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16 12:40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주말 chevron_right 볼만한 영화

[볼만한 영화] '의형제' VS '헤이트 발렌타인데이'

▲ 의형제 (액션, 드라마/ 116분/ 15세 관람가)6년 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의문의 총격전. 국정원 교원 한규(송강호)와 남파공작원 지원(강동원)은 그 곳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작전 실패로 책임을 지게 된 한규는 국정원에서 파면당하고 지원은 배신자로 낙인 찍혀 북에서 버림받는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고, 신분을 숨긴 채 접근을 감행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둘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친구이자 형제 같은 끈끈함 마저 생기는데. 그런데 6년 전 그날처럼 지원에게 북으로부터 지령이 내려오게 되고, 지원과 한규는 인생을 건 마지막 선택을 해야 한다.애초에 송강호와 강동원이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었다. 이상하다고 말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둘이 같이 만들어 내는 장면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 두 배우는 정말 천상 배우다. 그들이 웃으면 관객도 따라 웃고, 숨 쉬면 같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 가슴 찡한 슬픔과 절대 끊어지지 않는 긴장의 끈 까지 강동원과 송강호의 시너지 효과는 대단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연기력을 이렇게 끌어 올릴 수 있었던 감독은 누굴까? 바로 '영화는 영화다'로 인상적인 데뷔를 치른 장훈 감독이다. 이 전작을 본 관객이라면 다른 듯 닮은 두 영화의 모습에 '아하'하고 무릎을 칠 것.'쉬리' 이후 남북한의 모습을 담은 영화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 중에서도 '의형제'는 가장 사람 냄새가 나는 영리한 변화를 꾀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감독이 있고 그 변화를 온전히 완성시켜준 것이 강동원과 송강호 인 것. 만약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의형제'는 이만큼 빛을 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무엇 하나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정도의 미를 지킨 영화라면 '의형제'를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스포일러가 될지 몰라 결과를 밝힐 수는 없지만 그 동안의 남북 영화가 대부분 비극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의형제' 만큼은 해피엔딩이면 좋겠다.▲ 헤이트 발렌타인데이 (코디미, 멜로/ 89분/ 12세 관람가)벌써부터 발렌타인데이를 겨냥한 달달한 영화들이 개봉하기 시작했다. 솔로부대의 일원으로써 마음은 아프지만 다행히 이번 밸런타인데이는 설 연휴. 보고 싶은 영화를 보러 설날 극장을 찾았다가 상처받기 싫다면 사랑영화는 미리 관람하는 센스를 발휘하자.제네비브(니아 바르달로스)는 사랑이 즐겁기만 하다. 어떤 남자를 만나든 5번의 데이트로 관계를 정리하는 그녀이기에 이별의 상처나 스트레스 따위는 없기 때문. 그러던 어느 날, 제네비브의 꽃집 옆에 스페인 식당이 생기고, 주인인 그레그(존 코벳)와 데이트를 시작한다. 과거 그레그는 연애를 할 때마다 항상 차였고, 제네비브의 데이트 방법이 합리적이라고 생각 하는데.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둘은 서로에게 더욱 빠지게 되고 데이트 룰을 어기고 싶지만 누구 하나 상처 받을 것을 걱정해 먼저 나서지 않는다.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많은 거짓말을 한다.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기도 하고 상대방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사랑이 끝나는 순간에도 거짓말은 따른다. 바빠서 연애를 못하겠다든가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대사 말이다. 이렇듯 제네비브는 전형적인 거짓말쟁이다. 자기 자신은 쿨한 척 행동하지만 사실 사랑에 기대하고 두근거리다가 그 후에 올 이별의 아픔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 그레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상처받는 게 두려워 언제나 거리를 둔 사랑을 해온 남자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두려워하는 두 남녀가 만나 '진짜 사랑'을 찾는 이 사랑방랑기는 조금은 익숙하고 뻔한 로맨틱코미디 답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사랑이란 원래 그런거 라는데.

  • 주말
  • 이지연
  • 2010.02.05 23:02

[볼만한 영화] '꼬마 니콜라'

▲ 꼬마 니콜라(코미디, 가족/ 91분/ 전체관람가)이름: 니콜라성별: 남자나이: 열 살걱정: 엄마 아빠에게 버림받는 것.해결책: 동생 납치!!광고를 만드는데 있어서 3B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동물(beast), 미인(beauty), 어린이(baby)를 출현 시키면 사람들의 호감을 쉽게 얻고 광고를 성공 시킬 수 있다는 것. 물론 대상 고객이나 브랜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쉬는 것을 사실이다. 영화 '꼬마 니콜라'는 포스터에서부터 3B법칙을 연상시켰다. 정말 말 안 듣게 생겼지만 귀여운 악동 8명이 포스터를 장식했기 때문.부부싸움으로 시끄럽던 니콜라의 집. 하지만 어느 날 부턴가 엄마 아빠는 서로에게 미소를 날리기 시작하고 급기야 니콜라에게 잘해주기 까지 한다. 하지만 언젠가 학급 친구 요아킴이 했던 말이 떠오른 니콜라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동생이 태어나는 바람에 부모의 사랑을 뺏기고 자기도 버려질지 모른다고 말했기 때문. 더욱이 요아킴은 부모님이 갑자기 서로에게 너무 잘해주던 것이 수상하다고 의심했었다. 니콜라는 자신도 버림받게 될지 몰라 잔뜩 겁을 먹고는 먹보대장 알세스트, 고자질쟁이 아냥 등 7명의 친구들과 함께 대책을 궁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방안 대책 방안으로 시작한 아부 작전은 엉망진창이 되고 동생이 아니더라도 버려질 위기에 처하고 마는데. 결국 니콜라가 택한 마지막 카드는 바로 동생납치!?니콜라는 지금의 삶이 너무 행복해서 되고 싶은 것도 없는 행복한 소년. 하지만 동생 때문이 자신의 행복이 위협받는다. 어린 시절 '엄마가 나보다 동생을 더 사랑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면 열 살 소년 니콜라에게 확실하게 동화될 수 있다. 물론 영화 '꼬마 니콜라'는 동생에 대한 질투에서 끝나지 않는다. 꼬마들의 성적 호기심이나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 나아가서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 사회에 대한 이야기 까지 고루 갖추고 있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니콜라의 친구들로 등장하는 일곱 명의 악동은 부잣집 도련님이나 뚱보, 밉상 모범생, 전교 꼴찌 등 다양한 캐릭터로 빈틈없는 구성(?)을 자랑한다. 사실 이제와 스토리에 대해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는 것은 '꼬마 니콜라'는 전 세계적으로 18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르네 고시니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 또한, 대부분의 영화가 원작 보다 못하다는 평을 받지만 이 영화만큼은 그 선입견을 확실히 부술 수 있을 만큼 원작의 재미를 제대로 살렸다. 흠이라면 주인공이 너무 귀엽다는 것 정도. 영화 '나 홀로 집에'에 나왔던 캐빈(매컬리 컬킨)이 여덟 명이서 등장하는데 귀엽다고 느끼지 않을 관객이 몇이나 되겠는가. 아기자기한 재미와 능청스런 아이들의 연기가 더해져 영화가 끝나도록 흐뭇한 웃음이 남게 될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0.01.29 23:02

[볼만한 영화] '500일의 썸머'

이번 주 극장가에 등장한 영화들 중 꽤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두 편의 영화가 있다. 역사를 바탕으로 만든 중국산 액션 드라마 '8인: 최후의 결사단'과 67회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분에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2개 부분 노미네이트 된 '500일이 썸머'. 솔직히 '8인: 최후의 결사단' 은 사전 지식 없이 본 바람에 관람 중 자버리는 사태가 발생해 이번 주 영화는 '500일의 썸머'로 결정했다. 코미디 장르와는 다르게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적 평이니 평가는 개인의 손에 맡겨본다.▲ 500일의 썸머 (코미디/ 95분/ 15세 관람가)사랑 따위는 믿지 않는 여자 썸머(조이 데 샤넬). 그녀의 특기는 남자 속 뒤집어 놓기다. 특별한 관계에 빠지는 것을 거부하며 키스하고 손잡고 쇼핑하고 같이 샤워하는 사이를 '친구'라고 칭하는 이상한(?)여자다. 그런데 이런 여자에게 사랑을 느낀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톰(조셉 고든 레빗). 끝까지 남자 뒤통수를 치는 썸머에게 끝없는 사랑을 느끼는 톰 또한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떠나간 그녀를 그리워하며 미워하지도, 미워할 마음도 없어 보이는 이 지고지순한 남자가 그녀와 함께 지낸 500일의 시간을 복습하고 연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500일의 썸머'는 알다가도 모를 영화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사랑이란 원래 그런 거라 하지 않았나. 더욱이 이 영화의 못된 여자 썸머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더욱 현실감 있다. 영화가 공개됐을 당시 썸머라는 인물에 대한 추측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지만 감독인 마크 웹은 픽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 시작과 함께 뜨는 자막 - "이 영화는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이 특정 인물과 닮아 있다 해도 그건 절대적으로 우연입니다" 는 이 영화가 실존 이야기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 보였고, 특히나 이 자막 뒤에 따르는 한 마디 "특히 너! 제니 백맨(Jenny Beckman)! 이 독한 것!" 이 쐐기를 박아 버렸다. 후에 영화의 시나리오를 맡은 두 작가와 감독은 영화 내용의 상당부분이 자신들의 연애담에서 비롯된 것이며 특히 작가 중 한명인 스콧 뉴스타터가 2002년 사귄 여성이 썸머이자 제니 백맨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이 지나간 사랑 얘기가 더 현실적이고 슬플 수 밖에 없다. 영화의 내용으로 유추하자면 저 뻔뻔하고 염치없는 제니 백맨이자 썸머인 여자를 스콧 뉴스타터이자 톰인 남자는 아직도 사랑한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대부분의 영화들이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그 영화들은 진행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500일의 썸머'는 이미 지나간 사랑을 얘기한다. 뻔한 러브 스토리도 아니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도 없다. 500일간 유효했던 이들의 사랑을 돌이켜 보면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서로가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지는, 그리고 시간과 함께 사랑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보여준다. 연애관계의 출현, 성장, 성숙, 퇴화 단계랄까. 남녀 관계의 오묘함이 잘 살아 있어 신기하고 내가 믿고있던 사랑과 이별, 지나간 연애를 다시 떠올릴 수 있어 아름답다.우리는 이별 앞에서 '왜 헤어져야해?'라고 반문하지만 상대방에게 직접 묻지 않는 이상 답을 얻을 수는 없다. 그리고 다른 사랑과 이별을 겪으면서 똑같은 물음을 반복한다. 물론 사랑이 끝나는데 정확한 이유나 명확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또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이별의 이유를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500일의 썸머'가 도움을 줄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10.01.22 23:02

