을 개봉하고 시리즈를 이어온 '스파이더맨'. 그런데 이번 주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그 때 그 '스파이더 맨'의 다음 시리즈라 볼 수는 없겠다. 내용이 똑같으니 말이다.어릴적 사라진 부모 대신 삼촌 내외와 살고 있는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는 여느 고등학생처럼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며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같은 학교 학생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와 첫사랑에 빠져 우정과 사랑, 그리고 둘 만의 비밀을 키워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사용했던 비밀스러운 가방을 발견하고 부모님의 실종사건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 그는 그 동안 숨겨져 왔던 과거의 비밀을 추적하게 된다. 피터는 추적과정에서 아버지의 옛 동료 코너스 박사(리스 이판)의 실험실을 찾아가게 되고 우연한 사고로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는데. 뜻밖의 피터의 도움으로 연구를 완성한 코너스 박사는 자신의 숨겨진 자아인 악당 리자드를 탄생시킨다. 세상을 위협하는 세력 앞에 피터는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꾸어 버릴 일생일대의 선택, '스파이더맨'이라 불리는 영웅이 되기로 결심한다.미묘한 변화를 주려 했지만 기본 줄거리는 도저히 '다른 영화'라 말할 수 없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마크 웹 감독이 만든 스파이더맨 리부트다.(시리즈의 연속성을 버리고 새롭게 처음부터 하는 것을 의미) 리부트가 영화의 시리즈 작품에서 새로운 팬들을 확보하고 흥행 수입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보통임을 감안하면 '스파이더맨'은 조금 이른감이 있다. 10년 사이 극장가 관객의 차이가 얼마 없기 때문. 아직도 그 내용을 기억하는 관객 두 눈 뜨고 극장을 찾는데 같은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다니 뻔뻔하기까지 하다. 거기에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둔 마냥 살짝 리터칭해 바꾼 이야기가 2002년의 그 것을 더 기억나게 하는 역할까지 하지 진퇴양난. 역시'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가 아닌가 싶다.

  • 주말
  • 이지연
  • 2012.06.29 23:02

심부름 한번에 500억 '범죄의 여왕'

고현정이 주연을 맡았는데 영화 제목이 '미쓰Go'(이하 '미쓰고')라니 무슨 상관관계인가 싶다. 물론 영단어 고(go)라는 사실과 영화상 사용된 말임은 금방 알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이 영화는 고현정을 위한, 고현정에 의한 영화라 '미쓰고'인가 싶어질 것이다.최악의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소심한 여자 천수로(고현정)는 중국집에 전화하는 것조차 어려운 인물이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수녀님이 대신 물건을 전해달라는 심부름을 부탁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한번에 500억짜리 범죄에 휘말리게 된다. 여기에 어쩌다 만난 다섯 남자들 때문에 일명 '미쓰고'로 불리며 그녀의 인생이 뒤바뀌는데. '미쓰고'를 사랑한 스파이로 구두에 피 마를 날 없는 냉혈한하지만 숫총각(?)인 빨간구두(유해진), 까칠하고 수상한 경찰로 허당인 부하들을 거느리는 성반장(성동일). 또, 완벽한 말더듬이로 말을 너무 더듬어서 도통 속을 알 수 없다 소형사(고창석), 아는 거 없는 마약조직 보스 사영철(이문식), 무게만 잡는 범죄조직 최대 갑부 백봉남(박신양)이 바꿔놓은 미쓰고의 운명의 장난이 시작된다.유해진, 성동일, 고창석, 이문식은 이름만 들어도 웃음부터 나오는 대표 개성파 코믹 배우들이다. 이들이 함께 출현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한 때 '도시의 차가운 남자'였던 박신양까지 등장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문제는 이들이 함께 하는데 웃음은 오히려 나눠지는 기분. 그래서 이 쟁쟁한 배우들 속에 빛나는 고현정이 더 대단해 보인다. 심각한 공항장애 환자가 '범죄의 여왕'이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볼만한 영화. 인상적인 긴박감은 없으니 섣부른 기대는 하지 말길 바란다.

  • 주말
  • 이지연
  • 2012.06.22 23:02

암~ 그럼요, 당연하죠 …'아부계 전설'

