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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로맨틱 크라운

▲ 로맨틱 크라운 (로맨스, 코미디/ 99분/ 12세 관람가)'블라인드' 이 후 마음이 계속 불안했다. 택시를 못 타는 것은 기본이고 늦은 저녁, 길을 걷게되면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됐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하지만 결국 '픽션도 현실의 반영'이라고 했으니까. 힘든 1 주일을 보내고 보니 이번 주는 뭔가 상큼하고 사랑스럽고 산뜻한 그런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끼한 음식 뒤에 콜라 한 목음이 필요했다. 교훈이 있거나 감동적이거나 훌륭한 영상이나 멋진 스토리는 제쳐 두고 기분 전환을 해 줄 영화.지난 주 '블라인드'로 마음 고생한 관객이 있다면 '로맨틱 크라운' 한 목음으로 기분 전환 하기 바란다.고등학교 졸업 후 해군에서 20년을 근무하고 유 마트에서 일하는 래리 크라운(톰 행크스). 무난한가 싶던 그의 인생에 일대 파장이 일어난다.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당한 것. 하루아침에 퇴출당한 그는 늦깎이 대학생이 되기로 결정한다. 새 마음으로 학구열을 불태우는 래리 앞에 까칠한 여교수 메르세데스 테이노(줄리아 로버츠)가 나타난다. 외모와는 다르게 엉뚱한 매력을 가진 테이노에게 점점 빠지게 되고 친구들을 사귀요 래리의 대학 생활은 잘 나가는데.'로맨틱 크라운'의 원제는 주인공 이름인 '래리 크라운'이었다. 한국에서 개봉하며 이름을 바꾼 영화들은 많지만 대부분 실패작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로맨틱 크라운'은 보기 드문 성공작. 제목을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영화 분위기가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로맨틱 크라운'이 로맨틱한 이야기라고 볼 수만은 없다. '중년의 성장기'가 오히려 더 어울릴법한 것은 긍정적인 생각, 제약 조건을 이겨가는 과정, 불안함과의 싸움 등 래리 크라운의 도전과 성공담이 큰 줄거리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물론 테이노 교수가 빠졌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질 수 없는 이야기였겠지만.큰 반전이나 가슴 울리는 감동은 없지만 우리나라만큼 학력을 중시하는 분위기, 이혼이나 서브프라임 사태 같은 사회 문제의 등장은 잔잔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다.많은 제약 조건들 사이에서 우리는 포기하고 시도 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혹은 어떤 것이 문제인지 알면서도 끝까지 회피하고, 회피하고 싶은 나약함을 가지고 있다. 래리는 나이도 상황도 대학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자신의 가장 문제점인 대학 졸업장을 위해 나아간다. 대학을 가는 것이 과연 '나아가는 것'인지 '뒤로 더 물러서는 것'이 될지는 그 선택을 한 래리도 우리도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에 도전하는 래리의 자세가 관객의 마음을 흔들게 될 것이다.프로포즈의 정석이라 불리는 '귀여운 여인'의 주인공이자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정석이라 불리는 줄리아 로버츠가 여자 주인공을 맡았고 '포레스트 검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등 명작을 남긴 톰 헹크스가 래리 크라운 역을 맡았다. 두 배우의 연륜과 자연스러움이 돋보이며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풋풋하고 귀여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부디 이번 주는 '로맨틱 크라운'과 함께 편안하고 행복한 생각만 하길 바라는 마음. 래리 크라운식 긍정적인 마인드와 함께 말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1.08.19 23:02

[볼만한 영화] 블라인드

▲ 블라인드(스릴러/ 111분/ 청소년 관람불가)영화 관람이 이렇게 힘들기는 '주홍글씨'이후로 처음이다. 내가 정말 이런 나라에 살고 있을까, 이렇게 불쾌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 진짜 존재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도 한 동안, 꽤 오래 영화를 곱씹게 된다.영화 '블라인드'는 그런 영화다. 스릴러를 표방했지만 그 이야기를 위해 조합한 다른 배경들은 양심과 사람 냄새가 진하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장애인의 불편한 삶, 경찰이라는 위험한 직업, 오토바이 배달원을 무시하는 현실 등 안타깝게도 모두 사실인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경찰학교를 다니던 수아(김하늘)는 춤을 추러 다니는 남동생을 잡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 사고로 수아는 시력을 잃게 되고 동생은 죽게 되는데. 시간이 흘러 수아는 안내견 슬기와 보이지 않는 삶에 적응하며 살아가지만 자신이 동생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어느 날, 동생이야기를 꺼내는 엄마와 크게 다툰 수아는 슬기도 없이 혼자 택시에 오르게 되고 사건은 시작된다. 시력을 잃으면 청력, 후각 등 나머지 감각이 발달한 수아는 감각적으로 택시 안을 탐색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택시 뺑소니 사건의 목격자가 되는데. 하지만 또 다른 목격자 기섭(유승호)은 수아와 다른 증언을 한다. 사건의 그 차는 택시가 아니라는 것. 같은 사건, 다른 진술. 이들의 진실은 찾을 수 있을까?'7급 공무원'으로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던 김하늘의 진지한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표현하는데 있어 시선 처리와 감정 변화가 훌륭. 같이 호흡을 맞춤 유승호는 피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같은 사건을 목격하는 10대 역할로 등장한다. '집으로' '마음이'의 아역이었던 유승호를 생각하면 낯선 모습이지만 성인 연기자로 가는 중간 단계쯤으로 보면 잘 자라준 국민 남동생이 고맙기만 하다. 영화'집으로'에서 보였던 귀엽고 똘똘한 이미지는(배역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이제 포기해야 할 듯. 주인공인 두 명 외에도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조형사 역의 조희봉은 이 심각한 이야기에 웃음을 불어 넣어 충분하지는 않지만 숨 돌릴 시간을 만든다. 사실 등장인물 중 가장 멋진 연기를 선보이는 것은 인도견 슬기 역의 달이. 달이는 '마음이'를 통해 이미 그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범죄 현장의 목격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설정은 재미있지만 누군가에게 보호 받아야 한다는 약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비록 '블라인드'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미지를 살리고자 했지만 '운 좋게'살아 남는 수아는 이미 설득력을 잃은 것. 이 점이 '블라인드'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블라인드'는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어 스릴러물, 대중영화로 잘 만들어진 영화라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주인공을 내새워 공포를 극대화 시켰고 또, 그녀가 시각을 제외한 감각들로 느낀 상황을 CG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형식이 꽤 설득력 있다. 깊지는 않지만 낙태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비롯해 시각장애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것도 장점. 무겁지만 그리고 무섭지만 그냥 지나치기는 아까운 스릴러물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1.08.12 23:02

[볼만한 영화] 괴생명체와 사투 또는 전통무속이 더해진 공포

영화 '7광구'와 '기생령'에 잠시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 3일, 두 작품 모두 개봉을 돌연 연기 한 것. 영화 후반 작업이 매끄럽지 못한 것이 이유다. 예매했던 관객들은 환불의 불편함이 따르겠지만 시사회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조금은 더 채워져 극장에 걸렸으면 하는 바람에 오히려 다행.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더 나빠지지는 않길 바란다.▲ 7광구(SF, 액션, 모험/ 112분/ 15세관람가)'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었다는 수제 반짝이 츄리닝'을 보며 설렘을 느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 그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 등장한 '7광구'라는 제목의 대본은 이번 주 영화로 돌아왔다. '시크릿 가든'에 출연했던 하지원이 주인공을 맡았고 우연인지 의도인지 드라마에서 액션 배우로 분했던 그녀는 '7광구'에서 또 액션을 선보인다.제주도 남단, 7광구에 떠 있는 석유시추선 이클립스 호. 산유국 꿈에 부푼 대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추 작업은 매번 실패로 끝난다. 결국 본부로부터 철수 명령을 받게 되고 철수를 위해 본부에서 베테랑 캡틴 정만(안성기)를 투입한다. 오랜 시간 공들인 만큼 7광구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장비 매니저 해준(하지원)은 석유가 있다는 확신 아래 본부의 일방적인 명령에 강하게 반발하게 되는데. 철수까지 주어진 시간은 한 달. 해준과 대원들이 마지막 시추작업에 총력을 가하던 어느 날, 갑자기 본부와 통신이 끊기고, 이클립스 호에는 괴 생명체가 나타난다.'7광구'의 가장 큰 문제는 통일 되지 않은 캐릭터의 설정이다. 괴물은 강해 보이지만 한 사람의 타격에 맥없이 쓰러지기도 하고, 강한 여성으로 부각되는 해준은 남성들의 싸움에 울음으로 대응하다가도 어느 새 여전사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게 등장인물의 성격이 오락가락 하는 사이 3D로 제작된 영상은 어설픔의 극치로 쐐기를 박는다. CG 기술의 후퇴로 대변되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 다행이 3D를 2D로 전환해 상영한다는 소식도 들리고 후반 작업을 다시 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좀 더 나은 모습이 되어 돌아오길 기대한다.▲ 기생령 (공포/ 92분/ 청소년관람불가)우리나라 공포 영화는 어딘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큘라나 뱀파이어는 '토종 귀신'이 아닌지라 뭔가 우습고 현대적인(?) 유령들은 다른 나라, 특히 일본의 귀신들과 너무나 닮았다. 그런 의미에서'기생령'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전통 무속 결합한 스토리를 만들어 냈기 때문. 사실 시사회 내내 고개를 제대로 못 들어 내용은 반쯤 기억나는데 이 정도면 성공한 것 아닌가. 공포영화는 무서워야 제 맛이니까 말이다.아이를 간절히 원하던 가희(황지현)는 무당의 힘을 빌려 미아가 된 아이를 독 안에 가두고 굿을 진행한다. 이 후 빈(이형석)을 낳게 되지만 가희는 잔혹한 죽음을 맞게 되고, 혼자 남은 조카를 돌보기 위해 남편 장환(박성민), 동생 유린(효민)과 함께 서니(한은정)는 빈의 집으로 이사 오게 된다. 고아가 된 조카를 불쌍히 여기던 서니. 하지만 가끔씩 이상 행동을 보이는 빈에게 조금씩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이사 온 후부터 계속되는 악몽에 점점 지쳐가게 되는데.'기생령'은 아역 배우가 살린 거라고 볼 수 있다. 성인 연기자들도 그럭저럭 괜찮지만 문제는 허술한 각본. 우리나라 소재는 잘 사용했는데 공포 효과는 어디서 이미 본 듯한 짜깁기에 불과하다. 그래도 앞서 얘기 했듯이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답게 잔인하고 무섭기는 하다. 영화에서 가장 거슬렸던 부분은 쓸데없이 꽝꽝 터지던 효과음. 이번 영화 개봉 지연은 필름은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굉음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참에 기운 빠지는 효과음들도 같이 좀 제거 했으면 좋겠다.

