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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프로포즈 vs 드림업 '배꼽 빼놓고 웃어보자'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즐기면서도 가끔 괴로울 때가 있다. 슬픈 영화와 공포 영화 볼 때. 혼자 소리 내 울기는 좀 민망하고, 무섭다고 모르는 사람 뒤로 무작정 숨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보기 좋은 영화는 코미디물이라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고 박장대소를 유발하는 코미디 영화를 택하면 멜로나 공포 영화를 볼 때와 같이 민망한 경우가 발생한다. 감동이 적당히 섞였거나 로맨틱한 내용이 더해지면 금상첨화. 같이 영화 볼 사람이 없어도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번 주는 절호의 기회다. 물론 굳이 혼자 가서 볼 필요는 없고 사람마다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라면 혼자서도 영화관 나들이를 즐길 만 하다.▲ 프로포즈(코미디, 멜로,로맨스/ 107분/ 15세 관람가)나름 성공한 여자인 출판사 편집장 마가렛(산드라 블록)은 모국인 캐나다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다. 살아남을 방법은 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미국 남자와의 결혼. 마가렛은 그 동안 가혹하게 부려 먹어온 부하직원 앤드류(라이언 레이놀즈)에게 결혼할 것을 명령하고, 앤드류는 승진이라는 대가에 혹해 그녀의 약혼자 행세를 한다. 이민국은 그들의 결혼을 의심하고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하는데. 이민국의 눈을 피해 앤드류의 고향인 알래스카에 가게 된 두 사람. 여기서 마가렛은 그 동안 관심 없었던 앤드류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된다.여기까지만 들어도 이 영화는 지금까지 로맨틱 영화들을 답습하고 있다. 사건 발생, 사건 해결을 위한 거짓말, 도망, 사랑에 빠짐, 위기, 다시 사랑 같은 뻔한 기승전결이 그것이다. 이것 저것 작은 일로 싸움을 하고 사랑으로 번지고 결국에는 행복해지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뻔한 이야기. 하지만 '프로포즈'는 이런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진부해 보이지 않는다. 그 공을 찾는다면 이미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잔뼈가 굵은 산드라 블록의 농익은 연기와 코미디 장르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있는 라이언 레이놀즈 덕분이다.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이 만들어 낸 영화는 코미디와 멜로의 적정선을 지켜주며 톡톡 튀는 웃음과 감동을 선물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멋진 모습에 남자 주인공에 관심이 생기는 여성 관객들이 대거 생길 텐데 아쉽게도 그는 이미 유부남이다. 더욱이 그의 아내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 스칼렛 요한슨.▲ 드림업(코미디, 드라마/ 111분/ 12세 관람가)소심하고 뭔가 없어 보이는 이미지의 소년 윌 버튼(갤란 코넬). 하지만 음악에 대한 애정만큼은 2등이라면 서럽다. 윌은 은 전학 첫날 4차원 소녀 샘(바세사 허진스)에게 첫 눈에 반하고, 치어리더 출신에 퀸카인 샬롯 맹크세스크스(앨리슨 미칼카)과 친구가 되기까지 한다. 마침 전교생이 열광하는 음악대회 '밴드슬램'이 개최 된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샬롯의 전 남자친구는 밴드슬램 우승을 노리며 샬롯의 밴드를 무시한다. 이에 화가 난 샬롯은 출전을 결심하고 반 강제로 윌을 매니저로 지목한다. 순조롭게 준비하던 어느 날, 샬롯은 돌연 출전을 포기하고 대회를 포기할 수 없는 윌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되는데.코미디 영화라기 보다는 청소년 성장영화에 가까운 '드림업'은 많은 면에서 음악에 기대고 있다. 특히 70, 80년대의 록 그룹이 주인공들의 입에 언급되고 연주되면서 관객들을 흥얼거리게 만든다.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음악의 힘이 절로 느껴지는 영화이자, 청소년들의 성장기가 풋풋하게 다가오는 영화. 물론 우리나라 고등학교 문화와는 많이 다르고 하이틴 영화다운 손발이 오그라드는 면모도 가지고 있지만 음악과 순순함이 있어 괜찮다고 평할 수 있다. 윌의 엄마 카렌 버튼역을 맡은 리사 쿠드로가 미국 드라마 '프렌즈'의 피비 였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당신은 이미 청소년은 아닌 것. 영화 내내 슬펐던 것은 이제 엄마 역할을 하는 리사 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9.09.04 23:02

[볼만한 영화] 코코 샤넬 vs 블랙 '다국적 영화들의 유혹'

부인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한가지는 이미 할리우드식 영화에 길들여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 영화지만 액션도 좀 나와줘야 하고, 컴퓨터 그래픽은 웬만한 수준이 아니면 상대하고 싶지 않고, 스토리보다 볼거리에 집중한다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할리우드 영화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짐'보다 더 벗어나기 힘든 '길들여짐' 이라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 영화를 상대적으로 낮은 질로 취급한다거나 제 3국에서 만들어진 영화는 이질감부터 들어버리니까. 어째든 이런 이유로 이번 주 극장가는 다국적 영화들로 인해 접근이 힘들었다. 눈에 띄는 제목의 영화가 인도와 프랑스 산 이었기 때문. 고민을 거듭하긴 했지만 막상 보고나니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첫 인상이 언제나 맞는 건 아니고 선입견은 세상살이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입증하는 순간이었다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까.▲ 코코 샤넬 (드라마/ 110분/ 15세 관람가)'프랑스 영화' 하면 왠지 진진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연상하게 된다. 외국어라고는 영어가 다인 줄 알았던 시기에는 프랑스 어가 외계어처럼 들렸고, 복잡 미묘한 영상과 언어가 더해져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프랑스에도 유명한 것은 있었으니 바로 명품 브랜드들. 특히 옷이라곤 청바지와 티셔츠 밖에 모르는 남정네들도 안다는 '샤넬'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다. 영화 '코코 샤넬'은 지금의 샤넬이란 브랜드를 탄생시킨 디자이너 샤넬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모에게 버려져 고아원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싸구려 카바레에서 가수로 활동하는 샤넬(오드리 토투)은 재봉사로 돈을 번다. 어느 날 카바레를 찾은 에띠엔느 발장(에티엔느 바톨로뮤)의 저택에 살게 되면서 새로운 옷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는데.한국에서 제목은 '코코 샤넬'이지만 원제를 찾아보면 'Coco Avant Chanel'로 '샤넬 이전의 코코'라는 뜻이다. 즉, 샤넬이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전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는 것. 신분상승을 꿈꾼다거나 영국 사업가 아서 카펠(알레산드로 니볼라)와 사랑에 빠지는 등 디자이너로서 보다 여성에 초점을 뒀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샤넬을 생각하며 영화를 본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영화 간간히 나오는 옷들은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훌륭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 드라마/ 124분/ 전체 관람가'슬럼독 밀리어네어'가 개봉했을 때 눈에 띄던 혹평은 때를 잘 만났다는 것이었다. 요즘 세계 영화계가 인도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이것이 유행이라는 것.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찾은 공통점은 최근 인도 영화들이 감동을 더한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8살 소녀 미셸 맥널리(아예사 카푸르)는 짐승처럼 생활하고 가족들조차 그렇게 대한다. 어느 날 자신을 마법사라 말하는 교사 데브라지 사하이(아미타브 밧찬)가 찾아오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미셸에게 언어체계를 가르친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미셸(라니 무커르지)은 대학 진학의 꿈을 꾸고 데브라지가 그녀의 눈과 귀, 입이 돼주지만 그에게 알츠하이머병이 찾아온다.익숙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영화가 '헬렌 켈러'를 원작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앤 설리번 선생님과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배경만 인도로 옮겨온 것. 다만 영화는 데브라지 선생님에게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 동안의 이야기와 차별성을 주려 한다. 자칫 우울하게만 보였을 영화가 훌륭하다고 표현 될 수 있는 건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이다. 누가 주인공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출연 배우들이 모두 뛰어나고 특히 어린 미셸을 연기한 아예사 카푸르는 소름이 끼칠 정도. 9살에(이 영화는 5년 전 촬영 한 것으로 지금은 15살이다.) 이런 연기가 가능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9.08.28 23:02

[볼만한 영화] 퍼펙트 겟어웨이 '깔끔하고 시원한 반전'