시대가 변한 걸까. '아부'라는 단어를 이렇게 떳떳하게 드러내고 '왕'이라는 존칭까지 붙여 사용하다니 말이다. '티 나지 않는 아부'는 능력으로 치부하는 요즘, 아부계의 전설이 있다면 당신도 찾아가지 않겠는가.꼿꼿한 심성 때문에 만년 교감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동식(송새벽)은 국내 굴지의 보험사에 수석 입사하게 된다. 하지만 기획팀에서 근무하게 된 그는 융통성 없고 고지식한 성격 때문에 모두에게 미운털이 박힌다. 결국 동식은 열심히 하기로는 누구보다 최고지만 지독한 사회성 장애로 결국 영업사원으로 좌천되고 만다. 여기에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가 쓴 사채까지 떠안게 되면서 궁지에 몰리고 이제 희망은 오로지 억대 연봉의 보험영업왕이 되는 것 뿐. 하지만 평생 아부와는 담 쌓고 살았던 동식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희망은 어디에나 있는 것. 아부의 정석을 일찍 깨우쳐 '감성 영업의 정석'이라는 비법책을 저술한 아부계의 전설, 혀고수(성동일)를 찾은 동식이 그의 제자가 되어 아부의 길로 들어선다. '아부의 왕'에서 가장 먼저 캐스팅 된 인물은 아부계의 새싹인 동식역의 송새벽이었다. 영화'방자전'을 통해 어눌한 말투와 코믹 연기로 급부상 한 송새벽을 전면에 내세운 것. 그와 함께 '혀고수'로 등장한 성동일의 맛깔 나는 연기를 더해 독특한 조합을 만들어 냈다. 능력은 기본이요 갑(甲)의 눈에 들기 위해 아부를 해야 하는 슬픈 현실이 바탕에 있어 아프게 웃기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 힘이 영화 후반까지 가지는 못한다. 한국 코미디 영화가 가진 단점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삼천포'가 종착역이 되고만 것. 뜬금없는 로맨스나 권력에 대한 항쟁(?) 같은 퍼즐이 제자리가 아닌 곳에 들어간 느낌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2.06.22 23:02

유럽으로 간 동물 4인방 신나는 서커스 모험

개봉 영화의 장르를 보면 시기를 알 수 있다. 공포물이 슬슬 보이기 시작하는 요즘은 초여름, 그리고 애니메이션 시리즈물의 개봉은 아이들 방학이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여름과 방학을 맞이해주는 첫 인사 같은 두 편의 영화 '마다가스카3'와 '사다코: 죽음의 동영상'를 만나보자.심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뉴욕 동물원을 탈출했던 뉴요커 4인방 알렉스(사자), 마티(얼룩말), 멜먼(기린), 글로리아(하마). 불시착으로 인해 아프리카 오지를 다녀왔던 그들이 이번엔 서커스에 빠졌다.잠시 몬테카를로에 다녀온다던 펭귄 4총사가 그 곳에서 도박에 빠져 돌아올 줄 모르자 펭귄 일행을 찾아 알렉스와 친구들은 떠난다. 마침내 도착한 유럽. 하지만 펭귄들과 만난 반가움도 잠시, 악당 캡틴 듀브아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우연히 유럽 서커스단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 4인방은 서커스단이 미국으로 향한다는 말에 자신들을 뉴욕의 서커스단이라고 속이고 합류하는데. 그러나 거짓말은 금방 들통 나는 것. 첫 공연을 엉망으로 망치고 만다. 뉴욕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서커스를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유럽 서커스단과 힘을 합친 뉴요커 4인방은 전에 없던 새롭고 환상적인 서커스 공연을 준비한다.부제가 '이번엔 서커스다!'인 만큼 이번 시리즈의 최대 볼거리는 서커스다. 공중을 날고, 관중석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영상과 화려한 불꽃쇼가 더해지고 슬로우모션, 크로스 디졸브, 페이드 등 다채로운 효과가 동원돼 역동적이다. 3D로 관람한다면 이 모든 것이 하이라이트가 될 것. 그런데 1,2편을 봤던 성인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초반부터 넘치는 웃음을 제공하지만 어디까지나 어린이 관객의 수준인 것. 어른들은 초반의 어이없는 웃음(?)과 더불어 영상미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 좋겠다. 또 하나 빠뜨리지 않아야 할 부분은 '마다가스카3'를 장식한 영화음악이다. 경쾌한 멜로디가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줬는데 특히 서커스 장면에 등장하는 미국 팝스타 '케이티 페리'의 노래가 폭발력 있게 다가온다.

  • 주말
  • 이지연
  • 2012.06.15 23:02

화면에서 들리는 "바로 너!"꺼지지 않는 두려움

'사다코'는 여고 교사인 아카네 아유카와(이시하라 사토미)가 어느 날 갑자기 자살한 제자 노리코의 죽음에 의문을 품으며 시작한다. 연이은 자살 소동으로 형사들은 조사에 나서고, 의문의 동영상이 이 사건과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아카네는 죽음의 동영상을 최초로 인터넷 상에 올린 사람이 인기 화가이자 아티스트인 세이지 카시와다(야마모토 유스케)임을 밝혀낸다. 죽음의 기운을 막으려는 아카네는 어느 날 자신의 노트북이 스스로 작동하는 것을 발견하고, 모니터를 꺼버리려고 하지만 꺼지지 않는다. 그 순간, 화면 속에 들리는 사다코의 목소리 "바로 너야!". 사다코가 찾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 어떤 것의 대표적인 것을 일컬어 '대명사'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그래서 '공포 영화의 대명사'라고 하면 '링'을 빼놓지 않을 수 없다.영화 '사다코: 죽음의 동영상'(이하 '사다코')는 링의 시리즈물은 아니지만 같은 핏줄이다. 1988년 개봉한 영화 '링'의 동명 원작 소설의 저사 스즈키 고지의 새 작품이기 때문이다. 우물 속에서 기어 나오고 텔레비전에서 방으로 다가오던 얼굴을 가린 귀신도 등장하니 낯설지가 않다. 그렇다고 이미 경험 있는 공포라 해서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다. 97분이라는 시간 동안 공포에 시달리고 집에 가서도 한 동안은 뇌리에 박혀 있을 것. '링'이 공포영화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이 이유 아니었겠는가. 때 이른 무더위를 날리기도 안성맞춤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2.06.15 23:02