  • 주말
  • 이지연
  • 2011.08.05 23:02

[볼만한 영화] 카2, 리오

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대거 포진했다. 다행히도 어른들이 함께 봐도 괜찮을 '수준 높은' 영화들. 오히려 어른들이 더 좋아할만한 이야기다. 이런 탓에 '어른'관객도 많을 예정이니 부디 '어린이'관객들은 극장을 찾기 전 극장 예절을 숙지 할 것.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면서도 어린 아이들 때문에 보기가 겁난다는 관객들이 간혹 있으니 말이다.▲ 카2 (애니메이션/ 113분/ 전체 관람가)픽사의 영화들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 세 말하면 입 아플 정도의 스토리와 영상을 자랑한다. 뻔한'권선징악'을 바탕에 두었음에도 눈에 띄게 유치하다거나 몸이 꼬일 정도로 교훈적 내용보다는 스스로 깨닫게 하는 놀라운 능력이 숨겨진 것. 하지만 이런 스토리는 어디까지나 바탕일 뿐 픽사의 꽃은 영상에 있다. 그런데 이번 '카2'는 그 훌륭한 영상에 어드벤처라는 장르까지 조합해 더 멋진 화면을 만들어 냈다.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레이싱카 라이트닝 맥퀸(오웬 윌슨)이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돌아왔다. 휴식을 취하려던 맥퀸, 하지만 소망과는 달리 단짝인 견인차 메이터(래리 더 케이블 가이) 때문에 또 다시 세계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석유가 아닌 대체연료 알리놀을 사용해야 하는 대회에서 메이터는 국제적인 첩보전에 휘말리게 되고 영국의 스파이들이 메이터를 미국 스파이로 오해하면서 사건은 점점 커지는데.'카'는 원래 성장 애니메이션에 가까웠다. 이렇게 진정한 사랑과 우정을 깨닫는 내용에서 '카2'는 '모험'이라는 키워드를 적용해 전혀 다른 장르로 변신을 꾀했다. 이 변화는 화면 구성에도 영향을 끼쳐 세계의 모습을 담기에 이른다.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드는 화려한 로케이션이 더해진 것. 여기에 핀 맥미사일, 홀리 쉬프트웰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해 전편과는 다른 매력을 가득 담았다. 하지만 너무 욕심을 냈을까. 어린이들은 당연하고 어른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마니아적 자동차 유머 때문에 전반은 재미가 떨어진다.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들 때문에 맥퀸은 자칫 그저 그런 이미지로 비춰지기도 한다.카레이싱과 첩보전이 결합된 재미를 톡톡히 느낄 수 있을 것. 영화 맨 처음 등장하는 토이스토리 단편도 '카2'의 재치이자 위트다.▲ 리오 (애니메이션, 모험, 코미디/ 96분/ 전체관람가)혹자는 '엄마의 마음'이 가장 믿음직스럽다 평하는데 그렇다면 '리오'는 꽤 괜찮은 영화가 아닐까. 자식이 있었다면 이 영화를 꼭 보여줬을 테니 말이다.마시멜로를 띄운 코코아와 아늑한 새장을 좋아하는,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희귀 앵무새 블루(제시 아이젠버그/ 송중기). 블루는 지구상에 남아 있는 단 한 마리의 짝을 찾아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로로 향한다. 하지만 뜨거운 삼바 축제의 열기로 가득한 리오는 블루가 지내온 새장과는 완전히 다른 곳. 희귀 새를 팔아넘기려는 악당들이 위협해 오고 블루와는 다르게 지나치게 독립적인 쥬엘(앤 헤서웨이/ 박보영)과 마찰이 생긴다. 이렇게 다른 공간과 다른 친구들을 만나며 블루는 새장 밖 세계를 마주하는 법을 배우는데.'리오'는 '아이스 에이지'제작진이 다시 뭉쳐 제작한 작품이다. 남미의 브라질, 그것도 카니발 시즌을 택함으로써 독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야생 조류들과 카니발의 색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삼바, 보사노바 같은 다양한 음악 종류도 나타나는 것. 특히 리우 전경과 퍼레이드 행렬을 내려다보는 장면은 장관 중의 장관이다.오리지널 더빙을 맡은 앤 헤서웨이와 아이젠버그의 연기력도 훌륭하다. 자막과 우리나라 더빙판을 모두 볼 관객이 있다면 조금은 비교가 되고 실망을 할지도. 어색한 장면이 가끔 연출되기 때문이다.한 편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재미있고 유쾌한 영화로 가족단위는 물론이고 어른 관객들끼리 봐도 무관한 작품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1.07.29 23:02

[볼만한 영화] 퀵·고지전

지난 몇 주는 '트랜스포머'와 '해리포터'가 극장가를 점령했다. 물론 그 여파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이 가운데 한국 영화 두 편이 개봉 했다. 폭탄을 배달한다는 독특한 소재의 '퀵'과 고수와 신하균을 전방에 내세운 '고지전'이 그 주인공이다. 개봉 첫 주, '트랜스포머' '해리포터'를 제치고 예매율 1, 2위를 달리며(네이버 영화 기준)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는 두 영화의 매력을 찾아본다.▲ 퀵(액션/ 115분/ 15세 관람가)우리나라에서만 나올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퀵 서비스'란 배달 서비스가 우리 고유(?)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어린 시절 폭주족이었던 기수(이민기)는 오토바이 퀵서비스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 서울의 끝과 끝을 20분 만에 주파하는 그는 생방송 시간에 기는 아이돌 가수 아롬(강예원)을 배달하려다 테러에 가담하게 된다. 의문의 남자가 아롬의 헬멧을 통해 기수를 지켜보며 폭탄을 특정 장소에 배달하라 명령한 것. 명령을 거부하면 헬멧은 터지게 된다. 아롬과 기수는 서울을 질주하며 폭탄을 배달하게 되고 이제 이들은 기수와 같은 폭주족 출신으로 교통경찰이 된 명식(김인권)과 경찰들에게 쫓기게 된다.일단 영화는 '매우' 빠르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끊임없이 달리며 흥분을 권유한다. 포스터에서부터 느껴지는 힘찬 스피드는 영화에서도 115분 내내 계속 되는 것. 서울 곳곳을 누비는 질주신과 오토바이로 건물을 넘나드는 신이 압권이다. 거기에 액션영화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재미있는 요소들이 눈과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아마도 영화 '해운대' 제작팀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일 것. '해운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재미와 위트가 '퀵'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민기 강예원 두 배우도 '해운대' 출신이기 때문인지 왠지 두 영화가 연결 선상에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아무 생각 없이 웃고 흥분하고 싶다면 '퀵'이 딱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고지전(전쟁, 드라마/ 133분/ 15세 관람가)'우리가 기억하는 전쟁영화들은 어떤가'가 라는 질문이 '고지전'을 받아들이는 꼭 필요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그 동안의 전쟁 영화들은 제작된 나라와 배경에 상관없이 애국주의와 전우애, 형제애, 동포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전쟁에 지든 이기든 주인공이 연관된 전쟁은 언제나 타당성을 인정받고자 했고 관객들은 어느새 그것을 당연한 듯 받아들인 것. 그런데 '고지전'은 다르다. 우리가 벌인, 우리가 보는 그 전쟁에 의문을 제기한다.1953년 2월, 휴전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동부전선의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전사한 중대장의 시신이 사건의 시작이다. 그의 몸에서 발견된 총알이 아군의 것인 것. 상부에서는 군내 적과 내통한 자가 있음을 의심하고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에게 조사하라는 임무를 내린다. 애록고지에 도착한 은표는 2년 사이 이등병에서 중위로 특진해 악어중대의 실질적 리더가 돼 있는, 죽은 줄만 알았던 친구 김수혁(고수)을 만난다. 하지만 전방의 이 부대는 명성과 달리 뭔가 이상하다. 스무 살이 갓 된 어린 청년이 대위로 부대를 이끄는가 하면 춥다며 북한 군복을 입는 행동을 일삼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은표는 최후의 격전지 애록고지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데.'고지전'은 통렬하게 애국주위를 비판한다. 이 솔직함으로 전쟁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서정성을 전하는 것. 그 어느 영화보다 전쟁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으며 그래서 더 비극적이고 슬프게 느껴진다. 고지의 주인은 수십 번 바뀌었고 이런 상황에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 그리고 그 변화가 전쟁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말한다. 전반에 비해 후반이 좀 늘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후반부에 포진하고 있으니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쟁의 묘사도 좋지만 심리 표현이 더 훌륭한 영화다.