[볼만한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 VS '웨딩드레스'

이번 주 연인과 극장 나들이 계획이 있다면 이 두 영화는 무리수가 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너무 무서워서, '웨딩 드레스'는 너무 슬퍼서 서로에게 예쁜 모습만 보여주기는 힘들 듯.▲ 파라노말 액티비티 (공포, 미스터리/ 85분/ 12세 관람가)연인과 함께 보는 공포영화는 친밀도를 올려준다고 한다. 그래서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보겠다고 결정한 남자가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길 권하고 싶다. 무섭다며 여자 친구를 놓고 극장을 뛰쳐나오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케이티(케이티 피더스턴)는 선생님이 되기를 꿈꾸는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8살 때부터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느껴왔다. 남자친구 미카(미카 슬롯)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어느 날, 예전의 그 알 수 없는 존재가 다시금 자신을 찾아온 것을 느낀다. 미카는 카메라를 구입해 그들의 24시간을 카메라로 기록한다. 그들이 잠든 사이 문이 움직이거나 침실에 발자국이 찍히는 등 기이한 현상들이 녹화되고, 케이티가 부른 퇴마사는 집안의 기운이 너무 강하다면 들어오는 것조차 꺼려한다.영화의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이상한 존재와 셀프 촬영 이라는 두 가지 얘기만으로도 설명이 가능한 것. 하지만 이 간단한 조합에도 상영시간 동안의 긴장감은 어느 공포영화보다도 뒤지지 않는다. 자신이 겁먹고 있는 알 수 없는 상대를 바로바로 확인하게 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공포와 관객들의 공포는 같이 커 가기 때문이다. 리얼리티 쇼를 보는듯한 즉각 적인 진행방법으로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높이면서 관객들의 감정을 쥐락펴락 하는 것. 인간의 말초신경을 잔인하게 자극하면서도 빠른 전개와 깔끔한 엔딩이 더해져 '깨끗한 공포영화'라는 별칭을 만들어 주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너무 크기 때문일까? 감독의 영리한 진행방법을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한방은 부족한 게 아닌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참고로 어둠의 경로를 통해 이 영화를 접했다면 극장에 가서 다시 가길 권한다. 인터넷에 돌고 있는 것은 오리지널 버전으로 극장판과는 편집, 사운드는 물론 결말까지 다른 온전히 다른 영화로, 오리지널 버전은 극장판의 연습게임 정도다.▲ 웨딩드레스 (드라마/ 109분/ 전체관람가)슬픈 영화를 보고 나서 극장에 불이 켜지면 재미있는 관경을 목격할 수 있는데 바로 여성 관객들의 번진 화장이다. 아이라인이 번져 검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사람도, 너무 울어서 이미 화장은 사라지고 민낯을 드러낸 사람도 있다. 영화 '웨딩드레스'가 끝나고도 이 재미있는 상황을 목격하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더 신기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남성 관객들의 통곡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까.고운(송윤아)은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아홉 살 딸 소라(김향기)와 둘이 살고 있다. 남편은 먼저 세상을 떠났고,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 탓에 엄마 노릇을 해본지 오래. 그런데 어느 날 부턴가 고운은 소라에게 잘 해주기 시작한다. 부쩍 관심을 가져주고, 여행을 가자고도 한다. 전과 달라진 엄마와 함께 지내며 소라는 기뻐하지만 이상한 기운을 눈치 챈다. 엄마와 함께 지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고운은 위암 말기 환자다. 암세포는 뇌까지 전의 됐고 병원에서 조차 손쓸 도리가 없다. 이제 엄마 고운은 아이가 되고 소라는 어른이 된다. 엄마는 철없는 행동을 일삼고 아이는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것. 엄마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아이의 모습이 남성 관객을 그렇게 울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소라역의 김향기의 연기는 어느 성인 연기자에게 뒤지지 않아 극의 몰입도를 최고로 이끌고, 영화 삽입곡 또한 스토리와 잘 어울려 흠잡을 곳 없었다. 영화 초반부 까지는 좀 지루하거나 '뻔한 눈물 감동 스토리'를 생각나게 하기도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에 힘이 실린다.

  • 주말
  • 이지연
  • 2010.01.15 23:02

[볼만한 영화] '용서는 없다'

새해 대거 등장한 대작들 때문인지 이번 주 극장가는 조용하다. 여전히 '아바타'는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고, 한국 영화 '전우치'도 선전하고 있지만 새로운 영화 소식은 뜸한 실정. 하지만 이번 주 극장가에는 한국형 범죄 스릴러 '용서는 없다'가 조용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반전이 숨어있을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극장을 찾을 것.▲ 용서는 없다(범죄, 스릴러/ 125분/ 18세 관람가)과학수사대 최고의 실력파 부검의인 강민호 교수(설경구)는 유일한 가족인 딸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을 정리하려고 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의뢰 받은 사건은 금강에서 발견된 토막살해사건. 여성의 신체가 여섯 조각이 나고 한쪽 팔마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강민호의 제자였던 민서영 형사(한혜진)는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역환경운동가인 이성호(류승범)을 지목하고 이성호는 새만금 간척 사업을 반대하기 위한 퍼포먼스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당당히 진술하는데. 그의 자백으로 쉽게 종결될 듯 보이던 사건은 강민호의 딸이 사라지면서 다시 시작된다. 이성호의 강민호 교수의 딸을 자신이 납치했다며, 자신이 시체에 남긴 단서와 비밀을 알아낸다면 딸을 살려주겠다고 제안한다.'용서는 없다'는 반전을 기본으로 한 범죄 스릴러물이다. 반전이 기본이 됐다는 것은 관객들의 마음을 '혹시나'하고 흔들 수 있다는 것이고, 한 편으로는 '역시나'가 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 아직까지는 '혹시나'하는 마음을 만족시켰다고 대부분 평하고 있지만 역시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스릴러 치고는 긴장의 끈이 너무 느슨하다. 영화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아바타'는 분명 어디서 본 이야기 같다. 하지만 탄탄한 시나리오 전개 덕에 이전에 만들어진 영화들이 '아바타'를 위해 연습한 시험작 같은 기분마저 든다. 그러나 '용서는 없다'는 '올드보이'의 복수나 '추격자' '살인의 추억'의 범인을 잡는 과정, 단서 등의 나열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릴러 영화는 새롭고 놀라워야 하는데 '용서는 없다'는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좀 봤다는 민감한 관객이라면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전 요소를 찾아내 버리는 문제가 발생하고, 2시간에 달하는 영화가 지루해져 버린다. 또 다른 문제는 이야기가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두 남자 주인공의 연기력은 흠 잡을 곳이 없다. 상반되는 연기 스타일로 대비되는 두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그러나 범죄 스릴러인 이 이야기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은유나 정치적인 다른 이야기들을 끄집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두 배우 사이의 극적 스피드를 떨어뜨렸다. 피드백이 돌아오는 시간이 너무 길고, 조연배우인 성지루와 한혜진의 존재가 작지만 큰(?)이상한 모양이 형성되고 만 것. 조금만 더 가지를 쳐 냈더라면 좋았을 아쉬움이 끝내 남는다.그러나 이 두 가지 문제점만 제외한다면 '용서는 없다'는 훌륭한 영화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아쉬운 점은 '민감한 관객'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 미리 영화에 대한 공부를 하고 가지 않는 이상 영화표 값이 아깝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을 것이다. 영화 초반부터 등장하는 시체 해부 장면이나 야한 표현들은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들 중에 제법 높은 수위. 왜 굳이 저런 표현을 썼을까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영화 막바지에 완성되는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이해하리라 믿는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이야기의 요소니 너무 징그럽거나 역겹다 생각하지 않길.