▲ 퍼펙트 겟어웨이(스릴러, 모험/ 97분/ 15세 관람가)비가 오나 해가 뜨나 날씨는 덥기만 하고 덕분에 복날마다 꼭꼭 챙겨먹은 영양식은 티도 나지 않는 올해 여름, 이런 여름에 극장가에서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공포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렇다 할 공포물이 없었을뿐더러 워낙 마음이 극도로 약한(?) 나머지 공포 영화를 관람 할 용기가 없었던 탓에 미루고 미룬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다행히도 이번 주 극장에는 '공포, 스릴러, 모험' 물이 대거 포진 했다. '한 편은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모두 봤더니 더운 날씨는 기억도 안 날 정도. 범인의 심리 상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반전의 묘미에 대해 열변을 토하다 더위를 잊는 걸 보면 '공포 스릴러 영화가 여름에 좋다고 하는구나' 하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님을 알게 된다. 극장 갈 때 긴 팔 카디건 하나는 필수. 간담도 서늘한데 요즘 극장은 에어컨 정말 '제대로'다.분명히 영화 정보란에는 스릴러, 모험이라고 돼 있었고 포스터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주인공인 밀라 요보비치의 표정은 그렇게 다급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주인공의 전작들과 영화의 기본 배경들을 조합해 내 만들어낸 '퍼펙트 겟어웨이'의 이야기는 실제와 '아주' 달랐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관객의 상식을 비꼬고 뒤집는 데서, 그리고 그 상식이 가진 본연의 허점 때문에 만들어 질 수 있어서다. 다시 말하면 영화 속 주인공들도 관객들도 자기의 꾀에 자신이 넘어간 것이다. 결론적으로 스릴이 있어서 공포스럽고, 공포스러워 스릴있는 영화다.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 하는 한 신혼 부부의 캠코더 영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하와이 신혼여행. 갓 결혼한 신혼부부 시드니(밀라 요보비치)와 클리프(스티브 잔)는 카우아이 섬에서 신혼여행 겸 트레일을 즐기려 하지만, 곧이어 다른 신혼부부가 시체로 발견 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놀랍게도 범인으로 지목된 것은 한 쌍의 남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시드니 클리프 커플은 지나(키일리 산체즈), 케일(크리스 헴스워스) 커플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되고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불안감이 지속되던 그 때, 가까운 곳에서 범인이 잡히는 것을 두 커플은 목격하게 되는데.극 중 영화 시나리오 작가인 클리프는 케일과 영화의 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반전의 중요성 이라든가 영화가 갖춰야 할 것들 같은 아무것도 아닌 듯한 대화는 이미 이 영화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해 엄청난 힌트를 던져주고 있다. 마치 예언을 하듯 그들의 대화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그리고 어느 순간 이 모든 비밀이 관객에게 드러났을 때, 감독은 플래시 백(영화, 텔레비전에서 다른 장면들을 삽입하는 것으로 과거 기억의 재생 또는 설명의 수단으로 사용)을 상당히 긴 시간 삽입함으로써 관객이 미쳐 깨닫지 못 했던 순간 순간의 이야기를 전한다. 요즘 영화들이 너무 긴 러닝타임으로 관객들을 괴롭혔다면 '퍼펙트 겟어웨이'는 그야말로 깔끔한 영화. 97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비밀이나 반전도 정확히 전달해 주는 친절함 까지 갖췄다. 당신이 믿고 있는 상식의 틀을 벗고 한껏 시원해 질 수 있는 영화.

  • 주말
  • 이지연
  • 2009.08.21 23:02

[볼만한 영화] 퍼블릭 에너미

▲ 퍼블릭 에너미 (범죄, 액션/ 140분/ 15세 관람가)영화 '옹박'이 개봉 했을 때 한참 무술에 빠져있던 친구를 따라 극장을 찾았다. 제법 늦은 시간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대부분이 남성 관객 이었다는 것이다. 극장 안에 여자는 단 두 명뿐. '옹박'은 말로만 듣던 '남자 영화'였던 것이다.완전히 다른 장르지만 또 다른 '남자 영화' 한편이 개봉했다. 크리스찬 베일과 조니 뎁이 출연한다는 이유로 많은 여성 관객들이 유인(?) 당하겠지만, 사실 '퍼블릭 에너미'는 진짜 '남자 영화'. 스토리나 영상을 떠나서 배트맨과 잭 스페로우 선장의 훌륭한 하모니를 감상하는 것만으로 영화 값은 톡톡히 하겠지만, 그냥 거기서 끝내기에는 아깝긴 하다. 여자나 남자, 누가 먼저 보자고 하는 게 중요하진 않겠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남자가 느끼는 매력과 여자가 느끼는 매력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이다.이 영화는 존 딜린저(조니 뎁)가 죽기 전 10개월의 행적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은행 강도로 이름을 날리던 실존 인물이다. 젠틀맨으로 유명해 여자 인질을 위해 코트를 벗어주는가 하면 은행 돈은 훔치지만 고객의 돈에는 손대지 않는 행동으로 유명하다. 미국 대공황 시대 정부에게는 '공공의 적'으로 불렸지만 시민에게는 현대판 로빈 후드, 우리나라로 치면 임꺽정이나 홍길동쯤 되는 '훈남' 강도다. 영화는 실제 존 딜린저가 수감됐던 감옥과 실제 은행, 총격전을 벌인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촬영됐고 그의 감정 상태 영화 속에 잘 녹아있다. 물론 이 것은 존 딜린저 역을 맡은 조니 뎁의 훌륭한 연기 때문. 영화 '대부'의 알파치노 눈빛 연기에 반한 당신이라면 '퍼블릭 에너미'는 안 봐도 그림이다. 여자를 바라보는 그윽한 눈빛이나 외로움, 욕망,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감정의 싹까지 그는 제대로 말하고 있다.이제 이런 배우를 마음껏 조율한 감독의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다. 마이클 만 감독은 '히트' '인사이더' '알리' '콜래트럴' 등의 메가폰을 잡은 경력을 가지고 있다.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의 '히트'나 톰 크루즈가 등장한 '콜래트럴'을 이미 본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선택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늘어났을 것. '퍼블릭 에너미'를 위해 4년이 넘는 기간을 철저하게 준비했고 앞서 만들었던 영화들을 통해 범죄영화의 내공을 쌓았으니 말이다. 이렇게 남성적인 표현법과 사실적 묘사는 '퍼블릭 에너미'가 '남자 영화'가 될 수 있게 한 몫 단단히 해내었다.그러나 여성 관객에게는 이 모든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반복되는 사건들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남자들의 의리와 고독함이 우습게(?) 느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멋지게 살고 죽길 바라던 존 딜린저가 위험하게만 보일 수 있지만, 여자는 스릴있는 사랑에 약하다고 했던가. 영화 초반 조니 뎁의 위험하지만 열정적인 눈빛이 스크린에 잡힌 순간부터 여성 관객이라면 여자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을 것이다. 범죄 액션물로 분류 된 이 영화가 로맨스나 드라마로 인식되는 건 비단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 영화의 시대와 잘 어울리는 배경 음악 또한 여성 관객을 유인하는 미끼다.

  • 주말
  • 이지연
  • 2009.08.14 23:02

[볼만한 영화] 10억 vs 국가대표

한때 한국영화가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일명 '조폭영화' . 조직폭력배의 이야기를 빌어 웃음을 더하거나 감동을 주는 식이었다. 식상해질 때까지 유행을 좀 타나 싶더니 이내 침체기가 왔고 한 주면 몇 편씩 쏟아지던 한국영화도 자취를 감추는 듯 했다. 하지만 올해,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선전을 해주면서 다시 한번 부흥기를 맞고 있다. 장르도 다양하고 소재도 참신해 이 정도만 한다면 칭찬받기 충분하다. 다시 그 몫을 충분히 해줄 거라 믿는 한국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10억 (모험, 스릴러/ 114분/ 15세 관람가)인터넷 방송국 주최로 10억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이 펼쳐진다. 수십만 명의 신청자 중 선택된 참가자는 한기태(박해일), 조유진(신민아), 박철희(이민기) 등 단 8명. 한 명의 우승자를 가려내기 위해 밀림과 사막으로 이어지는 호주 육지 속 무인도로 이들을 이끈 것은 방송국 PD(박희순)다. 하지만 첫 게임 이후, 게임의 첫 번째 탈락자인 최욱환(이천희)은 시체로 발견되고 이어진 두 번째 게임의 탈락자 이보영(고은아)은 PD가 쏜 화살에 죽게 된다. 이제 이 게임의 우승자는 마지막까지 살아 남는 사람. 그는 왜 이런 생존 게임을 만든 것일까?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얼핏 아무런 공통점도 없어 보인다. 서로 직업도 모두 다르고 성격이나 생각하는 것 마저 같은 점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의문점은 풀리게 된다. 시작과 동시에 죽어나가는 참가자들을 보면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사연이 아닌 이 게임을 관장하는 PD의 사연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돈이라는, 인간의 욕심의 이면도 살짝 들춰준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탓에 살짝 떨어지는 긴장감이나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감동, 흥미롭지 못한 게임 자체는 영화의 단점. 왠지 어디서 빌려 온 듯한 소재라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해외 로케이션을 감행한 덕분에 낯선 배경들은 이질감보다 이국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국가대표 (드라마, 코미디/ 137분/ 12세 관람가)전북 무주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식 종목 중 하나인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을 급조한다. 전(前)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 방종삼(성동일)은 국가대표 코치로, 나이트 클럽 웨이터 흥철(김동욱), 전(前) 주니어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다가 친엄마를 찾아온 입양인 밥(하정우), 고깃집 아들 재복(최재환), 소년 가장 칠구(김지석), 4차원 봉구(이재응)가 온갖 감언이설로 대표팀에 들어오게 된다. 이들은 여러 사정만큼 이들에게 스키점프는 간절하다. 금메달만 따면 친 엄마를 찾아주고 군 면제를 해준다는 약속을 받았으니 말이다. 때문에 이들의 훈련 과정은 정말 처참하다. 공사장 안전모만 쓰고 훈련을 하고 나무 꼭대기에 줄로 매다는 기예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무주가 유치에 실패하며 해체 위기하는 큰 장벽이 부딪힌다.'국가대표'는 스포츠 영화의 정석을 밟고 있다. 감동과 실화가 적절히 뒤섞여 사람의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으며 아직도 스키점프 국가대표 등록 선수는 다섯 명뿐이라는 사실까지 관객의 감정을 자극한다. 다만 걱정인 것은 조폭영화 때처럼 이런 '감동 스포츠'류의 영화가 또 대량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얼마 전 개봉을 했던 '킹콩을 들다' 도 결국은 같은 맥락. 그렇다면 관객들도 계속되는 진부한 감동 실화에는 결국 등을 돌리게 되지 않을까.

