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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드라마, 멜로/ 96분/ 15세 관람가)남자와 여자, 두 명만 만나면 사랑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약 세 명이나 네 명이 연인이 되고 결혼을 해야 한다면 인간은 금방 멸망하지 않았을까? 지금도 제 짝을 못 만나 헤매는 처녀총각들이 몇인데 세 명이 서로 마음에 들려면 둘이 만나는 것보다 훨씬 힘들 테니 말이다.'둘이 하면 로맨틱 하고, 셋이면… 환상적일까?' 제법 자극적인 문구가 포스터를 장식한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분명 셋이 사랑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된다. 영화 제목으로 유추하건대 '나'와 '내 남자' '내 남자의 아내' 이렇게 셋의 관계쯤 될 것이다. 하지만 '뭔가'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을 생각이라면 오산.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영화답게 키스신과 어깨선 까지 드러나는 베드신이 전부다. 실제로 영화의 원 제목은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Vicky Cristina Barcelona)'로 비키와 크리스티나가 바르셀로나에서 있었던 일을 담았다는 뜻정도 된다. 부디 배급사의 낚시질에 낚이지 마시길. 또,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와 '쌍화점'이 이해하기 힘들었다면 이 영화는 관람을 권하고 싶지 않다.로맨스라면 고통도 달콤하다고 말하는 크리스티나(스칼렛 요한슨)와 그와 반대로 이성이 앞서는 현실주의자 비키(레베카 홀)은 두 달간 바르셀로나로 휴가를 떠난다. 바르셀로나 화랑에서 우연히 만난 화가 후안 안토니오(하비에르 바르뎀)에 마음을 뺏긴 크리스티나는 그가 제안한 오비에도 여행길에 오르고, 비키 또한 동승한다. 약혼자와 결혼을 약속한 비키는 안토니오와 거리를 두지만 우연한 기회에 그에게 빠져버리고 마음을 추스를 수 없게 된다. 비키의 사정을 알리 없는 크리스티나는 바르셀로나에 돌아오자 안토니오 집으로 들어가고, 비키의 약혼자 더그(크리스 메시나)는 결혼식을 위해 바르셀로나로 온다. 얼마간 잘 지내는 듯 한 두 사람. 하지만 비키는 점점 결혼에 대한 자신이 없어지고 크리스티나에게는 불청객이 나타난다. 안토니오의 전처 마리아(페넬로페 크루즈)다.홍보물들은 크리스티나, 안토니오, 마리아 세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디 알렌 감독의 의도가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정작 영화에서는 비키의 이야기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평온하고 안전한 삶을 추구하지만 그 아래 다른 욕망을 품고 있는 비키가 바르셀로나의 태양아래 벌이는 일탈이 그 것. 성격은 정 반대인 두 여자의 일탈기쯤으로 보면 되겠다.영화는 끝임 없이 노래를 들려준다. 어떤 신에서 조차 완벽하게 어울리는 삽입곡은 '여름에 들으면 딱'일 것들. 똑 같은 기타인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나는 스페인 총각의 기타 연주는 작업곡으로 딱 이고 뜻을 알 수 없을 노래지만 영화의 흥을 돋우는 음악은 매력적이다. 대충 만든 도로를 SUV로 달릴 때 노래를 듣는 기분이랄까. 조금은 어색하지만 내레이션으로 나오는 크리스티나와 비키의 감정 상태는 웃기면서도 심각하다. 여성관객은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을 왜 새삼 말할까 하지만 남성관객들은 의외로 '아하!'를 외친다.인물들은 감정에 충실하고 감정 변화에 대한 이유도 확실하다. 당연한 이야기인 듯 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니 슬플 따름. 끈적끈적한 하비에르의 연기와 스칼렛과 레베카의 연기도 좋지만 안토니오의 전부인 역으로 나오는 페넬로페 크루즈는 정말 압권이다. 천재 감독이라 불리는 우디 알렌과 연기 잘하는 배우들, 빈틈없는 시나리오까지 완벽한 삼박자다.

  • 주말
  • 이지연
  • 2009.04.17 23:02

[볼만한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

옹박 이후에 남자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영화는 처음 봤다. 남자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액션과 차(車), 미녀까지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 있으니 당연한 결과라면 결과. 길 옆으로 지나갔으면 잔뜩 짜증냈을 큰 소리 내는 튜닝 차들도, 한국 여성의 평균 신장에 달하는 다리 길이를 가진 언니들도 멋져 보이긴 했다. 더 솔직히 말 하자면,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영화를 제대로 기억 못 해 똑같은 영화를 두 번이나 봤다. 안타까운 것은 두 번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기억나는 것은 없다는 사실과 그래서 세 번째 관람을 결심했다는 사실이다. 돈이 아깝다기 보다는 기대만 잔뜩 되는 걸 보니 '분노의 질주'가 둘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남자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거나 정말 재미있는 영화라는 것.▲ 네 번째 이야기'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은 2001년에 개봉을 했던 '분노의 질주(The Fast And The Furious)'의 네 번째 시리즈 물이다. 1편부터 4편까지 똑같은 컨셉트에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각각의 영화가 똑같아 보이거나 지루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신없이 이어지는 추격과 질주가 그 어딘가 있을지 모를 스토리의 허점을 메워주기 때문. 앞 시리즈들을 보지 않았어도 이번 영화를 보는데 전혀 무리는 없지만 1·2·3편을 본다면 재미가 배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에 엑스트라나 이름으로만 등장한 인물들과의 관계도가 확실해지기 때문이다.4편에도 '더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감독의 의도로 보인다. 지금까지 시리즈가 전개 되면서 흐트러진 스토리 라인을 잡고 특히 이번 영화가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제목이다. 지난 3편은 번외편으로 생각되는 스핀오프(많은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의 등장인물에 근거해 새로 만들어내는 프로그램)로 만들어졌다.▲ 더 오리지널범죄자 신분인 도미닉(빈 디젤)은 자신 때문에 쫓기게 되자 사랑하는 여인 레티(미쉘 로드리게즈)를 떠나 보낸다. 어느 날 동생 미아(조다나 브류스터)에게 레티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돌아와 레티의 죽음을 밟기 시작한다. 한편, LA 최대 갱단을 쫓던 브라이언(폴 워커)는 자신의 친구이기도 했던 레티의 죽음에 범죄가 연관 돼 있음을 알고 조사를 시작하는데 위장 잠입한 갱단 소굴에서 둘은 만나게 된다. 도망자와 경찰의 관계지만 같은 목표를 가지고 레티의 죽음과 갱단을 쫓기 시작한다.이야기를 중요시 하는 관객이라면 정말 쥐약과도 같은 영화가 될 것이다. 별다른 이야기 없이 차가 달리고 부서지는게 전부니까. 하지만 눈과 귀는 그 실망감보다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영화니까 가능하다고 믿는 폭발하는 속도감은 그야말로 예술. 다시 말하면 자동차광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영화는 없다는 것이다. 섹시한 근육남 빈 디젤도 놓칠 수 없다. 처음엔 저음의 목소리에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어느 순간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몸도 완벽, 목소리도 완벽, 금상첨화로 연기도 완벽하다.

  • 주말
  • 이지연
  • 2009.04.10 23:02

[볼만한 영화] 그림자 살인

어린 시절부터 탐정소설에 빠져 살았다. 셜록 홈스 시리즈 전집을 쌓아 놓고 읽으며 같이 사건을 해결했고, 괴도 뤼팽에게는 마음을 모두 뺏겨버렸다. 어쩌면 007 시리즈를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제임스 본드의 팬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던 것 같다.유독 심한 추리물과의 사랑이었지만 학창시절 추리 소설 한번 안 읽어 본 사람 있을까. 만화나 영화, 드라마까지 '스릴러'라는 장르는 참 매력적이다. 보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는 걸 알면서도 가슴 두근거리고, 결과를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사실 한 사건, 한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남는 아쉬움도 한 몫을 했고, 두근거림을 즐기는 사람들의 변태적인 성향(?)도 스릴러 물이 인기 있을 수 있는 이유다.촬영 당시 '공중곡예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던 영화 '그림자 살인'이 개봉했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퓨전 추리극. 미리 공개됐던 스토리와 배우들이 좋아 먼저 마음이 갔던 영화다. 그 옛날 셜록 홈스와 괴도 뤼팽처럼 마음을 설레게 해줄 수 있을지 궁금함이 앞선다.일제시대, 세도가의 자제인 민수현이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졌다. 방안에 남은 것은 새빨간 피와 백색가루, 기묘한 형상의 '카라쿠리' 인형이다. 아들을 찾기 위해 그의 아버지는 고액의 현상금을 걸고, 욕심만 앞선 순사부장 영달(오달수)은 민수현을 찾는데 앞장선다. 한편, 해부실습을 위해 우연히 주워온 시체가 민수현임을 알게 된 의학도 광수(류덕환)는 누명을 쓸 위기에 처하자 사설 탐정 진호(황정민)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민수현이 사라진 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곡예단. 그리고 이어진 경무국장 살인사건은 사건의 실마리를 주기 시작한다.타이틀에 들어간 '퓨전'이란 단어 때문인지 '그림자 살인'을 보고 있으면 참 많은 영화들이 스쳐 지나간다. 시대적 배경은 '원스 어폰 어 타임'을 떠올리게 만들고 진호를 돕는 여류발명가이자 과학자인 순덕(엄지원)은 007 영화에 항상 등장하던 발명가 Q를 생각나게 한다.권력에 눈이 먼 순사부장 영달은 '살인의 추억' 송강호 이미지와도 비슷하다. 서로 도우며 아이디어를 나누는 진호와 광수의 관계에서는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의 모습을 찾을 수도 있다. 2005년 개봉 했던 추리극 '혈의 누'도 같은 장르여서인지 떠오른다. 그렇다고 잡다하게 볶아 만들어낸 3류 영화는 절대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가 배경이 돼 한국 작품들과 오버랩 되는 것이지 오히려 이 영화는 서양 영화와 비슷한 맥락을 하고 있다. 세련되게 다듬어진 추격신과 이야기 곳곳에 심어 놓은 장치들이 대변해주는 부분.무엇보다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은 것은 스릴러와 웃음을 적절이 잘 섞었다는 것이다. 자칫 심각하고 복잡해야 할 추리물이 코믹함으로 인해 무너져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웃음은 추리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고,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물론 끝날 듯 끝날 듯 하면서 계속되는 긴장감 속에 결과를 너무 빤히 보여주는 이해 못할 실수도 있고, 이야기를 늘어지게 만드는 순덕역의 엄지원의 연기는 실망스런 부분도 있다. 너무 많은 액세서리로 옷을 죽인 느낌. 이 분위기로 영화의 속편이 제작된다면 그때는 부족함 없이 박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 주말
  • 이지연
  • 2009.04.03 23:02