  • 주말
  • 이지연
  • 2010.01.08 23:02

[볼만한 영화] 전우치전 vs 나인 vs 모범시민

새해 첫날부터 무슨 영화냐 싶지만, 2010년을 함께할 새로운 영화들이 극장가를 가득 메웠다. '아바타'와 '셜록홈즈'를 비롯해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고 있고 이 행진은 올 해 계속 될 예정. '슈렉 4' '토이스토리 3' '아이언 맨2' 등 시리즈물의 개봉과 팀 감독의 새 영화도 2010년을 채워줄 것이다. 앞으로 개봉 할 영화들은 제쳐놓고라도 신정 연휴를 즐겁게 해줄 영화들이 벌써 한 가득이다. 입맛대로 취향대로 골라 보는 것은 자유지만 연휴이니 만큼 미리 미리 예매하는 센스는 발휘하자.▲ 전우치(코미디, 액션/ 136분/ 12세 관람가)부끄러운 얘기지만 고전소설 전우치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홍길동전에 밀려서라고 변명을 해보지만 부끄럽기는 마찬가지. 영화도 봤는데 기회다 싶어 전우치전을 읽어봤다. 그런데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전우치가 영화에서처럼만 잘생기고 위트 넘쳤다면 그 시절에도 많은 여자들을 울렸겠더라.500년 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 손에 넘어가고 세상은 시끄러워 진다. 이에 신선들은 당대 최고의 도인인 천관대사(백윤식)와 화담(김윤석)에게 도움을 청해 요괴를 봉인하고 만파식적은 두 도인이 쪼개어 맡게된다. 한편,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임금을 속이는 소동을 일으키자 신선들은 천관대사를 찾아가지만 이미 그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피리 반쪽도 사라진 상황. 전우치는 범인으로 몰래 자신의 개 초랭이(유해진)과 그림족자에 봉인된다. 시간은 흘러 2009년 서울. 어찌된 일인지 봉인된 요괴들이 풀려나 세상을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이에 은둔생활을 하던 신선들은 모여 해결책을 찾고, 결국 전우치와 초랭이를 불러낸다. 요괴들을 잡아오면 완전히 풀어주겠다는 제안에 요괴사냥에 나서는데 요괴사냥은 뒷전, 세상구경에 바쁘다.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 이라면 동양식 무술, 아니 도술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부적을 사용해서 만드는 복제술이나 이동술, 은신술, 마음을 읽어내는 독심술 까지 서양의 마법이나 신무기들과는 다른 매력의 신비한 세계가 펼쳐질 것. 요괴들과 맞서 싸우는 액션 장면은 괜찮은 볼거리다. 김윤석, 유해진 등의 연기파 조연 배우들의 포진도 영화평점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고전의 깊은 의미 보다는 코미디에 너무 치중 했다는 것.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재미만를 위했다면 굳이 '전우치를 택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나인(뮤지컬, 로맨스/ 118분/ 15세 관람가)'물랑루즈'와 '시카고' 의 뒤를 잇는 뮤지컬 영화가 나왔다. 영화 '나인'은 페넬로페 크루즈, 마리온 꼬띨라르, 니콜 키드먼 등 눈길을 사로잡는 여배우들의 향연. 노래와 춤이 함께 하니 더 필요할 것이 없다.희대의 카사노바이자, 천재 영화 감독인 귀도 콘티니(다니엘 데이-루이스)는 유명세과 제작사의 무리한 요구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휴양 스파를 찾는다. 그는 그 곳에서 아름다운 여배우 클라우디아(니콜 키드먼)와 아내 루이사(마리온 꼬띨라르), 요염한 정부 칼라(페넬로페 크루즈) 등 일곱 여인들의 유혹에 빠지게되고, 그녀들에게서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되는데.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한명의 여인은 누가 될 것인가.'나인'은 남자 주인공 귀도를 중심으로 요염한 정부 칼라의 공연, 정숙한 아내 루이사의 공연, 그를 유혹하는 스테파니의 공연 등 각각 다른 9개의 쇼가 연이어 벌어지는 느낌이다. 판타지 영화 같은 신비로움과 여자 배우들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잘 맞물려 돌아가지만 시각적 효과에 비해 스토리의 연계성은 다소 떨어진다. 노래와 춤이 빠졌다면 100점 만점에 50점도 채우기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한번 시선은 빼앗기고 나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 모범시민 (범죄, 스릴러/ 107분/ 15세 관람가)'불합리한 세상을 향한 통쾌한 복수가 시작된다'부제처럼 세상을 불합리한 세상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모범시민'은 흥행성 영화는 아니다. 모든 연령대와 다양한 계층에 두루 어필 할 수 없는 이야기 일 뿐이라 용 그림에 눈을 찍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영화기 때문이다.어느 날, 유명한 발명가 클라이드(제라드 버틀러)의 집에 괴한이 침입한다. 아내와 딸은 살해당하고 클라이드는 중상을 입게 된다. 범인은 체포되지만 변화사와의 내부거래로 풀려나게 되고 클라이드는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되는데. 10년 뒤 클라이드 사건에 개입된 사람들이 하나씩 죽임을 당하고, 클라이드는 체포되지만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살인은 계속된다. 클라이드의 정체와 그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가족이 죽임을 당하고, 범인은 법을 비켜 나가는 이야기는 '모범시민' 이전에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복수의 감정이란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지금까지 나온 같은 부류의 이야기들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을 모두 잃고 무서울 것이 없는 주인공은 화끈한 복수로 영화를 이끈다. 문제는 중반부 이후, 이 복수의 힘이 다하고 만다는 것.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시작과는 다른 할리우드식 결말 때문으로 보여 진다. 결말이 조금만 달랐다면 영화계의 판도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씁쓸함 마저 드는 영화. 단순한 범죄 복수극으로 치부하기에는 전하는 메시지가 너무나 커 관객을 감동시키는가 하면, 기대와는 다르게 허무한 결말로 실망감을 주는 아쉬움을 남긴다.

  • 주말
  • 이지연
  • 2010.01.01 23:02

[볼만한 영화] '셜록 홈즈' vs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요즘 가요계가 여성 아이돌로 대표된다면 영화계는 미중년들의 강세가 돋보인다. 우리나라 영화 '시크릿'의 차승원이 그렇고 외화 '모범시민'의 제이미 폭스가 그렇다. 이번 주 개봉한 두 편의 영화 또한 중후한 미남 배우들의 향연.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잘생긴 외모와 백점 만점에 이백점 주고 싶은 훌륭한 연기력의 하모니가 삼 일 연휴는 금세 지나가게 만들어 줄 것이다.▲ 셜록 홈즈(액션, 모험, 미스터리/ 128분/ 12세 관람가)어린 시절 한 번 쯤은 읽어봤을 아서 코난 도일의 지적인 탐정 추리 소설 셜록 홈즈가 영화로 돌아왔다. 그것도 가이 리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드 로 등 멋진 배우들과 함께.셜록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왓슨 박사(주드 로)의 약혼을 탐탁치 않아한다. 왓슨 또한 결혼을 앞두고 더 이상 홈즈와 함께 사건 해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생태. 한편, 여인들을 살해하고 교수형을 선고 받은 블랙우드(마크 스트롱)는 홈즈에게 자신의 부활을 예언하고, 그의 이야기가 하나씩 현실로 나타나며 사람들은 공포에 치닫게 된다. 결국 왓슨과 홈즈는 사건 해결을 위해 다시 함께 하고 이들 앞에 매력적인 범죄자 아이린 애들러(레이첼 맥애덤스)가 나타나는데.처음 '셜록 홈즈'의 예고편이 공개 됐을 때 한 동안 당황스러웠다. 일단,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의 캐스팅이 서로 바뀌어야 할 것 같았고, 무엇보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렸던 홈즈의 이미지와 영화의 그는 딴 판이었기 때문. 사실 영화 '셜록 홈즈'는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했을 뿐, '추리 영화'라기보다는 '액션 스릴러' 물로 보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 뿐만 아니라 원작보다 오락적인 요소가 열 큰 술 쯤은 더 들어가 누군든지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물론 원작을 사랑하는 애독자라면 혼란스럽기도 하겠지만 영화 속 셜록 홈즈 또한 매력적이니 큰 실망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3편까지 제작계획이 있다고 밝힌 '셜록 홈즈'. 크리스마스와 함께 태어난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을 축하해주자.▲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판타지/ 122분/ 12세 관람가)영화를 고르다보면 분류가 생기곤 한다. 장르에 따라 스토리에 따라, 혹은 출현 배우에 따라 나뉘곤 하는데 영화 '셜록 홈즈'와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비슷한 미중년 배우들의 출현으로 같은 영화로 취급당했다. 이렇게 같은 분류의 영화들은 한 개만 선택되어지기 마련이지만 이 두 영화는 거부할 수 없었다. 특히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히스 레저와 주드 로, 조니 뎁, 콜린 파렐까지 등장하는데 어찌 보지 않을 수 있을까. 유치해 보이는 스토리까지 이 명 배우들이 모두 메워주니 더 이상 부족할 것이 없는 영화다.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악마와의 거래로 젊음을 얻은 파르나서스 박사(크리스토퍼 클러머).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16번째 생일 날 악마에게 받쳐야 한다.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파르나서스 박사는 악마와 다시 한번 내기를 하게 되고 5명의 영혼을 먼저 사로잡는 사람이 이기게 되는데. 이 때 등장한 정체불명의 사기꾼 토니(히스 레저,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가 파르나서스 박사를 도와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모험을 떠난다.흔히 히스 레저의 유작으로 '다크나이트'를 이야기 하지만 사실 그는 이 영화를 촬영하다 명을 다했다. 그가 찍지 못한 장면을 조니 뎁과 주드 로, 콜린 파렐이 나눠 연기 해 완성 된 것. 동화책을 읽는 듯 한 배경과 꿈속을 걷는 듯한 O.S.T가 더해져 제목과 같은 '상상'의 이미지를 잘 표현해 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 한 구석이 씁쓸한 것은 명을 달리한 아까운 배우 히스 레저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죽음으로 갈피를 못 잡게 된 캐릭터 '토니' 때문인지 모르겠다.

