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는 '트랜스포머'와 '해리포터'가 극장가를 점령했다. 물론 그 여파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이 가운데 한국 영화 두 편이 개봉 했다. 폭탄을 배달한다는 독특한 소재의 '퀵'과 고수와 신하균을 전방에 내세운 '고지전'이 그 주인공이다. 개봉 첫 주, '트랜스포머' '해리포터'를 제치고 예매율 1, 2위를 달리며(네이버 영화 기준)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는 두 영화의 매력을 찾아본다.
▲ 퀵(액션/ 115분/ 15세 관람가)
우리나라에서만 나올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퀵 서비스'란 배달 서비스가 우리 고유(?)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어린 시절 폭주족이었던 기수(이민기)는 오토바이 퀵서비스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 서울의 끝과 끝을 20분 만에 주파하는 그는 생방송 시간에 쫒기는 아이돌 가수 아롬(강예원)을 배달하려다 테러에 가담하게 된다. 의문의 남자가 아롬의 헬멧을 통해 기수를 지켜보며 폭탄을 특정 장소에 배달하라 명령한 것. 명령을 거부하면 헬멧은 터지게 된다. 아롬과 기수는 서울을 질주하며 폭탄을 배달하게 되고 이제 이들은 기수와 같은 폭주족 출신으로 교통경찰이 된 명식(김인권)과 경찰들에게 쫓기게 된다.
일단 영화는 '매우' 빠르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끊임없이 달리며 흥분을 권유한다. 포스터에서부터 느껴지는 힘찬 스피드는 영화에서도 115분 내내 계속 되는 것. 서울 곳곳을 누비는 질주신과 오토바이로 건물을 넘나드는 신이 압권이다. 거기에 액션영화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재미있는 요소들이 눈과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아마도 영화 '해운대' 제작팀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일 것. '해운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재미와 위트가 '퀵'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민기 강예원 두 배우도 '해운대' 출신이기 때문인지 왠지 두 영화가 연결 선상에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
아무 생각 없이 웃고 흥분하고 싶다면 '퀵'이 딱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 고지전(전쟁, 드라마/ 133분/ 15세 관람가)
'우리가 기억하는 전쟁영화들은 어떤가'가 라는 질문이 '고지전'을 받아들이는 꼭 필요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그 동안의 전쟁 영화들은 제작된 나라와 배경에 상관없이 애국주의와 전우애, 형제애, 동포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전쟁에 지든 이기든 주인공이 연관된 전쟁은 언제나 타당성을 인정받고자 했고 관객들은 어느새 그것을 당연한 듯 받아들인 것. 그런데 '고지전'은 다르다. 우리가 벌인, 우리가 보는 그 전쟁에 의문을 제기한다.
1953년 2월, 휴전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동부전선의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전사한 중대장의 시신이 사건의 시작이다. 그의 몸에서 발견된 총알이 아군의 것인 것. 상부에서는 군내 적과 내통한 자가 있음을 의심하고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에게 조사하라는 임무를 내린다. 애록고지에 도착한 은표는 2년 사이 이등병에서 중위로 특진해 악어중대의 실질적 리더가 돼 있는, 죽은 줄만 알았던 친구 김수혁(고수)을 만난다. 하지만 전방의 이 부대는 명성과 달리 뭔가 이상하다. 스무 살이 갓 된 어린 청년이 대위로 부대를 이끄는가 하면 춥다며 북한 군복을 입는 행동을 일삼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은표는 최후의 격전지 애록고지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데.
'고지전'은 통렬하게 애국주위를 비판한다. 이 솔직함으로 전쟁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서정성을 전하는 것. 그 어느 영화보다 전쟁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으며 그래서 더 비극적이고 슬프게 느껴진다. 고지의 주인은 수십 번 바뀌었고 이런 상황에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 그리고 그 변화가 전쟁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말한다. 전반에 비해 후반이 좀 늘어지는 느낌이 있지만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후반부에 포진하고 있으니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쟁의 묘사도 좋지만 심리 표현이 더 훌륭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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