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종 기생충의 습격
연가시 (드라마, 모험/ 109분/ 15세 관람가)
무덥고 질척한 여름을 이기는 법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간담 서늘하게 하는 영화만큼 효과적인 것이 있을까. 다른 장르를 표방하지만 '깜짝' 놀라게 하는 능력은 1,2위를 정하기 힘든 영화 '연가시'와 '더 레이븐'을 소개한다.
영국 출신의 한 외국인 친구는 언젠가 '좀비'에 의해 세상이 멸망할 거라 믿는다 했다.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영국인들 뿐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다. 유전자 변형에 의한 괴물, 환경 변화로 인한 멸망, 뱀파이어나 좀비 혹은 외계인에 의한 침범 등 존재가 확실치 않은 대상을 만들어가며까지 미래를 걱정한다. 기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자주 드러나는데 그 동안 이런 이야기를 멀리했던 우리나라에서도 기생충 공격에 대한 사태를 그린 영화가 개봉했다.
고요한 새벽녘 한강에 뼈와 살가죽만 남은 참혹한 시체들이 떠오른다. 이를 시작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하천에서는 변사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이들의 죽음은 인간의 뇌를 조종해 물속에 뛰어들도록 유도하고 결국 익사시키는 '변종 연가시'때문. 짧은 잠복기간과 치사율 100%, 4대강을 타고 급속하게 번져나가는 '연가시 재난'은 나라 전체를 위협한다.
한편, 일에 치여 가족들을 챙기지 못했던 제약회사 영업사원 재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가시에 감염 돼버린 아내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치료제를 찾기 시작하는데….
인간의 뇌를 숙주로 삼은 연가시의 징그러운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과거 '괴물'처럼 위협적인 존재이면서도 그 자태로 관객을 위협하지는 않는 것.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 사이에서 그 원인을 제공한 존재로서 징그러운 모습 없이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사실 영화 '연가시'의 진짜 힘은 '재난'이라기보다 그 속의 '가족'이다. 우리나라 재난 영화들이(대표적으로 '해운대'만 보더라도) 가족애 없이 만들어 지기 힘든 것처럼 '연가시'도 같은 모습. 그래서 행복하게 끝나는 결말은 다소 맥 빠지는 부분이긴 하다.
■ 소설 속 살인,현실로
더 레이븐 (스릴러, 미스터리/ 110분/ 청소년 관람불가)
최초의 추리소설가이자 천재소설가인 에드가 앨런 포(존 쿠삭)는 어느 날 그의 소설을 그대로 모방한 기괴한 연쇄살인을 경험한다. 베테랑 살인전문 수사관인 필즈(루크 에반스)는 포와 함께 살인범을 찾아 나서는데 그러던 중 살인마는 포의 연인인 에밀리를 납치한다. 그리고 살인범이 포에게 남긴 메시지는 "너와의 게임을 요청한다. 연인을 살리고 싶거든 내가 주는 단서를 인용한 소설을 내일 아침 신문 실어야 한다"는 것. 살인마는 포의 소설 속 살인을 그대로 인용한 시체들을 단서로 도심 곳곳에 숨겨두게 되고 포는 연인을 살리기 위해 그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죽음은 그의 작품세계만큼 음울하다. 영화 '더 레이븐'은 실화의 그 음울함에 연쇄살인이라는 허구의 상상을 더한 것. 그의 단편 '모르그가의 살인'을 연상케 하는 죽음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하고 사건이 풀려나가는 과정은 마치 포의 작품을 보는듯한 괴기함과 무력함을 준다.
'더 레이븐' 분명 추리소설을 바탕으로 한 같은 핏줄의 영화 '셜록 홈즈'보다 더 추리영화(?) 같다. '셜록 홈즈'가 개봉했을 때 사람들은 액션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더 레이븐'도 그 원작에 충실했다기 보다 스릴러를 보는 기분이 더 강하다. 아마도 잔인한(청소년 관람불가인 이유이기도 하다) 내용과 영상 때문일 것.
'닌자 어쌔신'의 제임스 맥티그 감독이 연출했기 때문인지 영화 끝자락, 감각적인 엔딩 크레딧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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