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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미트 페어런츠3 vs 위험한 상견례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결혼' 이란 것을 한다. 서로에게 맞춰 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정작 어려운 것은 가족들의 조화. 남편의 처가를, 부인은 시댁을 어렵게 혹은 귀찮게(?) 느끼는 것이다. 더욱이 유교 사상이 깊게 박혀 있던 우리나라로서는 '호적을 파 가는' 여자가 더 어려운 입장이다. 그래서 이번 주 두 편의 좌충우돌 결혼 얘기는 여자들이 더 즐겁다. 장인 때문에 10년 째 고생하고 있는 얼렁뚱땅 사위와 결혼 허락을 받기위해 고분 분투하는 전라도 남자의 이야기, '미트 페어런츠3'와 '위험한 상견례'다.▲ 미트 페어런츠3 (코미디/ 98분/ 15세 관람가)결혼에 대한 코미디 영화로는 최고봉. 1편이 나왔을 당시만 해도 이렇게 시리즈물이 될 줄 몰랐고 또 이렇게 성공할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 장인어른과 사위가 이름 부르는 문화라지만 미국에서도 이들이 그렇게 유쾌한 사이는 아닌가보다.간호사가 직업인 그레그(벤 스틸러)가 팸(테리 폴로)과 결혼하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넘쳐나는 의심으로 그레그를 괴롭히던 적진 CIA 장인 잭(로버트 드니로)은 이제 가문의 가장이 '갓퍼커' 자리를 물려줄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갓퍼커'가 되기 위해 무리하던 그레그는 재정난에 빠지게 되고 결국 미모의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앤디(제시카 알바)와 함께 '오래지탱'이라는 발기부전제 홍보 아르바이트에 나선다. 그런데 호텔에 들어가는 사위와 앤디의 모습을 본 잭은 분노하고 딸의 전 남친 케빈(오웬 윌슨)을 새로운 사위로 점찍는다. 가문의 주인은 한명. 그레그는 잭의 시험을 통과하고 '갓파커'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그 어렵다는 마의 2편의 성공을 달성하고 힘이 빠진 탓일까. '미트 페어런츠3'는 전작의 영광에는 미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미 번즈가의 사람처럼 보이는 그레그. 결혼 10년차가 되면서 괴팍한 장인어른과 처가에 적응 했을 뿐 아니라 철까지 들어 버린 것. 어설픔으로 웃음을 줬던 1,2편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심각한 가운데 웃음을 주는 잭도 3편까지 이어지니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기엔 다소 힘이 떨어진다. 하지만 '미트 페어런츠3'의 구원투수 케빈 -오웬윌슨이 있다. 모든 일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여린 심성의 소유자이자 동양의학과 불교에 심취한 이 이상하고 괴상한 캐릭터는 황량한 집안에 장식품을 채워 넣어줬다. 전편 보다 웃음은 더 소소해 졌지만 내용은 더 가족적인 느낌.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받아들이라는 교훈까지 던져주는 가족오락영화다. 영화 크리딧이 올라 갈 때 숨은 장면이 있으니 조금 기다렸다 극장을 나서길.▲ 위험한 상견례(코미디/ 118분/ 12세 관람가)한국판 '미트 페어런츠'라는 평을 받으면서 겁도 없이 '미트 페어런츠3'와 같은 날 개봉한 영화. '위험한 상견례'는 아직까지 지역감정과 지역색이 남아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가볍게 비틀어 결혼과 접목시킨 코미디 영화다.순정만화 작가인 전라도 총각 현준(송새벽)은 펜팔로 만난 경상도 여자 다홍(이시영)과 연애를 시작한다.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가던 그들. 그런데 다홍의 아버지(백윤식)는 다홍에게 선을 강요하고 이에 현준은 그녀와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뼛속까지 남자인 다홍의 아버지로 인해 현준은 전라도 출신임을 감춰야 한다. 서울말 특별과외를 거쳐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부산으로 향한 그, 다홍의 가족과 대면하는데. 첫 만남에 악수 대신 야구공을 던지는 최대 적수 아버지를 시작으로 다홍의 가족은 뭐가 특이하고 독특하다. 거기에 현준의 아버지가 스파이로 보낸 형 대식(박철민)까지 더해지면 현준의 벽의 점점 높아진다. 과연 이들은 결혼에 골인 할 수 있을까?영화를 선택하는데 많은 기준이 있겠지만 '송새벽 때문에'란 이유가 많지 않을까 예상한다. '방자전' 이후 그에게 기대하는 관객이 많이 늘었을 것. 어눌한 말투와 자연스러운 전라도 사투리로 어필했던 그의 매력이 '위험한 상견례'에서도 제대로 발휘됐다. 중후반부터 신파로 가는 경향과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의 고질병인 시나리오 문제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평균에서 선방은 했다. 예민한 문제인 지역감정을 재미있게 풀어냈다는데 의의만 둬도 충분한 몫을 한 영화. 국경도(?) 무시한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기대해보자.

  • 주말
  • 이지연
  • 2011.04.01 23:02

[볼만한 영화] '로맨틱 헤븐' vs '킹스 스피치'

춘분도 지났고 햇볕도 따뜻한데 아직도 기온은 예전 봄 같지 않다. 칼날 같은 바람에 해 떨어지고 나면 다시 겨울, 봄다운 봄을 만끽하기에는 아직 이른 3월이다. 하지만 이미 봄바람에 취한 마음을 추스르기란 여간 쉽지 않다. 주말이면 놀러가고 싶고 이유 없이 마음이 쿵쾅거리거나 설렌다면 여지없는 봄바람. 도와주지 않는 날씨가 야속하게 느껴진다면 극장 나들이를 권한다. 봄처럼 가슴 따뜻해질 영화 두 편 준비했다.▲ 로맨틱 헤븐(드라마/ 117분/12세 관람가)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보낸 민규(김수로). 아내를 추억할 수 있는 일기와 수첩, 사진들도 함께 사라지자 아내가 마지막까지 안고 있던 빨간 가방을 찾는다. 또 여기, 시한부 판정을 받고 골수 기증을 기다리는 엄마를 지키는 딸 미미(김지원)가 있다. 그런데 찾아낸 골수기증자는 기는 신세다. 할머니마저도 기억 못하는 할아버지를 가진 손자 지욱(김동욱)도 있다. 할아버지는 모든 걸 잊었지만 첫사랑 소녀의 이름만은 기억한다. 답답한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찾아달라 부탁하고 지욱은 첫사랑 분이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마침내 찾은 분이는 죽음의 위기에 놓여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삶과 죽음의 공존 속에서 만난다. 이들의 사연이 옴니버스식으로 차례로 등장하며 관객을 맞이하는 것.무겁게만 보이는 '죽음'을 주제로 하고 있어 우울하지 않을까 걱정한다면 그럴 필요 없다.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장진감독은 코미디 요소를 잘 배치해 두어 웃을 상황이 아닌데 서도 웃게 되는 희한한 코미디를 경험할 수 있다. 마치 우리네 장례 문화가 어둡지만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 오묘한 즐거움은 장진 감독과 배우들이 만들어낸 천국의 모습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이상으로 그리고 있는 천국을 예쁘게 잘 그려낸 것. 아무 걱정 없어 보이고 평화로워 보이는 영화 속 천국은, 대지진이나 전쟁, 작은 사건들의 연속 속에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하는 듯 보인다.주연배우들 뿐 아니라 조연들까지의 조화도 잘 어울리고 따뜻한 스토리도 적당하지만 극 중 캐릭터들 간의 연결고리가 약한 것이 흠이다.큰 울림은 아니지만 깊은 따스함은 느끼게 해줄 천국행 티켓이다.▲ 킹스 스피치(드라마/ 118분/ 12세 관람가)영화 공개 이후 '킹스 스피치'는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영화 자체도 훌륭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2011년 아카데미 12개 부분에 후보로 올랐기 때문. 과대평가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고 멋진 영화라는 평가도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가슴 훈훈해 지는 영화라는 것. 그 외에 평가는 관객들의 손에 맡겨본다.1939년,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포기한 형 때문에 왕위에 오른 앨버트(콜린 퍼스).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그가 두려워하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마이크다. 사람들 앞에 서면 말을 더듬는 그는 이 한 가지 콤플렉스 때문에 왕위가 벅차다. 그를 지켜보는 엘리바베스 왕비와 국민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 결국 아내의 소개로 괴짜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를 만나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말 더듬증을 극복해 나가는데.왕이 주인공이기 때문일까. 화려하고 멋진 이야기를 기대하는 관객이 많을 것이다. 배경이 재벌이나 왕실이라면 화려함이 당연한 전개일지 모르지만 '킹스 스피치'는 다르다. 왕의 이야기라기보다 장애를 가진 한 남자의 고군분투 혹은 장애 극복기라고 하는 것이 더 맞기 때문이다. 자신과의 싸움을 그리고 그 싸움을 돕는 친한 친구와 가족을 등장시킴으로써 보는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것이다. 또한 '로맨틱 헤븐'에서처럼 재치와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 무게감을 유지했고 왕실에 대한 권위 보다는 그들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소소한 일상이 인간승리의 드라마로 감동을 전한다.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는'킹스 스피치'의 일등 공신의 배우들. 콜린 퍼스가 연기 잘 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고 헬레나 본햄 카터가 이런 역할까지 소화할 줄은 미처 눈치 못 챘다. 제프리 러쉬는 '샤인'에서의 괴짜 피아니스트 때보다 더 빛나니 완벽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비록 화려한 볼거리나 자극적인 소재는 아닐지라도 인간적인 이야기가 그 무엇보다 따뜻하고 소중한 영화다.