[볼만한 영화] 쇼퍼홀릭

성격이 정 반대인 두 친구가 있다. 한 명은 물건을 살 때 꼭 현금을 들고가 지불을 하고, 다른 한 친구는 무조건 카드를 사용한다. 이유도 정 반대다. 현금을 쓰는 친구는 직접 돈을 주고 사야 물건이 진짜 내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카드를 쓰는 친구는 '득템(이득을 얻었다는 뜻)'을 한 것 같아 물건을 샀다는 기쁨과 공짜라는 기분까지 기쁨이 두 배가 된다고 했다.쇼핑하는 법은 이렇게 다르지만 쇼핑에 대한 예찬은 입이 마르도록 끊임이 없다. 우울함을 달래주고, 기분을 전환시켜 주고, 비싼 물건이 아니더라도 마음의 위로가 된다는 것. 애인보다 따뜻한 것이 쇼핑이라나. 쇼핑을 싫어하는 여자가 몇이나 될까 싶지만 이 정도면 영화 '쇼퍼홀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쇼퍼홀릭'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섹스 앤 더 시티'의 계보를 잇는 '여자들의 영화'이자 '패션 영화'다. 세 편의 영화가 다 다른 주인공 캐릭터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패션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것. 주인공이자 쇼핑광인 레베카(아일라 피셔)는 패션지 기자를 꿈꾼다. '멋진 훈남보다 자신을 더 설레이게 하는 것은 바로 쇼핑'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쇼핑 본색을 가지고 있다.그러나 어느 날, 드디어 도착한 카드 고지서와 결제일에 그는 좌절하고 만다. 설상가상 다니던 회사까지 망하자 다른 직업을 구하게 되고, 우연히 들어간 곳은 경제지 기자다. 구글 사이트에서 재테크를 검색할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그이지만, 패션과 관련해 경제 칼럼을 쓰며 한 순간 인기인이 된다. 그 뿐인가. 편집장 루크(휴 댄시)와도 미묘한 감정 기류가 흐르며 사랑의 기운이 돌지만 카드 값 수금원 데릭은 그녀를 가만 두지 않는다.'쇼퍼홀릭'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섹스 앤 더 시티'처럼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이 있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기대와 조바심의 경계선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영화가 개봉도 하기 전에 평가에 시달려야 하는 것. 대답부터 하자면 책의 매력을 그대로 살리기에는 주인공의 외모가 조금 부족하다고 하겠다. 생김새 뿐 아니라 그 이전의 패션 영화들만큼 볼거리를 준비하지 못했다. 책에서 봤던 통통 튀는 매력도 없다. 하지만 볼거리가 줄어든 대신 코미디와 스토리를 첨가해 시종일관 유쾌한 영화가 됐다.정신 없고 씀씀이가 헤픈 여자의 쇼핑 일대기와 어설픈 비주얼이 끝인 영화가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는 가족과 친구들을 통해 주인공이 변해가는 과정이 담겨있다.다양한 캐릭터와 가족의 사랑, 우정이 모두 묻어나고 주인공은 독특한 4차원적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남자가 본다면 여자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친구들끼리 보기에도 적당하고 연인이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도 좋다. 카드 결제일이 얼마 남지 않은 회사원들이라면 한참 고개를 끄덕이고 나올지도 모르겠다.

  • 주말
  • 이지연
  • 2009.03.27 23:02

[볼만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내용을 알기 전부터 피하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마치 떡볶이를 먹고 체했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평생 떡볶이를 먹지 않는 것과 비슷한데, 이 전에 봤던 같은 장르의, 나쁜 기억을 심어 준 영화들 때문이다. 나름의 기준이 생긴 것.예를 들자면, 조직폭력배가 등장한 한국 영화는 제목도 읽지 않는다.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한 영화는 보기가 꺼려진다. ('매트릭스' 이후에 '콘스탄틴'(2005)이나 '지구가 멈추는 날'(2008)은 조금 난감했다.) 각종 상을 휩쓴 예술성과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은 영화들도 쉽게 봐지지 않는다. 작품성과 오락성을 함께 갖기는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것이든 예외는 있는 법이고 이번에도 예외의 선택을 하게 됐다.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8개 상을 휩쓴 작품이다. 총 제작비가 1500만 달러인 이 '소규모'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 전부터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며 그 저력을 과시했다. '시상식 영화'임에도 '오락성'을 비롯해 많은 것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 원작 소설을 배경으로 영화에 맞게 과감한 가감을 시도했고, 익숙하지 않은 인도 이야기가 눈길을 끌면서도, 막상 영화를 보게 되면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가 의심이 들만큼 자연스럽다.영화의 첫 화면에는 이런 질문과 보기가 뜬다.'자말은 어떻게 백만장자 퀴즈쇼에서 최종 상금이 걸린 마지막 단계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A. 속임수로 B. 운이 좋아서 C. 원래 천재라서 D. 영화 속 얘기니까'질문에 등장하는 자말(데브 파텔)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뭄베이 빈민가 출신인 그는 거액의 상금이 걸린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에 참가한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규 교육 한번 받은 적 없는 고아가 최종 라운드에 오르자 모두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결국 부정행위를 의심해 경찰에 의해 체포되는 상황까지 이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찰의 심문. 속임수를 실토하라는 경찰에게 자말은 문제를 맞출 수 있었던 이유를 말하기 시작한다. 한 문제 한 문제가 자신의 삶 속에서 일어났던 이야기, 자신의 기구한 인생이 퀴즈의 답이자 속임수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관객도 그의 삶을 함께 보게 된다.자말의 삶은 인도의 실상과 인권 문제의 경계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느 재미있는 영화가 그렇듯 사랑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권선징악도 뚜렷하고,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살자' 라는 심심한 교훈까지 준다. 자칫 무료한 스토리로 전락해 버릴 수 있는 이야기가 사실적인 카메라워크, 빠른 화면 이동과 만나 신비한 나라로 여겨지던 인도의 실상을 말한다.쉴 새 없이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고, 끊임없이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그것이 인도와 자말의 이야기이자 지어진 운명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9.03.20 23:02

