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와이어 없는 '진짜 액션'…숨가쁜 추격전 '흥미진진'
▲ 13구역 : 얼티메이텀 (액션/ 100분/ 15세 관람가)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참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발연기'라 불리는 말도 안 되는 연기력.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최고의 적이자 그 작품 자체를 망쳐버릴 수 있는 최대의 요소다.
외국으로 수출된 우리나라 작품들을 보면서 이 '발연기' 때문이 부끄러웠던 적이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말을 못 알아듣기 때문에 연기를 잘 하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을 거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듣긴 했지만 생각해보자. 영화 '대부'의 알 파치노 눈빛은 분명 명배우의 연기다. 대사가 연기의 다가 아니라는 거다.
2006년 1편을 개봉하고 올해 2편을 개봉한 '13구역'의 배우들은 '발연기'를 구사한다. 낯설기까지 한 프랑스 영화인데다 연기력까지 형편없다는데 왜 이 영화를 볼까 싶지만 1편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벌써 극장을 찾았을 것. 와이어 없이 구사하는 두 주인공의 액션 연기는 그 자체로 이미 만점이다.
정부의 격리로 범죄자들과 타락한 경찰들이 모여 있는 곳 13구역.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아슬아슬한 이곳의 분위기는 변함이 없다. 어느 날, 13구역 안에서 경찰이 무참이 살해되는 사건이 생기고 여론은 13구역을 없애버리자는 쪽으로 치닫게 된다. 계속되는 폭동과 여론 속에 정부의 고민은 시작되지만, 정의로운 경찰 데미안(시릴 라파엘리)과 13구역의 희망을 보며 살아가는 레이토(데이빗 벨)는 이 사건에 은밀한 계획이 있음을 눈치챈다.
'액션 영화니까 스토리는 상관 말고 봐라'는 관객을 모독하는 처사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알고 있지만 맛이라는 게 한가지만 빠져도 맛 없는 음식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13구역 : 얼티메이텀'은 한 마리 토끼는 길들여 놓기 까지 했고, 다른 한 마리는 몸통을 잡은 상태쯤 된다.
권선징악을 바탕으로 한 반전 없는 이야기가 '단순하고 재미없다'는 평이 될 수 있지만, 바꿔 말하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 영화다. 복잡한 액션이 줄이어 등장하고 빠른 화면 전개로 눈 조차 장면을 쫓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스토리 마저 복잡했다면 영화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을 것. 액션을 빛나게 해주는 간단 명료하고 깨끗한 스토리가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렇다고 인과관계가 불분명 하거나(너무 분명해서 탈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기대해 봐도 좋을 듯.
스토리가 조연이라면 '13구역 : 얼티메이텀'의 주인공은 액션이다. CG로 가득 채워진 액션이 아닌 와이어 하나 걸치지 않고 이 벽, 저 벽 허공을 넘나드는 실제 액션은 업그레이드 버전. 사실 두 주인공의 '발연기'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스턴트 맨으로 먼저 활동했던 탓에 연기력은 조금(?) 부족한 것. 이들이 선보이는 액션을 '야마카시'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프랑스에서 유행한 변종 익스트림 스포츠의 하나로 맨손으로 건물이나 담장을 오르거나 뛰어넘는 행동을 말한다. '레이토'역의 데이빗 벨은 이 '야마카시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으며 스프링처럼 리듬감 있는 동작을 선보이니 연기는 눈감아 주자. 프랑스식 위트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피식 웃거나 '뭐야'라는 반응이 다겠지만, 이것도 계속 보면 중독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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