  • 주말
  • 이지연
  • 2011.03.25 23:02

[볼만한 영화] 비스틀리 vs 레드 라이딩 후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명한 동화들 중 몇 편은 사실 가짜다. 권선징악으로 끝맺기 위해 혹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기 위해 약간의 첨삭 또는 변화를 줬던 것. 예를 들어 동화 '라푼젤'에서 마녀가 왕자의 탑 출입을 알 수 있었던 것은 다소 쉬운(?) 여자 라푼젤이 임신으로 배가 불러왔기 때문이라거나'신데렐라'에서 왕자가 내민 구두를 신기 위해 신데렐라의 의붓언니가 자신의 발을 잘라 낸 장면만 해도 그렇다. 이런 충격적인 내용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할 수는 없으니 어쩌면 이런 각색은 당연한 일. 하지만 다 자란 우리에겐 원작의 내용이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주 영화 두 편은 아름답게 기억되고 있을 동화와 애니메이션의 색다른 진실을 전한다. 빨간모자의 다른 해석'레드 라이딩 후드'와 미녀와 야수'비스틀리'다.▲ 비스틀리 (판타지, 드라마/ 86분/ 12세 관람가)'비스틀리'는 학창시절 여학생들의 필독서였던 '할리퀸 로맨스 소설'의 영화판이다. 알렉스 플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지만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디즈니의'미녀와 야수'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유명 앵커의 아들인 카일(알렉스 페티퍼)은 외모지상주의자다. 킹카로 유명하기도 한 그는 학생회장에 당선되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마녀 켄드라(메리 케이트 올슨)는 그에게 저주의 마법을 건다. 그의 얼굴을 문신과 상처투성이로 만든 것. 만약 진실한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하면 평생 괴물로 살아야 한다. 그런 그에게 단 하나의 희망은 학생회장 선거 때 알게된 모범생 린디(바네사 허진스)다.'비스틀리'는 일달 캐스팅에 박수를 받을 필요가 있다. 알렉스와 바네사 뿐 아니라 마녀역의 케이트, 그리고 그 외 조연들까지 그들의 원래 이미지를 잘 살린 캐스팅이었다. 그래서 다소 유치하다고 느낄 수 있는 스토리와 실제 현실의 괴리를 좁힐 수 있었던 것. 하지만 12세 관람가답게 주인공을 섹시하게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 온 듯 린디는 고전적이고 순수하며 카일은 린디를 향한 진실한 사랑에만 목을 맨다. 배경을 옮기면서 기대했던 캐릭터의 변화를 간과해 아쉬움이 큰 영화. 사실 가장 큰 아쉬움은 완벽한 분장덕에 알렉스 페티퍼의 얼굴을 많이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 중간에 삽입된 한국어 장면은 꼭 챙겨보길 바란다.▲ 레드 라이딩 후드(드라마, 판타지/ 100문/ 15세 관람가)옛날 한 마을에 빨간 모자를 쓴 발레리(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살고 있었다. 아름다운 이 소녀는 마을의 외톨이 피터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부모님은 부잣집 아들 헨리와 결혼하길 바란다. 결국 마을 떠나기로 결심한 발레리, 하지만 붉은 달이 뜬 밤, 어둠의 숲에 사는 늑대에게 언니가 죽임을 당하고 만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솔로몬 신부에게 도움을 청했고 신부는 늑대가 인가의 모습을 하고 마을에 숨어있다고 말한다. 붉은 달이 뜰 때마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우연히 발레리는 자신과 관계된 누군가가 늑대 인간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데. 그리고 비밀을 풀기 위해 달이 뜨는 밤 홀로 산으로 향하게 된다.'비스틀리'가 '미녀와 야수'의 오글거리을 담당했다면 '레드 라이딩 후드'는 '빨간모자소녀와 늑대'의 성인 버전이자 스릴러 버전이다. 광고 포스터에 붙어 있는 '빨간 모자야 사랑에 빠지지 마'라는 문구에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비스틀리'를 보는 것이 나을 듯. 초반 내레이션과 함께 로맨스가 진행되는 듯 하지만 순식간에 변하는 영화 분위기가 관객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레드 라이딩 후드' 또한 동명의 소설책이 있다. 책을 먼저 읽으면 영화가 재미 없어질까 고민하지만 둘 다 볼 생각이 있다면 이 경우는 소설부터 읽는 것이 좋을 듯싶다. 상상외로 흘러가는 극 전개에 매력을 느끼게 될 것.

  • 주말
  • 이지연
  • 2011.03.18 23:02

[볼만한 영화] 월드 인베이젼

다인종 시대(?)에 맞춰 뱀파이어도 외계인도 있다고 가정하면, 사회는 어떻게 변화될까? 사실 수많은 뱀파이어, 외계인, 좀비 등을 주제로 삼은 영화나 드라마만 봐도 인류는 오래 전부터 그런 가정을 했던 것이 분명하다. 이쯤 되면 가정이라기 보단 걱정에 가깝다. 영화 혹은 드라마 속 뱀파이어, 외계인 등은 인간을 침략하거나 위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외계인이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그 옛날 'E.T' 말고는 기억도 나질 않는다.2011년, 여기 새로운 침략자가 다시 등장했다. 새롭다기 보다는 늘 오던 외계인들인데 조금 다르다는 정도?. '인디펜던스 데이' '우주전쟁' 혹은 '디스트릭트 9'을 떠올리게 했던, 하지만 그들과는 다른 '월드 인베이젼'을 만나보자.'월드 인베이전'은 이전의 많은 외계인들이 등장한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굳이 예를 든다면 올해 초 개봉한 '스카이라인'과 비슷한 분위기. 역시 내 직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비하인드 스토리에 따르면 '스카이라인'을 만든 스트라우스 형제가 '월드 인베이전'의 특수효과 담당했다. 그 작품에서 도중 하차한 뒤 같은 컨셉트의 '스카이라인'을 만들어 선수를 친 것이다. '월드 인베이전' 제작진은 기가 막힐 노릇이겠지만 관객에게 중요한 것은 '월드 인베이전'이 '스카이라인' 보다 나은 영화냐 아니냐일 뿐이다.'월드 인베이전'의 소재는 1942년 미국 LA에서 있었던 UFO소동이다. 1942년 2월 25일 LA 상공에 UFO 나타났고 실제 100만여 명이 넘는 시민이 공습 사이렌 소리에 피신을 한다. UFO 목격의 역사 중에서 거대한 일화로 꼽히는 이 사건을 보고 제작진은 '현실적인 전쟁'이 가능하겠다고 느꼈을 정도라고. 마치 현대에 일어나고 있는 나라와 나라, 인종과 인종간의 전쟁처럼 군대가 적을 만난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 2011년 지구에 거대한 유성떼가 떨어진다. 사상 최대의 유성쇼에 세계 각 도시는 들떠 있지만 이 사이 정체불명의 적으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게 된다. LA주둔군 소속 내츠 하사(아론 에크하트)는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지금껏 싸워본 적 없는 적들에 맞서 반격을 시작한다.이 영화는 '헨드 헬드 기법'(카메라를 고정하지 않고 손으로 들고 촬영하는 기법)으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마치 이라크전 같은 전쟁을 뉴스로 보는 듯한 기분. 러닝타임 동안 끝없이 계속되는 전투신이나 그래픽 수준도 기대 이상이다. 결과적으로 비교 선상에 올려놓았던 '스카이라인' 보다는 조금 혹은 조금 더 낫다. 다만 외계인이라는 소재의 한계점은 여실히 드러난다. 외계의 침략을 받은 인간들이 고군분투하다가 외계인의 결정적 약점을 파악해 마지막에 결정타를 날려 지구를 구한다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진부하다. 외계인들은 인간이 대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공격력을 지녔지만 항상 치명적인 약점이 있고, 그 공격에도 끄덕 없던 외계인은 영웅으로부터 단 한 번의 공격을 받고 너무 쉽게 끝이 난다. 전쟁 영웅은 폼나게 다음 전장터로 발길을 옮긴다. 별 특징 없는 전형적인 캐릭터가 뻔한 이야기를 전개하다 느닷없는 감상적인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낸츠 하사가 죽은 전우들의 이름과 군번을 줄줄 외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이렇듯 빈약한 이야기에 덧입혀진 화려한 스펙터클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금새 식상함을 느끼게 할 듯.이젠 외계인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공격하거나 뱀파이어와 외계인이 싸워야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여 세계인을 지킬 수 있는 건 미군 밖에 없다고 비춰지는 '미국 만세 정신'도 달갑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건 외계인을 물리치기 전 미국 대통령의 비장한 연설이 없다는 점이다.여성보다는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겠고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블랙 스완'을 더 추천하고 싶다. 시간 죽이기용 혹은 SF 영화 마니아는 한번쯤 봐도 좋을 영화다.

  • 주말
  • 이지연
  • 2011.03.11 23:02

[볼만한 영화] 아이 엠 넘버 포

"내가 서열 네 번째다."우리나라 조폭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 대사가 미국에서 만든 영화 제목으로 등장했다. 그것도 SF 장르의 영화로 말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제목의 의미가 전혀 상상 되지 않아 잠깐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영화 시작 30초면 제목도, 영화도 파악할 수 있다. 사실 그래서 '아이 엠 넘버 포'의 인터넷 평점은 그리 높지 않다. 유치하다는 평이 가장 눈에 띄고 SF 영화로서 비주얼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제법 찾을 수도 있는 것. 이런 혹평에도 불구하고 '아이 엠 넘버 포'가 이번 주 볼만한 영화가 된 이유가 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숨겨진 이 영화의 매력, 지금부터 하나하나 짚어보자.다른 종족을 학살하고 영토를 확장하는 잔혹한 모가도어인. 그들에게 침략을 당한 로리어 행성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9명을 가까스로 지구로 탈출시킨다. 이들은 지구 곳곳에 흩어져 지구인들 틈에서 조용히 살아왔지만 모가도어인은 지구까지 아와 이 9명을 찾아내려한다. 그리고 1,2,3 번을 찾아내 순서대로 죽이고 이제 4번을 찾을 차례가 되는데. 한 편, 넘버 포 존(알렉스 페티퍼)은 쓰리가 죽음을 당한 것을 느끼게 되고 모가도어인을 피해 그의 가디언 헨리(티모시 올리펀트)와 도피를 시작한다. 존은 모든 흔적을 지우고 지구에서의 다른 삶을 살려고 하지만 모가도어인은 숨통을 조여 온다. 도망만 치던 존, 하지만 일생에 단 한번뿐인 사랑하는 사람 사라(다이아나 애그론)를 지키기 위해 이제 존은 자신의 초능력으로 당당히 맞서려 한다. 과연 넘버 포의 능력은 어떤 것이며 생존한 나머지 6명의 로리언인을 찾을 수는 있을까? 존은 사랑게 다시 돌아 갈 수 있을까?'아이 엠 넘버 포'는 피타쿠스 로어의 소설 ""로리언 레거시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도 반했다는 원작과 '트렌스포머' 시리즈를 만들어낸 마이클 베이 감독의 제작 참여 등 '아이 엠 넘버 포'는 화려만 배경을 자랑한다. 그래서 인지 사람들의 혹평은 냉정하기 그지없다. 일단 CG의 한계를 많이 이야기 하는데 아마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트렌스포머'의 마이클 베이 감독의 참여했기 때문. 그의 전작에서 보이던 완벽한 CG는 '아이 엠 넘버 포'에서 찾아 볼 수가 없다. 특히 손에서 나가는 빛은 아무리 옹호 해주고 싶어도 덮기 힘든 부분으로 좀 더 세련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문제를 액션으로 해결했으니 걱정하지 말길 바란다. 쾌속 질주하는 이들의 액션신은 CG의 문제도 덮어버릴 만큼 속 시원하고 강렬하다. 특히 영화 끝부분에 등장하는 모가도어인과의 전투는 영화의 백미. 이렇게 긴장감 넘치는 액션신은 '아이 엠 넘버 포'의 자랑이다. 또한 이 영화가 시리즈물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아이 엠 넘버 포'의 장점. 이번 1편에서 넘버 포 존은 넘버 식스(테레사 팰머)와 만난다. 그리고 2편에서 다른 동료를 찾아 나설 것을 예고하는데, 이는 참을 수 없는 낚싯밥 같은 것. 욕을 하고 혹평을 하던 이들이라도 넘버 포와 식스가 찾을 다른 네 명의 동료가 저절로 궁금해진다. 더욱이 영화 후반부 밝혀진 넘버 식스가 너무나 매력적인 나머지 남자 관객이라면 다음 편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 추측된다.영화를 보기 전 한 가지 이상한 팁. 아이폰 사용자라면 핸드폰을 꼭 끄거나 진동으로 바꿀 것. 주인공 넘버 포가 아이폰을 쓰는 바람에 영화 속에서 문자가 오거나 전화가 올 때면 다들 핸드폰을 꺼내 보는 이상한 풍경을 보게 된다. 아이폰을 가진 사람도 놀래겠지만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일순간 여러 개의 핸드폰 불빛을 봐야하는 고통(?)을 맛봐야한다.