  • 주말
  • 이지연
  • 2009.08.07 23:02

[볼만한 영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vs 업(UP)

'어른들을 위한 영화'와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구별하는 방법은 뭘까?과거에는 분명 어른과 아이들 영화가 나뉘어져 있었다. 적어도 좀 야하거나 폭력적인 장면들이 나오면 '어른용' 영화로 확실히 구분이 됐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런 구분과 구별 자체가 모호해져 버렸다. 이미 볼 만큼 본(?) 아이들에게 충격적이거나 피해야 할 장면은 얼마 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어른들은 아이 같은 것들에 열광한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결과. 그래서 이번 주 볼만한 영화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와 '업(up)'에 열광하는 어른들을 위해 마련했다.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두 영화는 전체관람가지만 아이들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어른답지 못한 어른'을 위한 것도 아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아직까지 꿈과 희망을 가진 순수한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영화랄까.▲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판타지, 모험/ 153분/ 전체관람가)해리포터의 시리즈의 여섯 번 째. 책이 7편을 마지막으로 끝났으니 영화도 한 편 남은 셈이다. 앞서 다섯 편과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비교 해 보면 이번 시리즈는 판타지나 모험 보다는 멜로나 로맨스물에 가깝다. 주인공들간의 애정 전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더러 우리나라 정서로 표현하면 '정(情)' 정도 되는 감정 표출이 영화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그래서 이야기의 끝에 가까워졌음에도 오히려 초반 1·2편을 보는 듯한 느린 전개나 너무 많이 차지해 버린 애정 이야기는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겹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어른들이 보기에는 오히려 무난하다. 전편들에서 등장한 액션이 줄고 감정신이 많아졌기 때문. '너무 많다'고 느꼈던 마법이나 퀴디치 장면이 이번 편에서는 적절하게 사용 됐고, 실마리를 제공하며 풀려가는 비밀을 아는 재미가 쏠쏠하다.항상 그렇듯 이미 책을 읽은 독자라면 기대에는 조금 못 미칠 것이고, 1편의 어린 주인공들을 기억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헤르미온느'역을 맡은 엠마 왓슨은 실제 생활에서 동거를 시작할 정도로 어른이 됐으니 11살 때 모습은 기억에서 지워야 할 것. 한가지 권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된 관계로 영화 관람 시간을 늦은 저녁으로 하면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업(up) (모험, 액션, 애니메이션/ 101분/ 전체관람가)디즈니사와 픽사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걸작. 평생 모험을 꿈꿔 왔던 '칼 할아버지'는 수천 개의 풍선을 집에 매달아 집을 통째로 타고 남아메리카로 향한다. 이 위대한 모험에 불청객이 있었으니 황야의 탐험가 '러셀'이다. 이 8살 꼬마와 할아버지의 어색한 조화로 이뤄진 대모험. 남미의 잃어버린 세계에서 이들이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영화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업'은 이미 유명한 애니메이션이다. '제62회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영화이자, '칸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선정된 애니메이션 개막작. 유명 영화제에 선정 됐다고 하면 일단 흥행은 참패요, 재미는 의심을 하고 보지만 '업'은 달라도 다르다. 디즈니사의 아기자기함과 픽사의 위트가 만난 열 번째 작품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성이 잘 드러나는 영화로 감동과 재미가 이렇게 같이 묶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어떤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무한한 상상력을 뽐내며 지금까지 존재하던 영화의 공식과는 한참 다른 '업'만의 방식을 만들어 낸 것. 이 영화야 말로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의 위한 애니메이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주말
  • 이지연
  • 2009.07.31 23:02

[볼만한 영화] 해운대

▲ 해운대 (모험, 드라마/ 129분/ 12세 관람가)엄정화는 연기 잘 하는 배우다. 그동안 찍은 흥행 영화 이름을 다 말하기도 힘드니까. 박중훈이나 설경구는 말할 것도 없고 하지원도 꽤 괜찮은 배우. 이런 사람들이 모여 영화 한 편 찍었는데 하필 해운대에서 일어난 재난 영화란다. '한국형 재난영화'를 표방한 '해운대'는 자칫 1류 배우들이 모여 만들어낸 3류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시작했다. 물론 우리나라가 온전히 재해에 자유로운 곳은 아니지만 장마나 태풍을 빼고 나면 이렇다 할 자연재해가 없는 것이 사실. 그렇다 보니 크게 와 닿지 않는 주제가 관객들에게 어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요, 오히려 감독의 안목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것이 '해운대'다. 이 재난영화는, 아니 한국영화는 '재난'이란 소스로 음식 맛을 돋보이게 만들었을 뿐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만들어낸 한국의 '정'이자 '사랑'이다.영화는 시작에 앞서 2004년 일어난 인도네시아 쓰나미를 보여준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사상자를 낸 이 사건과 함께 당시 인도양에 원양어선을 타고 나갔던 해운대 토박이의 만식(설경구)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같은 배에 타고있던 연희(하지원)의 아버지가 사고로 죽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온 시점은 해운대의 여름. 만식은 해운대 상가번영회 회장을 맡으며 무허가 횟집을 하는 연희를 보살피고, 동생 이상의 마음을 갖고 있지만 연희 아버지의 사고가 자기 탓이라는 생각에 표현하지 못한다. 한편, 지질학자인 김휘 교수(박중훈)는 5년 전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흡사한 동해의 상황을 발견하고 '메가쓰나미'가 한국에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정부는 그 사실을 무시해 버린다. 더욱이 그는 이혼한 전처(엄정화)와 딸을 우연히 마주친 뒤라 복잡하기만 하다. 이렇게 무방비 상태에서 여름 휴가철 인파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부산 시민들 앞에 시속 800km의 쓰나미가 밀려온다.앞서 얘기 했든 이 영화는 '재난'이 목적이 아니었다. 여타 헐리우드 영화처럼 영웅 한 명이 모두를 구해내는 영웅 스토리도,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재난' 자체를 그리려 한 영화도 아니다. 가족간의 맹목적이고 끝없는 사랑, 남녀의 애틋한 사랑, 그리고 한국 사람만이 안다는 '정'을 말하기 위해 '재난'이란 소재를 살짝 빌려왔을 뿐이다.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정작 쓰나미가 보이는 시간은 30분 정도. 나머지는 인물들간의 거리와 감정을 설명하는데 모두 사용됐으니 알 만하지 않은가. 그런 이유로 당연한 듯 보이는 이 애정 관계가 너무나도 슬프다. 죽음 앞에서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야 하는 10분이라는 시간은 보는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기에 충분하니까.물론 너무 많은 인물 설명은 '지루하다'고 표현 될 수도 있고, 재난 영화에 2순위로 밀려버린 컴퓨터 그래픽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을 수 있지만 그 뭐가 대수겠는가. 컴퓨터 그래픽이 2순위로 밀린 것은 스토리와 배우가 너무 훌륭해서고, 감독이 적재적소에 손 써놓은 웃음과 눈물 코드만 제대로 이해 한다면 지루할 일은 절대로 없을 텐데 말이다. 완벽하다거나 세상이 남을 걸작이라 볼 순 없지만 어떤 선입견으로든 놓치면 후회할 한 편의 오락 영화임은 분명하다.

