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살인병기로 키워 낸 한 아빠와 딸을 살리기 위해 어떤 행동도 불사하는 아빠가 있다.
누가 더 나쁘고 좋은 사람일까? 딸을 위해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감수하는 건 괜찮은 일일까? 판단은 영화를 본 관객들의 손에 맡긴다.
▲ 한나 (액션, 스릴러/ 110분/ 15세 관람가)
핀란드 숲 속에서 전직 CIA 첩보원 아버지인 에릭 헬러(에릭 바나)와 함께 살아온 열여섯 한나(시얼샤 로넌). 평범한 소녀 같지만 그녀는 매일 고된 훈련을 통해 완벽한 살인 병기로 키워졌다. 외국어와 정보를 자유롭게 다룰 줄 아는 능력으로 완벽한 전략을 세우고 강인한 체역, 지명적인 살인기술까지 겸비한 것. 이런 그녀의 목표는 엄마를 살해하고 자신을 쫓는 마리사 위글러(케이트 블란쳇)를 죽이는 것이다. 극비리에 진행된 임무가 시작되고 급기야 정보기관에 납치까지 당하지만 한나는 탈출을 시도한다. 이제 헤어진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긴 여정을 시작하는데. 이제 한나는 자신의 탄생의 비밀과 그 배후의 거대조직에 대한 음모와 맞닥뜨리게 된다.
핏기 없는 얼굴에 파란 눈을 가진 한나. 청순하다 못해 가녀린 소녀에게 잔혹함이 풍기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영화 '한나'의 관람 포인트는'전사'나 '살인병기'로서의 한나가 아니다. 어른들의 세계 안에서 어른처럼 혹은 살인무기로서 살아야 하는 어린 소녀의 운명. 기계처럼 사람을 죽이지만 그 안에 담긴 아이 같은 면모가 안타까우면서도 소녀를 더 무섭게 보이게 한다. 아버지 이외의 세상을 처음 마주하지만 첫 신고식치고는 엄청난 사건을 맞이하게 된 소녀의 이야기.
'어톤먼트'와'오만과 편견'같은 서정적인 작품을 만들었던 조 라이트가 '한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영화에 녹아든 감정선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 나는 아빠다(액션, 드라마, 범죄/ 99분/ 청소년 관람불가)
비리형사 종식(김승우)은 딸 민지(김새론)의 심장이식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장기밀매조직 황사장(조덕현)의 살인사건을 은폐하고 뒷돈을 받는다. 그리고 상만(손병호)은 우연히 살인 현장을 들었다 누명을 쓰고 만다. 상만은 무혐의 출소로 2년 만에 감옥에서 나오게 되지만,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 딸은 죽고 부인은 뇌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모든 것을 잃은 상만은 종식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이들의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생기고 만다. 딸 민지에게 이식할 심장을 찾게 되지만 그 심장의 주인공이 상만의 아내인 것. 딸을 살리는 것만이 사는 이유인 종식은 급기야 상만을 없앨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딸을 구하기 위해 악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종식과 무기력하게 딸을 잃고 광기에 서린 상만, 둘의 사정모두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원하는 것은 다르지만 같은 이유에서 싸울 수 밖에 없는 이들. 사면초가가 된 두 아빠는 철저하게 망가져 가지만 그들의 삶은 부성애도 가득 차다.
'나는 아빠다'의 가장 아쉬운 점은 주인공 김승우가 밝혔던 것처럼 촬영 초반 영화의 콘셉트가 변경이 된 것이다. 그 탓에 종식과 딸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하고 관객이 가질 수 있는 '왜?'에 시원한 답을 얻기도 어렵다. 선과 악의 관계가 모호해진 덕에 캐릭터의 굴곡이 사라진 것도 문제점이라면 문제점. 하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넘쳐흐르는 부정에 목 메이는 관객들이 꽤 될 거라는 예상이다. 김승우의 예상 외의 액션 연기도 기대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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