  • 주말
  • 이지연
  • 2011.03.04 23:02

[볼만한 영화] 블랙 스완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번 주 영화 기사는 정말 쓰기 싫었다. 기대작들의 무참한 배신 때문. 정확히 얘기하자면 '생각했던 것만큼'감동적이지 않거나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전개가 문제였다. 아마도 영화 포스터를 보고 선입견이 생겨버린 탓이 아닐까. 감독이나 배우를 통해 이야기를 유추 하는 것은 실제 영화와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배급사들의 홍보물은 뒤통수를 치는 일이 허다하다. 그들에게는 관객 확보가 우선순위이고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영화와 관계성을 적어도 자극적인 문구와 사진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 어쨌든 이번 주 볼만한 영화는 관객의 기대를 저버릴 몇 편의 영화들을 뒤로하고 '블랙 스완'으로 낙점 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기 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발레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 발레를 주제로 한 영화에서 무용을 포기하라니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겠지만 '블랙 스완 '의 발레는 소재일 뿐 큰 덩어리는 인간의 내면을 다뤘기 때문이다.니나(내털리 포트먼)는 소극적이고 연약한 성격의 뉴욕 시티 발레단의 발레리나다. 이런 그녀의 성격을 만든 것은 같이 살고 있는 엄마(바버라 허시)의 영향. 엄마는 니나를 항상 인형 다루 듯 한다. 니나는 어린 시절 시작한 발레 이외에 할 줄 하는 것이 없다. 발레 이외의 생활은 즐길 생각도 하지 않는 그녀. 그런데 어느 날, 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로 활동했던 선배(위노나 라이더)가 은퇴를 선언하고 니나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발레단이 백조의 호수를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하고 단장(뱅상 카셀)은 백조와 흑조를 연기할 발레리나를 오디션으로 선발 하겠다고 선언한 것. 그러나 니나는 가장 뛰어난 기본기에도 불구하고 백조와 흑조 모두를 소화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탈락 위기에 처한다. 도발적이지 못한 탓에 흑조를 연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생각한 것. 하지만 니나와 단장 사이에 있었던 사고(?)가 계기가 되고 니나는 결국 주인공 자리를 거머쥔다. 문제는 신입단원 릴리(밀라 쿠니스)가 새로 들어오며 불거진다. 릴리는 정교하지 않는 실력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마성을 가진 것. 그런 그녀의 매력을 경계하면서도 릴리와 친구로서 가까워지기도 한다. 급기야 니나는 릴리에 대한 질투와 경계, 친구로서의 친숙함이 뒤섞이며 점점 두려움을 느끼고 그녀의 자아는 분열되기 시작한다.종종 발레리나는 백조와 비교되곤 한다. 그들은 수면 위에서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지만 수면 아래서는 쉴 새 없이 헤엄치고 있다. 발레가 아름다운 예술 활동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발레리나의 발을 볼 때면, 실제 고문 기구와 다름없는 토슈즈를 볼 때면 이런 예술 장르를 만들어낸 인간의 잔인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하지만 선택권 없이 한 길만을 가야하는 특정 직업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이미 정해져 버린 발레리나의 삶은 애처롭게 느껴지기만 한다. 영화 속 니나의 정신분열은 자신에게서 흑조의 모습을 찾으려는 그녀의 노력이 빚어낸 슬픈 결과일 것이다. 끊임없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소름끼치고 등록 오싹한 자신을 찾는다. 이런 그녀의 감정을 잘 전달하고 있는 것이 카메라 기법이다. 16mm 소형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촬영해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한 느낌이 든다. 동시에 니나의 뒷모습을 아가듯 거칠게 담아 긴박하고 불안한 정서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진다. 더불어 '블랙 스완'의 히로인 나탈리 포트먼의 연기도 빼 놓을 수 없다. 불안정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 마치 그녀가 니나 인 듯한, 그녀의 실제 일인 것 같은 분위기마저 풍긴다.앞서 얘기 했듯이 이 영화는 발레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버려야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발레를 찬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불안함과 잔인함, 수면 아래 백조의 다리 같은 이야기인 것. 불안한 그들의 세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면 영화가 아닌 작품으로 봐도 무관할 영화다.

  • 주말
  • 이지연
  • 2011.02.25 23:02

[볼만한 영화] 아이들

사실 이번 주 볼만한 영화는 영화를 보기도 전에 '만추'로 정해 놓고 있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열혈 팬을 자처하며 본방 사수를 외친 한 사람으로서 현빈의 영화 나들이를 어찌 그냥 지나치겠는가. 거기에 '색, 계'를 통해 남녀노소 모두 홀린 탕웨이가 호흡을 맞췄으니 기대를 안 하는 관객이 이상할 정도다. 그런데 막상 그들이 만든 영화 '만추'를 보니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다. 아니, 막상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데 기대를 너무한 탓에 실망감이 녹을 새도 없이 쏟아져 내린다. '시크릿 가든'의 현빈이나 '색, 계'의 탕웨이를 지울 자신이 있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만추'. 부디 누군가는 꼭 그 참맛을 느끼길 바라며 '만추'자리를 대신할 '아이들…'을 소개한다.1991년 3월 26일, 대한민국 미제사건으로 남은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이 벌어졌다. 기초의원선거로 임시 공휴일이었던 아침 8시 도롱뇽을 잡겠다며 집을 나간 다섯 명의 초등학생은 21년이 지난 지금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실제 이 사건의 어린이들은 11년이 지난 2002년 9월 대구시 달서구 신축 공사장에서 유골로 발견되었으며 범인은 잡지 못한 상태. 2006년 3월 25일자로 공소시효마저 끝났다. 이렇게 잊히던 개구리 소년들은 이야기가 영화 '아이들…'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영화는 이 사건을 파헤쳐 특종을 잡으려는 다큐멘터리 PD 강지승(박용우), 자신의 이론을 믿고 범인을 주장하는 교수 황우혁(류승룡), 그리고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조심스레 범인의 실체에 다가가는 형사 박경식(성동일)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각각의 방식으로 사건에 다가가던 이들은 아이를 잃은 부모를 범인으로 지목하기에 이르는데.많은 영화들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 진다. 어떤 영화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빌리기도 하고 또 어떤 영화는 훈훈한 감동 소재를 차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 '아이들…'은 참 불편하고 발칙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살아 돌아오지 못한 다섯 어린이의 부모들이 아직도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 현실에서 부모를 범인으로 지목한다는 설정이 말이다. 비록 끝에 이르러 결론이 바뀔 지언정 유쾌하지 않은 발상임은 분명하다. 또한 영화를 오락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섯 어린이의 죽음이 이렇게 표현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한다. 1991년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앞서 얘기한 것처럼 다소 불편한 감정을 느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실제 경험한 것에 대한 묘한 짜릿함이 드는 것도 사실. 동시대를 지냈기 때문에 더 가깝게 다가오는 탓일 것이다. 소재 말고도 주목해야 할 것은 21년이 흘러서도 아직까지 문제점이 보이는 경찰의 수사 시스템이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1991년의 우리네 모습은 흡사 고발프로그램의 그것처럼 안타깝기 그지없다.아직도 인터넷에는 개구리 소년들에 대한 이야기가 돌아다닌다. 어떤 것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추측과 결론이 난무한다. 과연 다섯 아이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우리는 지금이라도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답답함이 가슴 한켠에 남으며 울컥 눈물을 쏟게 되는 발칙한 영화, '아이들…'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1.02.18 23:02

[볼만한 영화] 라푼젤- 사랑을 위해 가출 감행

▲ 라푼젤(애니메이션, 판타지/ 100분/전체관람가)보통 남자들의 로망이라 하면 예쁜 얼굴에 날씬한 몸매, 그리고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윤기나는 긴 머리'다. 곱슬머리를 타고난지라 그 로망 근처에는 가지도 못하는 탓에 어린 시절부터 선망의 대상이 동화 속 라푼젤. 타의로 탑에 살아야 하는 운명인 것만 빼면 나약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바라던 인물 1순위였다. 이렇게 책으로만 볼 수 있던 그녀가 영화로, 더욱이 3D로 제작돼 나타났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반짝이는 금발 머리'휘날리며 왕자와 뜨거운 사랑을 위해 급기야 탑을 가출(?)하는 21세기 라푼젤을 만나보자.라푼젤을 아는 사람은 많겠지만 백설공주나 신데렐라처럼 전체 스토리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원작 이야기부터 했으면 한다. 라푼젤은 웬만한 동화는 다 썼다는 그림 형제의 작품. 라푼젤을 임신한 그녀의 엄마, 어느 날 마녀의 정원에 있는 상추가 먹고 싶다고 남편을 종용한다. 무섭지만 아내를 위해 몰래 상추를 훔치려던 라푼젤의 아빠는 마녀에게 걸리게 되고 마녀는 그들의 첫 아이를 달라고 요구한다. 이 얼토당토 안은 요구를 어쩔 수 없이 승낙한 아빠. 결국 라푼젤이 태어나자 마녀에게 뺏기게 되고 라푼젤은 출구 하나 없는 탑에 살게 된다. 영화와 원작은 시작부터 조금 차이를 두고 있다. 동화에서의 라푼젤 엄마가 상추를 찾았다면 애니메이션에서 그녀의 엄마는 임신 중에 위독한 상태가 되고 병을 위한 마법의 꽃을 찾는 것. 그리고 마법의 꽃을 먹고 낳은 아이가 라푼젤이며 이로 인해 영화에서의 라푼젤(맨디 무어)은 머리카락에 신비한 힘을 가지게 됐다는 설정이다. 자신의 꽃을 빼긴 고델은 화가 난 나머지 라푼젤을 납치하고 높은 탑 안에 가둬 놓을 채 18년을 살게 한다. 라푼젤은 고델을 친엄마라 믿으며 탑 안에 갇혀 사는 삶이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엄마의 보호 탓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단 하나의 꿈은 꼭 한번 탑 밖으로 나가 등불 축제를 보는 것. 어느 날 그녀의 탑에 침입한 왕국 최고의 도둑 라이더(재커리 레비)를 한방에 잡은 라푼젤은 그를 협박해 꿈에 그리던 바깥 구경을 단행한다. 이들의 가출 사건에 여러 다른 일들이 더해지면서 여정은 더 험난해지고 가짜엄마 고델의 음모도 점점 얽히고설키는데.그동안 드림윅스나 픽사에 숨죽이고 있던 디즈니가 새로운 애니메이션 '라푼젤'로 돌아왔다. 사실 3D 영화하면 픽사를 떠올리게 되는지라 '라푼젤' 또한 2D로 관람하려고 했다. 결과로 얘기하자면 나라가 망하는 이유가 아니고선 3D관람을 할 것. 라푼젤의 머리카락이 이렇게 탐스럽고 사랑스러운지 다시금 느끼게 되는 순간일 테니 말이다. 미묘한 색 차이와 각도 차이로 보이는 생동감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일단 그래픽은 합격점이다. 여기에 디즈니의 3D 애니메이션이 더 특별한 것은 그들이 만들었던 '미녀와 야수'나 '알라딘'에 담긴 따뜻한 감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 어린시절을 지켜주던 동화처럼 푸근함이 살아있다. 또한 다분히 '디즈니스러운' 뮤지컬 구성도 빠뜨릴 수 없는 장점이다. 오히려 '라푼젤'은 전작들보다 더 노래에 중점을 두고 있어 생동감 넘친다. 고전원작과 3D기술의 만남으로 클래식함과 모던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될 영화 라푼젤.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있다고 라푼젤은 말한다. 역시 여자는 머리빨(?)이 중요하다고.