  • 주말
  • 이지연
  • 2009.07.24 23:02

[볼만한 영화] 차우

▲ 차우 (모험, 스릴러/ 121분/ 12세 이상 관람가)'코미디 공포' 나 '코미디 스릴러' 라는 장르를 들어는 봤을까? 이런 장르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이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은 들어본 적도 없으니 존재 자체가 의심스럽다. 하지만 이번 주 개봉한 우리 영화 '차우'를 본 관객이라면 망설임 없이 '코미디 공포물'의 존재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괜찮음'에 감동하게 될 것이다.말도 안되는(?) 장르를 표방하지만 이 영화가 3류를 지향한다거나 시덥지 않은 웃음을 남발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분명 사람을 먹는 멧돼지가 등장하는 괴물 영화고, 등장인물들의 고생과 고난이 함께하는 모험극이자 스릴과 공포가 있는 영화이기 때문. 여기에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웃음이 너무나도 예쁘게(?) 담겨있다.산 속 작고 평온한 마을 삼매리. 주말농장 준비로 마을 사람들이 정신 없는 이 때, 무덤이 파헤쳐지고 시신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연이어 갈갈이 찢긴 변사체들이 발견되고, 전문 사냥꾼 천일만(장항선)의 손녀도 머리만 남은 상태로 발견된다. 천일만은 식인 멧돼지의 짓임을 짐작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이장은 주말농장 사업에 방해가 될까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 결국 멧돼지는 마을회관에 모여있던 사람들을 덮치고 이제 한 발자국도 양보 할 수 없는 목숨이 달린 사투가 시작된다. 천일만과 전문 사냥꾼 백포수(윤제문), 수사를 담당한 신형사(박혁권)와 함께 서울에서 교통경찰을 하다 좌천된 김순경(엄태웅)은 사라진 치매 노모를 찾기 위해, 동물 생태 연구가 변수련(정유미)은 연구를 위해 식인 멧돼지 '차우'를 추격한다.사실 이 영화의 공포는 식인 멧돼지가 아니라 사람이다. 인형 들고 다니며 미친 포스를 과감히 드러내 주시는 동네 미친 여성은 한밤중에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아무나 붙잡고 '엄마'를 부르게 되지만, 마을 주민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10년째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푯말이 멀쩡히 붙어있는 길거리를 배경으로 삼매리 경찰 서장은 샤워를 하는 여성의 실루엣을 훔쳐 보는가 하면, 주말농장 사업을 이야기하며 도시 사람들은 '웰빙'에 사족을 못 쓴다고 비웃고 조롱한다.무엇보다 앞서 이야기한 줄거리처럼, 사람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사실만 은폐하지 않았다면 영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뻔 했으니, 인간의 욕망이란 공포스러운 것이 분명하다. 이렇듯, 영화는 인간의 모습을 상영시간 내내 가지고 논다.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처럼 하나 툭 던져 주고 결국엔 웃음으로 연결시키는 애매하고 미묘한 재미를 보여주는 것. 참 '난데없고 뜬금없는 유머다' 싶으면서도 '이런 복선인가' 다시 의심하게 되는 것이 묘미다. 이런 웃음은 감독의 연출 데뷔작 '시실리 2km'를 기억해 낸다면 이해가 될 것. 이야기의 복선과 웃음 코드가 훌륭하다고 치면 상대적으로 없어 보이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아쉽게도 '차우'의 허점은 가장 중요하다면 중요할 수 있는 식인 멧돼지의 CG다. 만드는 과정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CG의 부족함이 이 영화를 코미디물로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어떤 장르를 딱히 택할 수는 없지만 공포 영화 이상의 웃음이 있고 코미디 영화 이상의 진지함이 있으니 영화 한편으로 얻는 소득치곤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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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연
  • 2009.07.17 23:02

[볼만한 영화] 아더와 미니모이: 제 1탄 비밀 원정대의 출정

▲ 아더와 미니모이: 제 1탄 비밀 원정대의 출정(판타지, 가족, 애니메이션/ 102분/ 전체관람가)"얘들아, 조용히 좀 해주면 안되겠니?"애니메이션이나 SF물 등 전체관람가 영화를 볼 때면 아이들 입에 제갈을 하나씩 물려주고 싶다. 시도 때도 없이 각종 질문을 쏟아붓거니와 가지각색의 감탄사와 효과음까지 아랑곳하지 않고 내기 때문.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전체관람가를 봐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과 그 생기발랄함은 다른 곳에선 느낄 수 없는 자극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는 조금 감수하더라도 봐도 괜찮을 영화가 또하나 개봉됐다. 뤽 베송 감독의 '아더와 미니모이: 비밀 원정대의 출정' .주인공 아더(프레디 하이모어)는 방학을 맞아 할아버지가 사라진 뒤 혼자 사시는 할머니(미아 패로) 댁을 찾는다. 할머니 집은 며칠 뒤면 부동산개발업자에게 넘어갈 위기. 할머니는 아더에게 할아버지가 집 마당 어딘가 보물을 숨겨놓았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다고 하고, 아더는 보물과 관련되 주술서를 발견하면서 1000일에 한 번 열리는 마법의 문을 통과해 미니모이 왕국으로 모험을 떠난다.뤽 베송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원작 소설 또한 그가 직접 집필한 동명 아동 소설로 감독의 세계관과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무책임하고 애정 없는 아더 부모는 감독의 어린 시절과 흡사하다. 감독의 전작 '트랜스포터'의 리드미컬한 액션신도 볼 수 있으며, 다양한 인종이 하나되는 결말은 그 동안 우리가 봐오던 뤽 베송 스타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는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방법도 택했다. 인간 세계가 그려지는 부분은 실사로 촬영하고 미니모이 왕국의 부분은 애니메이션으로 한 것. 사람이 인형으로 변하는 주인공에 이질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것이다. 새로우면서도 얼핏 느껴지는 이질감은 특히 지우기 힘들다. 관건은 감독 특유의 화려한 비주얼과 판타지 영화의 독특함이 '낯선' 느낌을 덮을 수 있냐는 것.어른들이 '아더와 미니모이: 비밀 원정대의 출정'에 열광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프레디 하이모어 때문. 어떤 배우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이 어린 배우는 이미 '어거스트 러쉬(2007)'에서 누나들 애간장을 녹여놨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에서 끝없는 순수함을 선보였다. 이번 영화에서는 강하고, 슬프고, 귀엽고, 강인한 천 가지 얼굴과 연기를 선보인다. 또 마돈나, 로버트 드 니로, 스둡 독 등 유명인들도 아더의 여행에 동참했다. 미니모이로 변하는 애니메이션 부분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것. 목소리의 주인을 찾는 것 만으로도 영화가 즐거워 질 것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9.07.10 23:02

[볼만한 영화] 시골 여학생들 역도도전기 '킹콩을 들다'

▲ 킹콩을 들다(드라마/ 120분/ 전체 관람가)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제목부터 포스터까지 영화를 보기 전 접할 수 있는 영화에 대한 정보는 실제 영화와 전혀 달랐다. 포스터는 즐거워 보였고, 제목은 코미디물을 떠올리게 했으며, 제작사 광고는 '유쾌'하다는 표현을 썼으니까. 별다른 기대도 없었고 잘못된 정보만 가지고 극장을 찾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재미있고, 재미있고, 또 재미있다.2시간의 러닝 타임 동안 약 30분은 펑펑 울 것이고, 나머지 1시간 30분은 울면서 웃을 것. 너무 운 탓에 아직까지도 눈에 제대로 떠지지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어린 배우들의 몸 사리지 않는 연기에 감동 받고, 돌아온 이범수의 '버럭' 연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88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지봉(이범수). 촉망 받는 선수였지만 순간의 사고로 부상을 입고 운동을 그만 두게 된다. 시골 여중 역도부 코치로 내려온 지봉은 "역도선수에게 남는 것은 부상과 근육 뿐"이라며 아이들에게 역도를 가르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하지만 각자 아픔과 꿈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며 지봉은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통짜 허리를 타고난 영자(조안)와 뚱뚱해 놀림을 받는 현정(전보미), 아픈 엄마를 위해 역도선수를 하겠다는 효녀 여순(최문경),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가 FBI가 되기위해 역도를 하고 싶다는 모범생 수옥(이슬비), 섹시한 역도복을 입고 싶어 역도부에 든 사차원 민희(이윤희), 힘쓰는 일이 천성인 보영(김민영). 각자 다른 개성과 외모를 가진 순수 시골소녀들의 열정을 발견한 지봉은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위해 합숙소를 만들고, 이들의 꿈을 위해 훈련에 돌입한다. 그러나 좋은 때도 잠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잘 나가던' 이들에게 고등학교 진학이라는 짐이 찾아오고, 생각지도 못하던 문제들이 터지는데….운동 얘기에 여자 선수들이 등장하기 때문인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영화 모두 선수가 되기까지 아픔이 있었고, 훈련이 힘들었고, 또 결국에는 성공(?)하는 기본 라인은 비슷하지만 '킹콩을 들다'는 경기에서 이기는 것 보다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역도부 여섯 아이의 성장 드라마.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여리고 순순한 시골 여학생들이 역도를 하면서, 그리고 이지봉이라는 선생님을 만나면서 그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결국 어른이 되는 과정이 담긴 것이다.경기를 앞둔 아이들에게 지봉은 "내일 너희들이 들어올려야 할 무게는 너희들이 짊어지고 온 삶의 무게들 보다 가벼울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다. 역도는 자신과의 싸움이며 인생도 결국 나와의 경쟁이다. 아이들이 들어올린 것은 역도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요, 이룬 것은 금메달이 아니라 성장인 것. "동메달을 딴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이 동메달이 되는 것은 아니다"는 대사처럼 우리의 인생이 메달 색깔로 결정되거나 판단하는 일이 없길, 영화는 바라는 것이 아닐까?

