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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시골 여학생들 역도도전기 '킹콩을 들다'

눈물 마르기도 전에 터지는 웃음폭탄…힘든 과정 견뎌내고 어른이 되는 과정

영화 '킹콩을 들다'의 한 장면. (desk@jjan.kr)

▲ 킹콩을 들다(드라마/ 120분/ 전체 관람가)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제목부터 포스터까지 영화를 보기 전 접할 수 있는 영화에 대한 정보는 실제 영화와 전혀 달랐다. 포스터는 즐거워 보였고, 제목은 코미디물을 떠올리게 했으며, 제작사 광고는 '유쾌'하다는 표현을 썼으니까. 별다른 기대도 없었고 잘못된 정보만 가지고 극장을 찾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재미있고, 재미있고, 또 재미있다.

 

2시간의 러닝 타임 동안 약 30분은 펑펑 울 것이고, 나머지 1시간 30분은 울면서 웃을 것. 너무 운 탓에 아직까지도 눈에 제대로 떠지지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어린 배우들의 몸 사리지 않는 연기에 감동 받고, 돌아온 이범수의 '버럭' 연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88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지봉(이범수). 촉망 받는 선수였지만 순간의 사고로 부상을 입고 운동을 그만 두게 된다. 시골 여중 역도부 코치로 내려온 지봉은 "역도선수에게 남는 것은 부상과 근육 뿐"이라며 아이들에게 역도를 가르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자 아픔과 꿈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며 지봉은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통짜 허리를 타고난 영자(조안)와 뚱뚱해 놀림을 받는 현정(전보미), 아픈 엄마를 위해 역도선수를 하겠다는 효녀 여순(최문경),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가 FBI가 되기위해 역도를 하고 싶다는 모범생 수옥(이슬비), 섹시한 역도복을 입고 싶어 역도부에 든 사차원 민희(이윤희), 힘쓰는 일이 천성인 보영(김민영). 각자 다른 개성과 외모를 가진 순수 시골소녀들의 열정을 발견한 지봉은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위해 합숙소를 만들고, 이들의 꿈을 위해 훈련에 돌입한다. 그러나 좋은 때도 잠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잘 나가던' 이들에게 고등학교 진학이라는 짐이 찾아오고, 생각지도 못하던 문제들이 터지는데….

 

운동 얘기에 여자 선수들이 등장하기 때문인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영화 모두 선수가 되기까지 아픔이 있었고, 훈련이 힘들었고, 또 결국에는 성공(?)하는 기본 라인은 비슷하지만 '킹콩을 들다'는 경기에서 이기는 것 보다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역도부 여섯 아이의 성장 드라마.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여리고 순순한 시골 여학생들이 역도를 하면서, 그리고 이지봉이라는 선생님을 만나면서 그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결국 어른이 되는 과정이 담긴 것이다.

 

경기를 앞둔 아이들에게 지봉은 "내일 너희들이 들어올려야 할 무게는 너희들이 짊어지고 온 삶의 무게들 보다 가벼울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다. 역도는 자신과의 싸움이며 인생도 결국 나와의 경쟁이다. 아이들이 들어올린 것은 역도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요, 이룬 것은 금메달이 아니라 성장인 것. "동메달을 딴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이 동메달이 되는 것은 아니다"는 대사처럼 우리의 인생이 메달 색깔로 결정되거나 판단하는 일이 없길, 영화는 바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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