  • 주말
  • 이지연
  • 2011.02.11 23:02

[볼만한 영화] 맛있는 영화 골라서 보자

구정을 맞아 대거 개봉한 영화들 덕에 재미있는 영화 원 없이 봤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맛없는 법. 지난 1주일 사이 10편 정도의 영화를 보고 나니 체할 지경이다.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해준 많은 영화들 중에서 소화 가능한 맛있는 영화 몇 편을 꼽아보았다. 전체 관람가부터 청소년 관람불가까지 설을 즐겁게 해줄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나보자.▲ 글러브(드라마/144분/ 전체 관람가)야구를 좋아하는 집안 남자들 때문에 야구라면 적대감(?)을 갖는 여자 중 하나지만 '글러브'는 비단 남성들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 장르가 드라마로 구분 돼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것.대한민국 프로야구 최고의 간판투수로 이름을 날리던 김상남은(정재영) 음주폭행으로 위기를 맞는다. 그래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찾은 곳이 청각장애 야구부가 있는 충주섬심학교. 그 곳에서 임시 코치직을 맡게 된다. 그러나 잠시 시간 때우러 온 상남은 제대로 가르칠 생각 따윈 애초에 없었다. '안된다'는 말만 계속하던 그. 그러나 글러브만 끼면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며 울컥함을 느끼고 아이들에게 희망을 줘야겠다 결심한다.'글러브'는 보통의 스포츠 영화처럼 감동으로 끝을 맺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지난 2002년 창단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희망을 어떻게 성공으로 만드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따뜻한 유머와 진중한 스토리, 사람 냄새가 나는 아기자기한 영화라 말하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볼만한 영화다.▲ 상하이(멜로, 스릴러/ 103분/ 15세 관람가)15세 관람가 영화들은 조금 지지부진했다. 여느 영화나 단점이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리거나 소재나 스토리 전개의 진부함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래도 한 가지만 꼽으라면 가장 눈에 띄는 영화는 단연 '상하이'다. 영화'상하이'는 진주만 공격의 새로운 시각이다. 진주만 공격은 1941년 12월 7일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을 일본군이 공격한 사건. 이때의 이야기를 담은'진주만'이라는 영화가 개봉 됐었기에 이미 본 관객이라면 비교하며 볼 수 있을 것이다.'상하이'는 진주만 공격이 있기 60일 전, 세계열강의 세력 다툼이 있었던 상하이에서 시작된다. 미 정보부 요원인 폴(존 쿠삭)은 의문의 죽음을 맞은 동료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기자로 위장해 상하이에 잠입하게 되고 조사 과정에서 강대국 간의 거대한 음모를 눈치 채게 되는데. 상하이 지하조직 삼합회 보스인 앤소니(주윤발)와 그의 매혹적인 아내 애나(공리), 그리고 비밀의 열쇠를 쥔 일본 정보부의 수장 다나카 대좌(와타나베 켄) 사이에서 전쟁을 막으려 하는 폴의 노력은 빛을 볼 수 있을까?'진주만'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긴 했지만 '상하이'는 불륜 영화나 로맨스 영화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릴 듯싶다. 그래서 그 자체로 만족할 수 있는 관객이라면 괜찮겠지만 전쟁 영화의 '그 것'을 기대했다면 다분히 실망스러울 것. 그러나 공리나 주윤발, 와타나베 켄 같은 명배우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으니'미워도 다시 보게 되는'영화가 아닐 수 없다.▲ 타운(범죄, 스릴러/ 124분/ 청소년 관람불가)괜찮은 영화임에도 배급사고 관객이고 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것이 바로 이 영화 '타운'이다. '이렇게 홍보 했다면''관객이 이런 시각으로 봐줬다면'하는 엄마 마음이 자꾸만 들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더 신기한 것은 뻔 한 갱스터무비의 강도 이야기를 답습하는데도 재미있는 요소가 보인다는 것이다. 같이 영화를 본 친구는 '네가 갱스터 무비에 원래 후하다'라는 평을 내렸지만 만점 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우호적인 시각으로 봐줄만한 영화다.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팁 몇 가지. 일단 대부분의 관객을 솔깃하게 만드는 '고감도 액션'이라든지 '숨막히는 스토리'는 접어 둬야한다. 이미 수많은 액션 영화나 미드(미국 드라마)를 통해 이 두 가지가 충족되는 이야기를 봐온 우리로선 '타운'으로 만족하긴 힘들다. 감독조차 그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촬영한 것이 아님을 관람 후에 느끼게 될 테니 오히려 스토리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다른 한 가지는'타운'의 감독 벤 에플렉이다. 배우로 더 유명한 그지만 '굿 윌 헌팅'의 공동 각본 자였으며 최연소 아카데미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타운'은 그가 첫 메가폰을 잡은 작품. 각본을 맡으며 쌓은 그의 내공이 얼마나, 어떻게 발휘 되는지 장면, 장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벤 에플렉의 고향은 보스턴 남부, 영화의 배경 또한 보스턴이다. 그래서 그 지역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선이나 현실이 고스란히 담긴 것. 낯설지만 독특한 분위기를 느껴보길 바란다.

  • 주말
  • 이지연
  • 2011.02.01 23:02

[볼만한 영화] 조선명탐정 vs 평양성

극장 시간표만 봐도 '이제 구정이 코앞이구나' 싶다. 연휴를 타깃으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 기다려오던 시리즈물이나 대작은 눈에 띄지 않지만 다들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이번 주는 준비 운동 삼아 재미있는 한국 영화 두 편 어떨까. 미스터리와 코미디를 결합한 '조선명탐정'과 이번에 망하면 영화를 관두겠다고 선언한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이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코미디,미스터리/ 115분/ 12세 관람가)소설책 '명탐정 홈즈'와 만화책 '명탐정 코난'을 가장 사랑하는 추리물 팬으로서 '조선명탐정'은 참 즐거운 영화다. 사실 사극과 추리극을 더한 미스터리 사극이 흔한 장르가 돼 버렸지만 '조선명탐정'을 조금 새로운 매력이 있는 것. 바로 탐정(探正)이라는 벼슬이다. 조선시대 정5품에 해당하는 직책이라는 설정으로 진짜 탐정(?)을 만들어 냈다. 역사의 격동기 조선 정조시대. 정조는 공납비리의 음모를 파악하고 탐정(김명민)에게 배후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비리를 저지른 관료들은 연쇄살인을 당하고 탐정의 수사는 난관에 부딪힌다. 탐정은 우연히 만난 개장수 서필(오달수)과 함께 열녀 감찰 업무로 위장해 사건을 조사하고, 단서인 각시투구꽃을 찾아 적성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사건과 관계된 여인인 한객주(한지민)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퓨전사극인 '조선명탐정'은 김탁환의 역사 추리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많이 각색이 되긴 했지만 추리물의 매력을 한껏 느끼고 싶다면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보길 권하고 싶다. 그러나 아쉽게도 원작의 복잡함을 정리하지 못해 잠시 딴 생각을 한다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영화의 재미 포인트는 스토리보다도 두 주연 배우의 연기에 있다고 봐야할 것. 아직도 배우 김명민을 보면 예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생각난다. 이렇듯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김명민이 조선시대 탐정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한 땀 한 땀' 잘 만들어 냈다. 또 오달수는 어떠한가. 굳이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뇌리에 각인되는 명품 조연 연기의 최고봉이다. 멋진 요리 위에 알맞은 소스 역할을 해 오던 그가 '조선명탐정'에서도 그 역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읽히는 탐정 홈즈와 그의 절친이자 도우미인 왓슨 박사처럼 김명민과 오달수 콤비의 탐정 이야기가 시리즈물이 된다면 어떨까.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한국판 추리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평양성(코미디, 전쟁/ 12세 관람가)황산벌 전투로 백제를 손에 넣은 신라가 이번에는 고구려를 무너뜨리려 한다. 삼국을 한꺼번에 갖기 위해 양보할 수 없는 그 곳, 평양성이 이번 무대다. 삼국통일의 야망을 품은 신라의 김유신(정진영)은 고구려의 평양성을 호시탐탐 노린다. 급기야 당나라와 연합하여 고구려 평양성으로 진격하는데. 하지만 눈치 빠른 김유신은 고구려와 함께 신라까지 차지하려는 당나라의 흑심을 눈치채 고 고구려와 비밀리에 연합작전을 도모한다. 그런데 당나라로 망명한 고구려 정통 후계자 남생(윤제문) 때문에 일은 점점 꼬여만 가고 정치적 협상을 주장하는 형 남생과는 달리 동생 남건(류승룡)은 평양성을 사수를 다짐한다. 한편 황산벌 전투에서 살아남은 거시기(이문식)가 이번에는 신라군으로 징병된다. 그런데 살아남는 것이 목표인 이 남자, 문제가 생겼다. 고구려군인 갑순(선우선)을 만나 살아남기뿐 아니라 사랑을 동시에 이뤄야 하기 때문. 이들의 전쟁은 어떻게 끝이 날까?사실 국산 전쟁 영화, 특히 이런 코미디 전쟁물에 그리 낙관적인 시선은 아니다. '한번은 재미있을 수 있지만 두 번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평양성'은 '황산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영화였다. '황산벌'을 발판 삼아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를 기본으로 북한을 아우르는 각지의 사투리가 등장하고 '황산벌'에서 살아남은 거시기가 이야기를 이끄는 부분들이 그렇다. 큰 감동이 있다든지 전투신이 할리우드 영화 뺨친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부족함을 유머와 위트로 잘 메워냈다.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 손색없는 영화지만 심각하고 오묘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욕하기 딱 좋은 장르라 생각된다. 역사를 왜곡 했다든지 하는 비판은 잠시 접어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역사적으로 맞았는지 틀렸는지가 아니라 재미있는지 없는 지로만 평가하길. 평양성 이후의 매소성 전투까지 만드는 것이 이준익 감독의 포부라 한다. 부디 '평양성'의 선전으로 이 역사 코미디물의 완결을 봤으면 좋겠다.