  • 주말
  • 이지연
  • 2009.12.25 23:02

[볼만한 영화] 아바타 - SF 영화의 새역사, 눈 앞에 펼쳐 놓다

▲ 아바타 (SF, 액션/ 162분/ 12세 관람가)'죽기 전에 이런 영화를 보게 될 줄이야!'영화 '아바타'는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절대적인 기준이자 궁극의 영화, 영화사의 한 획이 될 영화 등 어떤 말을 붙여도 아깝지 않고 어떤 수식을 해도 부족 할 뿐이다. 이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도 자꾸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이 영화를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타이타닉'을 만들어 냈고 스스로가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고 말하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를 만나보자.이 신세계의 시작은 전혀 새롭지도 멋지지도 않다. 누군가는 분명 구태의연한 이야기의 재탕이라고 혹평할테고 누군가는 잘 만들어진 짜깁기라고 욕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아바타'는 엄청난 테크놀로지의 향연과 이야기의 완벽한 조화로 미래 영화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완벽하다는 찬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감독의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바타'의 시작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고등학교 시절 끼적거린 아이디어 노트. 그 후 감독은 14년을 '아바타'를 꿈꿨고 4년의 인고 끝에 영화를 탄생시켰다.가까운 미래 지구의 에너지는 거의 고갈 상태가 된다. 에너지 문제로 고민하던 인류는 머나먼 행성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 채굴을 결정하지만 판도라의 대기는 독성을 가지고 있고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곳. 결국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Na'vi)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해 원격 조종을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이른다. 이 새로운 생명체 '아바타' 프로그램에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샘 워딩튼)가 참여하게 되고 판도라에 위치한 인간 주둔 기지로 향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제이크는 자원 채굴을 막으려는 나비 무리에 침투하라는 임무를 받게 되지만 나비의 여전사 네이티리(조 샐다나)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지구의 운명과 사랑 앞에 갈등하게 된다. 자원 채굴은 결국 행성 판도라와 지구의 전쟁까지 불러일으키게 될까. 이 모든 운명을 손에 쥔 제이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바타'를 보고 있노라면 생각나는 영화들이 있다. '늑대와 춤을' 이라든가 '트랜스포머' '터미네이터' '매트릭스'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나 심지어 PC게임인 '스타크래프트'의 종족들도 생각난다. 중요한 것은 어느 것 하나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이전의 작품들이 '아바타'를 위해 존재했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는 것. 3D 안경을 착용하고 접하는 '아바타'는 엄청난 공간감으로 관객을 압도하고 육중한 사운드로 신경 하나하나를 자극한다. 이 현실감이란 때론 피로감으로까지 느껴지지만 세 시간의 러닝타임이라면 어떤 영화 관람에도 동반하게 되는 어깨 결림 정도랄까. 오히려 '이 영화가 162분이나 돼?'라고 반문 할 만큼 지루할 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완벽한 기술 구현과 함께 영화가 더욱 와 닿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과 의미심장한 결론 때문. 자연과 점점 멀어지는 인류의 모습이 영화와 다를 것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어쨌든 이 시대를 초월한 영화에 어찌 박수를 멈출 수 있겠는가. 10년 정도는 또 기다릴 수 있으니 죽기 전에 이런 영화를 또 볼 수만 있다면.

  • 주말
  • 이지연
  • 2009.12.18 23:02

[볼만한 영화] '시크릿' vs '여배우들'

▲ 여배우들 (드라마/ 104분/ 12세 관람가)"우리도 할 말 많아요!"여배우들이 할 말이 많단다. 생각해 보면 없다면 이상하겠다. 누구랑 어디를 가는지 잘 지내면 왜 잘 지내고 못 지내면 왜 못 지내는지, 여배우들의 소소한 하나까지 알고 싶어 하는게 우리나라 사람들이니까. 자신에게 모든 관심이 쏠려 있지만 정작 어떤 것 하나 마음대로 발언하지 못했던 그들이 입을 열었으니 얼마나 많은 말을 쏟아냈을까 싶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톱 여배우 여섯 명. 그들의 속사정이 궁금해진다.2008년 크리스마스 이브 패션지 '보그'의 특집 화보 촬영을 위해 모인 여섯 명의 여배우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스튜디오에 들어오면서부터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 신경전을 펼친다. 그러던 중 소품이 늦어져 화보 촬영에 차질이 생기고 급기야는 고현정과 최지우의 기싸움이 큰 소란으로 번지게 된다. 화보를 찍을 때도 절대 서로 부딪히지 않게 시차를 둔다는 패션계를 깬 이 시도는 시작부터 불씨를 않고 있었던 것. 스태프들은 애가 타고 여배우들은 예민해 지는 와중 이들은 와인을 마시며 소품을 기다리자고 하는데.'여배우들'은 영화라기보다 리얼리티 쇼에 가깝다. 실제 출현한 프로그램 이름이 영화 속에 언급되는가 하면 패션지 '보그' 촬영을 위해 만났다는 콘셉트 자체가 사실이기 때문.(이들의 화보는 실제로 '보그'에 실렸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대본인지 알아맞히기 시합을 하듯 이야기 하나 하나가 현실과 맞닥뜨려있다.'여배우도 결국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그녀들의 유쾌하고 솔직한 수다에 100여분이 짧게 느껴질 것. ▲ 시크릿(스릴러/ 110분/ 18세 관람가)40대에도 20대 뺨치는 몸매와 분위기를 가진 남자 차승원. 연기면 연기 개그면 개그, 모델 활동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까지 섭렵한 그가 새로운 영화로 돌아왔다. 영화 속에선 잔뜩 헝클어진 모습이고 실제로는 자식 딸린 40대 아저씬데 화면에 클로즈업만 되면 심장이 내려앉는다. 얼마 전 결혼한 품절녀 송윤아와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시크릿'의 비밀을 풀어보자.악명 높은 조직의 2인자가 칼에 찔린 채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하고 성열(차승원)이 현장에 출동한다. 범인이 남기고 간 듯한 핑크빛 립스틱이 뭍은 유리컵, 떨어져 있는 벨벳 단추, 한쪽 귀걸이. 성열은 그것이 자신의 아내 지연(송윤아)의 것임을 직감하고 동료인 최형사 몰라 증거를 지운다. 이제 자신의 부인이 범인이라 생각하는 성열은 라이벌이자 파트너인 최형사의 눈을 피해 증거를 감추고, 사건 당일 찾아온 여자를 봤다는 목격자마저 빼돌린다. 한편 죽은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한 강력반은 긴장감에 휩싸인다. 피해자의 친형이 칠성회의 보스이자 악랄한 걸로 유명한 재칼(류승룡)이기 때문. 재칼은 직접 범인을 찾겠다고 선언하고 아내를 보호해야 하는 성열과 사건 당일 알리바이를 말하지 않는 아내 지연, 또 한명의 살인 용의자인 전과 3범의 석준(김인권)까지 얽혀 이야기는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데.'시크릿'은 윤지구 감독의 이른바 '세이빙(saving)' 시리즈 중 두 번째 영화다. 첫 번째 이야기가 바로 '세븐 데이즈'로 제목처럼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 상황을 그린 영화들이다. '세븐데이즈'에서도 놓치지 않았던 아이러니한 상황과 정교한 플롯은 '시크릿'에서도 계속된다. '누가' '왜' 라는 끊임없는 질문 속에 반전이 거듭될수록 관객은 잔인한 쾌감을 느끼게 될 것. 내적 갈등과 불안 끝에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과 비밀이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크릿'이 숨 막히는 거대한 스릴러는 아니다. 이 영화가 충격적이라는 것은 차분한 스토리와 반전 속에 담긴 영화 속 인물들이 가진 비밀들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9.12.11 23:02

