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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뭉클한 이야기 정감어린 색채…10cm 소녀의 세상

◆ 마루 밑 아리에티(애니메이션/ 94분/ 전체 관람가)

 

20대 후반과 30대를 지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학창시절을 기억해 보자. 일본 문화의 존재를 알면서도 대 놓고 즐기지 못했던 그 때를 말이다. 일본 앨범은 일반 레코드 가게에서는 살 수 없었고 만화책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각광 받던 때도 정당한 경로를 통해서는 볼 수조차 없었다. 1998년 일본대중문화가 개방되면서부터 서서히 일본 문화가 양지로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일본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감개무량하겠는가. 더욱이 친구들과 몰래 보던 '원령공주'나 '붉은 돼지'를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볼 때면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래서 하야오 감독의 최근작 '마루 팀 아리에티'는 더욱 특별하다.

 

교외에 위치한 오래된 저택의 마루 밑에는 인간들의 물건을 몰래 빌려 쓰며 살아가는 소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 세계의 철칙은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면 그 집을 당장 떠나야 한다는 것. 항상 조심해야 하지만 이제 14살이 된 10cm 소녀 아리에티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홀로 마루 위 인간 세상으로 뛰어든다. 그런데 마루 위로 올라 간 첫날, 인간 소년 쇼우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다. 첫 목표였던 각설탕을 생쥐와 바퀴벌레의 방해 공작을 이겨내고 무사히 손에 넣지만 두 번째 목표인 티슈를 얻으러 간 방에서 저택에 요양을 온 인간 소년 쇼우의 눈에 띄게 된 것. 인간은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쇼우의 다정한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마루 밑 세계의 규칙을 어기고 쇼우에게 다가가던 어느 날, 아리에티 가족에게 예기치 않은 위험이 찾아온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선택한 이번 이야기는 아름답고 예쁜, 잔잔한 호수 같은 이야기다. 전작인'벼랑 위의 포뇨'와 같은 선상의 분위기. 최선을 다해 살아남는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안고 94분을 관객과 함께 걸어간다. 급박하게 뛰지 않지만 속도가 아닌 크기의 대비에서 스릴이 찾아오고 일반적인 인간의 생활소품을 독특하게 이용하는 아리에티 가족에게서 웃음을 발견한다. 위기가 있지만 숨이 차지 않고 두려움이 있지만 뒤돌아서지 않는 아리에티에게서 우리네 사춘기를 떠올리게 될 것. 3D 영화가 대세이고 좀 더 나은 그래픽과 화질을 요구하는 요즘 시대에 순수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마루 밑 아리에티'는 그 이야기만큼이나 순수하고 깨끗하다. 늘 그렇듯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애니메이션 삽입곡이다. 가끔은 너무 아름다워 장면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인데 이번 작품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도 어느 것 하나 뒤지지 않는다. 감미로운 음악과 손으로 그려진 그림, 아기자기한 일본 특유의 집과 정원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지만 그 것만으로 설명이 부족한 포근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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