  • 주말
  • 이지연
  • 2011.01.28 23:02

[볼만한 영화] 메가 마인드

이번 주는 아이들에게 좋을만한 영화를 골라봤다. 특히 초등학생들에게 바치고(?) 싶은 마음.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너무 오래 돼 방학에 대한 개념이 사라진 지금,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에 방학이 끝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조카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방학 기간에 대한 기억은 모호하지만 개학 전날 저녁 한 달 치 일기 쓰기, 탐구생활 풀기 등 방학 숙제를 밀려 하던 끔찍한 기억은 아직도 떠오른다. 그래서 이번 주 영화는 곧 학교로 돌아가는 어린이들을 위한 선물쯤으로 생각하면 좋을 듯. 그리고 영화 선물과 함께 한 마디 덧붙이고 싶다. "그래도 얘들아, 학교 다닐 때가 제일 좋은 거야."메가 마인드(애니메이션, 코미디/ 95분/ 전체 관람가)영웅이 있기 위해서는 악당이 있어야 한다. 선과 악, 어느 한 가지만 존재한다면 '선'이라고도 '악'이라고도 말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여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나쁜 짓임을 깨닫고 악역을 자처한 한 사람이 있다. '쿵푸팬더' 이후 잠잠하던 드림웍스가 내 놓은 야심작, '메가 마인드'다.그 동안 많은 영화들이 영웅의 관점에서 만들어 졌다. 아무리 힘든 어려움이 있어도 결국은 승리하고 악당 보다 훨씬 나은 외모를 가졌으며 모든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그들. 그런데 이런 영웅들의 입김 속에 악당들의 입장은 어떤지 궁금하지 않은가?어린 시절부터 메트로맨에 눌려 빛을 보지 못한 메가마인드. 그는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었지만 말썽만 일으켜 미움 받는 문제아였다. 사실 그는 태생부터 문제가 있다. 먼 우주에서 캡슐로 지구에 떨어진 메가마인드와 메트로맨은 각각 감옥과 부유한 집에서 키워지게 된 것. 곧 학교에서 둘을 만나게 되지만 초능력, 얼굴, 몸매 다 갖춘 메트로맨에게 메가마인드는 주눅들 수밖에 없다. 점점 어둡고 우울해지던 어느 날,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 나쁜 짓임을 깨닫고 악당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숙적인 메트로맨을 제거하는데 까지 성공하는데. 그런데 승리의 기쁨도 잠시. 앙숙이자 숙적인 자신의 유일한 상대 메트로맨이 사라지자 심각한 무료함을 느끼게 된다. 결국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생각해 내는데, 그의 계획은 성공할까?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낳은 여러 유행어 중에 '삼신 할머니 랜덤 덕에 부모 잘 만나, 세상 편하게 산 남자' 라는 대사가 있다. 태어 날 때부터 환경적으로 부족함 없이 살아온 주인공 김주원(현빈)을 빗댄 말. '메가마인드'의 두 주인공 또한 '삼신 할머니 랜덤'처럼 환경에 의해 그들의 역할이 이미 주어진 것이다. 영화는 초반 그들이 가지고 태어난 이런 운명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실 메트로맨은 평범한 삶은 살고 싶어 하지만 특별한 능력을 선택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평범함을 포기해야만 했다. 또한 메가마인드는 어린 시절부터 원치 않는 악당 역을 도맡아 했다. 이렇듯 만들어 진 것이 아닌 '어쩔 수 없이 타고난' 것들로 영화가 채워질 때쯤, 메가마인드가 만들어낸 새로운 영웅 타이탄에 의해 전환을 맞는다. 영웅이 될 줄 알았던 타이탄이 메가마인드보다 더 악랄한 악당이 된 것. 결국 자신이 만든 타이탄을 제압하려는 사이 메가마인드는 깨닫는다. 영웅과 악당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택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우리들도 선과 악을 스스로의 선택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아이들에게 선과 악 자체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하지만 그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 줄 수만 있다면 '메가마인드'는 좋은 영화가 될 것. 또한 친근감 있는 캐릭터로 더 호감을 느낄 수 있다. 영상의 화려함도 빼 놓을 수 없다. 건물이 부서지는 장면의 세세한 표현도 마음에 들고 메가마인드가 만들어 내는 신기한 발명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간만에 만난 인적적인 영웅과 악당의 이야기에 가족 모두가 동참해 보면 어떨까.

  • 주말
  • 이지연
  • 2011.01.21 23:02

[볼만한 영화] 심장이 뛴다 vs S 러브 앤 드럭스

아직까지도 정답이 헷갈리는 질문들이 있다. '엄마가 더 좋아, 아빠가 더 좋아?' 라든가, 중국집에서 '자장이냐 짬뽕이냐' 같은. 심각한 일도 아닌데 고민되는 이런 질문들에 하나를 더 보태라면 영화 장르를 꼽겠다. 웃긴 것도 보고 싶고, 감동적인 스토리도 궁금하고, 때론 공포물에 꽂힐 때도 있다. 둘 중에 하나 택하기도 어려운데 다양한 영화 장르는 비교가 되겠는가. 이번 주 영화 기사도 감동과 재미 사이에서 고민했다. 결국 둘 다 하기로 결정. 자장면이랑 짬뽕도 둘 다 먹으면 되고 엄마랑 아빠도 똑같이 좋아하면 되는 거니까.▲ 심장이 뛴다(드라마/ 114분/ 15세 관람가)누군가의 자식이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의 엄마나 아빠가 된, 혹은 될 우리. 부모님을 사랑하고 자식을 사랑하지만 '내리 사랑'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부정, 특히 모정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제목으로만 보면 스포츠 영화라 생각되는 '심장이 뛴다'는 모정과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애틋함이 묻어있는 영화다. 딸을 살리고 싶은 엄마와 엄마에게 못한 것이 한스러운 아들의 이야기. 그리고 얽힌 그들의 관계가 단순한 스토리 라인 가운데서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부분이다.한 중년 여성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 온다. 이대로라면 뇌사 상태에 빠져 사망할 그녀. 그리고 그녀에게는 돈을 요구할 때만 연락하는 양아치 아들 휘도(박해일)이 있다. 한 편 연희(김윤지)는 심장병을 앓는 딸에게 이식할 심장을 애타게 찾는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불법 장기 이식도 알아보지만 그녀의 양심은 허락지 않는다. 그런데 병원에 자신의 딸과 같은 혈액형을 가진 중년 여성이 나타났다. 바로 휘도의 엄마다. 연희는 휘도에게 큰돈을 주며 기증을 권유하고 휘도 또한 동의 하지만 수술 직전, 휘도는 어머니의 진실을 알고 수술을 취소한다. 재혼해 자신을 버리고 잘 산다고 생각했던 어머니가 다 쓰러져 가는 판자촌에서 살며 아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했던 것. 아들에게는 전혀 말하지 않은 채 말이다. 진실을 안 휘도는 이제 사력을 다해 엄마를 살리려고 한다. 하지만 연희에게 희망은 휘도 엄마의 심장 뿐. 이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 날까?소재도 진부하다. 전재도 진부하다. 그런데 보게 되고 울게 되는 영화가 '심장이 뛴다'다. 그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자식이나 부모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 닥친 적은 없지만 '나라도 저랬을 거야'같은 공감이 크게 작용하는 듯싶다. 불법 장기 매매를 양심상 거절한 연희가 급박한 상황에 변해가는 모습이 압권. 박해일과 김윤진의 연기가 영화에 잘 스며들어 편안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러브 앤 드럭스(코미디, 멜로/ 112분/ 청소년 관람불가)봄은 싱그러운 계절이니까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제격이고, 여름에는 더운 날씨에 극장을 데이트 코스로 찾는 연인들을 위해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추천한다. 추석 연휴는 훈훈한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니까 로맨틱 코미디, 지금 같이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도 로맨틱 코미디. 어느 때나 잘 어울리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덕분에 솔로들은 외롭다. ' 러븐 앤 드럭스'는 자유연애를 표방한다는 말에 로맨틱 코미디 영화 임에도 일말의 기대를 가졌지만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났다. 그래서 웬만하면 솔로에겐 추천하고 싶진 않지만 두 남녀 주인공이 골든글로브에 노미네이트 돼 있는데다가 영화를 본 사람으로서 재미있으니 그냥 놓칠 수는 없지 않은가.제이미(제이크 질렌할 분)는 넘치는 바람기 때문에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까지 당하게 된다. 제약회사에 영업사원으로 취직한 그는 자신의 매력을 활용해 병원을 상대로 영업에 나선다. 한편, 얽매이길 싫어하는 매기(앤 헤서웨이 분)는 진지한 사랑에 빠지길 두려워하지만 가벼운 관계만은 언제나 환영이다. 영업차 병원에 간 제이미는 환자인 매기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관심을 보이는 제이미에게 매기는 진지한 사랑보다는 몇 시간을 함께 보낼 잠자리 친구를 제안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매력에 이끌리게 되지만 매기는 제이미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데.영화 장르에 '코미디'가 붙기는 했지만 감동적인 면도 제외할 수는 없다. 어느 로맨틱코미디 영화처럼 예측 가능한 스토리가 바탕이 됐고 또, 여느 영화들처럼 마지막은 감동이 한 큰 술 더해졌기 때문. 오히려 자주 등장하는 베드신 때문에 멜로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아픈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를 현실에서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랑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법. '순수한 사랑' 이나 '영원한 사랑'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불쌍한 어른이 됐지만 '러브 앤 드럭스'의 사랑이 아름답다는 건 알 수 있다. 이참에 정답을 알 수 없는 질문에 '나 자신을 더 사랑해야하나, 배우자를 더 사랑해야하나'라는 질문도 하나 더 추가 해야겠다.