  • 주말
  • 이지연
  • 2011.07.22 23:02

[볼만한 영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영화의 원작인 소설이 처음 출판 된 것이 1997년, 그 4년 뒤 영화가 만들어졌고 책 완결에 이어 이제 영화까지 완결됐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우리와 함께 나이를 먹었고 해리포터의 마지막 시리즈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를 통해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사실 10년을 함께한 해리포터를 놔 줄 준비는 아직 못했다. 다음 편이 나올 때까지 전편을 마르고 닳도록 읽고 수십 번 DVD 돌려보던 기억이 아직까지 뚜렷하기 때문. 전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재미있다고 꼽히는 이번 편이기에 그 아쉬움과 공허함은 더 크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을 판타지와 모험으로 채워준 해리포터의 마지막,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를 만나보자.'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이미 다 만들어진 상태에서 1부 2부로 나눠 개봉했다. 1부는 2010년 개봉해 '많은 판타지물중 처음보다 끝이 굵은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둘로 나눈 것도 그 이유에서다. 원작인 소설에서도 마지막 편의 이야기가 워낙 방대했던 탓에 한두 시간의 러닝타임으로는 소화할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영화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훌륭한 짜임새를 보였다.덤블도어 교장이 죽자 마법부는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점령당한다. 호그와트 또한 위기의 상태.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볼드모트를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이자 그의 영혼이 담긴 성물 호크룩스를 찾아 떠난다.덤블도어 교장이 남긴 '죽음의 성물'의 단서를 쫓던 해리는 볼드모트가 그토록 찾던 절대적인 힘을 가진 지팡이를 통해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게 된다. 이 후, 볼드모트의 영혼이 담긴 다섯 번째 호크룩스를 찾기 위해 호그와트로 돌아온 해리와 친구들은 그들을 잡으려는 보안마법에 걸려 위기를 맞게 되는데. 이 위험에서 덤블도어의 동생인 에버포스는 이들을 도와주고 덤블도어와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에 관한 놀라운 과거를 들려준다.한편, 볼드모트는 해리에 의해 호크룩스들이 파괴되었음을 느끼고 호그와트로 향한다. 해리를 주축으로 한 불사조 기사단과 죽음을 먹는 자들 간의 마법전투가 벌어지고 여기에 거대거미 아크로맨투라와 거인족 등 마법 생물들이 볼드모트 편으로 가세하면서 호그와트는 거대한 전쟁터로 변한다. 동시에 해리는 덤블도어를 죽인 스네이프의 비밀과 볼드모트를 죽일 마지막 호크룩스에 대한 단서를 찾게 되는데.'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는 1부에 비해 볼거리가 늘었고 액션 시퀀스 훌륭하다. 이야기가 훌륭한 것은 따로 말 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액션이나 영상 등은 전 편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있다면 원작 각색과 3D 상영에 관한 것이다. 원작과는 조금 다른 부분에 발끈하는 관객들이 있어 좋다 나쁘다를 논할 수는 없지만 영화라는 장르나 영화의 전개상 감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된다.요즘 흐름에 따라 해리포터도 3D 상영을 하는 곳이 있다. 2D와 3D를 모두 본 사람으로서 굳이 3D를 권하고 싶지는 않은 정도. 전투 신만큼은 3D가 우위지만 그 외 장면은 비슷하다. 하지만 극장에서가 아니면 3D관람을 할 수 없으니 잘 판단해 볼 것.이제 해리 포터는 정말 안녕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1.07.15 23:02

[볼만한 영화]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

"트랜스포머 3 봤어?"요즘 극장가는 '트랜스포머3' 열풍이다. 영화 봤냐는 말이 인사가 될 정도로 인기 있다 보니 다른 영화들은 명함도 못 내미는 실정. 정면 대결을 피하려는 듯 이번 주 개봉하는 영화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고도 손가락이 남는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극장가는 제대로 된 가뭄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우중충한 날씨와 잘 어울리는 동시에 사회상을 반영한 멋진 공포 영화 한 편을 찾아냈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고양이: 죽을을 보는 두 개의 눈'이 그 주인공. 공포 영화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트랜스포머 3'이후의 선택으로는 제법 괜찮다.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한 탓에 공포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고 믿는 한 사람으로써 여름은 참 힘든 계절이다. 다른 때에 비해 많이 개봉하는 공포물 때문. 공포 영화를 봐야할 때면 '어떻게 하면 영화에 덜 빠질 수 있을까?'부터 고민하는, 그래서 사실 제대로 기억하는 정통 공포물이 없는 불쌍한 관객이기도 하다. '고양이: 죽을을 보는 두 개의 눈'(이하 '고양이')을 선택하면서도 똑같은 고민을 해야 했다. 그런데 '고양이'는 여느 공포영화처럼 섬뜩하게 무섭다기보다 슬프게 무서운 그런 영화다.어릴 적 충격으로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는 소연(박민영)은 한 아파트 단지의 동물가게에서 애완동물 미용사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소연은 고양이 비단이의 미용을 맡게 되고 바로 그 날, 비단이를 집으로 데려간 주인이 엘리베이터에서 의문사로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알 수 없는 공포에 질린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된 그의 마지막을 목격한 것은 고양이 비단이 뿐. 소연은 친구의 과거 애인이자 경찰인 준석(김동욱)의 부탁으로 비단이를 집으로 데려오는데 그때부터 소연의 눈에는 의문의 단발머리 소녀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의 충격을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의사의 말에 희망을 가져보지만 계속해서 악몽에 시달리는 소연. 급기야 소연의 주위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간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고양이를 입양한 소연의 친구 보희도 시체로 발견되자 소연은 준석과 함께 사건에 뛰어든다. 그리고 추적 끝에 고양이들의 사연이 모두 한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모피, 육식, 유기동물까지 동물의 권리문제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동물들을 위해 유기견을 입양하고 모피 구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이유 없이 때리고 죽이는 학대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고양이'는 고양이에 대한 괴담이 아닌 인간에 의해 변하는 동물,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다. 공포의 대상이 인간 인 것. 우리의 이기심으로 인해 고양이들이 받았던 학대와 사연이 소연의 손으로 밝혀지면서 슬픈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동물의 원한을 익숙한 요소와 접목시켜 여느 공포 영화 같지만, 다른 '고양이'만의 공포를 완성했다.고양이의 이미지를 공포 영화스럽게 활용한 부분이나 화면에 완벽하게 구현한 고양이 영상은 고양이의 플러스 부분. 하지만 그 가운에 폐소공포증이나 친구의 애인을 향한 주인공의 감정 설정 등은 어떤 효과도 내지 못하고 사그라지어 아쉽다.혹자는 육식 생활도 결국 교육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양이를 불길한 동물로 여긴 옛날 관습 때문에 우리의 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좋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 부디 영화'고양이'를 그런 시선의 일부분으로, 또 반대로 학대의 일부분으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1.07.08 23:02

[볼만한 영화] 트랜스포머3

보고 싶었던 영화를 이번 주 관람으로 미뤄 놓았다면 낭패다. '트랜스포머3'가 전국의 스크린을 (거의) 모두 점령했기 때문. 관객이 많아 스크린 수가 많은 것인지 아니면 배급사의 힘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1편과 2편이 동원한 관객 수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타의에 의해서 '트랜스포머3'를 볼 수밖에 없는 7월 첫째 주, 과연'트랜스포머3'는 전작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트랜스포머3(액션, SF/ 152분/ 12세 관람가)2007년 6월 말, '트랜스포머'1편이 개봉했다. 로봇의 액션을 실사화 한다는 것과 우주에서 온 로봇들이 대결한다는 내용은 그냥 '트랜스포머'그 자체가 유치하고 걱정스러운 영화라 치부하게 만들었다. 물론 결과는 정반대. 1편을 네 번 이상 관람하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괜찮았다 평가한 트랜스포머 시리즈 2편인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하 '패자의 역습')은 전 세계적으로 836만달러를 벌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에게는 예쁨을 받지 못했다. 트랜스포머를 탄생시킨 마이클 베이 감독이 "'패자의 역습'은 엉망이었다."는 말을 남긴 것. '패자의 역습'이 1편의 스릴이나 박진감을 따라가지 못한 것은 사실이니 감독 스스로가 내린 냉정한 평가였다. 어째든 마이클 베이 감독은 2편에서 저지를 실수를 3편으로 만회하겠다는 다짐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트랜스포머3'가 그의 치욕(?)을 씻어줄 그 작품인 것이다.1969년, 아폴로 11호는 세계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다. 그러나 아폴로 11호와 지구의 교신은 두절되고, 아폴로 11호에 탑승한 두 명의 우주비행사는 달 표면에서 화석이 되어가는 우주선과 로봇을 발견한다.이 음모론 비슷한 영화의 도입부는 그 동안 가졌던 '트랜스포머'이미지 변화에 도움을 주는 것 같았다. 신기했고 관심이 갔고 집중을 하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52분에 달하는 영화를 모두 보고 나면 대체 그 앞 장면을 왜 나왔던 것일까 소록소록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트랜스포머3'는 이런 의문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의구심이 들게 하는 이유는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지기 때문.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는 점점 산으로 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완벽한 영상 효과 때문에 다 용서하고 싶다가도 다시금 고개 드는 의문들이 문제. 가뜩이나 안경 쓰고 3D로 관람한다면 산만함의 극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여자주인공을 맡았던 메간 폭스의 부재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 왔다. 메간 폭스는 한 인터뷰에서 마이클 베이 감독을 히틀러, 나폴레옹과 다를 바 없는 독재자라 말해 구설수에 올랐고 결국 3편의 주인공에서 퇴출된 것.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 세계적인 속옷 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델 출신 로지 헌팅턴이다. 하지만 메간 폭스 만큼의 존재감은 찾기 힘들고 '영화에 나왔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하게 눈에 띄지 않는다.어딘가 진지하고 복잡해진 '트랜스포머3'. 만약 '패자의 역습'에 실망을 했던 관객이라면 이번 편 관람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트랜스포머'시리즈는 스케일과 박진감을 겸비한 유일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왕이면 안보고 후회하는 것 보다는 보고 후회하고 욕하는 게 낫지 않을까? 또 극장 관람을 권하고 싶은 것은 상영이 끝나면 집에서는 3D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1.07.01 23:02