[볼만한 영화] '뉴문' - 인간의 피를 먹기 거부하는 뱀파이어

▲ 뉴문(판타지, 멜로/130분/ 12세 관람가)영화 기사를 쓰다 보니 항상 영화와 영화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언제 어떤 영화가 개봉하나부터 영화에 얽힌 사소한 이야기까지 주의 깊게 보는 것. 개관적인 눈으로 재미와 예술적인 면을 적절히 조합해 보려고 하지만 가끔 이성을 조절할 수 없을 정도로 빠져버리는 영화가 있다. 올해는 무사히 넘어가나 싶었으나 12월 첫 주, 잘생긴 뱀파이어의 등장이 이성을 마비시켜 버렸다. '트와일라잇'의 속편 '뉴문'이다.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판타지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자 스테판 메이어가 우연히 자신의 꿈에서 영감을 받아 써 낸 소설 '트와일라잇'은 미국 소녀들의 지지 속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렇게 영화로까지 제작됐다. 올 해 초 개봉한 1편 '트와일라잇'에 이어 '뉴문'을 포함해 세 편의 속편이 만들어질 예정. 그러나 높은 예매율과 여성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영화에 대한 평은 그리 좋지 않다. 1편에서부터 이어진 러브라인만 강조될 뿐 뱀파이어 영화로써 가져야 할 카리스마가 부족하다거나, 엉성해진 스토리 라인이 그 이유. 그래도 누나들은 주인공인 로버트 패틴슨에 이미 푹 빠져 있는 상태니 관객 수는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엄마와 살던 17세 소녀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황량하고 비가 많이 오는 워싱턴 주 포크스의 아빠 집으로 이사를 온다. 전학 첫 날, 알 수 없는 적으로 가득찬 에드워드 컬렌(로버트 패틴슨)을 마주치게 되고 벨라의 마음을 빼앗아 가는데 사실 에드워드와 그의 가족은 뱀파이어. 벨라는 그의 비밀을 알게 되고 둘은 연인이 되지만 뱀파이어인 에드워드와 있는 한, 벨라는 계속 위험할 뿐이다.이렇게 1편의 내용은 두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런 아슬아슬한 로맨스가 여성관객의 마음을 빼앗고 2편에서도 높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달콤쌉쌀한 사랑 얘기로 남성 관객의 마음을 잡기엔 부족했고, 2편은 화려한 액션을 더해 출사표를 던졌다. 무적일 것 같은 뱀파이어의 라이벌인 늑대인간을 출현시켜 대결 구도를 복잡하게 만들었으며 사실과 흡사한 CG효과, 다양한 인물 출현으로 1편보다 거대해진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 했을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워낙 강렬하게 인식된 주인공의 로맨스에 화려한 효과들은 조연이 되고 말았다.'뉴문'의 시작은 벨라의 생일 파티다. 에드워드의 뱀파이어 가족들은 벨라의 생일 파티를 위해 모이지만 작은 사고로 손이 벤 벨라가 피를 흘리자 뱀파이어 한 명이 벨라에게 달라들게 되고 갈등의 골은 깊어진다. 이렇게 인간 벨라가 자신 때문에 위험해 지는 것을 참지 못하게 된 에드워드는 냉정히 그녀를 떠나게 되고 이제 벨라를 지키는 것은 오랜 친구 제이콥. 하지만 제이콥은 늑대인간 '퀼렛족'의 일원으로 벨라와 에드워드를 떼어놓으려 한다. 에드워드를 그리워하는 벨라와 그녀를 사랑하는 늑대인간 제이콥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영화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보인다는 평은 부정할 수 없지만 큰 그림으로 생각한다면 '뉴문'은 좋은 중간다리다. 이 영화가 시리즈물이고 '뉴문'은 그 두번째 단계이기 때문. 다음 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 '뉴문'의 역할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제 2010년 개봉할 3편 '이클립스'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 주말
  • 이지연
  • 2009.12.04 23:02

[볼만한 영화] '홍길동의 후예' vs '닌자어쌔신'

영화는 가리지 않고 다 보는 편이지만 본 영화가 쌓일수록 미국식 영화에는 정이 떨어진다. 영상이나 스케일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가장 훌륭한 나라'임을 은연중 광고하는 부분 때문. 예를 들어 영화 '스파이더맨'처럼 재미있게 잘 보고 나가려는데 마지막 장면에 떡하니 성조기가 휘날린다거나(전 시리즈가 다 그렇다) 최근 개봉한 '2012'처럼 미국인이 제일 잘났다는 내용이 깔려있는 경우가 그렇다. 만든 사람 마음이지만 아무리 봐도 적응 안 되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우리나라스러운' 영화 두 편을 골라봤다. 고르는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이었지만 '우리나라스럽다'는 데는 동의하게 될 것.▲ 홍길동의 후예 (액션, 코미디/ 117분/ 12세 관람가)영화 개봉 전 이시영과 이범수의 '물어뜯는' 키스신이 화제가 됐었다. 영화의 내용과는 거리가 멀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 하지만 영화를 보고난 입장에서 이 홍보는 마이너스 요인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괜찮은 소재와 액션이 있는데 왜 하필 키스신 홍보였을까.고교 음악교사 홍무혁(이범수) 동생인 고교생 찬혁(장기범) 대학교수 아버지 홍만석(박인환) 어머니 명애(김자옥)는 낮에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밤에는 의적활동을 벌이는 홍길동 가문의 후예다. 요즘은 정재계를 아우르는 실세력이나 욕망을 위해 어떤 불법도 자행하는 이정민(김수로)의 비자금을 훔치는데 여념이 없다. 평화로운 날을 보내던 어느 날 이정민과 홍길동 가문을 함께 조사하던 검사 재필(성동일)이 무혁의 연인인 연화(이시영)의 오빠로 밝혀지고 그를 돕던 정보원까지 자살을 선택하자 어려움에 처한다.한국식 코미디 물이 지겨울 수도 있지만 역시 강점은 강점. 그 동안 쌓아온 코미디 내공이 그대로 발휘 되는 영화다. 무엇보다 '스파이더맨' 이나 '슈퍼맨' 같은 외국산 슈퍼히어로를 흉내 내 만든 '짝퉁' 캐릭터가 아닌 우리 고전에서 찾아낸 홍길동이라는 인물이 매우 매력적. 괜찮은 아이디어와 한국식 코미디가 만나 잔재미와 큰 웃음을 만들어 낸 것이다. 슈퍼히어로 영화답게 자동차 추격전을 비롯한 액션 신들 또한 부족함 없이 담겨, 있을 건 다 있는 영화를 완성시켰다.▲ 닌자 어쌔신(액션, 범죄/ 98분/ 18세 관람가)일단 총평을 먼저 하자면 기대만큼 좋았던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티켓 예매순위 2위(네이버 기준)를 달리고 있고 미국에서도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어 기대감을 가져 볼만은 하다.고아인 라이죠(정지훈)는 비밀 닌자 양성 조직 '오주누파'에게 거둬져 훈련을 받고 세계 최고의 인간 병기가 된다. 어느 날 조직에 의해 친구가 무자비하게 죽는 것을 보고 조직을 뛰어 나온 후 행방을 감추고 복수를 준비한다. 한편 정체불명의 조직에 의한 정치적 암살사건을 추적하던 유로폴 요원 미카(나오미 해리스)는 일급비밀 문서를 손에 넣고 그로 인해 라이조의 라이벌 타케시(릭윤)가 이끄는 '오주누파'의 표적이 된다. 우연히 미카를 구해 낸 라이조는 두 사람을 는 오주누파와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뚜껑을 열어 본 '닌자 어쌔신'은 딱 하나 결정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바로 형편없는 시나리오. 완벽에 가까운 액션 연출과 다양한 동양무술의 등장에도 완성도를 급격히 떨어뜨리고 만다. 무엇보다 황당한 결말은 관객을 희롱하는 수준. 그래도 체지방률 0%라는 비의 몸매는 실컷 감상할 수 있으니 티켓 값은 했다.

  • 주말
  • 이지연
  • 2009.11.27 23:02

[볼만한 영화] '2012'·'백야행' - 'SF' 보러갈까 '스릴러' 보러갈까

요즘 같아서는 극장가기도 겁이 난다. 신종플루 때문에 괜히 기침만 해도 깜짝 놀라고 마스크만 쓰고 있어도 사람들이 피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 그러니 밀폐된 공간에 한 시간을 넘게 같이 있어야 하는 극장은 가장 무서운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개봉하는 재미있는 영화들은 또 극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내 몸만 건강하면 신종플루도 안 걸린다는데 보고 싶던 영화를 보는 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으려나.▲ 2012 (모험, SF/ 157분/ 12세 관람가)고대 마야 문명에서부터 끊임 없이 회자되어 온 인류의 멸망. 과학자들은 연구 끝에 2012년이 지구의 멸망임을 예견하고 각국 정부에 이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곧 그 예언대로 전세계에서 일어난 지진, 화산폭발, 해일 등 각종 자연 재해들로 인류 최후의 순간이 오게 되는데. 인류 멸망이 오기 전 이를 대비하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강대국들은 사람들을 피난시킬 계획을 세웠고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잭슨(존 쿠색)도 가족을 위해 피난길에 오른다.'2012'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의문점과 공포를 적절히 이용해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영화 개봉 전부터 이미 이슈화 됐던 '2012년 지구 종말 설'과 딱 맞아 떨어지는 스토리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도 만점. 하지만 주목을 받는 데서 끝나는 것이 '2012'의 한계다. 영화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 근거 없는 얘기가 헛웃음을 치게 만들거나 '미국은 잘난 나라'라는 157분짜리 광고를 보는 기분이기 때문. 관람 후에는 2012년의 종말을 겁내는 게 아니라 2012년에는 인류 멸망이 오지 않을 거라는 위안마저 든다.▲ 백야행 (스릴러/ 135분 18세 관람가)영화를 보고 난 후 알게 된 사실은 영화 '백야행'이 일본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세 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을 2시간짜리 영화로 단축시켰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혀 일본 스럽지도, 이야기가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출소한 지 얼마 안된 한 남자가 잔인하게 살해 당하고 이 사건이 14년 전 살인사건과 연관돼 있음을 안 수사팀은 담당형사 동수(한석규)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는 본능적인 직감으로 그 당시 피해자의 아들 요한(고수)이 연루돼 있음을 직감한다. 한편 재벌 총수 승조의 비서실장인 시영(이민정)은 승조를 위해 그의 약혼녀 미호(손예진)의 뒤를 쫓는데 그녀에게서 석연치 않는 과거의 흔적이 발견된다. 미호 곁을 맴도는 존재를 알게 된 것. 서로 다른 대상을 쫓다 한 자리에 모인 시영과 동수는 요한과 미호의 충격적인 과거를 알게 되는데.영화 관람 후 찾아 읽은 원작 소설은 영화만큼 훌륭했다. 영화가 부족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원작소설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 소설의 디테일까지 살릴 수는 없었지만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가는 방식은 원작의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 낸 방법이었다.책을 원작으로 가진 영화들은 대부분 원작을 따라가기 못해 손가락질 받는다. 표현 방식 자체가 다른 한계점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 감동을 못 따라가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 그런 면에서만 평가하자면 영화 '백야행'은 이미 원작을 뛰어 넘었다.