  • 주말
  • 이지연
  • 2011.01.14 23:02

[볼만한 영화] 라스트 갓파더

우리나라 영화판이, 아니 더 크게 우리나라 사람들 자체가 B급 영화나 패러디 영화에 그리 호의롭지 않다. 스토리가 어떻고 구성이 어떻고 평가하는 것은 기본이요 영화를 고급문화 대하듯 작품성과 예술성을 논하는 것이 우리. 그런데 그렇게 작품성을 따지면서도 재미가 없으면 어떤가. 온갖 이유를 다 들어가면서 재미없음을 타박한다. 이러니 작정하고 어이없게 만든 B급 영화나 패러디 영화가 눈에 찰 리 없는 것. 이런 생각은 당장 '라스트 갓파더'를 통해 증명됐다. 이 영화가 개봉한지 일 주일 사이, 한 유명인사는 트위터를 통해 "난 한번 불량품을 판 가게에 다시 들르지 않는 버릇이 있어서 이번에는 봐드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독설을 날린 것. 앞에서 말한 한번 불량품은 심형래 감독의 '디 워'를 말하는 것이다. 개인의 의견이니 뭐라 할 순 없지만'라스트 갓파더'를 보지도 않고 남긴 글이라 씁쓸한 마음. 이미 130만명이 '라스트 갓파더'를 선택했고 영화에 대한 평은 가지각색이다.130만 1명이 되서 평가해 보면 어떨까?영화의 설정은 정말 황당하고 그지없다. 코폴라 감독의 '대부' 이야기에서 '라스트 갓파더'가 시작되기 때문. 마피아 대부의 숨겨진 아들이 있고 그 아들이 영구라는 설정이다. 외모는 바보에 가깝고 행동은 바보가 맞는, 누가 봐도 부족한 영구(심형래)가 마피아 대부인 아버지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을 찾아 뉴욕에 온다. 조직의 후계자로 지목돼 마피아 수업을 받기 위해서다. 영구의 등장으로 후계자가 될 것이라 믿었던 조직의 2인자 토니V(마이크 리스폴리)의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설상가상 마피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영구의 교육까지 맡게 된다. 당연히 영구의 후계자 수업은 좌충우돌 사건의 연속이다. 이렇게 후계자 수업에 지쳐 있던 중 우연히, 너무나 운 좋게(?) 위험에 처해있던 라이벌 조직 본판테의 외동딸 낸시(조슬린 도나휴)를 구해주면서 친구가 된다. 그런데 이 게 끝이 아니다.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위해 상납금을 걷으러 나서 상가주인들을 괴롭히는데 이런 영구의 횡포가 빅 히트 상품을 만들고 오히려 상가 주민들에게 환영을 받는다. 한편, 이런 영구를 못마땅하게 여긴 본판테 조직의 2인자 비니는 낸시를 납치하고 이 일을 영구의 짓으로 꾸며 돈 카리니와 본판테 조직의 전쟁을 일으킨다. 그런데 음모에 빠진 영구의 뜻하지 않은 활약은 또 뜻하지 않은 엉뚱한 결과를 불러오는데.'대부'가 어떤 영화인가. 범죄 영화의 최고봉으로 불리며 1편이 제작된 1972년이 훌쩍 지나 강산이 세 번은 바뀌었을 지금까지 회자되는 함부로 건들일 수 없는, 건드려서는 안 되는 작품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심형래 감독이 대부를 패러디 한다고 했을 때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물론 누구도 하지 못한(안한 건지 못한 건지 알 수는 없으나)이런 기발한 생각을 해낸 것에 대한 찬사는 덧붙인 걱정이었다. 뚜껑을 막상 열어보니 오리지널 '대부'영화의 팬이라면 '욕 좀 하겠구나' 싶다. 하지만 패러디 영화에 대해 조금만 관대해 진다면 무작정 욕 할일은 아닐 듯. 패러디 영화가 나온 다는 것은 그 원작에 대한 오마주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아직까지 원하는 팬이 있고 인기가 있다는 다른 의미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라스트 갓파더'를 비난하고 싶거든 다른 관점으로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과거 봤던 심형래의 영구 이상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부족한 코미디 요소라든가 넉넉지 못한 웃음 포인트는 분명한 문제점이니까.

  • 주말
  • 이지연
  • 2011.01.07 23:02

[볼만한 영화] 헬로우 고스트 vs 김종욱 찾기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리 아버지. 멜로가 아니면 영화 취급을 안 하는 감수성 풍부한 우리 엄마. 가족과 함께 영화 보기는 어른이 돼서 더 힘든 것 같다. 어릴 때야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부모님을 졸라 같이 가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민. 연말도 되고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 외출을 시도 했지만 영화를 고르지 못해 무산되길 수차례, 결국 두 편으로 합의 봤다. 코미디 영화의 '헬로우 고스트'와 뮤지컬에서 영화로 찾아온 '김종욱 찾기'가 그 주인공.▲ 헬로우 고스트(코미디/ 111분/ 12세 관람가)어느 순간부턴가 차태현이 선택한 영화는 괜스레 기대하게 된다. '과속 스캔들' 때문인 것도 같고 '복면달호' 때문인 것도 같다. 어째든 멜로, 코미디 어느 장르에나 어울리는 그의 얼굴과 연기력 덕분에 어느새 몰입하게 되는 것이 그의 영화다. 그래서 '헬로우 고스트'는 그의 덕을 보기도, 그 때문에 손해를 보기도 한 영화다. '역시 차태현'이라는 감탄사가 나올만큼 자기 자리를 잘 찾았지만, 또 그 때문에 더 이상은 나아갈 수 없는 한계점이 돼 버렸기 때문.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괜히 생겼겠는가. 일단 평균 이상은 하는 보장된 코미디 영화란 말이다.고아로 성장해 죽는 게 소원인 남자 상만(차태현). 하지만 약도 먹어보고 물에도 빠져보지만 그의 자살은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눈에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골초 아저씨 귀신, 변태 할아버지 귀신, 울보 아줌마 귀신, 식신 초딩 귀신까지 4명의 귀신이 달라붙어 함께 생활하게 된 것. 그의 몸을 사용하려는 귀신들의 방해로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게 된 상만은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다시 자유로워지려고 한다. 그 와중에 상만은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 연수(강예원)에게 한눈에 반하고 생애 최고의 순간과 마주하면서 영화는 흘러간다. 그리고 반전이 시작되는데. 영화는 코미디 영화를 표방하지만 사실 드라마적인 요서가 더 강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웃음으로 시작하지만 어느새 관객을 모두 울게 되는 미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 '웃다가 우는 영화가 다 그렇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동안 차태현의 다른 영화들을 생각해보라. 그게 차태현의 힘이고 언제나 우리는 그에게 놀아나지(?) 않았는가. 1인 5역의 연기도 훌륭하고 배우로서의 진가도 확실히 들어난 작품이라고 감히 말하겠다. 액션을 좋아하든 멜로를 좋아하든 가족들끼리 보기에는 안성맞춤. 일단 코미디 영화는 실없어 싫다는 엄마의 합격점을 받은 영화니 무조건 추천이다.▲ 김종욱 찾기(멜로, 로맨스/ 112분/ 12세 관람가)'첫'이라는 글자가 붙은 단어는 왠지 모르게 사람을 설레게 한다. 첫눈이나 첫사랑 같은 말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결국 누구나가 될게 뻔 하지만) 남녀노소 불문하고 좋아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런 겨울에,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 시점에서는 더욱 더 말이다.고지식한 성격의 소유자 한기준(공유)은 지나치게 강한 책임감과 찾기 힘든 융통성으로 회사에서 잘린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기발한 창업 아이템을 찾아내는데 바로 아직까지 첫사랑을 잊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첫사랑을 찾아주는 일. 결국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오픈 하게 된다. 만나던 남자친구로부터 프러포즈를 받은 서지우(임수정)는 프러포즈를 거절한다. 일에만 매달려온 그녀의 마음 속에는 김종욱이라는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기 때문. 결국 아버지에게 등 떠밀려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찾은 지우는 첫사랑의 상대를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책이나 드라마가 원작이 된 영화는 많았지만 뮤지컬이 원작이 된 영화는 '김종욱 찾기'가 처음이라 봐도 무방하다. 노래와 춤으로 감동을 선사하던 이야기가 영화가 됐으니 감독이 얼 만큼 고민했을지는 안 봐도 뻔한 일. 감독의 고민 덕분에 관객들은 뮤지컬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첫사랑 찾아주는 회사' 같은 판타지 적인 요소를 적절히 이용해 사랑에 대한 두근거림을 십분 발휘했고 원작을 감안한 음악의 이용이 눈에 띈다. 뮤지컬에 출연했던 오만석과 엄기준, 오나라의 카메오 출현도 눈여겨 볼 부분. 달달한 사랑 얘기에 잊혀 가는 첫사랑의 추억까지 멜로 영화의 재료는 아끼지 않고 제대로 넣었다.조금 빗겨간 이야기로 영화를 보고 나면 인도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니 고려해 둘 것. 또, 남다른 기럭지를 선보이는 공유의 비주얼에 아줌마고 아가씨고 설레는 마음 감출 수 없으니 남자들은 이해를 부탁한다.

  • 주말
  • 이지연
  • 2010.12.24 23:02

[볼만한 영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판타지 물을 좋아하게 된 건 다분히 해리포터 시리즈의 영향이다. 학창시절, 유행처럼 친구들 사이에서 읽혔고 '윙가르디움레비오사' 같은 주문을 외워가며 그 시절을 보낸 것. 마치 놀이처럼 여겨지던 어린 시절을 지나 10대를 훌쩍 넘긴 지금에도 헤리포터 시리즈를 보면 그 때가 생각나곤 한다. 1999년,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편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출간됐고 2001년 영화로 처음 제작 됐으니, 책으로는 11년, 영화로는 9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셈. 이 긴 이야기는 책으로는 끝났지만 영화는 아직 진행형이다. 그리고 이번 주 그 여정을 끝내는 마지막 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개봉됐다. 책을 축약해 영화로 만들다 보니 실패한 면이 없지 않아 있던 탓일까? 마지막 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두 편으로 나눠 제작됐다. 1부는 지금 극장에서 볼 수 있으며 2부는 2011년 찾아올 예정. 해리포터의 종착역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지 궁금하지 않은가.책을 본 관객이 아니거나 영화로 제작된 전작들을 보지 않았다면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자칫 어려운 영화가 돼버릴 것이다. 친절하게 전 내용을 설명해 주지도 않을뿐더러 특히, 바로 전편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와의 연관성이 높은 것. 마지막 편인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책으로 보이니 완결편을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미리 공부하는 예의는 갖춰야겠다.전편에서 덤블도어 교장이 죽은 후 마법부는 죽음을 먹는 자에게 점령당하고 호그와트는 위기에 빠지게 된다.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론(루퍼트 그린트) 헤르미온느(엠마 왓슨)는 악의 근원인 볼드모트를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단서 호크룩스를 찾아 여정을 시작하지만 볼드모트와 해리의 영혼이 연결돼 있는 탓에 볼드모트를 파괴하길 주저한다. 이들의 대결은 점점 극한으로 치닫고 세 친구는 끊임없는 어려움을 겪는데.앞에서 언급했듯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토리는 그 양과 깊이가 너무 방대하고 깊다. 단순히 몇 자 적는다고 해서 그것들을 파악하기는 힘들 것. 하지만 스토리 대신 영화의 다른 면들은 짚고 넘어갈만하다. 일단 2011년 '죽음의 성물 2부'는 3D로 제작된다는 것. 그래서 1부에서도 다음 편을 염두 해 놓은 장면들이 눈에 띈다. 도비와 크리처 같은 디지털 배우들의 완성도가 매우 만족스럽고 이들의 조연으로서의 역할도 칭찬할만하다. 대신 해리포터 시리즈 중 이번 편이 가장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라는 것은 기억하길 바란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조명을 전혀 쓰지 않은 연극 무대 마냥 명도와 낮은 영상인 것. 그래서 배우의 얼굴도 제대로 인식 못할 수 있으니 좀 더 뚜렷한 디지털 필름 상영관에서 관람하길 권한다.사실 지금까지 해리포터 시리즈를 지켜온 관객들의 일부분은 '시작했으니 끝가지 봐야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편은 그런 의무감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뿐더러 마지막 시리즈다운 긴장감과 재미가 가득 찼다. 비록 다 커버린 주인공들이 조금은 징그럽게 느껴지고 원작과 흡사한(거의 똑같은) 구조가 지루하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해리포터의 오래된 팬으로서 이번 편은 '대박'과 '강추' 두 단어로 설명하고 싶다.

