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대학생, 사랑을 만나다
▲ 로맨틱 크라운 (로맨스, 코미디/ 99분/ 12세 관람가)
'블라인드' 이 후 마음이 계속 불안했다. 택시를 못 타는 것은 기본이고 늦은 저녁, 길을 걷게되면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됐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하지만 결국 '픽션도 현실의 반영'이라고 했으니까. 힘든 1 주일을 보내고 보니 이번 주는 뭔가 상큼하고 사랑스럽고 산뜻한 그런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끼한 음식 뒤에 콜라 한 목음이 필요했다. 교훈이 있거나 감동적이거나 훌륭한 영상이나 멋진 스토리는 제쳐 두고 기분 전환을 해 줄 영화.
지난 주 '블라인드'로 마음 고생한 관객이 있다면 '로맨틱 크라운' 한 목음으로 기분 전환 하기 바란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해군에서 20년을 근무하고 유 마트에서 일하는 래리 크라운(톰 행크스). 무난한가 싶던 그의 인생에 일대 파장이 일어난다.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당한 것. 하루아침에 퇴출당한 그는 늦깎이 대학생이 되기로 결정한다. 새 마음으로 학구열을 불태우는 래리 앞에 까칠한 여교수 메르세데스 테이노(줄리아 로버츠)가 나타난다. 외모와는 다르게 엉뚱한 매력을 가진 테이노에게 점점 빠지게 되고 친구들을 사귀요 래리의 대학 생활은 잘 나가는데.
'로맨틱 크라운'의 원제는 주인공 이름인 '래리 크라운'이었다. 한국에서 개봉하며 이름을 바꾼 영화들은 많지만 대부분 실패작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로맨틱 크라운'은 보기 드문 성공작. 제목을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영화 분위기가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로맨틱 크라운'이 로맨틱한 이야기라고 볼 수만은 없다. '중년의 성장기'가 오히려 더 어울릴법한 것은 긍정적인 생각, 제약 조건을 이겨가는 과정, 불안함과의 싸움 등 래리 크라운의 도전과 성공담이 큰 줄거리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물론 테이노 교수가 빠졌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질 수 없는 이야기였겠지만.
큰 반전이나 가슴 울리는 감동은 없지만 우리나라만큼 학력을 중시하는 분위기, 이혼이나 서브프라임 사태 같은 사회 문제의 등장은 잔잔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많은 제약 조건들 사이에서 우리는 포기하고 시도 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혹은 어떤 것이 문제인지 알면서도 끝까지 회피하고, 회피하고 싶은 나약함을 가지고 있다. 래리는 나이도 상황도 대학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자신의 가장 문제점인 대학 졸업장을 위해 나아간다. 대학을 가는 것이 과연 '나아가는 것'인지 '뒤로 더 물러서는 것'이 될지는 그 선택을 한 래리도 우리도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에 도전하는 래리의 자세가 관객의 마음을 흔들게 될 것이다.
프로포즈의 정석이라 불리는 '귀여운 여인'의 주인공이자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정석이라 불리는 줄리아 로버츠가 여자 주인공을 맡았고 '포레스트 검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등 명작을 남긴 톰 헹크스가 래리 크라운 역을 맡았다. 두 배우의 연륜과 자연스러움이 돋보이며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풋풋하고 귀여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부디 이번 주는 '로맨틱 크라운'과 함께 편안하고 행복한 생각만 하길 바라는 마음. 래리 크라운식 긍정적인 마인드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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