[볼만한 영화]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라스트 프로포즈

인종마다 사랑하는 방법이 다를까? 물론 문화가 다르고 똑같은 것을 보고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니 방법은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다. '사랑'을 한가지 말로 정의한다거나 생각할 수는 없지만, '사랑'은 분명 '사랑'이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함께 두근거릴 수 있는 로맨틱 영화들을 준비했다.우연히도 이번 주 토요일은 '화이트 데이'란다.▲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로맨스, 코미디/ 90분/ 15세 관람가) - 진부하지만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재치만점의 사랑상담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연애 박사 엠마 로이드(우마 서먼). 그는 라디오 DJ, 베스트셀러 연애 가이드북, 인기 블로그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활동중인 유명인사다. 무엇보다 엠마는 재력과 외모 모든 것을 갖춘 로맨티스트 리처드(콜린 퍼스)를 약혼자로 두고 있어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하지만 어느 날, 그녀에게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미 서류상으로 그녀가 결혼을 했다는 것. 엠마에게 연애상담을 받고 이별 통보를 받은 남자 패트릭(제프리 딘 모건)의 장난으로 엄청난 일이 터지고 말았다.'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은 우리가 그 동안 봐온 로맨틱 코미디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브릿짓 존스의 일기'를 떠올리게도 하고 다른 영화들과 오버랩 되는 부분들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연기력으로 따분한 스토리를 커버했다. 특히 영화 '킬빌'에서 무서운 여자로 느껴지던 우마 서먼이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워 질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연기도 연기지만 억지로 웃기려는 느낌보다는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하는 전개가 매력적이다. 조건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사랑이 아니라 서로에게 솔직한 '진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이 사랑스럽게 담긴 것. 어느 누구와 봐도 재밌을 영화지만, 솔로부대라면 14일은 관람 금지. 화이트데이를 맞아 커플 관람 지수 99%다.▲ 라스트 프로포즈 (로맨스, 드라마/ 96분/ 12세 관람가) - 카지노 재벌과 클럽댄서 '신데렐라 스토리'서기와 유덕화라니. 감독의 캐스팅 센스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멋있게 느껴지는 유덕화와 20대 초반 같은 서기의 만남에 흥분의 정점을 찍은 상태에서 영화를 봐서인지 사실 '라스트 프로포즈'는 기대 이하였다.마카오의 대 재벌 억만장자 샘(유덕화)은 모든 것을 갖췄지만 여복이 없어 이혼 경력만 세 번. 하지만 카지노 딜러이자 무용수인 밀란(서기)의 거침없는 태도가 그의 마음을 움직인다. 사랑을 키워나가는 두 사람의 적은 홍콩 사교계. 이들의 관계를 알고서는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고, 샘은 주위 사람들의 강요에 못 이겨 혼전 계약서를 내민다. 밀란은 상처를 받고 떠나고, 이제 샘은 사랑과 사업 사이에서 엄청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신데렐라 로맨스 중심인 '라스트 프로포즈'가 재미있기에는 머리가 너무 커버렸다. 가끔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면서 한 숨을 쉬는 걸 보면 '백마 탄 왕자님'에 대한 환상은 접은 지 오래. 그래서 이 영화가 '말도 안 되는 유치한 이야기'로 치부돼 버린다. 하지만 아쉽게도 '라스트 프로포즈'는 마카오 카지노 대부인 실존인물 스탠리 호와 그의 네 번째 부인을 모티브로 삼은 것.아무리 그래도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생각은 되지만, 굳이 내가 아니어도 이런 사랑은 정말 '영화' 같아 좋다.

  • 주말
  • 이지연
  • 2009.03.13 23:02

[볼만한 영화] 히어로들의 반란이 시작된다

잘생긴 주연 배우 때문에 영화 007 시리즈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꿈꾸던 장래 희망이 비밀 스파이. FBI 같은 국가 안보국에 소속돼 활동하는 모습을 동경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아니면 상상력이 나날이 풍부해 지는지, 몇 년이 더 흐른 뒤에는 내가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특히 감(感)으로 뭔가를 맞추면 '혹시' 하는 마음에 벽에 귀를 대보곤(멀리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원더우먼'이나 '슈퍼우먼'처럼) 했으니까. 문제는 영화 '워치맨'의 등장이다.'워치맨'은 초인적인 능력을 타고나지 않아도 '히어로'가 된 감시자들의 이야기.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히어로가 된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특별한 능력이 있지 않아도 멋있어 보이는 모습 때문에 영웅이 되겠다는 허황된 꿈을 당분간 더 꿔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뻔한 영웅 영화라고 생각했다면 당장 생각을 바꿀 것. '영상 혁명가'라 불리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왓치맨'을 만나보자.▲ 히어로의 반란국가의 승인 없이는 히어로 활동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된 시대. 히어로들은 대부분 은퇴를 선언하지만, 신분을 감춘 채 감시자와 파수꾼의 역할을 행하는 왓치맨은 비공식적으로 활동을 계속해 온다. 왓치맨 중 하나인 로어셰크(잭키 얼 헤일리)는 과거 함께 활약했던 동료 코미디언(에드워드 블레이크)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사건 이면의 감춰진 사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밝혀낸 진실은 왓치맨 역할을 해오던 과거의 히어로들을 없애려 한다는 것.왓치맨은 그래픽 노블의 거장 앨런 무어가 만든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데이브 깁슨이 그린 그래픽 노블 「왓치맨」은 1986년에 출간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타임지에서 선정한 '1923년 이후 발간된 100대 소설 베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영화가 되는데 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터. 원작이 훼손될까 하는 걱정이 가장 컸을 듯 싶다.▲ 영상의 미학원작이라 불리는 만화가 워낙 오래 전 것이라 영화에 관심을 갖기 전에는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메가폰을 잡은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상미에 대한 기대가 9할 9푼. 한편의 광고나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영상 스타일은 그동안의 영화보다도 이 영웅물에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사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원작 팬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원작자인 앨런 무어에게도 좋은 소리만은 듣지 못했다. 새내기(?)감독에게 이런 대작이 간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라고 보면 좋겠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작품은 나쁘지 않다. 만화책 오려 내 붙여 놓은 듯 원작과 많이 닮았고 감독 특유의 감성도 놓치지 않았다. 다만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몇몇 원작 장면들이 오리지널 팬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지도 모르겠다.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다섯 명 정도의 캐릭터는 감독도 꽤 공을 들였다는 짐작을 할 수 있게 만든다. 각 캐릭터가 가진 각자의 성격과 의도를 파악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 무엇보다 등장인물간의 대화에 신경쓰길 조언하고 싶다. 화려한 볼거리에 눈이 현혹돼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생기겠지만, 그들의 대화는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다.

  • 주말
  • 이지연
  • 2009.03.06 23:02

[볼만한 영화] 말리와 나·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 말리와 나 - 사고뭉치 애완견 기르며 깨달은 '가족이란…' 한 연인이 있다. 일과 가정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제니(제니퍼 애니스톤과)와 그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존(오웬 윌슨)은 열애 끝에 마침내 결혼을 하고 플로리다에 정착한다. 달콤한 신혼 생활도 잠시, 자유로운 생활을 좀 더 즐기고 싶은 존은 제니가 아이를 원하는 것 같자 다른 방법을 찾아낸다. 이른 생일 선물로 강아지를 선물하는 것. 그러나 아이보다 편할 것 같았던 이 강아지 말리는 정신 없는 짓의 대가다. 하루에 몇 그릇을 먹어도 멈추지 않는 식성과 무조건 물어뜯는 습관, 천둥번개가 치면 무서워 밤새 짖어대고 달리는 법 밖에 모른다.시간이 흐르고 세 명의 아이를 갖게 된 이들 부부는 많이 변한 모습이다. 제니는 일을 그만 둬야 했고 존은 자신이 꿈꿔오던 일에서 멀어지지만 가족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한 일이다. 자신들이 상상했던 미래와 다르자 짜증은 더해져 가고, 무엇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서로간의 다툼으로 이어진다. 말리 또한 나이를 먹어 예전과는 다른 모습.'말리와 나'라는 제목 때문에 영화를 보기 전에는 애완견에 대한 에피소드로 치부해 버리기 쉽지만 이 영화를 그것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핑크빛 결혼 생활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우리'를 위해 '나'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늘어나고 '결국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헐리우드식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이라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너무 평범해서 감동적인, 우리의 삶과 똑 닮은 영화라고 장담하겠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 女心 꽉 잡은 '연애를 위한 지침서'드류 베리모어, 스칼렛 요한슨, 제니퍼 코넬리, 제니퍼 애니스톤…. 알고 있는 해외 여배우는 다 출동했다.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탓에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인 줄기는 이렇다. '도대체 남자들은 왜 그럴까?'.7년 째 동거중인 닐(벤 에플렉)에게 청혼을 기다리는 베스(제니퍼 애니스톤), 우연히 마주친 유부남 벤(브래들리 쿠퍼)에게 마음을 뺏긴 안나(스칼렛 요한슨), 담배를 끊었다는 거짓말에 이어 여자까지 만든 남편 벤에게 화가난 제닌(제니퍼 코넬리),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의 전화를 기다리는 지지(지니퍼 굿윈)와 연애를 제대로 시작도 못하는 메리(드류 베리모어)는 뭘 잘못했던 걸까. 단순하고 쉽게만 생각됐던 남자들의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로 로맨틱 코미디의 계보를 잇는다.다양한 커플들이 겪는 이야기를 통해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전부가 아니고 누군가에게는 사랑보다 약속이 중요한,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사랑하는 법.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난 꼭 저 여자 같아'라고 느낄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 데도 괜히 창피한 기분이 들면서 결과가 궁금해 진다.여성들에게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라 관계에 대한 착각을 깰 수 있는 적나라한 이야기. 상처를 덮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어느 부위에 어떤 정도의 상처가 생겼는지 알수록 도와줘야 하는 것. 물론 영화를 본 다음에도 '사랑은 아름답고 그는 영원히 나를 떠나지 않아' 라고 믿고 싶지만 말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9.02.27 23:02