새영화 - 후궁 vs 프로메테우스, 욕망과 광기의 정사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들은 이유가 있다. 잔인하다거나 야하다거나. 문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위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번 주 개봉한 두 영화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위를 자랑한다. 물론 그런 이유로 더 재미있지는 않다. 붕어빵에 팥이 많이 들어갔다고 더 맛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개봉 전부터 과도한(?) 노출신으로 지면을 도배했었다. 배우 조여정의 몸매에 대한 글이 난무했고 영화보다 다른 요인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차지했다. 하지만 더 거슬렸던 것은 사극으로 위장하고 나오는 '요즘 영화'였기 때문. 철 안든 어른 누군가 이 영화가 실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화연(조여정)은 권유(김민준)와 사랑하는 사이. 그러나 화연은 왕의 여인으로 간택되고 권유와 야반도주를 감행하면서 하룻밤 애절한 사랑을 나눈다. 행복도 잠시, 화연은 아버지에게 붙잡혀 궁으로 끌려가게 되고, 권유는 형벌로 거세를 당한다. 한편, 성원대군(김동욱)은 화연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화연이 이복형인 왕의 부인이며 왕자를 낳았기에 바라만 볼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시름시름 앓던 왕이 죽으면서 외가의 힘으로 성원대군은 왕으로 등극하고 화연을 탐한다. 화연과 성원대군, 그리고 권유까지 합세해 삼각관계를 이루며 복잡해져 가는 가운데 왕위계승과 복수라는 키워드가 더해져 더욱 날카로워진다.다 제쳐두고 화연의 변화에 집중해 보자. 사랑 때문에, 살기위해서 발버둥 치며 한 사람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변해 가는지를 관심 있게 본다면 '후궁'도 볼만한 영화다. 그러나 정리 안 되는 베드신이나 노출신에 잠시 정신을 놓으면 이 영화는 그냥 '야한' 작품이 될 뿐이다. 그나마 보통 밝고 화사한 색으로 대변되는 궁이 어둡고 우울한 색으로 그려져 새롭고 전통 한복은 아니지만 다채로워진 의상은 시각적으로 볼만하다.

  • 주말
  • 기타
  • 2012.06.08 23:02

뚱보 형사, 패션 모델이 되다

'차형사'를 보다 잠시 '7급 공무원'을 떠올렸다면 맞다. 주인공이 같은 것도 한 몫 하지만 기본 전개나 설정이 매우 흡사하다. '7급 공무원'에서 의욕은 넘치지만 그게 다인 신참 요원 재준(강지환)이 '차형사'에서는 철수(강지환)으로 등장하는 것. 다만 재준보다 철수는 외모가 좀 부족(?)하다. 철수의 또 다른 정의는 '더러움'. 남산만한 배는 기본 중에 기본이고 몇 년은 감지 않은 듯 한 단발머리 스타일에 옷인지 아닌지 분간도 안 되는 쓰레기 같은 옷차림이 바로 철수다. 그래도 형사인 그의 범인 검거 실력은 확실하다. 그런 그에게 주어진 미션 하나, 그것은 모델이 되어 패션쇼에 잠입하는 것이다. 패션계에 퍼지고 있는 마약 사건을 파헤쳐야 하는 것. 사건에 착수한 차형사는 자신이 잠입해야 할 패션쇼의 디자이너가 어릴 적 친구였던 고영재(성유리)임을 알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차형사를 책임지게 된 영재는 차형사와 함께 2주에 20kg를 빼는데 도전하는데. 이제 '차형사 모델 만들기' 와 '패션계 마약 해결' 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더럽고 고집스런 차형사가 살빼기 과정은 재미있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하다. 이런 코미디 영화에서 찾기 힘든 캐릭터임은 분명하기에, 또 강지환이 잘 만들어 냈기에 코미디 영화다운 면모가 한껏 드러난다. 하지만 그 웃음이 영화의 후반부까지는 이어지지 못한다. 그저 실소가 나올 뿐, '웃다가 배가 아픈' 고통은 '차형사'에서 느끼기 어렵다. 또, 웃음 만들기 위해 지나치게 강지환과 조연 및 엑스트라에 기대고 있어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이들이 만들어내는 웃음 포인트는 확실하다는 이야기. 비록 감동이 있는 영화는 아지만 가볍게 볼만한 킬링타임용은 된다.

  • 주말
  • 이지연
  • 2012.06.01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