  • 주말
  • 이지연
  • 2010.12.17 23:02

[볼만한 영화] 워리어스 웨이 vs 투어리스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타고 극장가도 벌써부터 즐겁다. 시리즈물들을 포함해 다양한 영화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 뭐니 뭐니 해도 지난주에 소개했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대세지만 말이다. 이 흐름 때문인지 이번 주 단연 돋보이는 영화 또한 달콤한 사랑 이야기. 하지만 볼만한 영화로는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이 겨울이 외로운 솔로부대들을 위한 작은 배려랄까. 그래서 찾았다. 동성 친구들끼리도 혼자서도 재미있을 수 있는 영화. 다행히 영화 수입사나 제작사에도 솔로는 있다 보다. '투어리스트'와 '워리어스 웨이'가 이 찰라 개봉한 걸 보면.▲ 워리어스 웨이(액션, 판타지, 서부/ 100분/ 15세 관람가)"장동건 보러 갔다온거지 뭐"'워리어스 웨이'를 보고 온 사람들에게 '영화 어땠어?'라는 질문을 던지면 하나같이 이렇게 대답한다. 사실 서부극을 표방한 액션 영화치고 비주얼이 훌륭하다거나 혹은 스토리가 뛰어난 것이 아니다 보니 결국 남는 것은 주인공 장동건의 얼굴. 그가 영화의 비주얼이나 스토리이니 표 값은 아깝지 않을 것이다. 단, 여성 관객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인류 최고의 무사가 되고 싶은 전사(장동건)는 마지막 적을 해치우고 그 꿈을 이루지만 적의 자식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아이의 미소에 마음 약해진 그는 아이를 데리고 도망을 결정하지만 배신의 대가로 조직의 추격을 받게 된다. 이 동양의 전사는 자신을 찾을 수 없는 곳, 서부의 외진 마을로 향하고 자신의 신분을 속인 채 이곳에 정착한다. 마을에 들어온 그는 가족의 복수를 하기 위해 칼 연습을 하는 린(케이트 보스워스)과 카우보이 출신 론(제프리 러쉬)을 만나며 자신의 무사인 모습을 잊고 아이와 여자를 위하는 평범한 남자로 서서히 변해간다. 평화롭던 어느 날, 린의 가족을 죽인 대령(대니 휴스턴)이 마을을 다시 위협해 오면서 그는 봉인했던 칼을 다시 들게 되고, 조직의 추격도 점점 가까워져 오는데.동양의 무사와 서부 사막의 만남이라니 이 얼마나 신기한가. 독특하고 참신하다 말하고 싶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설정은 좋은데 무슨 얘기를 해야 할 지 난감한 것. 서부극의 화려한 비주얼을 따라가기에는 CG효과나 세트가 약한감이 있고 정적인 동양의 이미지로 가기에는 너무 멀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서양의 스케일과 동양의 재치, 서양의 비주얼과 동양의 정서가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제대로 섞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카우보이들의 총격전 사이에 BGM으로 깔리는 풍물패 소리나 동양 무사들의 칼싸움 중에 클래식이 나오는 장면은 이 문제를 극복한 괜찮은 장면으로 뽑고 싶다.▲ 투어리스트(액션, 스릴러/ 100분/ 15세 관람가)흔히 배우나 가수에 대해 이야기 할 때면 존칭을 쓰기보다는 이름만 편히 부르는 경향이 있다. '배우 ooo가 이번에 드라마 새로 찍었대'나 '가수 ooo 결혼한대'같이 말이다. 그런데 꼭 '님'를 붙여서 이야기 하는 배우가 있다. 바로 조니 뎁('님')이다. 다분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조니 뎁만큼 배우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거기에 연기력과 외모를 겸비한 배우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 이렇게 좋아하는 배우다 보니 그가 찍은 영화라면 아동물이고 성인물이고 가리지 않고 몇 번씩을 보게 된다. 그런 그의 새로운 영화가 개봉했다. 그것도 카리스마라면 절대 뒤지지 않는 안젤리나 졸리와 함께.연인과 헤어진 상처를 달래기 위해 이탈리아행 기차에 오른 프랭크(조니 뎁)는 기차 안에서 매혹적인 여인 엘리제(안젤리나 졸리)와 우연히 마주 앉게 된다. 엘리제에게 반한 프랭크는 같이 가자는 그녀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는데. 급속도로 친해진 두 사람은 점점 더 가까워지지만 어느새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시와 추적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급기야 목숨마저 위험하게 되고 프랭크는 이 어리둥절한 음모의 중심에 엘리제가 연루되어 있으며 고, 자신 또한 국제적인 범죄자로 쫓기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과연 엘리제의 정체는 무엇일까?'투어리스트'는 제목처럼 여행자 같은 영화다. 200개의 수로와 400개의 다리로 미로처럼 구성된 베니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 거기에 안젤리나 졸리의 우아한 아름다움과 '평범하지 않은 배우 조니 뎁'이 연기하는 평범한 남자의 모습이 더해져 더욱 매력적이다. 비록 60년대 첩보물을 보는듯한 지루함이 있기는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로 참아보길. '투어리스트'는 12월 9일 전 세계 동시 개봉 했다. 세계적인 흥행 여부는 모르겠지만 두 배우를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이번이 처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들의 시너지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기 바란다.

  • 주말
  • 이지연
  • 2010.12.10 23:02

[볼만한 영화] 스위치 vs 쩨쩨한 로맨스

'자네, 외로운가? 그런데 어쩌면 좋은가. 이제 겨울인데'이번 주 개봉한 두 영화는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듯 했다. 딱히 닭살스러운 이야기도 깊은 러브 스토리도 아니건만 로맨틱 코미디라는 겨울 단골 장르와 극장을 매운 커플들 때문. 영화는 무척 재미있지만 동성 친구끼리 가서 볼 생각은 안했으면 좋겠다. 애인 없는 것도 서러운데 올해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질 테니.▲ 쩨쩨한 로맨스(로맨틱 코미디/ 118분/ 청소년 관람불가)성인용 로맨틱 코미디 영화되시겠다.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만 생각했다면 '쩨쩨한 로맨스'는 그야말로 문화충격. 영화 카피처럼 '지구 역사상 가장 발칙한 커플'의 등장이다.그림실력은 뛰어나지만 논문 쓰듯 만드는 스토리 탓에 그리는 족족 작품을 퇴짜 맞는 만화가 정배().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출판사에 퇴짜를 맞고 나오는데 1억 3천만원 상금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전 소식을 듣는다. 그에게 필요한 건 스토리 작가!한편 넘치는 창의력으로 하는 일마다 문제를 일으키는 다림(최강희). 그녀의 직업은 섹스칼럼니스트다. 해고당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던 어느 날, 정배의 상금 이야기에 넘어가 성인 만화를 함께 만들게 되는데. 팽팽한 이들의 관계만큼 공동작업은 첫 날부터 순탄치 않고 마감일까지 끝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세상에 둘도 없을 성인만화 완성을 위한 이들의 고투, 그리고 누구도 상상 못한 19금 연애담이 시작된다.결과는 예상했던 그대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면 그래야 되는 것 아닐까. 18세 이상 관람가지만 소재를 제외하곤 그렇게 야하다는 느낌은 아니다. 다만 여느 로맨틱 코미디처럼 그저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 2시간 동안 끊임없는 에피소드로 확실히 웃음을 책임진다. 일단 캐스팅이 훌륭하다보니 이야기 구성을 잘 살리고 있고 맛깔스럽게 소화해 냈다. '쩨쩨한 로맨스'도 연인용 영화지만 막 시작하는 이들이라면 피하시길. 야한 장면이 있는 건 아니지만 괜히 청소년 관람불가겠는가. 서로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 스위치(로맨틱 코미디/ 15세 관람가/ 102분)뉴욕의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 캐시 라슨(제니퍼 애니스턴)는 결혼은 싫지만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 우월한 유전자를 찾아 인공수정을 결심하게 되고 급기야 정자파티를 벌이게 된다. 파티에는 그녀의 친한 친구 웨일리 마스(제이슨 베이트먼)도 초대되고 파티를 즐기는데. 그런데 웨일리가 취하면서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용기에 보관 돼 있던 정자를 쏟고 만 것. 웨일리는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자신의 정자를 채워 넣는다. 그 날의 엄청난 사건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채 캐시의 이사로 잊혀 지게 되고, 7년이 지난 어느 날, 캐시와 웨일리는 재회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인공 수정으로 낳은 아들 세바스찬이 있다. 그런데 세바스찬을 만나게 된 웨일리는 자신을 묘하게 닮은 아이가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되살아난 7년 전의 기억! 웨일리가 세바스찬의 생물학적 아빠?! 과연 그들의 가족 되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미혼모 문제를 다루며 재미와 감동을 주었던 '과속 스캔들'을 기억할 것이다. '스위치'는 개봉 전부터 이 '과속 스캔들'과 비교 되며 주목을 받았다.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이면서 새로운 가족 패러다임을 다루고 있기 때문. 우리에게 깊이 박혀있는 고정 관념을 멋지게 깨주는 영화다. 그 시작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전형이라 볼 수 있는 '친구에서 연인되기' 이지만 여기에 현대의 가족 형태를 끼워 넣으면서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려 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과속 스캔들'이 더 재미있지만 데이트용 영화로는 무난하다.