  • 주말
  • 이지연
  • 2009.11.20 23:02

[볼만한 영화] 청담보살 - 사랑도 '운명'일까요?

"궁합이 안 맞아 헤어진다고?"친구 중 하나는 3년을 사귄 애인과 헤어지는 것을 택했다. 결혼을 마음 먹고 궁합을 봤는데 최악 중에 최악이라나?! 사주처럼 '얘가 나중에 바람 피우면 어떡하지?' 부터 '진짜 아이가 안 생기면 어쩌지?' 까지, 자세한 궁합만큼 걱정이 커지니 마음도 멀어졌던 모양이다.새 해가 시작되면 한 해의 운세를 점쳐보고 이사 하나를 하면서도 길일을 찾는 사람들. 인생이 정말 사주처럼 흘러가고 궁합이 정해져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불안한 마음에 위로가 돼주는 것은 사실이다. '운명이 정말 정해져 있을까?' 혹은 '운명을 따라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 '청담보살'에서 해답을 찾길 바란다. 사주를 보아하니 이번 주말 '청담보살'을 볼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청담보살(코미디/ 15세 관람가/ 119분)청담동에 용하기로 소문난 미녀 보살 태랑(박예진). 미스코리아 같은 외모와 모델 뺨치는 몸매 뿐 아니라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능력 있는 여자다. 어머니에게서 신기를 물려 받아 운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사람들의 미래를 내다보고 그들의 꼬인 팔자를 풀어준다. 하지만 본인 또한 운명의 수레바퀴 안의 인간. 28살이 되기 전 어머니가 점지한 운명의 남자를 만나지 않으면 자기 인생 또한 제대로 꼬이게 된다고 한다.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교통사고로 태랑의 어머니가 말한 '1978년 5월 16일 밤 11시생 남자'인 승원(임창정)을 만나게 되는데, 이 남자 문제가 좀 있다. 기수 출신이지만 지금은 말 오줌 받는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하고, 25살 이상은 여자로 보지도 않는다는 진상 백수인 것. 이제 태랑은 운명적으로 이 백수 건달 승원을 사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청담보살'의 재미의 포인트는 이 이야기의 원점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운명을 예견하고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믿는 보살 태랑이 자신의 운명은 부정하고 싶어하기 때문. 자신의 인연을 그렇게 찾아 헤맸지만 막상 나타난 인연 앞에서는 망설이는 그녀의 모습이 아이러니고 웃길 수 밖에 없다. 또한 전혀 다른 모습의 태랑과 승원을 '운명'이라는 미명아래 억지로 엮으려 하다 보니 자연스레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이렇게 잘 차려진 코미디 영화 밥상에 수저를 올려 놓은 것은 두 배우.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달콤살벌' 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던 박예진은 코미디 영화라는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보인다. 무엇보다 박예진의 연기가 더욱 안정적일 수 있는 것은 못하는 게 없는 남자 임창정 때문. 더욱이 타고난 코믹 감각을 가진 그가 주 분야인 코미디 영화로 돌아와 박예진과의 호흡을 자랑하니 기대를 할 수 밖에. 사실 두 주연 배우 뿐 아니라 김수미, 양택조, 서영희 등 막강 코미디 군단의 출연은 작정하고 웃기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느껴진다.박미선, 현영, 박휘순 등 까메오도 지금까지 한국 영화 중 가장 화려하지만,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깨거나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임창정 혼자 극을 이끌어 나가는 감이 있지만 초반부터 너무 웃어버려 그 허점이 크게 다가오지는 않을 듯 하다.

  • 주말
  • 이지연
  • 2009.11.13 23:02

[볼만한 영화] 집행자 - 감성적 도발 혹은 이성적 냉철함

사람들은 흔히 재미없는 영화를 '예술 영화' '영화제를 위한 영화' '사회적 영화' 등으로 부른다. 영화는 예술인 동시에 오락매체임이 분명하기에 관객들이 이런 영화들을 회피한다고 해서 뭐라 할 수는 없는 일. 기분 전환을 위해 극장을 찾았다가 무거운 주제의 영화를 보고 오히려 가슴이 답답해진 경험이 있다면 더욱 공감이 갈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고를 때면 의도적으로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영화는 피하게 된다. 재미있고 유쾌하고, 사회적 메시지가 담겼어도 웬만한 웃음에 지워질 수 있는 영화가 선호 1순위.이런 의미에서 영화 '집행자'는 선호도와는 거리가 먼 영화다. 무겁고 침울하고 더욱이 사회적 메시지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 그럼에도 '집행자'를 봐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우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집행자(드라마/ 97분/ 18세 관람가)인간의 역사가 길면 길어질수록 예술은 정체기가 생기지 않을까? 새로운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어질 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집행자'는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를 새롭게 만든 감독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사형이란 소재를 사형수가 아닌 교도관의 입장에서 그리고 있는 것. 사형이란 제도 자체에 대한 논의나 사형수의 인권 문제에 대해 말 할 뿐 누가 교도관에 대해 생각해 본적인 있었겠는가.교도관으로 취직한 재경(윤계상)은 첫 날부터 짓궂은 재소자들로 인해 곤욕을 치른다. 어리보기 같은 그에게 10년 차 교사 종호(조재현)는 재소자 다루는 법을 하나씩 가르치지만 재경의 눈에는 사형수와 정겹게 장기를 두는 김교위(박인환)이나 종호나 낯설기는 마찬가지. 그러던 어느 날, 연쇄 살인범 장용두 사건이 터지며 정부는 사회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12년 만에 사형 집행을 결정한다. 사형집행명령서가 전달되고 교도관들은 모두 패닉상태로 빠져들게 되는데 예행연습이 시작되고 종호는 단호한 태도로 연습에 몰두 하지만 재경과 김교위는 갈등과 망설임으로 불안하기만 하다.교도관들의 입장에서 보는 사형제도는 참혹하기만 하다. 직업이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 그들의 고통은 '정말 죽여야만 하는가'를 또 묻게 만든다. 평소 사형폐지 반대론자임을 자처했지만 교도관들의 입장으로 조금만 틀어본다면 사형제도가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런 의문이 드는 것. 사실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일 자체가 그리 간단할 리가 없다. 어느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은 모두가 힘들 것이다. 그래서 영화 '집행자'는 그 결과에 도달하기 전까지 우리에게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주기에 착하기 그지없다.사형 집행에 앞서 사형수는 "이제 난 못 죽이지만 니들은 계속 더 죽이겠지?" 라는 말을 던진다. 누구도 흔쾌히 정답을 말 할 수 없고 앞으로도 정답은 나오지 않겠지만 우리가 머리 속에 이 문제를 담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정답에 가까워진 것은 아닐지 내심 기대가 든다.

  • 주말
  • 이지연
  • 2009.11.06 23:02

[볼만한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 스크린속 '커플여행'

누가 가을은 책 읽는 계절이라 했던가. 날씨는 점점 추워져 실내만 찾게 되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으면서 마음은 싱숭생숭, 달짝지근한 군것질 거리만 생각나는 게, 영화라면 모를까…. 따뜻한 극장과 팝콘, 재미있는 영화 한편은 즐거운 주말을 보낼 수 있는 키워드다.다행히도 이번 주 꽤 많은 영화가 개봉했다. 고르고 골라 손이 간 한 편은 가을과 어울리는 러브 스토리 '시간 여행자의 아내'. 이 외에도 이번 주 극장에는 팝 황제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리허설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도 개봉했으니 음악 팬들은 한번쯤 찾아 보는 게 좋겠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드라마, 멜로/ 107분/ 12세 관람가)에릭 바나를 기억할 지 모르겠다. 브래드 피트와 함께 영화 '트로이'에 출현해 '헥토르'역을 연기한 갈색 눈동자의 배우. 혹자는 느끼하다고도 말하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가진 미중년이다. 이번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서 에릭 바나는 시간 여행의 운명을 지닌 '헨리'역을 맡았다.'헨리'는 어릴 적 교통사고 이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여행을 하게 된 가혹한 운명을 가진 남자. 시간 이동 후에는 낯선 곳에 알몸으로 떨어져 추위에 떨고 옷을 훔치다 쫓기는 가혹한 신세다. 하지만 어느 날 그의 앞에 '클레어'(레이첼 맥아덤즈)가 나타나고 그녀가 바로 '헨리'의 아내, 시간 여행자의 아내다.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책만큼 클래식하지만 원작만큼의 판타지는 살리지 못했다. 여타의 시간 여행을 소재로 삼은 영화들과 달리 '헨리'가 시간을 이동하며 하는 행동들이 결과를 바꾸지 않는다는 점도 심심해지는 요인이다. '운명은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는 전제하에 진행되는 이야기가 이 영화를 존재하게 했지만 극적 요소가 떨어진다는 것. 원작 소설을 읽은 관객이라면 이 점을 더욱 느끼게 될 것이다.남자 주인공인 에릭 바나에 집중하긴 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시간 여행자'가 아니라 그의 '아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헨리'는 그의 모든 시간 속에 '클레어'를 만나지만 '클레어'는 '헨리'가 자신을 찾아오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그만을 평생 사랑하는 '클레어'. 예고 없이 왔다 사라지는 남편을 평생 기다리고 그리워하며 애태우는 사랑이지만 시간이 아무리 변해도 바뀌지 않는 '클레어'의 사랑이 영화의 포인트다. 또한 '클레어'가 시간 여행자의 아내로 얻는 마지막 선물은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질 것. 더욱이 주인공의 감정 상태와 함께 흘러가는 음악이 복잡한 극중 인물의 심경과 사랑을 대변하고 있고 관객의 감정 이입을 돕는다.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아낌없이 말하는 용기. 혹은 다시 만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사랑하는 감정을 멈출 수 없는 마음.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지고 사랑을 하지만 그 애틋함은 다를 것이 없다. 시간도 막지 못한 이들의 사랑이 가을을 따뜻하게 적신다.