[볼만한 영화] 러브 앤 프렌즈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이웃의 것을 탐하지 말라''러브 앤 프렌즈'는 이 격언들을 비웃듯 더 커 보이는 남의 떡은 탐하고 이웃의 것을 욕심내면 사랑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영화다. 애인과 친구 사이, 우정과 사랑 사이의 세 청춘의 이야기. 코미디와 멜로의 만남, '러브 앤 프렌즈'를 만나보자.뉴욕의 유명 로펌 변호사인 레이첼(지니퍼 굿윈)과 디자이너 달시(케이트 허드슨)는 20년지기 친구사이다. 레이첼은 성공한 변호사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녀는 외로운 노처녀. 직업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불쌍한 올드미스다. 어느 날, 서른 살 생일을 맞은 레이첼을 위해 달시는 생일 파티를 열어주게 되고 이들의 운명을 바꿔놓을 사건이 터지고 만다. 술에 취한 레이첼이 달시의 약혼자이자 법대 동기생으로 오랫동안 짝사랑해 왔던 덱스(콜린 이글스필드)와 술에 취해 하룻밤을 보내게 된 것. 다음날 아침, 레이첼은 난감하다. 대학 시절 덱스를 좋아했던 기억에 이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지만 친한 친구인 레이첼을 생각하면 괴롭기만 하다. 결국 술에 취해 저지른 실수라며 어젯밤의 일을 잊으려 하지만 덱스는 술에 취해서 한 행동이 아니라며 레이첼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한편, 두 사람의 사건을 모르는 달시는 레이첼에게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자며 제안하고, 그녀의 끈질긴 부탁에 레이첼은 친구 에단(존 크래신스키)과 함께 달시, 덱스 사이에 끼어 바닷가 별장으로 여행을 떠나는데.'러브 앤 프렌즈'는 에밀리 기핀의 인기소설 「썸띵 발로우드(Something Borrowed)」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미국 개봉 당시 영화의 제목은 원작과 같았지만 국내 개봉시 이름이 둔갑한 것. 사랑과 우정이라는 명제를 쉽게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제목처럼 '러브 앤 프렌즈'는 친구와 애인, 그리고 그 사이에 낀 다른 친구의 삼각관계의 이야기. 그 동안 그려졌던 할리우드 식 로맨틱 코미디의 족보를 그대로 답습한 '뻔한'스토리와 구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시기적인 이유 때문이지 이 뻔한 이야기가 반갑고 즐겁다. 최근 전통적 사랑이야기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여자 친구 사이에 이런 애 꼭 있다'란 예고편이 와 닿고 피식 웃게 되는 귀여운 코미디 요소들이 숨어 있고 사랑에 두근거리고 들킬까 가슴 떨리는 등 온갖 종류의 감정을 모두 느끼게 될 것. 로맨틱코미디의 최대 강점인 해피 엔딩과 경쾌함은 '러브 앤 프렌즈'도 뒤지지 않는다.용기 있는 자만이 미녀를 얻는다고 했다.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보다 솔직해지고 용기도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생각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결단력도 있어야 할 것. 사랑하기 정말 힘들다고? 사랑이 쉬운 것이었다면 '솔로부대'가 생겼겠는가. '러브 앤 프렌즈'는 재미와 떨림이 있는 동시에 사랑을 얻기 위해, 우정을 지키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친절히 가르쳐 줄 좋은 선생님이기도 하다.영화의 마지막 크리딧이 올라가면서 짧은 영상이 실려 있다. 또한 다음 편을 예고하는 글귀가 떡하니 등장, 조만간 속편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영화 관계자들은'러브 앤 프렌즈'의 원작자인 에밀리 기핀의 다른 소설일 것이라 추측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의 주인공 이었던 달시의 이야기를 담은 「썸띵 블루(Somthing Blue)」라는 작품이 있기 때문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1.06.24 23:02

[볼만한 영화] 그린랜턴:반지의 선택 vs 슈퍼 에이트

인간의 상상력은 풍부하다. 이번 주 풍성한 상상력으로 눈을 즐겁게 할 SF 영화 두 편. 산타할아버지의 존재 보다도 더 믿고 싶은 외계인과 괴물의 이야기랄까.▲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SF, 스릴러/ 117분/ 12세 관람가)슈퍼맨 배트맨을 거쳐 슈퍼우먼, 원더우먼 같은 언니들 등장, 그 이후에도 끝없는 '맨'영웅들이 나타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건방진 '핸콕'같은 영웅도 만날 수 있었다. 만화에서 영화로 혹은 애니메이션으로 끊임없이 관객들을 찾은 슈퍼 히어로들. 이제 이름을 다 기억하기도 힘들만큼, 나올만한 건 다 나왔다 생각했는데 또 등장했다. 이번에는 은하계의 질서를 바로잡으려는 그린 랜턴 군단이다.먼 우주에는 행성들을 수호하는 그린랜턴 군단이 존재하고 있다. 그들의 힘의 원천은 무한파워를 발휘하는 반지, 파워링. 지구를 포함한 총 3600개 섹터로 구분된 행들들이 그린랜턴 군단의 보호를 받는다. 그런데 어느 날, 우주의 빛이 사라지고 강력해진 악의 기운으로 최악의 위기가 다가오는데. 그린랜턴의 수장은 운명적으로 지구에 불시착 하게 되고 그의 파워링이 선택한 사람, 미 공군의 비행조종사 조던(라이언 레이놀즈)을 후계자로 맞는다. 이제 녹색 반지를 건네 받고 슈퍼 파워를 지닌 그린랜턴이 된 조던은 그린랜턴의 집결지인 오아 행성으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훈련을 통해 최강의 군단으로 거듭나며 섹터 2814, 지구를 담당하게 된다. 그 사이, 모든 생명체들을 파괴시킬 '가장 어두운 밤'이 오리라는 예언이 실현되고 악당 패럴렉스 군단과 외계 물질에 감염돼 거대한 뇌를 가지게 된 닥터 헤몬드(피터 사스가드) 박사는 우주 정복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데.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시작을 끊은 영화다. 그 옛날 '후뢰쉬맨'나 '바이오 맨'에서 보던 맞춤 영웅 패션이나, 만화에서 볼 수 있는 표현들이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아니었을까? 무려 2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3D로 제작된 '그린랜턴'의 백미는 유치해 보이는 녹색 맞춤복. 3D 구현은 유치함을 클래식으로, 진부함을 기술로 커버하는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특히 영화 시작 10분은 가슴 쿵쾅 거리는 멋진 장면들을 제공한다. 부디 어지럽더라도 3D로 관람하길.▲ 슈퍼 에이트 (SF/ 112분/ 12세 관람가)성장영화와 괴물영화, 거기에 외계인 이야기 까지 섞인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뭐라고 할까? 3류 영화가 아니냐고 핀잔 들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영화계에서 유명한 두 남자 J.J에이브럼스와 스피븐 스필버그라 그런 영화를 만들었다. 신작 '슈퍼 에이트'다.1979년 오하이오주의 작은 마을 릴리안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조이(조엘 코트니)는 아마추어 감독 지망생 찰스(라일리 그리피스), 마틴(가브리엘 바소), 캐리(라이언 리), 프레스턴(작 밀스), 앨리스(엘르 패닝) 등과 함께 '슈퍼 8mm' 카메라로 좀비영화를 찍을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기차 플랫폼 부근에서 촬영하던 6명의 아이들은 미공군의 운송열차에 전속력으로 돌진해가는 특럭을 발견하고 순식간에 열차 탈선 사고가 일어난다. 그런데 기차에서 빠져나온 괴물은 마을 사람들을 납치하며 자동차 부품을 모으기 시작하고 군대는 이런 괴물을 잡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교외로 이주시킬 작전을 펼치게 되는데. 하지만 아이들은 괴물에게 납치당한 친구 앨리스를 구하기 위해 마을로 돌아가야 한다.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 E,T'를 기대했다고 했다. 혹은 '클로버필드'같은 스릴을 예상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참담하다. ' E,T'에서 느끼던 편안함도 '클로버필드' 같은 떨림도 부족하다는 것. J.J에이브럼스와 스피븐 스필버그라도 안되는 것이 있었던 모양. 그래도 그들이 버무려 낸 스토리의 구조는 칭찬할만하다. 또 다른 이유로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에서 느꼈던 고전적인 맛을 볼 수도 있을 것. 60~70년대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혹은 B급 영화라는 마음으로 작정하고 보면 꽤 흥미로운 SF물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1.06.17 23:02