[볼만한 영화] 작전·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우리에게 사랑과 돈은 어떤 의미일까. 사랑 때문에 슬퍼하고 돈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보면 사랑이나 돈이 중요하기는 한 것 같다. 이것들이 인생의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세상의 노래와 책은 사랑을 찬미하고 영화와 드라마는 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비꼰다.이번 주는 영화팬들에게 다소 힘든 시간이다. 많은 영화가 대거 개봉하는 데다가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매력적인 사랑 얘기도, 호기심 넘치는 돈 얘기도, 지금 극장에 있다.▲ 작전(범죄/119분/15세 관람가) - 돈을 쫓는 인간의 욕망·싸움 그 끝은 어디일까억울한 게 생기면 잠도 못 자는 강현수(박용하)는 주식에 도전하지만 순식간에 신용불량자가 되고 독기를 품은 채 스스로 주식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주식값을 높이기 위해 계획을 세워 만든 작전주 하나를 우연히 사게 된 현수.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가 건들인 작전주는 조직폭력배 출신 황종구(박희순)의 것이었다.현수가 망쳐놓은 작전을 대신할 새로운 작전주를 종구는 제시하고 이 작전에 가담한 멤버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구성. 정치인 등 상류층의 재무를 담당해 주는 유서연(김민정), 서진에셋과 작전계 특급 에이스 조민형(김무열), 대산토건 대주주 박창주(조덕현), 펀드 매니저 브라이언 최(김준성)다.우리 눈에 익은 배우는 찾기 힘들다. 박용하나 김민정 정도가 알려진 배우지만, 이들의 연기 조화는 그 어느 영화보다 훌륭하다. 영화 이미지 때문인지 김민정은 조금 차분하고 나이든 느낌. 그가 드라마'뉴하트'에서 선보였던 풋풋함을 기대한다면 실망스러울지 모른다. 영화 '작전'의 새로운 발견은 재미동포 펀드매니저 역을 맡은 김준성이다. 능글맞은 연기와 본토식 영어 구사(?)는 충분히 매력적. 김준성은 실제 네덜란드 금융회사 펀드매니저 출신이기도 하다.무엇보다 '작전'이 보고 싶어지는 이유는 소재가 신선하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주식을 주제로 그것도 범죄영화를 만든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니까. 주식시장이 결국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주식에 투자하는 우리의 심리가 너무나 고스란히 담겼다. 10억은 마치 껌 값 같고, 유서연 같은 직업을 왜 못 가졌을까 후회가 되는 것만 빼면 '작전'은 괜찮은 영화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판타지, 로맨스/166분/12세 관람가) - 노인으로 태어나 젊어진다면…뭉클한 사랑이야기1918년 어느 날, 80세의 외모를 가진 갓난아이가 태어난다.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이란 이름을 갖게 된 그는 주위의 시선들 속에서 자라게 되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시간이 거꾸로 간다는 것. 시간이 지날수록 벤자민은 자신이 젊어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시간이 흘러 벤자민은 어린 소녀 데이시(케이트 블랑쉐)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는 날마다 젊어지고 그녀는 늙어간다.너무나 직접적인 제목 때문에 영화를 보기 전에도 얼마든지 내용 짐작이 가능하다. 물론 주인공 브래드 피트 때문에 이미 화제에 올라 선 영화이기도 했지만, 한글 제목은 누가 지었는지 때려주고 싶은 기분. 거의 3시간에 달하는 영화임에도 지루한 생각은 들지 않지만 필요 없는 부분이라고 느껴지는 곳도 있다.무궁무진한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사랑'이 만나면서 결국은 똑같은 인간사는 이야기가 됐다. 보고 싶을 때 보고 전화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만남. 당연하고 기본적이라고 생각했던 이런 사랑 방법이 벤자민과 데이시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다. 가슴 먹먹해 지는 사랑 이야기.

  • 주말
  • 이지연
  • 2009.02.20 23:02

[볼만한 영화] 죄책감 속에 피어난 인간愛 '세븐 파운즈'

"살 1 파운드를 베어내되, 피는 한 방울도 흘리게 해선 안되오. 또한 정확히 1파운드를 베어내야 하오.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베어내면 안되오. 만약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리게 되거나 정확히 1파운드를 베어내지 못하면 그대의 토지와 재산은 베니스의 법률의 의해 국가에 몰수될 것이오."영화 '세븐 파운즈'는 줄거리를 미리 알고 있어도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그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 영화를 보면서도 한동안 헤매게 되니 보기 전에는 말할 것도 없다. 제목 조차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파운드'는 우리나라에서 쓰지 않는 무게 단위인지라 그 양이 얼만큼인지 그리고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예측하기가 더 어렵다.'세븐 파운즈'는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이 이미 언급한 것처럼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에 나온 대사에서 힌트를 얻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것처럼 7파운드의 살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심장의 무게도 7파운드, 영화 속 주인공이 죄를 짓는 대상도 7명, 선행을 베푸는 대상도 7명이다. 이 중 어떤 뜻이 맞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영화 속에 답이 있으리라. 1파운드는 약 0.43kg이다.▲ 속죄와 희생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벤 토마스(윌 스미스). 그는 죄책감을 씻기 위해 세상에 진 빚을 갚기로 결정하고 7명의 운명을 바꿔주려고 한다. 에밀리(로자리오 도슨)와의 예기치 않은 사랑으로 혼란에 빠진 것도 잠시. 자신의 사랑을 깨닫는 순간 지금까지 자신이 계획해 온 일들을 실행에 옮길 때라는 것을 알게 된다.후반 장면이 영화 제일 앞에 등장하면서 시작하는 '세븐 파운즈'는 관객을 순간순간 멈칫하게 만든다. 7명의 운명을 바꿔야 한다는 주인공. '대체 무슨 일을 벌인 것일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혹은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을까' 등 끝없는 질문들이 관객들에게로 돌아온다.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븐 파운즈'라는 제목 안에는 여러가지 뜻이 내포돼 있다. 그 중 '베니스의 상인'을 생각해 보면 이 영화의 주제의식이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는 거래에서 희생을 통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빚'은 두 이야기 모두가 하고자 하는 요점이다.▲ 드라마를 위한 드라마윌 스미스의 슬픈 눈이 눈길을 잡는 포스터는 '세븐 파운즈'가 그간 그가 선보인 영화와 다르다는 것을 알려준다. '핸콕'이나 '맨 인 블랙'으로 친숙한 배우이기 때문인지 왠지 윌 스미스의 무거운 연기가 끌리지 않는 면도 있지만, 2007년 개봉했던 '행복을 찾아서'('세븐 파운즈'의 감독인 가브리엘 무치노의 영화이기도 하다.)를 기억해 보면 그의 연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세븐 파운즈'는 그 어떤 영화 보다도 연기력을 요하는 영화다. 개그 요소나 말장난 없이 극을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실제 윌 스미스에게도 많은 부담감이 따랐을 것.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살짝 지루해지는 감이 있기도 하다.철저하게 고통 받고 스스로를 구속하는 내면 연기가 일품으로 그가 하는 생각이 눈빛만으로도 표현되니 놀라울 따름이다. 대부분의 여성관객이 눈물 범벅으로 극장을 나오는게 되니 화장지나 손수건은 필수로 챙겨가야 할 영화다.

  • 주말
  • 이지연
  • 2009.02.13 23:02

[볼만한 영화] 잉크하트 : 어둠의 부활

'트렌스포머'가 개봉했을 때는 당장이라도 차들이 변신할 것만 같았다. '해리포터'를 보고는 나무 젓가락을 들고 '윙가르디움 뢰비오우사~'(영화에 등장하는 마법 주문)를 외쳤고, '맨 인 블랙'은 외계인을 찾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게 만들었다.사람들은 현실에서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일임을 알면서도 '혹시…' '어쩌면…' '그럴 수도?' 같은 호기심에 판타지 영화에 빠져든다. 영화를 보고 나면 유치하다거나 어린이 영화 같다는 혹평을 하면서도 표현하지 않을 뿐, 한번쯤 영화가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것.여기 어딘가 유치해 보이는 판타지 모험 영화가 개봉했다. '잉크하트 : 어둠의 부활'. 제목만 보고는 잉카제국 이야기인지 공포물인지 분간이 안되지만,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고 했다. 유치함마저 매력으로 느껴질 지도 모른다.소리 내어 책을 읽으면 책 속의 인물들을 현실로 불러낼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실버통(Silver tongue). 하지만 책 속의 인물이 한 명씩 나올 때 마다 현실의 사람이 책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문제가 있다.자신의 능력을 모르고 살아가던 모(브렌든 프레이저)는 딸 메기(엘리자 베넷)를 위해 책을 읽어주다가 아내가 사라져 버리게 만든다. 그리고 나타난 의문의 사람. 「잉크하트」 책 속 더스트핑거(폴 베타니)가 나타나게 되고, 모는 아내를 다시 찾기 위해 「잉크하트」를 다시 찾는데 열중한다. 하지만 모가 모르는 사이 현실로 모두 나온 책 속 카프리콘 군단은 현실 세계를 장악하디 위해 절대악 섀도우를 불래내려는 음모를 꾸미게 되고.두 시간에 채 안 되는 짧은 길이면서도 이야기의 끝은 조금 심심하게 느껴진다. '원래 동화는 권선징악이야'라고 말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믿기엔 너무 어른이 돼 버린 듯. 하지만 스토리를 빼 놓고서라도 '잉크하트'를 보고 있으면 '눈이 휘둥그래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등장인물 때문. 주인공 브렌든 프레이저야 이미 우리에게 '미이라'로 친숙한 배우이기 때문에 신기할 것 없지만 그 외 등장인물들을 보면 '어디서 본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악당 카프리콘 역의 앤디 서커스는 다름아닌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으로 분했던 배우다. 더스트핑거 역으로 등장한 폴 베타니는 '다빈치 코드'의 사일러스였다. 잘못된 종교관을 가지고 자신을 학대하며 살인을 일삼던 남자. 하얀색에 가까운 금발 머리를 선보이며 멋진 연기를 보여주던 그가 더스트핑거다. 더스트핑거의 회상 속에만 등장하고 마지막 장면에 한번 나오는 그의 부인 역의 록산느는 실제 폴 베타니의 부인 제니퍼 코넬리. '뷰티풀 마인드'에도 출연했으며,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인기를 얻고 있다.이 영화의 원작은 책으로, 독일 출신의 작가 코넬리아 푼케가 썼다. '제 2의 J.K 롤링'이라는 수식을 달고 다닐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 '책을 사랑하는 이들과 책을 탐내는 무리들의 대결' 구도를 중심으로 써진 책인 만큼, 영화 또한 그 선을 잘 지키고 있다. 판타지 영화를 잘 알고 만들어 온 이언 소프트리 감독과 만났으니 금상첨화가 아닐까.「오즈의 마법사」 강아지 토토와 하늘을 날 수 있는 원숭이, 「신데렐라」 속 유리구두,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등 영화 속 등장하는 동화와 캐릭터들은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으로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9.02.06 23:02