  • 주말
  • 이지연
  • 2009.07.03 23:02

[볼만한 영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SF, 액션/ 149분/ 12세 관람가)2007년 '트랜스포머' 1편이 개봉 할 때만 해도 '그냥 로봇 영화'라고 치부해 버렸다. 더군다나 이야기는 전혀 다르면서 비슷한 제목을 가진 '트랜스포터'때문에 이야기에 관심조차 갖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어린 시절 '트랜스포머' 만화를 즐겨 봤다는 30대 후반의 지인을 따라 영화를 관람했고 결국엔 2편이 개봉하기만을 학수고대하는 팬이 돼 버렸다.'트랜스포머'는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다른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이야기가 복잡한 것도, 야하거나 폭력성이 짙은 것도 아니지만 스케일이 너무 큰 것이 문제다. 눈이 핑글핑글 도는 액션과 '와~' '오~'를 연발하게 만드는 카메라 워크를 벌써부터 아이들에게 보여주기에는 위험하다. 계속되는 자극은 결국 익숙해져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트랜스포머'는 엄청난 자극이 될 것. 꼬마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트랜스포머'가 추억의 영화가 되면, 대체 얼마나 대작을 만들어야 만족을 하게 될 지 슬슬 걱정을 시작해야 될 듯싶다. 무엇보다 새로 돌아온 2편은 1편보다 더한 자극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다.일단 '트랜스포머'는 1편을 보지 않고 2편을 보기에는 불가능한 영화다. 이야기가 철저하게 이어지기 때문. 1편에서 오토봇과 함께 지구를 구한 샘(샤이어 라버프)은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여자친구인 미카엘라(메간 폭스), 수호로봇 범블비와 떨어져 있게 된다. 학교생활을 평범하게 하고 싶었던 샘의 소망과는 달리 우연히 옷에서 발견한 큐브 조각을 만지면서 문제는 시작된다. 트랜스포머의 역사와 지식, 이들의 에너지원에 대한 내용을 모두 머리에 담게 된 것. 이를 알아차린 디셉티콘은 샘을 찾고 지구의 에너지 태양을 파괴하려고 한다.감독인 마이클 베이는 자신의 블로그에 영화를 아이맥스로 봐달라고 친절히(?) 부탁까지 해 놓았다. 아이맥스는 영화 필름과 비교할 때 훨씬 큰 사이즈로 고해상도의 영상을 기록·표시할 수 있는 것. 감독은 아이맥스용으로 액션신을 더 길게 편집하는 수고까지 아끼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가 더 크고 빨라졌기 때문. 굳이 아이맥스 영화관이 아니더라도 스크린이 큰 곳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대부분의 영화관들이 큰 관을 중심으로 상영을 하고 있지만 영화를 100%로 즐기고 싶다면 무조건 스크린 크기를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그만큼 공을 드린 이 로봇 영화는 2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이 무색할 만큼 현란한 비주얼이 눈을 즐겁게 한다. 전편에서 프라임, 범블비 등 주요 캐릭터를 맡았던 로봇들 뿐 아니라 신상 로봇 60여종이 추가됐고, 이들이 펼치는 격투신은 감독의 야심작이다. 물론 끊임없이 반복되는 액션은 2시간 째 접어들 때쯤 허리가 아파옴을 느끼게 하지만 이 영화의 목적이 화려한 액션이라면 뭐라 할 수 없는 것.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전편에서 인간다운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정확히 얘기하자면 인간 같은 욕심이나 생각, 사랑을 가지고 있던 오토봇들의 매력이 2편에서는 조금 퇴색된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한국을 방문했던 '트랜스포머' 배우와 감독의 지각과 무례함이 한참 이슈가 됐었다. 화가 난 관객들 사이에서는 영화를 보지 말자는 운동까지 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날 예매율은 85%를 기록했고 벌써부터 3편에 대한 기대심과 궁금증이 증폭하고 있다. 한국 국민으로서 유쾌하지는 않지만 영화를 포기하기에는 그 매력이 너무 출중하다. 앞에서 얘기 했듯이 이 영화는 '절대 극장용'이니까.

  • 주말
  • 이지연
  • 2009.06.26 23:02

[볼만한 영화] 거북이 달린다

▲ 거북이 달린다(코미디, 액션/ 117분/ 15세 관람가)일본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2006)' 때문이었는지 '거북이 달린다'는 개봉하기도 전에 내용을 다 알아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공통점이라고는 제목에 거북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 뿐, 스토리도 주인공도 전혀 달랐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굳이 제목을 왜 이렇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헛다리'를 짚게 만들었다. 물론 제목만으로는 극장을 찾게 만드는 매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 그렇다 할지라도 '거북이 달린다'는 감칠맛나게 재밌는 한국영화였다.한국 경찰은 말도 안되는 과학 수사와 근무태만, 비리의 온상인 곳으로 묘사돼 있다. 영화 '추격자' '마더' '강철중' '살인의 추억' 등 많은 영화에서 보여진 이미지와 비슷하다.국민 경찰 조필성(김윤성)도 그에 못지 않다. 필성은 시골마을 예산의 형사. 다섯 살 연상의 마누라와 살면서 기 한번 못 펴본 신세다. 하는 일은 소싸움 대회 준비요, 특기는 뇌물 챙겨먹기. 무능하기로 따지면 둘째라면 서럽다.소싸움 대회를 눈 앞에 둔 어느 날, 필성은 유력한 우승 후보인 소 '태풍'이 기운 빠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마누라 돈 300만원을 훔쳐 상대편 소에 올인한다. 결국 감기몸살로 우승을 내준 '태풍'이 덕분에 1800만원을 딴 기풍은 마누라에게 큰소리 칠 생각에 목이 메이지만 기쁨도 잠시. 몇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가 행방이 묘연해진 탈주범 송기태(정경호)가 마을에 숨어들고, 필성의 돈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다. 경찰의 명예, 자존심 그리고 돈을 찾기 위해 필성은 달린다.영화는 김윤석의 전작 '추격자'의 코믹 버전이다. 날카롭고 오싹한 느낌이 '추격자'의 김윤석이었다면, '거북이 달린다'의 그는 나사가 10개쯤은 풀려나간 눈빛이 인상적이다. 특히나 잘생기고 멋진 탈주범의 정경호와 나란히 놓고 보면 바보 같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더욱이 자기 돈까지 들고 도망갔으니 어떻게든 붙잡아야 한다. 완전히 열 받은 거북이와 꾀 많은 토끼의 레이스가 흥미진진하다. 이 정도가 되면 제목이 왜 '거북이 달린다' 가 됐는지 금세 유추가능하다.영화를 제작한 씨네 2000의 이춘연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시나리오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모든 것은 기본이 중요하고, 영화의 기본은 시나리오라는 것. 모든 것을 경험해본 기성 감독보다는 모든 것이 처음인 신인 감독을 좋아한다고 했다. 현장에서 1부터 100까지 모든 것을 시도해 보는 자세가 좋은 영화를 만드는데 필요하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거북이 달린다'는 제작자의 의견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국 영화의 기본을 따라가면서도 독특한 유머가 섞여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기본이 됐고, 신인감독의 무한한 상상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충무로의 명배우 김윤석이 연기가 맛깔스럽게 녹아나 근래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 가장 높은 만족도를 자랑한다.사실 '왜 이 영화를 봐야 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이것 저것 따질 것도 없다. 현대판 '토끼와 거북이'이야기의 승자는 누구나 궁금할 테니.