[볼만한 영화] 스크림 4G vs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언제부터 생긴 공식인지 알 수 없지만 여름이면 무서운 영화들이 극장 자리를 차지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공포영화들이 개봉을 시작했고, 이번 주는 무려 세 편이 극장가를 찾았다. 무더운 날씨 대신 장마가 시작된다는 기상청 예보를 들었지만 오히려 잘 되지 않았나. 비 오는 후텁지근한 여름날과 공포영화는 천생연분이다.▲ 스크림4G(공포, 미스터리/ 110분/ 청소년 관람불가)기괴한, 하지만 조금은 깜찍한(?)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죽이는 영화 '스크림'. 1996년 첫 편이 나왔으니 오래되기도 오랜 된 공포 영화의 클래식이다. 하지만 15년이 흐른 지금, 다시 봐도 유치하지 않은 이상한 매력이 있는 영화가 또 '스크림'이 아닐까 싶다. 1997년 '스크림' 2편과 2000년 3편에 이어 12년 만에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왔다.' 영화는 고향을 떠났던 시드니(니브 캠벨)가 우즈부로로 돌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작가가 된 그녀가 출판기념 투어의 마지막 일정으로 고향을 찾은 것. 하지만 주인공의 복귀와 함께 고스트페이스가 나타난다. 끔찍한 살인이 다시 반복되고, 시드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마의 위협에 맞서야 하는데. 시드니의 옛 친구이자 지금은 결혼한 게일(커트니 콕스)과 듀이(데이빗 아퀘트), 사촌인 질(엠마 로버츠)을 비롯해 우즈보로 마을 전체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스크림'은 공포영화계의 선두주자이자 새로운 전환점 이었다. 그 이전의 공포영화는 귀신을 등장시키거나 무조건 난도질에 피가 넘치는 내용. 하지만 '스크림'은 호러와 스릴러의 결합과 함께 사람을 죽이는 장면까지 감각적으로 연출해 보였다. 세련된 연출력과 톡톡 튀는 감각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고 그 모습 그대로 우리를 찾아온 것. 유명 배우의 파급력은 아니지만 1편에 출현했던 오리지널 배우들의 귀환은 큰 재미와 완성도를 선보일 것이다.많은 호러 규칙이 언급되지만 허를 찌르는 결말을 보게 될 것. '스크림'의 진정한 쾌감이다.▲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공포, 미스터리/ 106분/ 15세 관람가)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포스터만 보고 중국 영화로 착각 하고 말았다. 영화에 대한 소문을 지난 해 들었지만 제목을 몰랐던 탓. 며칠을 '중국 공포영화'라고 부르다 보도 자료를 보고서야 '아차'싶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중국 영화라고 해도 믿겠구나 싶다.핑크돌즈는그저 그런 여성 아이돌 그룹. 은주(함은정), 신지(메이다니), 제니(진세연), 아랑(최아라)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사이도 서로 좋지 않다. 은주는 맏언니로써 동생들을 보살피려 하지만 막상 다른 멤버들은 백댄서 출신에 나이 많은 그녀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연습실 이사를 하던 어느 날, 은주는 우연히 거울 뒤편에서 '화이트'라고 쓰인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춤과 노래가 담긴 이 비디오를 보게 된 기획사 대표와 프로듀서는 성공을 감지하고 비디오를 베껴 핑크돌즈의 신곡을 완성하게 한다. 결과는 대 성공. 하지만 이때부터 멤버들은 한명씩 의문의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리더인 은주는 이 사건이 비디오테이프와 관련이 있음을 직감하고 조사를 시작한다.아이돌의 '반짝'과 기획사의 횡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암암리에 모두 알고 있지만 수면 위로 들고 나오지는 않는 이상한 존재. 그런 이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됐다. 하지만 공포영화의 상투적이고 식상한 그 무언가가 이면에 깔려 매력적인 영화라 볼 수는 없을 듯. 제법 매력적인 장면들도 있지만 이 영화의 포스터처럼 구태의연한 무엇인가가 자꾸만 밟힌다.

  • 주말
  • 이지연
  • 2011.06.10 23:02

[볼만한 영화] 엑스맨:퍼스트 클래스

엑스맨 시리즈가 벌써 다섯 번째를 맞았다. 2000년 돌연변이 인간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1편이 만들어진 후, 2003년 '엑스맨 2' 2006년 '엑스맨: 최후의 전쟁' 2009년 '엑스맨 탄생: 울버린'을 거쳐 새롭게 선보이는 시리즈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다.'엑스맨'뿐만 아니라 많은 시리즈물들이 이야기를 진행시키다가 그 원점으로 돌아가곤 한다. 장편이 되면서 극의 긴장감을 잃게 되거나 여러 감독의 손을 거치며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내리는 처방. 그래서 '이야기가 막 산을 타려 하던''엑스맨'도 이런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1,2편이 만들어 냈던 진지함이 사라지고 잔잔한 재미만 남았던 후속편들을 뒤로 하고 '엑스맨'이 시작된 그 처음으로 돌아간 것. 차례로 따지자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5편'이라고 해야겠지만 스토리상으로는 1편 혹은 번외편이라 불러야 할 이야기인 것이다. 이제 끝났다고 평가 됐던 배트맨 시리즈가 '배트맨 비긴즈'를 통해 부활한 것 처럼 '엑스맨'시리즈도 다시 흥행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냉전 시대라 불리던 1960년대,'프로페서X'라는 이름을 얻기 전의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매그니토' 이전에 에릭 렌셔(마이클 패스벤더)가 살고 있다. 이상적인 환경에서 자라 유전학을 공부하던 찰스는 어느 날, 자신에게 텔레파시 능력이 있음을 깨닫게 되고 돌연변이의 존재에 대해 자각하게 되는데. 그러던 중 금속을 마음대로 조정 할 수 있는 에릭을 만나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한편 인류를 지배하려 하는 '헬파이어 클럽'의 수장 세바스찬 쇼우(케빈 베이컨)는 세계 3차 대전을 일으킬 음모를 꾸미고 이들을 막기 위해 CIA는 찰스와 에릭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들은 CIA 요원 모이라 맥타것(로즈 바이런)과 손잡고 돌연변이 부서를 설립한 두 사람은 찰스의 양동생이자 이후에 미스틱이 되는 레이븐(제니퍼 로렌스), 천재 박사이자 비스트가 되는 행크 맥코이(니콜라스 홀트)등 젊은 엑스맨들을 모아서 훈련을 시작한다. 이 때, 에릭의 원수인 세바스찬 쇼우는 돌연변이들을 무기로 미국과 소비에트간의 핵전쟁을 도발하려 하고 에릭과 찰스는 그의 계획을 저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찰스 자비에와 매그니토는 적이면서도 서로를 친구라 부른다. 이들은 언제부터 어떻게 알던 사이였을까. 자비에 교수는 왜 휠체어를 타게 됐고 '엑스맨'이라 불리는 돌연변이들은 언제 어떻게 자비에를 만났을까. '엑스맨' 시리즈를 보며 가졌던 소소한 질문들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속 시원히 풀어진다. 이미 앞서 울버린의 탄생을 다뤘던 '엑스맨'은 그 이전 돌연변이들이 편이 갈라지지 않았던, 그리고 울버린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미 찰스와 에릭을 만났던 그 과거로 돌아간다. 미스틱이나 비스트 같은 주 조연들의 과거도 함께 다뤄져 빈틈없는 프리퀼(Prequel: 책이나 영화에서 원래의 이야기보다 앞선 내용들을 다루는 속편을 이르는 말)이라는 평. 스토리 때문에 자칫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영상도 분명 평균 이상이다. CG효과는 여타의 CG 영화들에게 정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정도. 이만큼은 만들어야 SF 영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감탄에 몸서리치게 되는 영화다.'엑스맨' 시리즈를 모두 본 관객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할 편이자 이제 시작하는 초자 관객이라면 행운이라 생각해야할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이야기도 영상도 솔직히 '많이' 재밌다.

  • 주말
  • 이지연
  • 2011.06.03 23:02

[볼만한 영화] 쿵푸팬더2

언제부터인가 애니메이션 영화는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소재도 그렇고 스토리 전개도 어른이 보기에 충분한 때문이다.오히려 아이들에게 어렵거나 선정적, 폭력적인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다.제작자 입장에서는 보다 폭넓은 시장을 고려해야 하니 관객을 어린 아이들에게만 국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이래저래 '누구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만들어 지고 있으나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는 작품들이 대다수다.'쿵푸 팬더'는 이런'누구나'와 '누구에게나'의 어느 선에 자리를 잡았다.감동도 있고 교훈도 있지만 무겁지 않으며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어울리는 짧은 러닝타임도 갖고 있는 것. 큰 인기를 얻었던 2008년작'쿵푸 팬더 1'에 이어 이번 주 '풍푸 팬더 2'가 극장을 찾았다.평화의 계곡에서 아버지의 국수 가게를 돕던 팬더 포(잭 블랙). 아버지는 포가 가업을 잇길 바라지만 포의 관심하는 오로지 쿵푸 마스터다.용문서의 전수자를 정하는 무적의 5인방 대결을 보러 시합을 찾았다가 마을의 현인 우그웨이 대사부가 포를 용문서의 전수자로 점지하는 이변이 발생하고 만다.갖은 사건 끝에 포는 쿵푸마스터로 거듭나고 마을을 습격한 타이렁까지 물리치게 된다.이렇게 1편에서 쿵푸마스터인 드래곤 워리어가 된 포가 무적의 5인방 타이그리스(안젤리나 졸리), 몽키(성룡), 맨티스(세스 로건), 바이퍼(루시 리우), 크레인(데이비드 크로스)과 함께 2편으로 돌아왔다.1편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적은 셴 선생(게리 올드먼). 비장의 무기로 중국 대륙 전체를 손아귀에 넣으려 하는 그는 타이렁보다 더 냉정하고 무서운 악당이다.셴은 포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신무기를 개발해 세상의 모든 쿵푸 사부들을 제거하려는 음모를 가진 백색 공작새. 포는 자신의 아버지가 왜 판다가 아닌 거위이며, 자신의 진짜 부모는 누구인지 등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밝혀야만 셴을 물리칠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섯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쿵푸 팬더 2'는 1편에 비해 유머는 조금 줄어들고 포의 모험담에 집중을 한 스토리를 선보인다. 만약 1편만큼 웃고 싶은 욕심이라면 조금 실망할수도 있을 것. 자기 자신을 알아야만 적을 이길 수 있다고 말하는 포의 생각만큼 '쿵푸 팬더 2'는 '무림 고수가 가야할 길'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다면 무협 영화라 칭해도 괜찮았을 것. 스토리가 이렇다 보니 액션은 1편 보다 더 황홀하다. 특히 이번에는 3D로 제작 돼 눈이 즐거울 것. 긴박한 추격신이나 액션을 위해서는 3D 관람을 권하고 싶다.'쿵푸 팬더 2'의 총감독은 재미동포인 여인영(제니퍼 여) 감독이 맡았다. 1편은 마크 오스본, 존 스티븐슨 감독이 공동으로 메가폰을 잡았으나 이번에는 단독으로 감독 자리에 오른 것. 여인영은 드림웍스 최초 아시아계 여자 감독으로 비록 미국에서 자랐지만 영화 곳곳에 아시아적 매력은 심었다. 아시아적 냄새는 1편보다 더 진해진 것. 감독 때문인지 '쿵푸가 아니라 태권도였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새로 추가된 캐릭터인 셴 역을 맡은 게리 올드먼, 점쟁이 할멈 역을 맡은 양자경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 진정한 무협인(?)으로 거듭하는 포의 모험을 온 가족이 즐겨보면 어떨까.