[볼만한 영화] 애꾸눈 대령, 히틀러 암살을 모의하다

우리 나라 역사도 가물가물 한데 외국 역사까지 알아야 한다니 세상 살기 참 힘들다. 하지만 이런 역사물을 볼 때는 미리 공부하고 가지 않을 수 없다. 보고 나면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면서 책을 읽고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생각마저 드니까.홀로코스트 무비가 유행인지 영화 '디파이언스'에 이어 '작전명 발키리'도 개봉했다. 주인공 톰 크루즈는 영화 개봉 전 한국을 방문해 무대 인사를 했고, 영화의 감독인 브라이언 싱어의 명성까지 더해져 영화의 기대치를 높여놨다. 특별한 배경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조금만 알고 가면 영화를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실화 VS 영화'작전명 발키리'는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히틀러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제국을 지키는 동시에 히틀러를 암살하기 위한 작전을 모티브로 삼았다.'발키리 작전'은 히틀러가 자신이 암살당하거나 축출당할 때 나치 정부를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비상 대책. 슈탄펜버그와 그 공모자들은 마치 히틀러가 죽어 나치 정권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면서 사실은 장악하는 계획을 실행한다.이 영화의 포인트는 실화라는 것. 그것도 유대인 학살이나 반발이 아닌 독일 내에서도 히틀러에 대립한 인물과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독일 사람들도 모르는 역사'라고 광고할 정도니 이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도 못하는 일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홀로코스트 영화 치고는 참신한 소재라고 말해도 되겠다.한가지 다른 실화를 덧붙이자면, 감독인 브라인언 싱어는 유대인이란다.▲ 톰 크루즈 VS 클라우스 폰 슈타펜버그 대령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슈타펜버그 대령 역을 맡았다. 슈타펜버그 대령이 실존 인물인 만큼 비슷한 외모로 분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 영화사에서 공개한 두 사람의 옆 모습 사진이 놀랄 만큼 똑같아 개봉 전부터 이슈가 되기도 했다.톰 크루즈의 연기는 변함 없다. 군인이지만 가족들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운 눈길을 보낸다. 아내와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아버지일 뿐 아니라 군대 내에서는 자상한 선임. 자신의 부하를 먼저 생각하고 챙기는 모습은 군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다. 그래서인지 실제 슈타펜버그 대령의 후손들은 잘못된 캐스팅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키가 너무 작아 카리스마를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인데, 그들은 '연기가 너무 경직됐고 지나치게 몸을 사려 마치 겁을 먹고 연기에 임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맹비난했다고 한다.'강한' 주인공 이었다면 어땠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톰 크루즈는 영화 '탑 건(Top Gun/ 1987)' 이후에 멋있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드라마 VS 스릴영화를 보고 있자면 스릴러라고 적힌 장르가 조금 어색하다. 2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듯. '콩닥콩닥' '조마조마'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긴 시간을 끌어가기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발키리 작전'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면서도 보는 내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끌려 다니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는 왠지 허전한 기분. 실패한 작전을 스릴러로 만들기는 무리가 있었다. 중반을 넘어 실패의 길로 달려가는 모습에서는 관객도 힘이 빠져 버리고 만다.'발키리 작전'이 성공했다면 세계 역사가 바뀌어 버렸겠지만 영화 내용도 달라졌을 거라 생각하니 아쉬운 생각이 들 뿐이다. '혹시나 성공했다면' 말이다.◇홀로코스트(Holocaust)란?보통 인간이나 동물을 대량으로 태워 죽이거나 대학살을 뜻하는 단어지만, 고유명사로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의 손에 죽은 유대인 대학살을 지칭한다. 유대인 학살은 20세기 최대의 대학살로 꼽히는 만큼 이를 주제로 한 영화와 소설, 다큐멘터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다.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디파이언스(Defiance)' 또한 홀러코스트 무비 장르다.르완다의 종족분쟁이나 캄보디아 내전에서도 대량 학살이 행해졌으며 지금까지도 홀로코스트는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있다.◇발키리(Valkyrie)란?영화의 제목에도 사용되며 영화 중반에 그 뜻이 나오기도 하는 발키리는 북유럽 신화에서 주신(主神)인 오딘을 섬기는 싸움의 처녀들을 말한다. 풀이하면 '전사자(戰死者)를 고르는 자'라는 뜻으로 평소에 발할라궁전에서 전사들을 접대하다가 인간계의 전쟁에서 전사자(戰死者)가 생기면 궁으로 데리고 가는 역할을 한다. 전쟁과 관련 있기 때문인지 '스타크래프트' '던전앤파이터' 등의 컴퓨터 게임에도 이 단어들이 등장하고 있어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에게는 이미 친숙한 단어. 또한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의 가락지' 제 2부 '발키리의 기행' 은 이 싸움의 처녀들을 소재로 한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이기도 하니 찾아보길.

  • 주말
  • 이지연
  • 2009.01.30 23:02

[볼만한 영화] 포화속에 핀 가슴 뭉클한 형제애 '디파이언스'

신은 존재할까, 존재하지 않을까.달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를 고민하는 것 보다 더 복잡하고 힘든 질문이다. 신이 있다면 그 신은 한명인지 혹은 여러 명인지, 어떤 모습인지, 성별은 무엇인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있자면 차라리 신이 없기를 바랄 것이다. 영화 '디파이언스'.2차 세계대전, 혼란스런 전쟁 속에 유태인 학살은 비극으로 치닫고 있다. 게토에서는 끝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유태인 뿐 아니라 유태인을 숨겨 준 사람도 가차 없이 죽이는 잔인한 시대. '신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유태인들은 이 가혹한 현실에 '이제는 더 이상 흘릴 피와 눈물이 없으니 다른 민족을 택해 달라'고 기도한다. 살기위한 끝없는 싸움의 중심, 비엘스키 형제와 유태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보자.영화 '디파이언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피난민들을 구한 비엘스키 형제의 이야기를 실화로 하고 있다. 1941년 유럽이 히틀러 군대에 점령당하고 부모를 잃은 투비아(다니엘 크레이그)는 남동생 셋을 데리고 숲으로 피신한다. 음식을 찾아 마을로 나갔다가 숨어있던 동족을 숲으로 데려오고, 죽음을 피해 숲으로 도망 온 피난민들을 모두 받아 마을까지 이루게 되지만 동생 주스(리브 쉐레이버)는 은신처가 발각될 것을 염려해 반대한다. 숲 속에서 겨울을 나야하고 음식을 구해야 하는 참혹한 현실. 투비아의 "우리가 살아남는게 저들에(나치)에 대한 복수"라는 대사처럼 힘든 순간에도 인간다움, 자유를 찾아 숲으로 온 것을 기억해 내며 사람들을 이끈다. 이들은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을 숲속에서 살아 결국 해방의 순간을 맞게 된다.전쟁이 끝나고 비엘스키 형제는 자신들의 공을 세우지 않고 평생을 평범하게 살았지만 그들이 살린 사람들과 그 후손을 더하면 5만명이 넘는다. 큰 형 투비아가 사망한 1987년 이후 비엘스키 형제에 대한 조사가 활발히 이뤄졌고 1993년에는 「디파이언스: 비엘스키 유격대」라는 책이 출판돼 영화로 이어진 것이다.여느 실화를 바탕으로 한(특히 역사물의 경우) 영화들처럼 역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 지적되는 부분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온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을 택한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무엇보다 스토리에 마음을 뺏기게 돼 쫓기는 유태인에게 동화되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비록 이야기가 중간 부분에 힘을 잃어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그렇게 쫓기는 입장이었다면 일관성 없는 행동이, 사람의 성격이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영화 보는 내내 조마조마한 가슴을 진정시키려면 이 정도의 합리화는 필요할지도.'007 시리즈'의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인공을 맡아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를 완성해 냈으며 크레이그 뿐 아니라 강렬한 메시지를 담아낸 다른 인물들의 연기 또한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에 대해 조금만 사전 지식을 쌓아 간다면 영화의 재미와 함께 머리도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그 시대상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영화 '다크 나이트'의 음악 감독이기도 했던 제임스 뉴튼 하워드의 웅장하고 화려한 음악도 기대해 볼만 하다.