  • 주말
  • 이지연
  • 2009.10.30 23:02

[볼만한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 VS 팬도럼

개봉 전부터 날짜를 세어가며 기다린 영화가 있는 반면,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되는 영화도 있다. 높은 기대감 때문인지 전자의 경우는 대부분 실망, 별 기대감 없이 본 덕분에 후자는 대부분 만족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대부분' 이기에 그렇지 않은 영화들도 있다. 기대보다 더 재미있고, 생각보다 더 훌륭한 영화들. 이번 주 개봉한 이 두 편의 영화는 기대치 이상의 영화이자, 우연히 찾아낸 보물이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코미디/ 132분/ 전체 관람가)몇 주 전부터 극장을 찾으면 항상 볼 수 있던 영화 광고, 바로 '굿모닝 프레지던트'다. 유쾌하고 위트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 줄 아는 장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도 선정됐으니 기대 하는 게 당연.정치원로 김정호(이순재)는 임기 말년의 대통령. 어느 날 우연히 응모한 로또가 1등에 당첨되고 244억 원의 주인공인 된다. 퇴임하고 받는 연금은 1~2억인데 단숨에 244억 원을 가지게 된 것. 하지만 "당첨되면 국민을 위해 쓰겠다"던 자신의 약속이 떠오르고 그의 고민은 시작된다.김정호의 뒤를 이은 잘생긴 '미디어 대통령' 차지욱(장동건)은 강경한 외교 스타일을 고수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 한 이연(한채영)에게는 한마디도 못 거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한경자(고두심)는 청와대 생활에 적응 못하는 서민 남편 창면(임하룡)이 골칫덩이다. 결국 창면은 대통령의 정책과 반대되는 사건을 저지르게 되는데….장진 감독은 대통령이기 전에 사람이자 가족이 있는, 사랑할 줄 아는 '인간 대통령'을 그리고자 했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고, 사랑에 설레어 하는 그들의 사적인 모습. 대통령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가려져 있던 사생활들이 코믹하고 유쾌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풍자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하겠지만 인간다운 면모와 훈훈한 스토리, 제대로 망가져 주는 배우들의 연기가 단연 일품이다.▲ 팬도럼(공포, SF/ 108분/ 18세 관람가)2174년 식량과 물을 놓고 벌인 지구의 전쟁이 극에 달하고, 지구인들은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를 계획한다. 마지막 인류가 탑승한 우주선 엘리시움호는 지구과 유사한 환경을 가진 별을 향해 떠나지만 어느 날 깊은 수면 상태에서 깨어난 페이턴 중위(데니스 퀘이드)와 바우어 상병(벤 포스터)는 뭔가 잘못 됐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주선은 폐허가 되고 사람들은 거의 죽었으며 괴생명체가 우주선을 점령하고 있던 것. 이제 누군지도 모를 상대에 맞서 싸워야 하는 마지막 생존자들은 인류 최후의 비밀에 직면하게 되는데….기본 스토리도 모른 채 본 '팬도럼'은 신기하게 다가왔다. 지구의 멸망이나 우주 여행 같은, 이미 너무 많이 만들어져 시시한(?) 소재가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던 것. 더욱이 저예산 영화임을 감안하면 더 높은 점수를 줘도 될 듯 싶다. SF영화의 클래식을 지키면서도 그것을 풀어나가는 형식은 새로우며 초반부터 강하게 진행되는 내용이 매력적.참고로 제목 '팬도럼'은 고립형 증후군, 즉 폐쇄된 공간에 장기간 갇혀있을 때 오는 공황증을 의미한다.

  • 주말
  • 이지연
  • 2009.10.23 23:02

[볼만한 영화] 디스트릭트9

▲ 디스트릭트9(SF, 액션/ 112분/ 18세 관람가)요즘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뱀파이어가 유행이라고 한다. 영화 '트와일라잇(Twilight)'과 미국 드라마 '트루 블러드(true blood)' 같은 뱀파이어 소재의 영상들이 인기를 끌면서 그들의 모습을 따라 하고 싶어 한다는 것. 이렇게 인간이 아닌 종족(?)에 호의를 베풀고 있는 요즘, 또 다른 종족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바로 외계인. 손가락으로 교신하며 친구가 되기를 갈망했고, 더 먼 미래에는 옆 집 드나들 듯 교류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들이 우리의 상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디스트릭트 9'의 감독 닐 블롬캠프의 생각의 전환은 외계인의 입장을 바꿈과 동시에 외계인에 대한 인간의 관점을 바꿔 전혀 새로운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를 만든 것. 외계인의 이야기지만 결국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잔인한 영화 '디스트릭트 9'이다.어느 날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외계인들이 불시착하게 되고, 요하네스버스 인근 지역에 외계인을 위한 임시 수용소 '디스트릭트 9'이 생기게 된다. 20년이 넘도록 인간의 통제 속에서 살아가는 외계인들. 뛰어난 기술과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구에서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인 고양이 밥으로 바꾸는 데만 사용한다. 그러던 중 외계인 관리국 MNU는 '디스트릭트9'을 강제 철거하기로 결정하고 프로젝트 책임자로 비커스(샬토 코플리) 내세워 철거를 위한 서명을 외계인에게 받아오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비커스는 외계물질에 노출되는 사고를 당하고 유전자 변이로 외계인으로 변해가는데.이 영화는 실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철거 중인 난민 수용소에서 촬영됐다. 남아공 출신인 감독은 흑백논쟁을 보고 '디스트릭트9'을 떠올렸다고 하니 촬영장과 이야기의 싱크로율이 높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 동안 영화 속 외계인은 우리를 침략하냐 친구가되냐로만 구분 됐다면 '디스트릭트 9'의 외계인들은 힘없고 선택권 없는 약자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 외계인들의 상황은 판자촌에 살며 강제 철거를 겁내는 사람들, 백인에게 핍박 받는 흑인들, 강대국에 생체실험 당해야 하는 사람들 등 인간 사회 약자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무서울 따름. 결국 이 영화는 외계인의 이야기를 빌어 욕심과 이기심에 사로잡힌 인간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감독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인터뷰 형식을 선택해 현실성을 높이고 인간의 잔인함을 더 잔인하게 만드는 똑똑한 방법을 택했다. 스타급 연기자도 없고 미국이나 유럽이 배경도 아닌 영화. 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미와 무거운 주제의식을 함께 담은 '디스트릭트 9'은 기존 SF에서 봤던 CG와 견줄만하고 훌륭한 액션신도 빼 놓지 않았다.112분 동안 '디스트릭트9'을 즐겼다고 그 재미가 끝난 것은 아니다. 우선 영화의 마지막을 제대로 이해 했다면 2편이 만들어질 가능성에 기대감을 갖게 될 것. 끝나는 순간부터 2편을 기다리며 개봉 시기를 점쳐보게 될 것이다. 또, 영화관에 비치 돼 있는 영화의 팸플릿을 챙겨보길 권한다.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외계인 금지' 스티커가 숨어있으니까.