  • 주말
  • 이지연
  • 2011.05.27 23:02

[볼만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

지인들로부터 어떤 영화를 봐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아이와 같이 보기 좋은 영화'나 '데이트 할 때 추천 영화'같이 함께 보는 상대에 따라서나 상황에 따라 권하는 영화는 천차만별이다. 기사에 나가지 못했던 '덜 핫(hot)한' 영화도 개인 취향에 따라 괜찮은 영화가 되기도 하는 것. 그런데 이번 주, 이런 영화 질문에 대해 한결 같은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구와 봐도, 언제 봐도 재미있는 '캐리비안의 해적'이 개봉했기 때문. 사실 재미가 아니더라도 시리즈물이기 때문에 혹은 배우 조니 뎁 때문에라도 볼 수밖에 없는 마약 같은 영화가 '캐리비안의 해적'이다. 금단현상이 일어나기 전 다음 편이 나와 준 것 만으로도 머리 숙여 감사하는 바다.'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의 핵심 인물이라면 잭 스패로우 선장, 조니 뎁이다. 3편까지 이야기를 함께 이끌었던 올랜도 블룸(윌 터너 역)과 키이라 라이틀리(엘리자베스 스완 역)가 빠지면서 이번 영화는 조니 뎁의 '원맨 쇼'가 더 강해졌다. 스토리상 터너는 더치맨 호 주인 됐고 엘리자베스는 아이 낳고 잘 살고 있을 테니 더 이상 나올 이유가 없는 것. 그래서 시리즈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편은 전작들과 연계성이 적고 그 덕분에 '캐리비안의 해적'을 몰랐던 관객들도 복습할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혹시나 생겼을지 모를 두 배우의 공백을 새로운 주연배우를 내 새워 채우려 했다.'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는 생명 연장을 위해 젊음의 샘을 찾아 나선 검은 수염과 영국 황실의 지원은 받은 바르보사 그리고 잭 스패로우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젊음의 샘으로 가는 길에는 많이 위험이 도사린다. 특히, 잭 스패로우(조니 뎁)의 옛 연인(페넬로페 크루즈)과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인어의 등장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준다. 재미있게도 잭의 옛 연인은 젊음의 샘을 찾기 위해 대적하고 있는 검은 수염의 딸이고 아름다운 인어가 인간을 해치는 치명적인 존재로 나와 긴장감을 준다.같은 목표를 향해 좌충우돌하는 액션 모험 극인 이번 영화는 '캐리비안의 해적'1편을 보는 듯한 깔끔하고 풋풋한 느낌. 나사 한두 개쯤은 풀린 듯한 잭 스패로우의 매력도 여전히 병불 허전이다.이렇게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인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각종 사이트에서 높은 평점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믿음을 가지고 볼 수 있을 것. 이번 시리즈에서 바뀐 또 하나는'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이 3D로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사실 3D 기술 수준은 '아바타'의 그 것과 비교하기에는 한 없이 부끄럽고 부족하지만 '신기하다'하는 마음으로 볼 수는 있는 정도. 그렇지만 굳이 돈을 더 내면서 까지 3D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항상 그랬든 영화 끝의 엔딩 크레딧을 참고 견뎌야 한다. 이어지는 추가 장면에 5편을 암시하는 장면들을 담았기 때문이다. 부디 또 다른 금단 현상이 오기 전 개봉하기를 바랄 뿐.'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한스 짐머의 음악도 챙겨 들어야 한다. '007 시리즈' O.S.T.와 더불어 매력적인 영화 음악으로 정평이 나 있는 '캐리비안의 해적' O.S.T는 딱 '캐리비안의 해적'스럽다.

  • 주말
  • 이지연
  • 2011.05.20 23:02

[볼만한 영화] 천녀유혼 vs 옥보단

중국 영화를 즐기기엔 이제 나이를 너무 먹은 게 아닌 가 가끔 생각한다. 하지만 리메이크 된'천녀유혼'같은 대작과 '옥보단' 같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는 지금이 아니면 보지 못하는 작품. 다시금 불어온 중국 영화를 느껴보자.▲ 천녀유혼(판타지, 로맨스/ 98분/ 12세관람가)1987년에 만들어진 '천녀유혼'을 기억하는가? 왕조현 책받침이 유행하고 장국영 사진을 공책에 붙이고 다니는데 일조한 '대단한'작품이다. 그 당시 너무 어렸던 탓에 시간이 흘러 이 영화가 '유치해질'때쯤 봤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저려오는 최고의 로맨스와 무협을 선사해준 작품. 이렇게 서서히 기억에서 지워지나 싶었던 '천녀유혼'이 리메이크로 돌아왔다.한 남자 연적하(고천락)는 퇴마사가 되기 위해 수행을 결심하고 흑산으로 수행을 떠난다. 흑산의 난약사라고 불리는 사찰엔 오래된 요괴들이 살고 있고 있어 인간을 살해하고 원기를 빼앗는데 연적하는 그 요괴들과 사투를 벌인다. 때문에 주민들은 '흑산'과 '난약사'라 불리는 사찰에 들어가길 꺼려한다. 그러던 어느 날, 원래 인간이었지만 죽은 후 100년 묵은 나무요괴의 영향으로 영혼이 자유롭지 못한 섭소천(유역비)과 연적하는 사랑을 하게 되고 인정될 수 없는 인간과 요괴의 사랑을 괴로워 하는데.스토리를 설명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천녀유혼'이야기는 영화를 보지 않아도 알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을 텐데 말이다. 그만큼 엄청난 팬을 확보하고 있는 '천녀유혼'의 2011년 판은 어떨지 사람들의 귀추가 주목됐었다. 슬프게도 리메이크작을 보고나면 원작이 얼마나 훌륭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될 것. 애정과 무협이 적절히 조화를 맞췄던 원작에 비해 CG를 바탕으로 강화한 액션이 오히려 눈에 밟힌다. 무엇보다 젊은 배우들의 풋풋함으로도 장국영과 왕조현을 뛰어 넘을 수는 없었던 듯.'장국영을 영원히 기억하며'라는 엔딩 타이틀이 나올 때 그가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아무래도 '천녀유혼'은 어느 감독도 배우도 더 나은 리메이크를 만들기는 힘들지 않을까.▲ 옥보단(드라마, 에로/ 114분/ 청소년관람불가)3D 영화가 막 나오기 시작할 무렵 '베드신이 3D로 만들어 진다면 어떨까?'같은 상상을 했었다. 스케일이 큰 전투신을 3D로 보면서 무한한 현실감을 느꼈던 그 때, 일종에 짓궂은 발상이었던 것. 하지만 이 상상이 실제 이뤄졌다. 바로 '옥보단'이 주인공이다.뛰어난 재주와 매력적인 외모, 호방한 성격의 미앙생(히로 하야마)은 에로 지상주의를 꿈꾸지만, 사실은 제대로 기 한번 못 펴본 고개 숙인 남자다. 지고지순한 철옥향(남연)의 매력에 첫눈에 반해 결혼을 하지만, 부족한 물건 탓에 점점 무기력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술과 여자로 가득한 지상최대의 낙원에 가게 된 미앙생은 음기충만 절세미인들을 만나 매일 밤 황홀경에 빠져들게 되고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 음양통달의 고수를 찾아가 특단의 비책을 마련하는데.'옥보단'과 3D의 만남에서 기대했던 것은 아마도 이제까지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자극이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엉성한 스토리와 산만하게 웃긴(그게 웃긴 것이었는지 아직까지도 헷갈리는) 장면들이 호기심과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3D로 구성한 베드신은 생각보다도 자극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세계의 섹시남으로 떠오른 히로 하야마나 하라 사오리의 모습이 더 섹시하게 느껴진다.강한 노출이 많은 탓에 영화에서 모자이크를 보는 것은 다반사. 그런데 그 모자이크가 3D로 보이니 이것이야 말로 기대하지 못했던 자극이 될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1.05.13 23:02