  • 주말
  • 이지연
  • 2009.06.19 23:02

[볼만한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2

▲ 박물관이 살아있다2 (액션, 코미디/ 104분/ 전체 관람가)형보다 나은 아우다. 반복되는 패턴 때문에 후속편은 거의 찬밥신세를 면하기 힘들었던 선례를 볼 때 이번 영화는 그것을 뒤집었다. 코믹 연기로 정평이 나있는 벤 스틸러가 이어가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두 번째 편은 흥미로워진 이야기와 더 커진 스케일이 더해져 벌써부터 1편의 흥행 성적을 뛰어넘으려 한다. 벤 스틸러가 한 인터뷰에서 '영화의 배경이 세계에서 가장 큰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으로 옮겨가면서 촬영하는 동안 그 규모와 전시에 배울점이 많았다'고 말한 것처럼 영화는 교육적으로도 눈요깃감으로도 전편보다 낫다는 평.비록 미국의 역사지만 재미있게 알아가는 사실 하나하나가 새롭고 즐겁다. 전시물이 깨어나는 것 말고는 등장인물이나 얽힌 이야기들이 거의 다 역사 내용 그대로이니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겠다.전편에서 소심한 자연사 박물관 야간경비를 맡았던 래리 데일리(벤 스틸러)는 '자체 발광 플래시' '분실 불가능 열쇠고리'등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 데일리 디바이스의 CEO가 되는 인생역전을 맛본다. 바쁜 생활 속에 잊고 있던 자연사 박물관의 친구들을 오랜만에 찾은 래리. 하지만 이미 박물관은 보수를 위해 문이 닫혔고 친구들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지하 보관실로 가기 위해 포장돼 있다. 래리의 친구들이자 박물관의 전시품인 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 '아크멘라의 석판'은 자연사 박물관에 남게 돼 친구들은 영원한 잠에 빠질 위기. 하지만 전편의 장난꾸러기 원숭이는 석판을 몰래 훔쳐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으로 가게 되고 박물관의 모든 전시물들이 깨어나게 되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제 문제는 석판을 차지해 세계를 정복하려는 이집트의 5대 왕 카문라와 래리, 그리고 카우보이 제드(오언 윌슨), 옥타비우스(스티브 쿠건) 등 전시품 친구들의 전쟁이다.주인공을 비롯해 주연 배우들은 새로 등장한 에이미 애덤스를 제외하고 전편과 똑같다. 1편을 본 관객이라면 연관성 있는 스토리에 반가움을 느낄 것이고, 보지 않았다면 박물관 친구들과 래리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영화 초반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별개로 진행되는 사건인 만큼 금방 적응가능하다. 특히 1편이 '박물관의 전시품이 움직인다'에 초점을 맞춘 단순한 이야기였다면, 2편은 '진짜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조금은 심오한(?) 인생철학이 담겨 있어 교훈적이기까지 한다. 진짜 행복이 뭔지 알면서도 그곳에 도달하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건넨다. 꿈을 키워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꽤 괜찮은 지침서가 될 것.앞서 말했듯 '박물관이 살아있다 2'의 가장 큰 묘미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다. 박물관 안에 전시된 인물들, 특히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 링컨이나 나폴레옹, 아인슈타인 등이 등장하면서 흥미를 끈다. 여성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에이미 애덤스)와 영화 '대부'에서 본 적 있는 마피아 보스 알 카포네(흑백 영화의 주인공답게 이 영화 안에서도 흑백으로 등장한다)도 우리가 알고 있던 이미지를 잘 살려냈다. 전편보다 더 흥미로워진 것은 또 있다. 살아 움직이는 그림들이다. 유명한 아이젠슈테트의 사진 '승리의 키스'가 살아 움직이고 주인공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할 뿐더러 그림 '우는 여인'은 제목처럼 끊임없이 울고 있다. 주인공에게 날아드는 창을 피해 그림 속 사람들도 몸을 숨기고, 그림 안의 바닷물을 모두 쏟아 내버려 물이 말라버리는 장면까지 무한한 상상력에는 박수를 쳐줘야 할 것 같다.물론 1편에 이어 유치하다거나 어린이 영화라는 독설을 면하기는 힘들겠지만, 전체관람가답다. 유치함 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유행어를 아무렇게나 붙인 듯한 자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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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연
  • 2009.06.05 23:02

[볼만한 영화] 터미네이터4 vs 마더

대작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면서 눈이 호사하는 즐거움을 맛봤다. 물론 기대 이상인 것도 있었고, 그 이하인 것, 말조차 꺼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실망한 작품도 있었다. 괜찮은 영화를 꼽으라면 봉준호 감독의 '마더'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4편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정도가 되겠지만 비슷한 점수임에도 소감은 확연히 다르다. 100점 맞던 아이가 98점을 맞았다고 칭찬할 수는 없으니까.▲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SF 스릴러, 액션/ 115분/ 15세 관람가)앞에서 말한 '100점 맞던 아이'는 '터미네이터'다. 20세기인 1984년 첫 편이 나온 '터미네이터'는 1991년 2편까지 100점 만점에 120점 주고 싶은 영화였다. 그 당시는 상상할 수도 없던 스토리와 액션이 충격적이기 까지 했고, 영상 또한 획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어진 3편은 그동안 쌓아온 명성을 한 번에 무너뜨리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바람 빠진 풍선 마냥 경박한 시나리오와 유치한 액션,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 유머까지 곁들여져 정처없이 떠돌았다. 그래서 이번 4편은 기대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기대하게 되는 미묘한 감정 상태에서 관람을 허락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100점을 줄 수는 없지만 꽤 괜찮은 영화다. 옛날의 영광까지는 아니어도 구색은 맞춘 정도랄까.2018년 미래를 배경으로 1,2,3편의 노력 덕분에 성장한 존 코너(크리스천 베일)가 저항군의 리더를 맡아 기계와 싸우는 이야기로 '이 시대의 묵시록 부활'이라 하기엔 단조로운 면이 없지 않다. 또 그리 먼 미래가 아니어서인지 예전처럼 "와~"하는 탄성도 나오지도 않는다.하지만 18년 전에 그랬듯, 이 영화는 훌륭한 비주얼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특히 카메라 워크는 보는 사람마저 어지럽게 만들 정도로 다양하고 신기하다. 영화 '트랜스포머'를 만들었던 특수효과팀과 손잡은 덕분에 CG와 진짜를 구분하기도 힘들다. CG로 합성한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보게 되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사실 4편을 보게 된 것은 '배트맨: 다크 나이트'의 크리스천 베일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가 배트맨이었다는 사실이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긴 한다. 배트맨과 터미네이터가 싸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영 찜찜하다.▲ 마더(드라마/ 128분/ 18세 관람가)'터미네이터'에 크리스천 베일이 있다면 '마더'에는 원빈이 있다. 그가 연기를 잘 했는지 어땠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일단 원빈이 나온다니, 거기에 봉준호 감독과 우리 시대의 어머니 김혜자가 나온다니 믿어볼 만 했다. 사실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을 당시 지인에게 범인이 누군지 듣고 난 후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결과를 알고서 보면 스릴감도 떨어지고 재미도 반감될 테니까.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고 나면 범인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엄마(김혜자)에게 조금 모자란 아들 도준(원빈)은 온 세상이나 마찬가지다. 어느 날, 여고생 살인사건이 터지고 이 범인으로 도준이 지목되는데…. 변호사는 돈만 밝히고 경찰은 사건을 서둘러 종결지으며 이 모자(母子)를 도와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제 아들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엄마 뿐. 그렇게 아들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엄마가 직접 나선다.앞에서도 말했듯 원빈은 이 영화를 선택하게 만든 배우다. 그러나 이 영화를 있게 해준 배우는 김혜자라 할 수 있겠다. 엄마의 사랑이 광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어쩜 저리도 뻔뻔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지(연기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그런 에너지를 어디서 만들어 내는지 2시간 내내 고민하게 만든다. 그가 아니였다면 누가 저 역할을 소화해 낼 수 있었을까. 화면 전체를 채운 그녀의 얼굴에서 자식을 위해 사는 운명을 타고 난 엄마의 숙명이 고스란히 드러난다.이 영화, 뭐라 딱히 한마디로 평하긴 힘들다. 사회풍자도 있고 해학도 있다. 주절주절 말할 수는 있지만 정리할 수는 없다. 이 영화의 중심에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런 존재고 영화는 있는 그대로 표현했을 뿐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9.05.29 23:02