  • 주말
  • 이지연
  • 2009.01.16 23:02

[볼만한 영화] 전판 재미 그대로…마니아 유혹한다

형만한 아우는 있을까 없을까?대부분 시리즈물들은 뒤로 갈수록 그 긴장감이을 잃곤 한다. 이미 갖춰 놓은 캐릭터에 전작의 명성까지 괜찮은 스토리만 더하면 힘 안들이고 높은 흥행 성적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관객들은 영화를 외면한다. 특히, 전작이 큰 히트를 쳤거나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경우 그 정도는 더욱 심하다.이번 주 개봉작들 중에 눈에 띄는 시리즈물 두 편이 있다. '마다가스카2'와 '트랜스포터: 라스트미션'. 장르는 완전히 다른 애니메이션과 액션이지만 형만한 아우가 되기 위해 고분 분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전편을 봤다는 이유로 후속작을 봐야할까 아니면 전편을 보지 않았어도 이번 시리즈는 꼭 봐야하는 재미가 있을까.▲ 마다가스카2(애니메이션, 모험, 코미디/ 89분/ 전체관람가)잠깐 동물원을 나간 동물들의 외출은 본의 아니게 탈출이 돼 버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좌충우돌 모험을 펼친다. 모험 끝에 고향 뉴욕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 1편을 기억한다면 이번 영화를 기대했을 것이다. 살아있는 동물들의 표정과 재치 넘치는 대사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웃음을 줬기 때문. 미국 영화에 나오는 코미디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있지만, '마다가스카'는 전체관람가여서 인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없었다.이번 이야기는 이들이 돌아오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뉴욕으로 잘 도착할 줄만 알았던 비행기는 연료부족으로 불시착, 진짜 야생 아프리카에 떨어진다. 사자 알렉스는 헤어진 부모님과 재회하고 만성 우울증에 시달리던 기린 멜먼은 주술사로 추앙 받는 등 주인공 동물들의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몸개그와 말장난이 쉴새없이 이어지는 것은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의 입담 덕분이다. 코미디 영화로 입지를 쌓은 사자 역의 벤 스틸러, 시트콤 프렌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기릭 역의 데이빗 쉼머, 미국 코미디 시트콤 각본을 쓰고 코미디 영화에 다수 출연한 얼룩말 역의 크리스 록 등의 배우들이 어우러져 재치 넘치는 이야기가 쏟아진다.너무 많이 담으려 했을까? 89분이라는 시간동안 꽉 차있는 이야기는 숨 쉴 틈도 없이 어딘가 불안하다.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따로 전개되는 것도 서로의 연관성을 떨어뜨린다. 화려한 주인공들 뒤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장점이자 단점이다.▲ 트랜스포터: 라스트미션(액션/ 100분/ 15세 관람가)텔레비전에서 영화 '트랜스포머'를 방송해 주는 줄 알고 보기 시작했다. 남자의 마초가 살아있는 영화랄까. 싸움과 자동차, 멋진 몸 그리고 잘 빠진 양복까지. 아름다운 여자와 그녀와의 로맨스도 빠질 수 없겠다.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1,2편을 보지 않고도 3편을 볼 수 있다는 것.(사람에 따라서는 절대 인정 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1,2 편은 아주 자주 케이블 방송을 통해 재방영 되고 있으니 참고하도록.) 결국 스토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이다.주인공 프랭크 마틴(제이슨 스타뎀)은 어떤 물건이든 운반해 주는 전문 '트랜스포터'. 불법환경 사업가 존슨(로버트 네퍼)은 프랭크를 납치해 그의 목숨을 담보로 물건 운반을 의뢰한다. 이동하는데 사용되는 차에서 10m이상 떨어지면 폭발하는 장치까지 하게 된 프랭크의 액션은 마치 '영화' 같다. 차로 비행기를 쫒고 공중에서 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관객은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다. 빠른 장면 변화가 자랑인 뤽 베송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 전편과 비교해 액션 동작의 우아함은 떨어졌지만 스피드는 더욱 빨라졌다.멋진 남성 영화에 옥의 티가 된 부분이 있다면 여자 주인공을 맡은 발렌티나 역의 나탈리아 루다코바다.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영화에 대한 환상을 무참히 깨트리는 외모를 선보인다. 더욱 문제인 것은 각본 탓인지 연기력 탓인지 그가 연기하는 발렌티나 캐릭터 자체가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9.01.09 23:02

[볼만한 영화] 금기의 역사 궁금증 자아내지만…'쌍화점'

영화 '쌍화점'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볼까 말까 망설인 것이 사실이다. 소재가 그만큼 위험하고 자칫하면 1류 배우들을 모아 만든 3류 영화가 될 소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 시사회를 보고 온 사람들의 "한국판 '색, 계'를 보는 듯하다"는 평을 듣고는 보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2009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아름답고 순수한 영화를 보지는 못할망정 이런 파격적인 내용을 받아드릴 수 없다는 나름의 의지였다.그러나 인간의 호기심이란 참 무서운 것. 나쁜 평이 들릴수록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아나는가 하면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동성애를 대놓고(?)다뤘다고 하니 눈길이 자꾸만 갈 수 밖에 없다.'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일단 보고나면 '쌍화점'에 가졌던 궁금증과 호기심이 해결된다. 무엇보다 영화 시장이 힘든 이때 새해의 시작을 우리 영화와 해보면 어떨까. 다소 충격적인 장면들이 있긴 해도 한 가지 확실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쌍화점'을 보면 알 수 있듯 우리 영화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이야기는 원나라가 강한 권력을 자랑하는 고려 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고려의 왕(주진모)은 호위부대 '건룡위'를 만드는데 이들은 무공 실력 뿐 아니라 외모 또한 빼어나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룡위의 우두머리 총관 홍림(조인성)은 '여자를 품을 수 없는 몸'인 왕의 사랑까지 받게 된다.조용하게 흘러가던 이들 생활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후계자가 없는 왕실을 원나라가 압박하기 시작한 것. 급기야 왕은 홍림에게 왕후(송지효)와 관계를 맺게 해 세자를 낳으려 한다. 이 후 홍림이 왕후를 통해 이성애자로서의 사랑을 느끼며 왕에 대한 사랑이 변해버리며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는다.이 영화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것은 약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동성애, 두 번째는 70억원이 넘는 제작비, 마지막으로 영화 '미인도' 보다 야하다는 파격적인 노출이다. 물론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가 '쌍화점'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여타의 동성애 소재 영화들과 '쌍화점'이 확연하게 다른 것은 영화 '왕의 남자'는 그것이 동성애냐 아니냐 하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고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는 해학적이고 재미있게 풀었다는 것이다. '쌍화점'은 이 영화가 탄생하고 전개되는 과정 한 가운데 동성애 코드가 자리 잡고 있으며, 그것이 재미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 사랑싸움이나 사랑에 대한 애달픔으로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홍림을 사랑하는 왕의 모습은 그 절절함에 관객들의 눈동자도 흔들린다. 왕과 왕비, 홍림의 기묘한 삼각관계는 서로간의 사랑의 모습과 그것이 과연 진짜 사랑인지 욕정인지 혹은 집착인지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다.노출 장면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주연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너무나 사실적인 장면들은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영화를 관람한다면 살짝 눈을 가리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남녀관계에서의 정사신도 만만치 않지만 지금까지 금기로 받아드려진 남자와 남자의 배드신은 다소 충격적.많은 제작비가 든 사극인데 비해 초반의 액션신이나 연회 장면을 제외하고는 볼거리가 그리 많지는 않다. 큰 스케일의 장면이 후반부로 갈수록 사라지는 것은 영화가 점점 지루해 지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 주말
  • 이지연
  • 2009.01.02 23:02