[볼만한 영화] 토르:천둥의 신 vs 소스 코드

SF소설가 아서 클라크는'마법은 증명 되지 않은 과학'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말대로라면 과학이나 마법은 결국 한 핏줄, 다른 이름인 것. 언젠가는 '마법'으로 불렸을'과학'의 발달로 3D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이번 주 소개 할 두 영화는 '마법 같은 신화'와 지금은 마법 같지만 '언젠가 과학이 될 미래'를 이야기한다. '토르: 천둥의 신'과 '소스 코드'를 만나보자.▲ 토르: 천둥의 신 (판타지, 액션/ 112분/ 12세 관람가)신들의 세계 아스가르드의 후계자인 천둥의 신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는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다. 결국 그 성격 덕분에 토르는 신들간의 전쟁을 일으키게 되고 그 죄로 지구에 추방당한다. 힘의 원천인 망치 묠니르를 잃고 신의 자격도 박탈당한 토르는 하루아침에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린 것. 혼란스러운 토르는 지구에서 과학자 제인(나탈리 포트만) 일행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인간 세계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사이 아스가르드는 후계자 자리는 토르의 동생 로키(톰 히들스턴)에게 넘어가고 로키의 야욕은 아스가르드를 혼란으로 빠뜨리는데. 후계자로 지목된 자신의 형 토르를 제거하려는 로키는 마침내 지구에까지 무차별적인 공격을 시작한다. 두 개의 세계, 한 명의 영웅, 모두의 운명을 건 판타지가 시작된다.'토르: 천둥의 신'는 호불호가 분명하게 가리는 영화 중 하나다. 싫어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영화가 유치하다'거나 '단순하다' 혹은 '이야기의 연결이 부족하다'를 이유로 꼽는다. 사실 이들의 이야기가 어느 것 하나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신화의 이야기를 마법을 빌려 말 하다 보니 과학을 알고 사는 우리에게 유치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마법과 과학을 편견 없이 볼 수 있는 시선이라면 '토르: 천둥의 신'는 충분히 재미있지 않을까? 고대 건축물을 참고로 만든 황금빛 아스라르드 신전의 풍경과 3D로 만들어진 전투 묘사는 특히 매력적이며 적절한 유머가 더해진 대사도 영화의 백미다.영화를 보기 전 꼭 알고가야 할 한 가지.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이름이자 그가 만든 무기 회사 이름은? 이유는 '토르: 천둥의 신'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스 코드(액션, SF/ 93분/ 12세 관람가)'소스 코드'를 보러 가기 전, 영화에 대한 사전 공부를 하려 했더니 아뿔싸. 이건 공부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양자역학 타임머신이나 평행우주론이라니. 만화책에서나 그것도 바탕 지식 없이 흘려 읽던 내용이 줄줄 쏟아져 나온 것이다. 물론 이런 이론들을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이 영화가 평행우주론을 기본으로 한 시간여행에 관한 영화라는 것만 인지할 것. 그렇다면 얼마든지 '소스 코드'를 즐길 수 있다.영화 제목과 동명인 '소스 코드'는 미군이 발명한 시공간 이동 프로그램 이름이다. 사망자가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는 8분간의 기억을 대리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 인 것. 콜터 대위(제이크 질렌홀)는 소스 코드에 접속해 도시를 위협하는 열차 폭탄 테러 사건 해결을 해야 한다. 기차 테러로 희생된 한 남자의 마지막 8분 속에서 폭탄을 찾고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것이 그의 임무. 이 임무가 성공해야만 6시간 뒤로 예고된 대형 폭탄 테러도 막을 수 있다.타임머신이나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이 전에도 많았다. 반복해서 과거로 돌아가는 '사랑의 블랙홀'이나 '나비 효과'도 그렇다. 그런데 왜 '소스 코드'를 봐야 하냐고 묻는다면 독창적으로 표현한 영화의 방식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3200만 불이라는 저 예산의 제작비로 이 정도의 효과를 낸 것도 칭찬 받을 일. 그러나 영상의 미학이나 시간여행 스토리를 제쳐두고 '소스 코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바로 '당신의 마지막 8분'에 관한 것. 이 8분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지 관람객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SF영화가 줄 주 있는 그 이상의 생각과 감동을 선사할 영화다.

  • 주말
  • 이지연
  • 2011.05.06 23:02

[볼만한 영화]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

운전 경력 8년을 자랑하지만 아직도 운전하기는 겁이 난다. 뭘 딱히 잘 못한 다기 보다 속도감을 못 느끼는 이 타고난 무신경 때문. 속도계를 보지 않는 이상 액셀을 얼만큼 밟았는지 또, 속도는 얼마나 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혹자는 '타고난 스피더'라며 비꼬기를 일삼는데 그냥 흘려듣다가도 '분노의 질주' 같은 영화를 보고 흥분하는 걸 보면 진짠가 싶기도 하다.'아드레날린 분비 촉진에 최고봉'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흥부지수 최고점을 찍게 했던 영화 '분노의 질주'가 돌아왔다. '타고난 스피더'인지 확인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당장 극장을 찾길 바란다. 더욱이 이번 편은 배우와 시나리오의 궁합이 너무나 절묘하다.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가슴 뻥 뚫리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거기에 그럴 듯한 스토리까지 얹어 놓아 속도와 이야기를 아가다 보면 130분의 러닝타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만다.이미 '분노의 질주'를 몇 편 봤다하는 관객은 알겠지만 이 영화의 원제는 '패스트 & 퓨리어스(The Fast & The Furious)' 다. 시리즈는 첫 편에 해당하는 2001년 개봉작이 '분노의 질주'였으며 2003년 2편이 '패스트 & 퓨리어스2(2 Fast 2 Furious)'가 만들어졌었다. 그리고 2006년 개봉 한 3편 '패스트 & 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The Fast And The Furious: Tokyo Drift)'는 일종의 스핀오프로서 1편부터 주인공을 맡았던 빈 디젤도 폴 워커도 나오지 않는다. 가장 최근작 이었던 2009년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을 통해서는 이 긴 시리즈를 재부팅했다. 다시 돌아온 빈 디젤 발판삼아 '일단 달리고보자'를 실천했던 4편을 뒤로하고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가 그 바통을 이어 받은 것. 이야기도 마침 전편이 끝난 시점에서 시작한다.25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으로 수송되던 도미닉 토레도(빈 디젤)은 FBI 출신인 브라이언(폴 워커)과 브라이언의 연인이자 도미닉의 동생인 미아(조다나 브루스터)의 도움으로 탈출한다. 그리고 잠시 흩어졌던 그들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다시 만난다. 도주 비용을 마련하려던 세 사람은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라이즈(호아킴 드 알마이더)의 음모에 휘말리게되고 정부 요원 홉스(드웨인 존슨)는 도미닉과 브라이언을 는데. 세 사람의 최후의 한방은 성공할 수 있을까.'분노의 질주'의 매력이라면 빠른 속도감과 승부욕이다. 지금까지의 시리즈가 자동차 경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면 이번 작품은 영화의 장르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뛰어난 운전실력 뿐 아니라 속임수와 액션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동차 경주가 빠진 것은 아니다. '무작정 달리기'는 포기했지만 도시의 건물 자체가 파괴하는 풍경과의 조화 등 파괴의 쾌락을 꾀했다.오리지널 멤버가 만드는 정통 블록버스터가 매력적이며 무엇보다 이번 시리즈의 하이라이트, 엔딩 크레딧을 놓치지 말고 보길 바란다. 다음 편의 단서인 동시에 시리즈 전체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1.04.29 23:02

[볼만한 영화] 제인 에어 v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올 해는 잘 지나가나 싶었는데 아뿔싸. 방심한 순간 '외로움'한 방 날리고 '싱숭생숭'으로 마무리하는 봄바람은 역시나 찾아왔다. 날씨가 좋아도 기분이 이상하고 괜스레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사랑영화가 특효약. 눈물 한바가지 쏟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괜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까지 재미있다면 봄바람 따윈 감쪽같이 잊게 된다.▲ 제인 에어(드라마, 로맨스/ 115분/ 12세관람가)어린 시절 읽은 책 중에 아직까지 기억나는 책이 있다면 바로「제인 에어」가 다. 엄마에게 처음 선물 받은 책이었기 때문. 중학생 시절 제인 에어는 삶의 멘토 같은 존재로 수십 번 되읽혀졌다. 고전의 밀리언셀러로 많은 '청소녀'들에게 사랑 받았던 책이 영화로 돌아왔다.「제인 에어」의 영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최근인 1996년에는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손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 됐고 1847년 출간 이후에 21차례에 걸쳐 TV시리즈와 영화로 만들어 졌던 것. 현대화 작업을 통해 계속 변화하던 '제인 에어'이기에 이번 영화는 더욱 위험했다. 고전의 맛을 살리면서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각색을 해야 하지만 앞서 만들어진 21편과는 또 달라야 하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캐리 후쿠나가 감독은 적당한 길을 잘 찾았다고 해야겠다. 수동적인 과거의 모습에서 좀 더 적극적인 현대 여성으로의 변화를 바탕으로 세련된 화면 구성과 좋은 캐스팅이 더해져 꽤 쓸만한 22번째 '제인 에어'를 완성시킨 것.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마이클 오코너가 영국 빅토리아 시대 의상을 되살렸으며 '오만과 편견'에서 고전 영화 음악의 진주를 보여준 다리오 마리아넬 리가 '제인 에어'의 음악을 담당했다.운명보다 강한 여자. 일과 사랑에 당당했던 이 시대의 제인 에어의 모습은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개봉 당시 평단의 엄청난 지지율을 얻은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드라마/ 125분/ 15세관람가)이별이 아름답다니 이해할 수 없는 명제다. 시간과 상대를 불문하고 이별은 아프고 슬픈 일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 영화는 이해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이별에 '세상에서 가장'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여 놨다.노희경 작가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인물이다. 삶을 닮은 대사들이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고 드라마가 사랑 받는데 큰 일조를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1996년 겨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단막극을 선보였다. 보는 이의 눈물 콧물을 쏙 뺏던 그 작품이 동명의 영화로 돌아온 것이다.가족 부양에 바쁜 평범한 주부 인희(배종옥). 그녀는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가장(김갑수), 치매로 어린애가 되어버린 할머니(김지영),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바쁜 큰 딸(박하선)과 여자친구 밖에 모르는 삼수생 아들(류덕환) 그리고 툭 하면 사고치는 백수 동생 부부(유준상&서영희)까지 건사해야 할 식구가 너무 많다.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이 반복되는가 싶던 어느 날, 인희는 암선고를 받는다. 담담히 죽음을 준비하는 인희와 그녀의 가족들은 아픔 속에서 그만큼 성장해 가는데. 영원히 반복될 것만 같았던 일상에 찾아온 이별의 순간을 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왜 엄마라는 존재는 항상 슬픈 지 모르겠다. 엄마에 대한 생각만으로 코끝이 찡해지는 기분, 세상의 딸들이라면 누구나 겪어 봤을 것이다. 15년이 지나 고리타분해졌을 먼 옛날의 드라마가 감동영화로 재탄생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세상에서 가장 슬픈 존재'인 엄마가 등장하는 것만으로 이미 관객의 눈물은 따 놓은 당상이다. 끈질기게 슬픈 가운데 유머러스한 부분을 삽입해 영화의 후반부까지 집중력을 유지 할 수 있을 것. 울고 싶은 마음이라면 이 영화만한 선택이 없다.