  • 주말
  • 이지연
  • 2010.12.03 23:02

[볼만한 영화] 이층의 악당 '웃음 전염'

북한과의 관계도 문제, 추워지는 날씨도 문제. 주가도 신경 쓰이고 이것저것 걱정되지 않는 일이 없다. 세상이 시끄러우니 마음도 따라 싱숭생숭. 이럴 때일수록 웃음을 찾아보면 어떨까. 웃음도 행복도 전염된다고 하는데 기운 나게 해줄 한국 영화 한 편으로 당신의 웃음을 전염시켜 보자.이층의 악당(코미디, 범죄/ 115분/ 15세 관람가)김혜수와 한석규의 조우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조합도 신기한데 코미디 물이란다.연주(김혜수)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하루가 무료하고 일상에 지쳐있는 까칠한 여자. 외모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는 여중생 딸 성아(지우)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어느 날 연주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집 2층의 비어있는 방을 세놓게 되는데. 마침, 자신을 작가라 밝힌 창인(한석규)은 소설을 쓰기 위해 두 달간만 지내겠다며 2층 방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이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강 선생이라 불리는 창인은 사실 골동품 밀매업자로 자신이 찾던 골동품이 이 집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연수의 집에 들어온 것. 깐깐한 집주인 연주와 골동품 밀매범의 동거가 시작되고 마을 사람들은 집에 남자를 들인 연주와 행동이 묘한 강 선생을 수군대는데. 골동품을 훔치려하면 연주가 집에 들어오고 또 나갔다 싶으면 성아가 들어오는 이놈의 집. 과연 창인은 골동품을 안전히 훔칠 수 있을까?앞서 얘기 했듯이 한석규와 김혜수의 만남은 반갑지만 낯설다. 두 배우가 코믹연기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니 '이층의 악당'은 신기하기 그지없는 것. 그래서 두 배우의 연기력이야 말 할 것 없지만 '코미디도?' 하고 의문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의 코믹 연기는 흠 잡을 곳 없이 훌륭하고 조연들의 구성마저 탄성을 지르게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그동안의 귀공자 이미지를 깬 엄기준과 가수 유키스의 멤버 동호(본명 신동호)다. 맛깔 나는 캐릭터들의 조합이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이층의 악당'은 줄거리처럼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더 간단히 얘기하자면 그 제목이 이야기 구조를 모두 담고 있는 것. 그래서 큰 웃음이라든가 반전을 기대하면 자칫 실망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엉뚱한 발상을 바탕으로 소소한 재미를 115분 고루 느낄 수 있으니 한 번의 큰 웃음보다 낫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층의 악당'이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은 관객을 잡았다 놨다하는 연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싶다. 이런 흐름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손재곤 감독이다. 혹 그가 누군지 모른다면 박용우와 최강희 주연의 '달콤 살벌한 연인'(2006)의 감독이라고 하면 기억해 낼 수 있을까? 그 당시에는(물론 지금도) 낯선 로맨스, 코미디, 스릴러가 결합된 독특한 영화를 선보였던 그가 이번에는 범죄와 코미디를 엮어낸 것. 그의 전작을 생각하면 '이층의 악당'이 한결 이해하기 쉬워질 것이다.'달콤, 살벌한 연인'은 장르 뿐 아니라 여성 살인자를 그리는 방식이 독특했고 잔인하거나 야해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판단으로 인해 18세 관람 등급을 받았었다. 그런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이니 '이층의 악당'에도 뭔가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면 정답! 사회에서 소외 된 두 여자, 청소년인 학생들의 대표 고민이라는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성아와 히스테리로 뭉친 엄마 연주를 다시 사회로 보내고자 하는 것. 그들을 위해 사회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대신 해 주는 가슴 시원한 영화가 '이층의 악당'이다. 각박하고 반복되는 삶의 탈출을 꿈꾼다면, 복잡한 현실을 피해 잠시 웃음을 찾는다면 '이층의 악당'이 제격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0.11.26 23:02

[볼만한 영화] 디지털 시대 20대 청년의 성공 스토리

▲ 소셜 네트워크(드라마/ 120분/ 15세 관람가)지금은 잊혀졌지만 약 10여년 전 '아이 러브 스쿨'이라는 사이트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 전 후반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면 누구나 기억할 정도로 유명했던 학연 중심의 인맥관리 사이트. 이후, 다모임, 세이클럽, 버디버디 등 많은 인맥 기반 사이트들이 등장했고 지금은 블로그나 미니홈피 정도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국산' 사이트들 뿐 아니라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해외의 사이트들도 스마트 폰의 열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안착했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이런 SNS(Social Network Service) 즉, 인맥관계 및 인맥구축 서비스는 어떻게 등장했을까.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SNS 중에서도 요즘 화두에 있는 '페이스북(Facebook)'의 탄생을 통해 그 비밀과 현재 우리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우리보다 주 5일제 근무를 먼저 시행했던 미국에는 'TGIF'라는 말이 있다. 'Thank God, It's Friday'라는 말의 줄임인 TGIF는 해석하면 '신이여 감사합니다. 오늘은 금요일이군요'라는 뜻으로 이제 주말이 다가온다는 것을 즐거워하는 표현. 하지만 요즘의 TGIF는 트위터(Twitter), 구글(Google), 아이폰(iPhone), 페이스북(Facebook)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페이스북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이메일 계정 하나면 세계의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고 원하는 정보를 얻거나 교환 할 수 있는 이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는 전 세계 5억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이트의 설립자는 평범한 대학생에 불과하다.하버드대 학생 마크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는 비밀 엘리트 클럽을 동경하는 괴짜 천재다. 어느 날, 자존심 강하고 모난 성격의 그는 자신을 찬 여자 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여자 친구와 하버드대 여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해킹해 빼낸 뒤 누가 제일 섹시한지 겨루는 토너먼트 게임을 오픈한다. 왕따에 가깝던 그는 일순간 이 사이트로 스타가 되고 비밀 엘리트 클럽의 윈클보스 형제에게 하버드 선남선녀들만 교류할 수 있는 '하버드 커넥션' 사이트 제작을 의뢰 받기까지 한다. 하지만 여기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마크. 그는 '하버드 커넥션'에서 발전시켜 인맥 교류 사이트 페이스북을 개발하게 되고 절친 왈도(앤드류 가필드)의 도움으로 사이트를 오픈한다. 페이스북은 순식간에 인기를 얻고 유명한 냅스터의 창시자 숀 파크(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참여로 전 세계로 번지게 되는데. 이로써 페이스북은 기업가치 58조원, 마크는 전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된다. 하지만 윈클보스 형제는 물론 왈도마저도 소송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데.'소셜 네트워크'는 괴짜 천재 학생의 성공 일대기에 불과하다. 짧은 시간동안 단숨에 성장한 페이스북의 비하인드 스토리 정도 인 것. 성장 스토리라고 하면 음모도 있고 반전도 있으면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꿋꿋함도 있어야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는 좀 다르다. 간단명료한 사건과 주제를 가지고 회사 설립 이야기를 전하는 것. 그래서 이 영화가 더 대단하다. 별 것 아닌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고 눈길을 끌었기 때문. '소셜 네트워크'가 이런 매력을 지닌 데는 감독과 각본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연인'과 '어퓨 굿맨' 등을 쓴 아론 소킨이 영화의 각본을 맡았으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짜임새 있게 만든 데이빗 핀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니 알만 하지 않은가.'소셜 네트워크'는 26세 청년의 성공스토리를 말하지만 결국은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의 자화상을 여실히 담아낸 영화. 인터넷 세상이 현실을 덮어버린 이 시기에 적절하게 나타난 최상의 영화라고 칭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속 등장하는 많은 용어들이 궁금하다면 관람 후 꼭 찾아보길. 비록 지금은 아닐지라도 곧 일상에서 보게 될 것들일테니.

  • 주말
  • 이지연
  • 2010.11.19 23:02

[볼만한 영화] '가디언의 전설' - 올빼미들의 전투

▲ 가디언의 전설(애니메이션, 모험, 판타지/ 96분/ 전체관람가)흔히 광고계에선 3B, 미인(Beauty), 동물(Beast), 아기(Baby)가 등장하는 광고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상업적인 목적의 광고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이미지나 귀여운 동물,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 등이 더해지면 그 목적을 잊고 마음을 쉽게 여는 게 아닐까. 이유야 어째됐든 3B가 광고계에서는 아직도 먹히는(?) 법칙임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영화는 어떨까. 물론 광고보다도 변수가 많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미인이나 귀여운 동물이 출현하는 것이 마이너스 요인은 아니니 영화계에서도 통하는 코드 아닐까? '가디언의 전설'만 봐도 말이다.인간들은 모르는 하늘 위 세상, 올빼미들의 세상에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순수 혈통을 내세워 왕국을 지배하려는 사악한 무리와 그들로부터 올빼미 세계를 보호하려는 가디언과의 대전투가 있었다. 어린 올빼미 소렌(짐 스터지스)은 전투에서 승리한 후 '위대한 가훌의 나무'에 은둔한 채 왕국에 위기가 닥쳤을 때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전설 속 가디언들을 굳게 믿으며 언젠가는 자신도 그들과 함께 가디언의 일족이 될 날을 꿈꾼다. 어느 날, 소렌을 질투한 형 클러드(라이언 콴튼) 때문에 비행연습 중 나무 위에서 떨어진 두 형제는 순수 혈통에게 납치 당해 그들의 손아귀에 붙잡히게 된다. 다른 올빼미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소렌은 순수 혈통을 물리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인 전설의 가디언을 찾아 '위대한 가훌의 나무'가 있다는 곳으로 가지만, 형 클러드는 소렌을 물리치고 순수 혈통이 되려고 한다.올빼미를 주인공으로 내 세운 '가디언의 전설'은 이미 영화 '300'을 통해 멋진 영상미를 선보였던 잭 스나이더 감독의 작품이다. 광고 감독 출신으로 영상에 대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던 그답게 '가디언의 전설' 또한 미학적인 감각이 뛰어나다. 그의 주특기인 과장된 슬로 모션은 몸에 딱 맞는 옷 마냥 영화에 잘 안착했고 시각적 쾌감을 주는 데 일조했다. 더욱이 스나이더 감독은 3D로 제작된 '가디언의 전설'을 위해 올빼미 스턴트 팀을 만들어 그들의 동작을 애니메이터들의 솜씨로 시각화했다. 3D안경을 쓰고 보는 올빼미들의 역동적인 움직임, 얼마를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은 공평했던지 영상만큼 스토리 구성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 책을 기준으로 약 세 권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90여 분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지도 모르지만, 지워버린 잔가지들이 너무 많아 스토리가 엉성해진 것이 사실.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그들의 습성을 빠뜨리는 바람에 영화에 더 깊이 빠져들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아쉽기만 하다.'가디언의 전설'은 3D로 관람해야만 그 영상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 참고해야 할 것이다. 영화를 보고난 후 책을 읽는다면 재미있겠지만, 이미 책을 읽은 후라면 관람을 재고해보는 게 나을듯 하다.

  • 주말
  • 이지연
  • 2010.11.12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