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결혼' 이란 것을 한다. 서로에게 맞춰 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정작 어려운 것은 가족들의 조화. 남편의 처가를, 부인은 시댁을 어렵게 혹은 귀찮게(?) 느끼는 것이다. 더욱이 유교 사상이 깊게 박혀 있던 우리나라로서는 '호적을 파 가는' 여자가 더 어려운 입장이다. 그래서 이번 주 두 편의 좌충우돌 결혼 얘기는 여자들이 더 즐겁다. 장인 때문에 10년 째 고생하고 있는 얼렁뚱땅 사위와 결혼 허락을 받기위해 고분 분투하는 전라도 남자의 이야기, '미트 페어런츠3'와 '위험한 상견례'다.
▲ 미트 페어런츠3 (코미디/ 98분/ 15세 관람가)
결혼에 대한 코미디 영화로는 최고봉. 1편이 나왔을 당시만 해도 이렇게 시리즈물이 될 줄 몰랐고 또 이렇게 성공할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 장인어른과 사위가 이름 부르는 문화라지만 미국에서도 이들이 그렇게 유쾌한 사이는 아닌가보다.
간호사가 직업인 그레그(벤 스틸러)가 팸(테리 폴로)과 결혼하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넘쳐나는 의심으로 그레그를 괴롭히던 적진 CIA 장인 잭(로버트 드니로)은 이제 가문의 가장이 '갓퍼커' 자리를 물려줄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갓퍼커'가 되기 위해 무리하던 그레그는 재정난에 빠지게 되고 결국 미모의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앤디(제시카 알바)와 함께 '오래지탱'이라는 발기부전제 홍보 아르바이트에 나선다. 그런데 호텔에 들어가는 사위와 앤디의 모습을 본 잭은 분노하고 딸의 전 남친 케빈(오웬 윌슨)을 새로운 사위로 점찍는다. 가문의 주인은 한명. 그레그는 잭의 시험을 통과하고 '갓파커'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그 어렵다는 마의 2편의 성공을 달성하고 힘이 빠진 탓일까. '미트 페어런츠3'는 전작의 영광에는 미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미 번즈가의 사람처럼 보이는 그레그. 결혼 10년차가 되면서 괴팍한 장인어른과 처가에 적응 했을 뿐 아니라 철까지 들어 버린 것. 어설픔으로 웃음을 줬던 1,2편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심각한 가운데 웃음을 주는 잭도 3편까지 이어지니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기엔 다소 힘이 떨어진다. 하지만 '미트 페어런츠3'의 구원투수 케빈 -오웬윌슨이 있다. 모든 일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여린 심성의 소유자이자 동양의학과 불교에 심취한 이 이상하고 괴상한 캐릭터는 황량한 집안에 장식품을 채워 넣어줬다. 전편 보다 웃음은 더 소소해 졌지만 내용은 더 가족적인 느낌.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받아들이라는 교훈까지 던져주는 가족오락영화다. 영화 크리딧이 올라 갈 때 숨은 장면이 있으니 조금 기다렸다 극장을 나서길.
▲ 위험한 상견례(코미디/ 118분/ 12세 관람가)
한국판 '미트 페어런츠'라는 평을 받으면서 겁도 없이 '미트 페어런츠3'와 같은 날 개봉한 영화. '위험한 상견례'는 아직까지 지역감정과 지역색이 남아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가볍게 비틀어 결혼과 접목시킨 코미디 영화다.
순정만화 작가인 전라도 총각 현준(송새벽)은 펜팔로 만난 경상도 여자 다홍(이시영)과 연애를 시작한다.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가던 그들. 그런데 다홍의 아버지(백윤식)는 다홍에게 선을 강요하고 이에 현준은 그녀와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뼛속까지 남자인 다홍의 아버지로 인해 현준은 전라도 출신임을 감춰야 한다. 서울말 특별과외를 거쳐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부산으로 향한 그, 다홍의 가족과 대면하는데. 첫 만남에 악수 대신 야구공을 던지는 최대 적수 아버지를 시작으로 다홍의 가족은 뭐가 특이하고 독특하다. 거기에 현준의 아버지가 스파이로 보낸 형 대식(박철민)까지 더해지면 현준의 벽의 점점 높아진다. 과연 이들은 결혼에 골인 할 수 있을까?
영화를 선택하는데 많은 기준이 있겠지만 '송새벽 때문에'란 이유가 많지 않을까 예상한다. '방자전' 이후 그에게 기대하는 관객이 많이 늘었을 것. 어눌한 말투와 자연스러운 전라도 사투리로 어필했던 그의 매력이 '위험한 상견례'에서도 제대로 발휘됐다. 중후반부터 신파로 가는 경향과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의 고질병인 시나리오 문제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평균에서 선방은 했다. 예민한 문제인 지역감정을 재미있게 풀어냈다는데 의의만 둬도 충분한 몫을 한 영화. 국경도(?) 무시한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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