[볼만한 영화] 애니·판타지와 함께 마무리 하는 戊子年

크리스마스를 마지막으로 올해의 연휴도 끝이 났다. 한번의 주말만 지나고 나면 새로운 해가 기다리고 있는 탓에 망년회, 신년회 모임도 여러 가지다. 잦은 어른들의 모임 덕에 피해를 보는 것은 어린 아이들. 산타 할아버지가 부모님이었다는 사실을 안 후에도 의리(?)를 지켰건만 이맘 때 쯤 이면 뒷전이 되고 만다.이번 주는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전체 관람가, 그 중에서도 아이들까지 이해할 수 있는 조금은 쉽고 재미있는 영화들을 택해봤다. 크리스마스 날 인형 하나 주는 것 보다 함께 영화관을 찾는 것이 아이에게는 더 큰 선물. 영화를 선택하는 것부터 티켓을 끊는 것 까지 아이들에게 직접 하는 법을 가르치며 친근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나이가 들어 생각해 보면 역시 어릴 때 경험 한 것과 본 것이 제일 오래 가는 것 같다.▲ 벼랑 위의 포뇨 (애니메이션/ 100분/ 전체 관람가)제목만 듣고 보면 프랑스 예술 영화 쯤으로 보이는 벼랑 위의 포뇨는 알고 보면 애니메이션 장르에 그것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들어낸 현대판 인어공주 이야기다. 바다 속에 사는 물고기 소녀 포뇨는 일상이 따분하고 심심할 뿐. 아빠 몰래 외출한 어느 날, 바다를 청소하던 유리병 속에 갇히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인간 소년 소스케와 친구가 된다.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들은 사실 어린이들 보다는 어른들 위주로 제작된 경우가 많다. 그저 '만화'로 생각하기에는 그 의미가 너무 깊고 방대하기 때문. 하지만 포뇨는 하야오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연령대가 낮아진 영화로 단순해진 스토리와 명료한 디테일을 선보인다.한없이 귀엽고 착해진 포뇨의 이야기는 감독의 의도대로 '다섯 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가족 영화'가 됐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판타지, 모험/ 92분/ 전체 관람가)혹자는 '12세 이하용 어린이 영화'라고 폄하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전형적인 판타지 영화'라 말하는 애매한 작품.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최초 영화가 만들어진 목적처럼 이 영화가 가족 단위 관객층을 겨냥한 것이라는 것이다.10년 전 형이 실종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지질학자 트레버(브레단 프레이저)가 우연히 암호가 가득한 소설을 발견하고 보물이 있는 '지구의 중심부'를 찾아 나선다는 내용. 도입부분 끝도 없이 떨어지거나 탄광의 열차를 타고 속도를 내는 부분은 관객의 연령에 따라 유치하게도, 재미있게도 보인다. 영화의 줄거리가 너무 평면적으로 보일 것 같아 걱정이 된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입체적으로 만들어 줄 3D 영상과 입체안경이 기다리고 있다.▲ 니코(가족, 모임/ 80분/ 전체 관람가)꼬마사슴 니코는 엄마밖에 없다. 니코가 생긴 뒤 아빠는 자취를 감췄고 니코의 아빠 또한 니코의 존재조차 모른채 살고 있다. 어느 날, 니코의 실수로 사슴마을이 늑대의 습격을 받고 니코는 미움의 대상이 되고 만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니코의 탈출구는 사슴세계의 엘리트라는 아빠의 존재. 니코는 날다람쥐 줄리어스와 산타마을을 찾아 나선다.아이들이 보기 편하도록 더빙이 된 버전에는 배우 장근석과 코미디언 김병만이 각각 니코와 줄리어스를 연기했다. 어색한 부분도 보이지만 제법 괜찮은 실력을 선보인다.자신감을 가지면 꿈을 이룰 수 있고 친구의 소중함과 가족의 따뜻함을 강조하는 조금은 넘치는(?) 교훈을 가지고 있어 아이들 교육용으로는 10점 만점에 10점. 조금만 곁에서 지도해 준다면 미취학 아이들에게도 제법 괜찮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8.12.26 23:02

[볼만한 영화] 인생 바꾸는 긍정의 힘 '예스맨'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까지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자기계발서. 그 많은 자기계발서 중에서도 삼척동자도 알 정도로 유명한 책이 있으니, 론다 번이 지은 「시크릿」이다. 사실 책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긍정의 힘', 다시 말하면 '잘 될 거야'라고 믿으면 결과도 그렇게 따라온다는 너무나 단순한 이야기다.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란 부제가 우스울 정도로 당연하고 간단한 이야기지만 사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기란 말처럼 쉽지는 않다. 특히 요즘같이 경제적으로 힘들고 복잡한 사회 안에 사는 우리에겐 그저 꿈같은 말. 여기 「시크릿」 책 한 권 사주고 싶은 한 인물이 있다.칼 알렌(짐 캐리)은 대출회사 상담 직원으로 항상 '노(NO)' 라는 말을 달고 사는 부정적인 남자다. 3년 전 아내와 이혼한 뒤 부정적인 생활 자세가 된 그는 모든 일에 시큰둥할 뿐. 어느 날 친구의 권유로 참석한 '인생역전 자립 프로그램'에 참석해 '예스(YES)'를 통한 긍정적인 효과를 배우게 된 칼은 모든 일에 '예스'로 대답한다는 서약까지 하고 만다. 이후 그의 생활은 긍정적인 태도와 함께 완전히 변화하는데, 아뿔싸. 접수되는 대출 신청서류 마다 '예스', 구매강요 온라인 쇼핑몰 메일에도 '예스', 만나자는 여자들의 전화에도 모두 '예스'.이것이 끝이 아니다. 평소 하지 않던 일들을 경험하며 완전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칼은 기타와 한국어를 배우고 비행기를 조종한다. 아무 계획 없이 주말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그룹의 공연을 보러가는 등 지금까지 그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즐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칼에게 '좋은 결과'로 돌아와 연애도, 인생도 해피엔딩을 만들어 준다.영화 '마스크'(1994)에서 녹색 칠을 하고 멋진 표정 연기를 선보이고, '뻔뻔한 딕 & 제인'(2005)에서는 위트 넘치는 웃음을 준 사람. '덤 앤 더머'(1994), '브루스 올마이티'(2003),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2004), '트루먼 쇼'(1998)와 '이터널 선샤인'(2004)까지 코미디물부터 정통 연기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것이 배우 짐 캐리다. 다양한 표정으로 코미디물에 등장해 인지도를 얻었지만 정통 연기 또한 호평을 받은 그가 그의 고향, 코미디물에 돌아왔다.영화 '예스맨'은 큰 웃음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 풀리는 짐 캐리식 연기가 압권이다. 코미디와 교훈적인 이야기가 적당히 버무려져 있어 오락물로도 손색없고, 관람 후 느끼는 것도 많은 영화다. 물론 새로울 것이 없는 단조로운 이야기 구성이 흠이지만 짐 캐리의 연기가 그 단점을 99.9% 정도 커버하고 있으니 문제될 것은 없다. 무엇보다 한국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특별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것은 극 중 주인공 칼이 한국어를 배우기 때문. 지극히 주관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장면에서 나오는 '청주 날씨는 어때요?'가 발음도 비슷한 '전주'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청주'도 나쁘지는 않다. 그가 영화 속 중간 중간 말하는 어딘가 부족하면서도 훌륭한(?) 한국어들은 충분히 귀엽게 느껴질 것이다.이 영화 또한 원작을 하고 있는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재미있게도 영화 '예스맨'의 부제작자인 데니 월레스의 이야기가 소설의 중심 내용. 실제로 데니 월레스는 여자친구에게 차인 후 절망에 빠져 있다가 우연히 들은 긍정적인 삶에 대한 조언으로 인생을 바꾸었다고 한다.아직까지도 '긍정의 힘'을 믿지 못하고 불안해 하는 당신에게 지금 이 순간 필요한 영화가 '예스맨' 아닐까?영화가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물론 '예스'다.

  • 주말
  • 이지연
  • 2008.12.19 23:02

[볼만한 영화] 붓끝의 에로냐 기방의 액션이냐

영화는 가장 가깝고 접하기 쉬운 문화생활이다. 인터넷이나 전화로도 예매가 가능하고 일 주일이면 몇 편씩 개봉하는 새로운 영화들 덕에 선택의 폭도 넓다. 대략 7,000원 정도면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고 혼자서도 둘이서도, 성별이 뒤섞이거나 나이가 달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니 마법같은 매체임은 틀림없다.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괜찮은' 영화를 택했을 때 이야기다. 바꿔 말하면 '괜찮지 못한' 영화를 선택하게 되면 돈 7,000원도 두 시간 정도의 시간도 모두 버리게 된다는 뜻. 그래서 이번 주 볼만한 영화는 한편을 꼽기가 어렵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미뤄 새로운 영화가 없는 탓도 있지만 포스터에서부터 '꽂히는' 영화가 없으니 슬플 따름이다.그래서 이번 주 볼만한 영화는 두 편이다. 시대 배경이 옛날이라는 점과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점 등 비슷한 점도 많은 한국 영화 '미인도'와 '1724 기방 난동사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 관전 포인트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 미인도(멜론, 로맨스/ 108분/ 18세 관람가)화원 가문의 막내딸이자 훌륭한 그림 실력을 가진 7살 윤정(김민선). 오빠 신윤복에게 남몰래 그림을 그려주며 행복하던 소녀의 일상이 오빠의 자살로 바뀌어 버린다. 그림을 위해 여자라는 성(姓)과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오빠의 인생을 살게 된 것. 그의 그림은 조선 시대 최고 화가로 불리던 김홍도(김영호)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가 하면 음란하고 저급하다며 시기와 질타를 받기도 한다. 그림을 위해 남자로 사는 주인공의 사랑의 감정과 재능을 그린 영화.미인도는 개봉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같은 신윤복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가 텔레비전에 방영되면서 광고비를 따로 들이지 않고도 쏠쏠한 홍보 효과를 누렸고, 사람들의 관심이 민화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영화 제목이 노출 됐다.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것일까? 너무 많은 배드신과 자연스럽지 못한 스토리 전개를 보면 마음이 안타까울 따름. 애초에 신윤복의 작품 미인도가 그의 자화상일 것이라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가설에서 출발 했음에도 중간에서 제대로 길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남자 배우들의 연기가 꽤 괜찮다는 것(극 중 김홍도의 매력발산은 100점이다)과 그림과 한복 같은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카마수트라를 보는 듯한 장면도 사실 영화와는 별 상관이 없지만 재미없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1724 기방 난동 사건(코미디, 액션/ 103분/ 15세 관람가)1924년 경종 집권 말기. 당파싸움은 절정에 이르고 전국 세력들은 다투기 시작한다. 이 상황을 바로 잡고자 많은 '주먹'들이 나서고, 조선 최고의 주먹 천둥(이정재)과 그를 제거하려는 야심가 만득(김석훈),의 신경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해진다. 그리고 설상가상 이 둘의 마음을 사로잡은 조선 최고의 미색 설지 (김옥빈)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꼬여 가는데.'현대의 조직폭력배가 조선시대로 간다면?'이라는 발상에서 시작한 영화답게 퓨전 사극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한복은 앙드레김 선생님의 작품이 등장하는가 하면 히피나 그런지 룩에 가깝고 기생들의 춤은 현대무용을 보는 듯하다. 그동안 사극들이 보여주던 양반들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서민들의 이야기를,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내어 탄생 시켰다. 무엇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이정재와 김석훈의 연기변신. 다른 것을 따지지 않더라도 이 두 배우는 영화를 선택할 만큼의 값어치가 있다.퓨전 사극이라고 시작부터 만들었기에 음악이나 옷, 그 외 시대상을 거스르는 배경들은 오히려 재미로 보여 진다. 하지만 이런 재기발랄한 배경 속에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구조를 놓쳐 버리는 중대한 실수를 범하고 만다. 너무나 다양한 소재가 섞여 그 뿌리를 잃어버린 것도 문제.