  • 주말
  • 이지연
  • 2011.04.22 23:02

[볼만한 영화] 한나 vs 나는 아빠다

딸을 살인병기로 키워 낸 한 아빠와 딸을 살리기 위해 어떤 행동도 불사하는 아빠가 있다.누가 더 나쁘고 좋은 사람일까? 딸을 위해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감수하는 건 괜찮은 일일까? 판단은 영화를 본 관객들의 손에 맡긴다.▲ 한나 (액션, 스릴러/ 110분/ 15세 관람가)핀란드 숲 속에서 전직 CIA 첩보원 아버지인 에릭 헬러(에릭 바나)와 함께 살아온 열여섯 한나(시얼샤 로넌). 평범한 소녀 같지만 그녀는 매일 고된 훈련을 통해 완벽한 살인 병기로 키워졌다. 외국어와 정보를 자유롭게 다룰 줄 아는 능력으로 완벽한 전략을 세우고 강인한 체역, 지명적인 살인기술까지 겸비한 것. 이런 그녀의 목표는 엄마를 살해하고 자신을 쫓는 마리사 위글러(케이트 블란쳇)를 죽이는 것이다. 극비리에 진행된 임무가 시작되고 급기야 정보기관에 납치까지 당하지만 한나는 탈출을 시도한다. 이제 헤어진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긴 여정을 시작하는데. 이제 한나는 자신의 탄생의 비밀과 그 배후의 거대조직에 대한 음모와 맞닥뜨리게 된다.핏기 없는 얼굴에 파란 눈을 가진 한나. 청순하다 못해 가녀린 소녀에게 잔혹함이 풍기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영화 '한나'의 관람 포인트는'전사'나 '살인병기'로서의 한나가 아니다. 어른들의 세계 안에서 어른처럼 혹은 살인무기로서 살아야 하는 어린 소녀의 운명. 기계처럼 사람을 죽이지만 그 안에 담긴 아이 같은 면모가 안타까우면서도 소녀를 더 무섭게 보이게 한다. 아버지 이외의 세상을 처음 마주하지만 첫 신고식치고는 엄청난 사건을 맞이하게 된 소녀의 이야기.'어톤먼트'와'오만과 편견'같은 서정적인 작품을 만들었던 조 라이트가 '한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영화에 녹아든 감정선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나는 아빠다(액션, 드라마, 범죄/ 99분/ 청소년 관람불가)비리형사 종식(김승우)은 딸 민지(김새론)의 심장이식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장기밀매조직 황사장(조덕현)의 살인사건을 은폐하고 뒷돈을 받는다. 그리고 상만(손병호)은 우연히 살인 현장을 들었다 누명을 쓰고 만다. 상만은 무혐의 출소로 2년 만에 감옥에서 나오게 되지만,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 딸은 죽고 부인은 뇌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모든 것을 잃은 상만은 종식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이들의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생기고 만다. 딸 민지에게 이식할 심장을 찾게 되지만 그 심장의 주인공이 상만의 아내인 것. 딸을 살리는 것만이 사는 이유인 종식은 급기야 상만을 없앨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딸을 구하기 위해 악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종식과 무기력하게 딸을 잃고 광기에 서린 상만, 둘의 사정모두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원하는 것은 다르지만 같은 이유에서 싸울 수 밖에 없는 이들. 사면초가가 된 두 아빠는 철저하게 망가져 가지만 그들의 삶은 부성애도 가득 차다.'나는 아빠다'의 가장 아쉬운 점은 주인공 김승우가 밝혔던 것처럼 촬영 초반 영화의 콘셉트가 변경이 된 것이다. 그 탓에 종식과 딸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하고 관객이 가질 수 있는 '왜?'에 시원한 답을 얻기도 어렵다. 선과 악의 관계가 모호해진 덕에 캐릭터의 굴곡이 사라진 것도 문제점이라면 문제점. 하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넘쳐흐르는 부정에 목 메이는 관객들이 꽤 될 거라는 예상이다. 김승우의 예상 외의 액션 연기도 기대할 만 하다.

  • 주말
  • 이지연
  • 2011.04.15 23:02

[볼만한 영화] 황당한 외계인 폴

대체 어디서부터 이 영화를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주 시사회 관람 후 영화 생각만 하면 웃음이 터져 말을 잇지 못하는 상태. 그래서 혹시 이번 주 영화 소개가 두서없고 정신없어도 이해해 달라는 사과의 말부터 전한다. 너무 엉망인 기사 때문에 항의 메일을 보낼 생각이라면 일단 이 영화부터 보길. 장담하건데 영화 보는 중간에 까먹든지 덩달아 정신없어지든지 할 테니 말이다.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SF판타지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동의 '이티(ET)'다. 지난 2002년에는 한국에서 재개봉을 하는 등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작품. 그런데 이 영화에 숨은 에피소드가 있다. 사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이티'를 제작할 당시, 깊은 고민이 있었다. 관객을 숨도 못 쉴 만큼 슬프게 만들 장면이 필요했던 것.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은 생각나지 않고 결국 미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다. 사실 미국 정부에는 그 존재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자문 역할을 수행하는 외계인이 있었다. 그리고 유명 감독인 스필버그 감독이 도움을 원하자 외계인과의 통화를 허락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영화 '이티'의 명작면으로 꼽히는 엔딩신은 바로 외계인의 아이디어였던 것. 비밀로 간직되던 이 에피소드는 '황당한 외계인: 폴'을 통해 공개되고 만다.설마 외계인과 스필버그 감독의 에피소드를 믿는 건 아니겠지만 '황당한 외계인: 폴'에는 스필버그 감독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그 목소리가 진짜 스필버그인가 성대모사인가를 묻는다면 믿을 수 없겠지만 진짜 스필버그 감독다. 각본에 반한 스필버그 감독이 직접 목소리 출연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대배우 시고니 위버도 카메오 출연을 했으니 뭔가 남다른 매력이 있음은 분명하다.외계인 믿다고 믿는 두 영국 남자 그레이엄 윌리(사이먼 페그)와 클라이브 골링스(닉 프로스트)는 지난 10년 동안 저축한 돈을 모아 미국으로 향한다. UFO 출몰 지역만 골라 다니던어느 날, 둘은 네바다 군사시설 '에이리어 51'로 향하고 그 곳에서 진짜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 이쯤 되면 그 옛날 '이티'처럼 지구인과 외계인의 우정을 확인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을 예상할 것. 이렇게 추측가능하다면'황당한 외계인 폴'에 스필버그 감독이나 시고니 위버의 출연이 가당키나 했을까. 이 두 외계인 신봉자가 만난 외계인 폴(세스 로건)은 이미 개념 따윈 자기별에 버리고 왔다. 욕과 음담패설을 입에 달고 살며 대마초를 말아 피우는가 하면 알콜중독자의 주량을 선보이는 것. 폴은 지난 60년간'에이리어 51'에 갇혀 살며 미국 정부와 할리우드를 위해 남모를 선행을 했지만 이제 자기별로 돌아가고 싶어'에이리어 51'를 탈출한 것이다. 이미 폴을 잡기위해 CIA 요원들이 출동했다는 사실에 분개한 덜떨어진 두 영국 찌질이들은 외계인의 도주극을 돕게 된다.이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가 가능해 질 수 있었던 것은 두 주인공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뜨거운 녀석들'에서 찰떡궁합을 선보이며 이미 '황당한'영화에 '황당한'연기를 선보인 그들. 자신들의 주특기를 펼칠 수 있는 영화였으니 오죽했겠는가. 혹 이 두 주인공을 모르 겠다 하더라도'황당한 외계인 폴'은 재미있는 영화다. 유명 영화와 대통령, 미국의 기독교 원리주의자를 놀리고 패러디한 잔재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1.04.08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