[볼만한 영화] 김씨 표류기

▲ 김씨 표류기 (드라마/ 116분/ 12세 관람가)'스타 트렉: 더 비기닝'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 존 조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의 영화에 대해 '대단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그가 놀란 것은 한국 영화의 다양한 소재. 할리우드 영화들이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으로 평범한 스토리를 커버했다면, 우리 영화는 참신한 소재로 자본력을 대신해야 했다. 고전을 소재로 한 영화도 있었고, 만화책이 원작이 되기도 했지만, 정말 엉뚱한 감독의 상상력 때문에 만들어진 영화가 한 편 있다.이해준 감독은 한강 다리 위를 지나가다 밤섬을 보고 '저 곳에 표류하는 사람은 없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졌다. 그래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김씨 표류기'의 남자 김씨. 원금보다 훌쩍 불어난 이자가 쏟아지는 빚 독촉에 남자(정재영)는 자살을 결심하고 한강에 뛰어내린다. 하지만 깨어나보니 그가 있는 곳은 한강의 외딴 섬(?) 밤섬. 구조 요청을 보내지만 돌아오는 것은 멸시요, 미친 사람 취급 뿐이다. 죽기 위해 강으로 뛰어내렸지만 이제 이곳에서 살아나가야 하는 남자는 살기 위해 노력하고 또, 살기 위해 밤섬에 남고 싶어한다. 하지만 남자의 구조요청을 알아 본 단 사람이 있었으니, 몇 년 동안 밖에 나가본 적이 없는 대인 기피증을 가진 여자 김씨(정려원). 방안에서 하루 종일 생활하며 '싸이질'을 사회생활로 생각하는 그녀가 유일하게 창문을 여는 시간은 달이 떴을 때와 세상이 멈추는 민방위 훈련 날 뿐이다. 사진을 찍다가 우연히 남자의 구조요청을 목격,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 생명체라고 생각한 그녀는 메시지 전달을 위해 한밤 중 외출을 감행하고 이렇게 그들의 펜팔을 시작된다.영화를 끝마치고 가장 먼저 던진 말은 '제작비 정말 적게 들었겠다'였다. 실제로 영화에서 보여지는 곳의 90% 이상이 남자 김씨의 밤섬과 여자 김씨의 좁은 방뿐. 다시 바꿔 말하면 화려한 볼거리는 전혀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여의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원맨쇼에 가까운 두 배우의 연기 덕분이다. 특히 남자 김씨 역의 정재영은 지금까지 연기 경험을 총정리한 듯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대사를 받아 줄 상대 배우도 없고, 연기력을 커버해줄 액션도 없지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기가 관객의 감정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한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별다른 이슈를 만들지 못했던 정려원 또한 캐릭터를 잘 살려 냈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영화를 살린 1등 공신은 독특한 발상과 그것을 잘 전개시켜 만들어진 스토리다. 많은 인구가 사는 서울 한 가운데 표류한 남자는 결국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방콕'이 인생이 전부인 여자와도 다르지 않다. 그들처럼 우리는 항상 희망을 갖고 싶어 하지만 그만한 용기조차 내기를 겁내 한다. 군중 속에서 고독을 느끼며 서로와의 소통을 힘겨워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 박자 쉴 수 있는 휴게소 같은 느낌이다. 여덟 번 실패를 맛 본 사람에게 아홉 번째 시도에 용기를 불어넣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만 하다. 세상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 우리네 인생을 괜찮다며 토닥여 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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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연
  • 2009.05.22 23:02

[볼만한 영화] 천사와 악마

▲ 천사와 악마(미스터리 스릴러/ 138분/ 15세 관람가)감독과 연출진들이 참 대단하다. 특히 추리물 같이 내용이 얽혀있는 영화에 대해 얘기할 때면 각본을 쓴 사람이 우러러 보일 정도. 아주 작은 한가지만 빠뜨려도 그 묘미가 사라지고 줄거리를 대충 넘어가면 '그 맛'이 살지 않으니까 말이다.영화 '천사와 악마'는 종교라는 출발점과 같은 감독, 소설 원작자를 이유로 '다빈치 코드'와 개봉 전부터 비교가 됐었다. 실제 원작으로 따지면 '천사와 악마'가 먼저 쓰여짐에도 불구하고 '다빈치 코드'의 아류라거나 후속작에 불과한 혹평을 받은 것이 사실. 이번 주 많은 원작 팬들과 관객들의 걱정과 기대 속에 '천사와 악마'가 베일을 벗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대단한 영화다. 복잡하고도 미묘한 이야기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물론 '다빈치 코드'로 인해 이미 익숙해진 반전이나 스토리가 진부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물리학자 비토리아(아예렛 주어)와 실바노는 빅뱅 실험을 통해 강력한 에너지원인 반물질 개발 연구에 몰두하고 실험에 성공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실바노는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반물질은 사라져 버린다. 한편, 하버드대 종교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은 교황청으로부터 유력한 4명의 교황 후보가 납치 된 의문의 사건과 관련된 암호 해독을 의뢰 받는다. 그리고 이 사건에 일루미나티의 상징인 앰비그램이 나타나 랭던의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일루미나티는 18세기 과학의 위상을 높이고자 했던 과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비밀결사대로 500년 만에 부활해 종교보다 과학이 위대함을 알리고자 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 랭던과 비토리아가 로마에 도착하고 궁무처장 패트릭(이완 맥그리거)이 이들을 돕는다.앞서 말했듯 '천사와 악마'는 '다빈치 코드'와 한 핏줄을 타고 났다. 딱히 싫은 것은 아니었는지 '천사와 악마' 초반 랭던을 찾아오는 장면에서 '다빈치 코드'와 연결되는 대사를 찾을 수 있다. 같은 원작과 감독, 배우가 만나 이룬 호흡이 엄청나기는 하지만 이미 '다빈치 코드'에서 본듯한 구성이나 전개로 인해 숨가쁘지는 않다. 굳이 원작 소설과 비교를 하자면 간단하게 끝나버리는 반전도 맥이 빠진다. 그러나 이런 가공의 이야기가 놀라운 것은 사실. 바티칸에 숨겨진 생활이나 실제 행해지는 의식을 잘 살려내 실제와 가상의 이야기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 픽션 작품이 개봉할 때마다 거론되는 '역사와 다른 사실'이 이렇게 살짝 걸리기는 하지만 영화 설명에도 나와있듯 이 영화는 역사물이 아니다. 간단해진 추리과정과 예상 가능한 반전('다빈치 코드'를 보지 않았다면 해당되지 않는다)이라는 약점만 빼고 나면 더 광범위해지고 속도감 있게 담아낸 로마의 풍경과 사건 해결 과정이 만족스럽다.영화 이외에 신경 쓴 부분도 있다. 영화 '천사와 악마' 홈페이지에 가볼 것.( http://altarsofscience.com)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일루미나티의 앰비그램 상징에는 링크가 숨겨져 있다. 한 개의 비밀코드는 처음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고 나머지는 홈페이지에 숨겨져 있다. 못 찾는 분들을 위해 힌트. 영화 속 일루미나티와 연관된 네 개의 단어를 숫자화 한 것으로 단어의 철자 순서와 숫자를 대입해 만든 암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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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연
  • 2009.05.15 23:02

[볼만한 영화] 스타 트렉 : 더 비기닝 · 엑스맨 탄생 : 울버린

오랜 시리즈물이 영화로 돌아왔다. 한편은 드라마에서 영화로, 다른 한편은 영화의 속편이다. 관객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후속편의 질. 아무리 재미있어도 전작보다 못하면 '망한 영화'로 밖에 기억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작으로 기억되는 '스타 트렉'과 '엑스맨' 시리즈 경우라면 더욱더 그렇다.△ 스타 트렉 : 더 비기닝(SF/ 126분/ 12세 관람가)텔레비전으로 방영할 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미드(미국 드라마)의 시초. 주인공이 누군지 이야기는 뭐였는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떤 광선 아래 가면 순간이동을 할 수 있고 모습을 속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 시절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 이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감독은 이야기의 처음을 생각해 냈다. 그래서 '스타 트렉 : 더 비기닝'은 거대한 시리즈물의 맨 앞으로 돌아가 주인공 스팍(잭커리 퀸토)과 커크(크리스 파인)의 어린 시절로 시작한다. 어떤 운명으로 이들이 태어났는지 알게 되면서 관객은 그간의 전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시리즈를 전혀 모르는 관객에게도 충분한 동기를 주는 것.우주를 항해하던 엔터프라이즈호 앞에 정체불명의 함선이 나타나 공격하고, 이곳에 탑승하고 있던 커크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800명의 선원들을 구해낸다. 아버지가 죽던 날 태어난 커크의 아들 제임스 커크는 시간이 흘러 훈련을 받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엔터프라이즈호의 대원으로 입대하게 되는데, 불칸족의 스팍도 동승하게 된다. 그리던 어느 날, 불칸족의 행성과 엔터프라이즈호를 위협하는 파괴자의 존재가 감지되고, 복수를 위해 찾아온 네로 일당과 맞닥뜨리게 되는데.짧은 영화 안에 방대한 이야기를 넣다 보니 부족하다 느끼는 점도 분명히 생긴다. 하지만 탄탄한 서사구조는 SF물을 선호하는 남성관객 뿐 아니라 여성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것. 특히 인간사회라면 어디든 존재하는 갈등과 이념의 차이가 이 거대한 우주 서막에서도 나타나며 동질감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또한, 이 갈등이 풀려나가는 과정에서 감독의 재치가 톡톡히 빛을 발하며 가벼운 유머와 재미가 적절히 섞여있다. 오히려 기대만큼 화려하지 CG가 흠이라면 흠. 이 괜찮은 1편 때문에 후속작이 고생 좀 할 듯싶다.△ 엑스맨 탄생 : 울버린(액션, 판타지/ 107분/ 12세 관람가)다른 영화들처럼 엑스맨도 본질(?)을 찾고 싶었던 것일까. 트렌드를 쫓아가듯 많은 시리즈물들이 영화의 처음으로 돌아가고 있고 엑스맨도 그 뒤를 이었다. 사람도 자신의 뿌리를 알아야만 한다고 했던 것처럼 영화도 그 탄생 배경과 이야기의 원인을 말하고자 하는 것. 엑스맨의 4편에 해당하는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은 제목처럼 울버린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를 풀었다. 어린 시절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은 로건(휴 잭맨). 곧 이어 복수를 하지만 그 것마저 냉혹한 현실로 다가온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 같지 않음을 알게 된 소년은 집을 뛰쳐나오고 자신을 지켜 줄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과 같은 돌연변이인 형 빅터(리브 쉐레이버)라 생각한다. 이 둘은 스트라이커 대령의 지휘 하에 전 세계에서 선발된 돌연변이 스페셜 팀에 들어가 군인으로서 활동하게 되지만 울버린은 점점 이 생활에 신물을 느낀다. 결국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봐 살아보려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 케일라(린 콜린스)를 잃고 다시 스트라이커 대령과 손을 잡는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 잔인한 현실.개봉 전 주인공 휴 잭맨과 할리우드에 진출한 다니엘 헤니가 무대 인사를 하며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 시켰다.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친숙한 헤니가 액션을 선보인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어설픈 한국말 연기보다는 1000배쯤 괜찮아 보인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 생각만큼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그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선보이기는 했다. 대부분 우리나라 출신 배우들이 악역을 맡는 게 좀 심술이 나긴 하지만. 관객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 만큼 울버린의 탄생 비화가 잘 담겨 있고 그 뿐 아니라 이 시리즈의 뿌리(?)를 제대로 찾은 듯 해 다음편이 기대된다. 엑스맨 1편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스토리 라인이 예술.