  • 주말
  • 이지연
  • 2008.12.12 23:02

[볼만한 영화] 웃다보면 감동이…'과속 스캔들'

배우 차태현을 그리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좋아한 것도 싫어한 것도 아니다. '이 배우가 출현한 영화는 꼭 봐야겠다'라든가 '차태현이 나온 오락 프로그램은 챙겨봐야지'할 정도는 아니니까. 하지만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된 프로그램에 차태현이 나오면 마음껏 웃을 수 있었고, 그냥 선택한 영화에 그가 출연하면 실망한 적은 없었다. 이렇게 따지고 생각해 보니 차태현은 참 대단한 배우다.다른 남자 배우들 보다 특별히 잘 생겼다거나 키가 큰 것도 아니지만 그만이 가진 색깔은 배우로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동네 오빠 같은 느낌에 한번쯤 얘기해보고 싶은 대상. 우울할 때 만나면 금방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줄 것 같은 사람. 그것이 차태현이다.올해 초 영화 '바보'(지난 주 소개했던 영화 '순정만화'의 원작자 강풀의 만화 '바보'가 원작이다.)를 통해 관객을 찾았던 그가 새로운 영화 '과속 스캔들'로 돌아온다. 혹자는 너무 뻔한 결말과 흔한 스토리라고 폄하 하지만 그럼 어떠랴. 차태현이 나온다는데.▲ 과속으로 무너지는 한 인생아이돌 스타로 데뷔해 10대 소녀들의 우상으로 군림하던 남현수(차태현).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잘나가는 연예인으로 청취율 1위 라디오 DJ로 활동하고 있다. 어느 날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 애청자로 하루도 빠짐없이 사연을 보내오던 황정남(박보영)이 찾아오고 그의 인생은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 정남은 자신이 현수가 중 3때 과속을 해서 낳은 딸이라며 무조건 책임 지라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현수의 손자라며 꼬마아이 황기동(왕석현)까지 대동했다. 이들 모자가 현수의 펜트하우스 같은 집에 들어가면서 일은 점점 꼬여간다.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대략적인 스토리를 듣고 나면 끝이 뻔하고 차태현의 쇼맨쉽이 돋보이는 '그저 그런 영화'로 생각하기 쉽다. 더욱이 이 영화의 예고편을 봤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영화를 본 사람으로서 예고편 영상의 부실함을 제작자측에 건의하고 싶다.)그러나 일단 알아둘 부분은 절대 이 영화가 차태현 혼자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는 것. 신인 여배우인 박보영과 손자 역의 왕석현이 주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이 빠졌다면 영화의 완성도는 급감했을 테니까. 오히려 차태현이 이들의 연기를 뒷받쳐 주고 있는 느낌마저 받게 된다.두 번째로 짚어야 할 부분은 '그저 그런 코믹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도 말 못하는 미혼모 문제를 담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여성의 인권을 인정하는 사회라 해도 아직까지 혼전 임신도, 이혼이나 미혼모 문제에서도 여성이 불리한 입장인 것이 사실. 이 영화는 미혼모 본인부터 그 자식이 가지고 살아야 할 짐까지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그리고 있다.서태지의 '컴 백 홈(Come back home)' 노래를 듣고 청소년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드라마 '엠(M)' 방영 당시 낙태율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문화매체의 사회적 영향력을 상기시켜 본다면, 이 영화가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켜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의 또다른 묘미미리 말하자면,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십중팔구 영화 OST를 찾게 될 것이다. 영화 '복면달호'에서도 노래 실력을 발휘한 차태현이 가수 역할로 등장해 노래하는 장면이 삽입됐다. 차태현의 노래도 노래지만 더 마음을 휘어잡는 곡이 있으니 극 중 정남의 노래다. 이 신인 배우는 오디션 당시에도 훌륭한 노래 실력은 뽐냈다는데, 영화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90년대 인기곡인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을 비롯해 모자이크의 '자유시대' 등 네 곡을 소화해 냈고, 기타까지 연수하는 열정을 발휘했다. 어깨 위의 짐을 덜어내주는 듯한 삽입곡들이 영화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평.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기동역의 왕석현은 다섯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다. 웃음의 큰 역할을 하는 그는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농익은 연기를 선보이며 이미 많은 누나 팬들을 확보한 상태. 우렁차게 외치는 '할아버지!'라는 대사와 배꼽인사, 예사롭지 않은 화투 치는 솜씨에 반하고 말 것이다.

  • 주말
  • 도휘정
  • 2008.12.05 23:02

[볼만한 영화] 가슴 두근거릴 사랑이야기 '순정만화'

'만화'는 '책'으로 봤을 때 완성된다고 믿으며 동네 책방을 전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왜 만화를 책으로 봐? 컴퓨터로 다운 받으면 되는데"라는 주위의 핀잔에도 만화책에 대한 애정을 꿋꿋하게 지켜왔다. 바스락거리는 책 넘기는 소리와 완결된 책을 쌓아 놓고 답답함 없이 결말을 볼 수 있는 것이 만화책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랄까.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본 한 인터넷 만화는 책방으로 향하던 발길을 끊게 만들었다. 이미 고소영 주연의'아파트'와 차태현 주연의 '바보'의 원작 만화가로 알려진 강도영(인터넷 상에서는 '강풀'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의 '순정만화'. 1주일에 2번 연재되던 '순정만화'를 보기위해 업데이트 되는 날이면 아침부터 모니터를 지키곤 했다.제목에서부터 대놓고'이 만화는 순정적이다'라고 말하는 자신감은 일단 만화를 보고나면 이해가 될 것. '나는 컴맹이라'혹은'많은 양을 찾기 귀찮아서' 망설여 진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주말 순정만화가 순정'영화'로 찾아온다.▲ 만화 같은 사랑출근길이던 서른 살 연우(유지태)는 아래층에 사는 여고생 수영(이연희)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다. 그러나 순간, 엘리베이터는 고장으로 멈춰 버리고 혹시 어린 학생이 겁을 먹지 않을까 연우는 내심 걱정이다. 수줍은 성격 탓에 말도 못 걸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연우에게 들리는 학생의 말 한마디. "에이 조땐네!"지하철에서 교복 넥타이를 잊은 사실을 깨달은 수영은 연우에게 다짜고짜 넥타이를 빌리게 되고 급속도로 가까워진다.한적한 지하철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스물 두 살의 공익근무 요원 강숙(강인)은 방금 스쳐 지나간 여인 하경(채정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한참을 말을 걸까 망설이며 쳐다보다 막차가 와도 타지 않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지하철에 태우게 되는데. 하지만 그녀는 스물아홉의 연상녀로 남모를 상처를 가지고 있다. 강숙의 끊임없는 애정 공세에 그녀도 마음을 열게 될까?사랑에 대한 섬세한 감정을 담은 순정만화는 결국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살면서 한번쯤 만날 법한, 어쩌면 나 자신의 이야기. 그것이 원작 만화가 인기 있었던 이유이자 영화의 성공을 점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올 겨울,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소중함을 그리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 큰 두근거림을 선사할 영화.▲ 순정만화와 순정영화앞에서도 말했듯이 총 42회로 구성된 강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에서는 세 커플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두 커플로 줄어들어 각기 다른 성격과 캐릭터를 가진 네 명의 주인공이 서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커플이 서로 교차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독특한 설정은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거리. 원작과 또다른 점은 연우와 강숙이 원래부터 아는 사이라는 설정이다. 이 외에도 만화는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여름 동안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계절이 변하면서 서로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등장한 목도리는 파란색 우산이 되었다.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등장했던 강숙 캐릭터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변신했고 만화에는 없던 캐릭터도 등장하게 하게 된다. 특히 가수 소녀시대 멤버인 최수영이 극 중 수영의 친구로 등장하는가 하면 원작자 강풀은 카메오로 출현하기도 했으니 두 눈 크게 뜰 것.평소 강풀의 순정만화의 열혈 팬이었던 가수 이승환은 과거 자신이 발표했던 곡을 영화 순정만화 느낌으로 재해석해 동명 타이틀 곡 '순정만화: Happily Ever After'로 헌정하기도 했다.

  • 주말
  • 도휘정
  • 2008.11.28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