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전우치전 vs 나인 vs 모범시민
새해 첫날부터 무슨 영화냐 싶지만, 2010년을 함께할 새로운 영화들이 극장가를 가득 메웠다. '아바타'와 '셜록홈즈'를 비롯해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고 있고 이 행진은 올 해 계속 될 예정. '슈렉 4' '토이스토리 3' '아이언 맨2' 등 시리즈물의 개봉과 팀 감독의 새 영화도 2010년을 채워줄 것이다. 앞으로 개봉 할 영화들은 제쳐놓고라도 신정 연휴를 즐겁게 해줄 영화들이 벌써 한 가득이다. 입맛대로 취향대로 골라 보는 것은 자유지만 연휴이니 만큼 미리 미리 예매하는 센스는 발휘하자.▲ 전우치(코미디, 액션/ 136분/ 12세 관람가)부끄러운 얘기지만 고전소설 전우치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홍길동전에 밀려서라고 변명을 해보지만 부끄럽기는 마찬가지. 영화도 봤는데 기회다 싶어 전우치전을 읽어봤다. 그런데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전우치가 영화에서처럼만 잘생기고 위트 넘쳤다면 그 시절에도 많은 여자들을 울렸겠더라.500년 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 손에 넘어가고 세상은 시끄러워 진다. 이에 신선들은 당대 최고의 도인인 천관대사(백윤식)와 화담(김윤석)에게 도움을 청해 요괴를 봉인하고 만파식적은 두 도인이 쪼개어 맡게된다. 한편,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임금을 속이는 소동을 일으키자 신선들은 천관대사를 찾아가지만 이미 그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피리 반쪽도 사라진 상황. 전우치는 범인으로 몰래 자신의 개 초랭이(유해진)과 그림족자에 봉인된다. 시간은 흘러 2009년 서울. 어찌된 일인지 봉인된 요괴들이 풀려나 세상을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이에 은둔생활을 하던 신선들은 모여 해결책을 찾고, 결국 전우치와 초랭이를 불러낸다. 요괴들을 잡아오면 완전히 풀어주겠다는 제안에 요괴사냥에 나서는데 요괴사냥은 뒷전, 세상구경에 바쁘다.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 이라면 동양식 무술, 아니 도술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부적을 사용해서 만드는 복제술이나 이동술, 은신술, 마음을 읽어내는 독심술 까지 서양의 마법이나 신무기들과는 다른 매력의 신비한 세계가 펼쳐질 것. 요괴들과 맞서 싸우는 액션 장면은 괜찮은 볼거리다. 김윤석, 유해진 등의 연기파 조연 배우들의 포진도 영화평점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고전의 깊은 의미 보다는 코미디에 너무 치중 했다는 것.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재미만를 위했다면 굳이 '전우치를 택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나인(뮤지컬, 로맨스/ 118분/ 15세 관람가)'물랑루즈'와 '시카고' 의 뒤를 잇는 뮤지컬 영화가 나왔다. 영화 '나인'은 페넬로페 크루즈, 마리온 꼬띨라르, 니콜 키드먼 등 눈길을 사로잡는 여배우들의 향연. 노래와 춤이 함께 하니 더 필요할 것이 없다.희대의 카사노바이자, 천재 영화 감독인 귀도 콘티니(다니엘 데이-루이스)는 유명세과 제작사의 무리한 요구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휴양 스파를 찾는다. 그는 그 곳에서 아름다운 여배우 클라우디아(니콜 키드먼)와 아내 루이사(마리온 꼬띨라르), 요염한 정부 칼라(페넬로페 크루즈) 등 일곱 여인들의 유혹에 빠지게되고, 그녀들에게서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되는데.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한명의 여인은 누가 될 것인가.'나인'은 남자 주인공 귀도를 중심으로 요염한 정부 칼라의 공연, 정숙한 아내 루이사의 공연, 그를 유혹하는 스테파니의 공연 등 각각 다른 9개의 쇼가 연이어 벌어지는 느낌이다. 판타지 영화 같은 신비로움과 여자 배우들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잘 맞물려 돌아가지만 시각적 효과에 비해 스토리의 연계성은 다소 떨어진다. 노래와 춤이 빠졌다면 100점 만점에 50점도 채우기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한번 시선은 빼앗기고 나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 모범시민 (범죄, 스릴러/ 107분/ 15세 관람가)'불합리한 세상을 향한 통쾌한 복수가 시작된다'부제처럼 세상을 불합리한 세상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모범시민'은 흥행성 영화는 아니다. 모든 연령대와 다양한 계층에 두루 어필 할 수 없는 이야기 일 뿐이라 용 그림에 눈을 찍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영화기 때문이다.어느 날, 유명한 발명가 클라이드(제라드 버틀러)의 집에 괴한이 침입한다. 아내와 딸은 살해당하고 클라이드는 중상을 입게 된다. 범인은 체포되지만 변화사와의 내부거래로 풀려나게 되고 클라이드는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되는데. 10년 뒤 클라이드 사건에 개입된 사람들이 하나씩 죽임을 당하고, 클라이드는 체포되지만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살인은 계속된다. 클라이드의 정체와 그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가족이 죽임을 당하고, 범인은 법을 비켜 나가는 이야기는 '모범시민' 이전에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복수의 감정이란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지금까지 나온 같은 부류의 이야기들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을 모두 잃고 무서울 것이 없는 주인공은 화끈한 복수로 영화를 이끈다. 문제는 중반부 이후, 이 복수의 힘이 다하고 만다는 것.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시작과는 다른 할리우드식 결말 때문으로 보여 진다. 결말이 조금만 달랐다면 영화계의 판도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씁쓸함 마저 드는 영화. 단순한 범죄 복수극으로 치부하기에는 전하는 메시지가 너무나 커 관객을 감동시키는가 하면, 기대와는 다르게 허무한 결말로 실망감을 주는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