  • 주말
  • 이지연
  • 2009.05.08 23:02

[볼만한 영화] 인사동 스캔들

▲ 인사동 스캔들(범죄,액션,드라마/ 109분/ 15세 관람가)'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면에서는 '작전'(2009)이 떠오르고, 사기극으로 치면 '범죄의 재구성'(2004)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 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고미술품에 대한 이야기가 한 편이 사기극과 만나 매력적인 이야기가 됐다. 영화는 400년 전 사라졌던 안견의 벽안도를 갤러리 비문의 배태진 회장(엄정화)이 손에 넣으며 시작된다. 배태진은 그림 복원을 위해 복원 전문가 이강준(김래원)을 스카우트하는데 이들은 이미 얽힐 대로 얽힌 사이. 영화는 후반으로 가면서 이들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내며 큰 반전이 펼쳐진다. 인사동 뒷골목에서 이뤄지는 밀매와 복제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처럼(이것이 진짜라면 좀 오싹할 만큼) 담겨 있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특한 이강준은 사건을 너무 쉽게 해결하는 경향이 있고 다혈질 배태진은 '버럭'하는 모습을 너무 자주 보인다. 엄정화는 영화 '타짜'(2006)에서 정 마담을 연기했던 김혜수와 비슷한 콘셉트임에도 그의 카리스마를 따라잡지는 못했고, 홍수현의 연기도 후퇴한 느낌이다. 오히려 조연으로 출연한 임하룡, 김병옥, 마동석의 연기가 인상적. 어딘가 아쉽고 부족한 영화지만 낯선 분야를 다룬 만큼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이야기임은 틀림없다. 혹시 못 알아볼까 해서 덧붙이자면 극 중 공수정 역으로 출연해 이강준과 같이 계획을 실행하는 배우는 전직 아나운서 최송현이다.

  • 주말
  • 이지연
  • 2009.05.01 23:02

[볼만한 영화] 7급 공무원

▲ 7급 공무원(액션 코미디/ 112분/ 12세 관람가)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영화임은 분명하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은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의 짝퉁 한국판이라든가 제목만 봐도 내용이 그려진다는 얘기는 애교였으니까. 하지만 개봉 후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재미있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오히려 기대 안하고 본 탓인지 빵빵 터지는 웃음 포인트가 잘 살아 났는지도 모르겠다.여행사 직원으로 근무하던 수지(김하늘)는 사실 6년차 국가정보원 요원이다. 남자친구인 재준(강지환)에게도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수지의 반복되는 거짓말을 의심하던 재준은 한국을 떠난다는 전화 한 통을 남기고 수지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3년 후 수지는 청소부로 위장한 채 산업 스파이를 쫓는데 그곳에 국제 회계사가 된 재준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는 신분을 위장한 국가정보원 해외 파트 소속 요원. 속이는 게 임무, 감추는 게 직업인 '7급 공무원' 두 남녀는 서로의 직책을 모른 채 좌충우돌 사건을 일으킨다.스토리는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지만 시나리오의 짜임새만큼은 대단하다. 궁합이 맞아 떨어지는 상황과 억지로 만든 웃음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오락성이 최고. 옥의 티처럼 어정쩡한 결말은 문제 삼을 만 하지만 꽤 괜찮은 영화이긴 하다.얼마 전 큰 흥행을 거둔 '과속 스캔들' 이상의 웃음을 주는 영화라면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까. 코믹 연기의 대가(?)인 김하늘과 강지환 두 배우의 자리 잡힌 연기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 한국식 코미디물을 싫어한다면 보지 않을 것을 권하지만 'B급 영화'라는 오명을 쓰기는 아깝긴 하다.

  • 주말
  • 이지연
  • 2009.05.01 23:02

[볼만한 영화] 13구역 얼티메이텀

▲ 13구역 : 얼티메이텀 (액션/ 100분/ 15세 관람가)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참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발연기'라 불리는 말도 안 되는 연기력.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최고의 적이자 그 작품 자체를 망쳐버릴 수 있는 최대의 요소다.외국으로 수출된 우리나라 작품들을 보면서 이 '발연기' 때문이 부끄러웠던 적이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말을 못 알아듣기 때문에 연기를 잘 하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을 거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듣긴 했지만 생각해보자. 영화 '대부'의 알 파치노 눈빛은 분명 명배우의 연기다. 대사가 연기의 다가 아니라는 거다.2006년 1편을 개봉하고 올해 2편을 개봉한 '13구역'의 배우들은 '발연기'를 구사한다. 낯설기까지 한 프랑스 영화인데다 연기력까지 형편없다는데 왜 이 영화를 볼까 싶지만 1편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벌써 극장을 찾았을 것. 와이어 없이 구사하는 두 주인공의 액션 연기는 그 자체로 이미 만점이다.정부의 격리로 범죄자들과 타락한 경찰들이 모여 있는 곳 13구역.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아슬아슬한 이곳의 분위기는 변함이 없다. 어느 날, 13구역 안에서 경찰이 무참이 살해되는 사건이 생기고 여론은 13구역을 없애버리자는 쪽으로 치닫게 된다. 계속되는 폭동과 여론 속에 정부의 고민은 시작되지만, 정의로운 경찰 데미안(시릴 라파엘리)과 13구역의 희망을 보며 살아가는 레이토(데이빗 벨)는 이 사건에 은밀한 계획이 있음을 눈치챈다.'액션 영화니까 스토리는 상관 말고 봐라'는 관객을 모독하는 처사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알고 있지만 맛이라는 게 한가지만 빠져도 맛 없는 음식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13구역 : 얼티메이텀'은 한 마리 토끼는 길들여 놓기 까지 했고, 다른 한 마리는 몸통을 잡은 상태쯤 된다.권선징악을 바탕으로 한 반전 없는 이야기가 '단순하고 재미없다'는 평이 될 수 있지만, 바꿔 말하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 영화다. 복잡한 액션이 줄이어 등장하고 빠른 화면 전개로 눈 조차 장면을 쫓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스토리 마저 복잡했다면 영화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을 것. 액션을 빛나게 해주는 간단 명료하고 깨끗한 스토리가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렇다고 인과관계가 불분명 하거나(너무 분명해서 탈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기대해 봐도 좋을 듯.스토리가 조연이라면 '13구역 : 얼티메이텀'의 주인공은 액션이다. CG로 가득 채워진 액션이 아닌 와이어 하나 걸치지 않고 이 벽, 저 벽 허공을 넘나드는 실제 액션은 업그레이드 버전. 사실 두 주인공의 '발연기'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스턴트 맨으로 먼저 활동했던 탓에 연기력은 조금(?) 부족한 것. 이들이 선보이는 액션을 '야마카시'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프랑스에서 유행한 변종 익스트림 스포츠의 하나로 맨손으로 건물이나 담장을 오르거나 뛰어넘는 행동을 말한다. '레이토'역의 데이빗 벨은 이 '야마카시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으며 스프링처럼 리듬감 있는 동작을 선보이니 연기는 눈감아 주자. 프랑스식 위트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피식 웃거나 '뭐야'라는 반응이 다겠지만, 이것도 계속 보면 중독된다는 사실.

  • 주말
  • 도휘정
  • 2009.04.24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