  • 주말
  • 이지연
  • 2009.10.16 23:02

[볼만한 영화] 호우시절

▲ 호우시절 (멜로, 로맨스/ 100분/ 15세 관람가)영화 '호우 시절'은 2005년 개봉한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를 떠오르게 했다.'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비와 관련된 러브 스토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너무나 괜찮은 영화였기에 '호우시절'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포스터에서 발견한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라는 문구도 그렇고, 두 주연 배우의 사랑스런 얼굴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마치 내가 사랑에 빠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가을에는 역시 멜로 영화가 제 격. 가슴 깊숙히 전하는 따뜻한 사랑이야기가 찾아왔다.건설 중장비 회사에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동하(정우성)는 어느 날 중국 출장을 가게 됐다. 우연히 미국 유학시절 친구 메이(고원원)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두부 초당에서 가이드를 하며 지내고 있었다. 낯설고 서먹한 것도 잠시. 둘은 예전의 그 시절로 돌아가 기억과 추억을 공유한다. 키스도 했고 자전거도 가르쳐 줬다는 동하의 기억과 달리 메이는 키스를 한 적도, 자전거를 탈 줄도 모른다는 대답을 했다. 같은 시간에 다른 기억을 가진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오고, 이별 시간도 가까워오면서 결국 동화는 귀국을 하루 늦추게 된다. 단 하루의 사랑만으로도 함께 했던 것만으로 좋았던 첫사랑 느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사랑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사랑에 대한 정의도 제각각. 같은 상황을 두고도 소통하는 법이 다르고 느끼는 바가 다르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못다한 사랑은 '지금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를 자꾸 되새김질 하게 만든다. 사랑했던 사람을 예상치도 못하게 만나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오랜만에 만나서도 사랑을 느낀다면 사랑이 계속 됐던 걸까 아니면 새로운 사랑일까?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봤을 질문들을 '호우시절'은 대신 대답한다. 그것도 설렘 가득한 첫사랑의 풋풋함으로 관객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 따뜻함이 묻어나는 대답들이다. 멋쟁이 귀공자로만 느껴지던 정우성의 넉넉한 연기 변신이나, 그저 모르는 사람이었던 중국 배우 고원원의 발견은 영화의 또 다른 매력. 멜로 영화가 주무기인 허진호 감독이 만들어 더 따뜻한 사랑 얘기다.결국 모든 것은 타이밍일지 모른다. 아무리 좋은 상대라도 너무 빨리 만나거나 때가 늦는다면 좋은 상대가 아니라 그냥 아무도 아닌 것. 영화에도 쓰인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의 첫 소절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린다)'는 그런 의미로 쓰인 게 아닐까.

  • 주말
  • 이지연
  • 2009.10.09 23:02

[볼만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다음 주면 찾아올 추석을 타깃으로 새 영화들이 극장가에 쏟아졌다.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던 '애자' '해운대' 등에 출사표를 던진 영화는 약 7편. 그 중에서도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페임'과 개봉 전 공개된 배우 김명민의 사진으로 화제가 된 '내 사랑 내 곁에'가 눈에 띈다. 무엇보다 이번 주 극장가를 재미있게 지켜보는 것은 한국 영화의 강세. 얼마 전부터 이어온 한국 영화의 저력이 이번 주에도 이어질까 하는 기대 심리다. 이번 주 여러 영화들 중에 선택된 작품은 '불꽃처럼 나비처럼'이다. 불꽃처럼 타지도 못하고 나비처럼 날지도 못한 여인과 그녀의 사랑 얘기는 찬바람 불기 시작한 이 가을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불꽃처럼 나비처럼 (드라마, 멜로/ 124분/ 15세 관람가)실제 있었던 일이 영화의 배경이 될 때, 특히 역사적인 내용이 영화나 드라마의 바탕이 될 때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그 '사실'에 쏠리게 된다. 역사적으로 그렇지 않았다거나 역사를 왜곡하거나 폄하했다든가 혹은 미화 시켰다는 등 극의 내용보다 실제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또한 조선왕조에 대한 이야기로 개봉과 동시에 역사적인 문제를 따지는 관객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그냥 영화라는 것. 역사적 배경을 조금 차용했을 뿐 100% 사실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는 교과서가 아닌 오락이니까.고종(김영민)이 왕위에 오른 19세기 말 조선. 고종의 아버지 대원군(천호진)은 강한 쇄국정책을 펼쳐 나라의 문을 걸어 잠근다. 개혁과 보수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대원군은 왕권강화를 위해 왕후 간택을 서두르게 되고 왕후가 될 여인으로 자영(수애)이 선택된다. 한편, 비밀스럽게 살아가던 자객 무명(조승우)은 자신과 전혀 다른 모습의 여성을 만나고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는 곧 왕후가 될 여인 자영. 그녀를 가질 수 없다면 자영을 죽음으로부터 지키겠다고 다짐한 무영은 입궁 시험에 통과해 그녀의 호위무사가 된다. 무미건조한 궁궐과 시아버지와 정치적 견해 차이로 힘든 자영이지만 무명이 자신을 지켜준다는 사실에 따뜻함을 느끼는데, 일본의 외압이 강해지며 자영에게도 먹구름이 몰려온다.앞에서도 얘기 했듯 이 영화는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차용해 만든 작품이다. 쇄국정책이나 정치 상황 등도 우리가 알고 있던 조선의 시대상과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역사이야기를 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어떤 남녀의 사랑 얘기를 하기 위해 역사를 끌어들였을 뿐이다. 나쁜 역사 상황은 '사랑'을 돋보이게 하는 최고의 장치랄까. 그래서 영화의 문제점을 평하고 싶다면 '왜곡된 역사 배경'이 아니라 '지지부진하고 설득력 떨어지는 주인공 캐릭터'라든가 '진부해진 사극 로맨스'라고 해야 할 것이다.연기력 하면 떨어지지 않는 조승우와 수애지만 다른 때보다 좀 못한 연기를 선보이는데 이것은 연기력 문제가 아닌 캐릭터의 문제점으로 보인다. 스토리가 좀 허전하다 싶어도 미술세트와 의상 같은 화려한 볼거리가 눈을 호사스럽게 해주니 이해해줘도 될 듯싶다. 특히 자영의 의상은 한복부터 드레스까지 다양하고 아름다워 여자라면 눈독 들일만한 것들. 남자 관객이라면 액션신에 관심을 보일 것이다. 영화 초반의 진검 대결 같은 무협액션들이 긴장감을 북돋는다. 아쉽게도 너무 욕심부린 CG는 완성한 그림에 물을 쏟은 느낌이다. 만화영화나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듯한 과도한 CG가 이 역사 멜로물에 진짜 허점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9.09.25 23:02

[볼만한 영화] 어글리 투르스 vs S 러버- 아슬아슬 아찔한 성풍속도

▲ 어글리 투르스 (코미디, 멜로/ 95분/ 18세 관람가)남자가 생각하는 여자, 여자가 생각하는 남자는 많이 다를까?외모보다 마음을, 야한 농담보다 레드와인과 클래식을 즐기는 남자를 기다리는 아침 뉴스 PD 애비(캐서린 헤이글). 그런 그녀에게 본능에 충실한 짐승 같은 남자 마이크(제라드 버틀러)가 나타난다. 심야 TV쇼의 섹스카운셀러인 마이크는 사랑과 섹스는 같고 남자는 변태라고 말하는 사람. 그런 그가 고 품격 방송을 지향하는 애비의 프로그램에 출현하고 남녀 관계에 대한 거침없는 이야기로 애비의 환상을 무참히 깨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외모, 능력, 매너까지 갖춘 완벽한 남자가 애비 앞에 등장하고 애비와 마이크는 새로운 내기를 시작하는데.일단 영화는 번역에서 많이 걸러진 부분이 있음에도 낯뜨거운 단어의 나열이다. 18세 이상이 관객임을 생각하면 괜찮지 싶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이 가서 본다고 하면 도시락 싸서 다니며 말리고 싶다. 모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옆자리에 앉은 남자 관객이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니 대사의 수위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매력적인 것은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다르게 '사랑은 아름답고 순수한 거야' 라며 조목조목 따지는 게 아니라 대 놓고 진실을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 남녀 사이에 있어야 할 서로에 대한 환상을 깬다는데 문제를 제기하고 싶지만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불패라 했으니 진실이 알고 싶다면 추천. 물론 모든 여자와 남자가 영화 같다는 건 아니다. 세상엔 언제나 '예외'라는 게 존재하니까.▲ S 러버 (멜로, 드라마/ 97분/ 18세 관람가)'S 러버'는 시작부터 끝까지 딱 18세 영화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니 남자주인공인 애쉬튼 커처가 걱정이 됐다. 집에 있는 연상 부인에게 바가지 좀 긁히지 않을까 싶어서. (애쉬튼 커처의 실제 부인은 16살 연상인 데미 무어다.) '애쉬튼 커처는 실제 생활도 저럴 것 같아' 라며 혀를 끌끌 차는 여성 관객을 목격하기도 했다. 영화 속 애쉬튼이 돈 많은 연상 여자들만 노리기 때문. 아무튼 말 많은 이 영화를 정리 하자면 '대놓고 18세를 대상으로 한 작업 영화'.항상 호화로운 파티가 벌어지는 L.A 베버리힐스. 뛰어난 외모와 매너, 눈에 띄는 스타일까지 갖춘 니키(애쉬튼 커처)는 여자 꼬시는데 실패가 없다. 섹시한 자태로 파티를 다니며 원하는 여자를 백발백중 꼬시던 어느 날, 지성과 미모, 재력까지 갖춘 변호사 사만다(앤 헤이시)를 만난다. 니키에게 완전히 빠진 사만다의 펜트하우스에서 니키는 안락한 생활을 시작하고, 온갖 기술로 사만다를 감동시킴과 동시에 다른 여자들을 만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웨이트리스 헤더(마가리타 레비에바)가 니키의 레이더에 포착되고 니키는 작업 기술을 쏟아내지만 헤더는 그에게 관심 없다. 자신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는 그녀에게 니키는 서서히 끌리게 되고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데.보통의 로맨스 영화라면 '정신차린 니키가 헤더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둘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 정도로 끝나겠지만 'S 러버'는 그렇지 않다. 너무나 현실적인 이 영화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잔인한(?) 결론으로 영화의 막을 내린다. 배드신 이외에 'S 러버'가 18세 이상을 위한 영화라 말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이 결론 때문. 보는 동안은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로맨틱 코믹 영화지만 끝나고 나면 '사랑과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씁쓸한 영화다.

  • 주말
  • 이지연
  • 2009.09.18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