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의 이면 들추는 '10억'…감동·실화 적절한 조화 '국가대표'
한때 한국영화가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일명 '조폭영화' . 조직폭력배의 이야기를 빌어 웃음을 더하거나 감동을 주는 식이었다. 식상해질 때까지 유행을 좀 타나 싶더니 이내 침체기가 왔고 한 주면 몇 편씩 쏟아지던 한국영화도 자취를 감추는 듯 했다. 하지만 올해,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선전을 해주면서 다시 한번 부흥기를 맞고 있다. 장르도 다양하고 소재도 참신해 이 정도만 한다면 칭찬받기 충분하다. 다시 그 몫을 충분히 해줄 거라 믿는 한국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 10억 (모험, 스릴러/ 114분/ 15세 관람가)
인터넷 방송국 주최로 10억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이 펼쳐진다. 수십만 명의 신청자 중 선택된 참가자는 한기태(박해일), 조유진(신민아), 박철희(이민기) 등 단 8명. 한 명의 우승자를 가려내기 위해 밀림과 사막으로 이어지는 호주 육지 속 무인도로 이들을 이끈 것은 방송국 PD(박희순)다. 하지만 첫 게임 이후, 게임의 첫 번째 탈락자인 최욱환(이천희)은 시체로 발견되고 이어진 두 번째 게임의 탈락자 이보영(고은아)은 PD가 쏜 화살에 죽게 된다. 이제 이 게임의 우승자는 마지막까지 살아 남는 사람. 그는 왜 이런 생존 게임을 만든 것일까?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얼핏 아무런 공통점도 없어 보인다. 서로 직업도 모두 다르고 성격이나 생각하는 것 마저 같은 점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의문점은 풀리게 된다. 시작과 동시에 죽어나가는 참가자들을 보면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사연이 아닌 이 게임을 관장하는 PD의 사연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살아남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돈이라는, 인간의 욕심의 이면도 살짝 들춰준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탓에 살짝 떨어지는 긴장감이나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감동, 흥미롭지 못한 게임 자체는 영화의 단점. 왠지 어디서 빌려 온 듯한 소재라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해외 로케이션을 감행한 덕분에 낯선 배경들은 이질감보다 이국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 국가대표 (드라마, 코미디/ 137분/ 12세 관람가)
전북 무주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식 종목 중 하나인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을 급조한다. 전(前)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 방종삼(성동일)은 국가대표 코치로, 나이트 클럽 웨이터 흥철(김동욱), 전(前) 주니어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다가 친엄마를 찾아온 입양인 밥(하정우), 고깃집 아들 재복(최재환), 소년 가장 칠구(김지석), 4차원 봉구(이재응)가 온갖 감언이설로 대표팀에 들어오게 된다. 이들은 여러 사정만큼 이들에게 스키점프는 간절하다. 금메달만 따면 친 엄마를 찾아주고 군 면제를 해준다는 약속을 받았으니 말이다. 때문에 이들의 훈련 과정은 정말 처참하다. 공사장 안전모만 쓰고 훈련을 하고 나무 꼭대기에 줄로 매다는 기예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무주가 유치에 실패하며 해체 위기하는 큰 장벽이 부딪힌다.
'국가대표'는 스포츠 영화의 정석을 밟고 있다. 감동과 실화가 적절히 뒤섞여 사람의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으며 아직도 스키점프 국가대표 등록 선수는 다섯 명뿐이라는 사실까지 관객의 감정을 자극한다. 다만 걱정인 것은 조폭영화 때처럼 이런 '감동 스포츠'류의 영화가 또 대량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얼마 전 개봉을 했던 '킹콩을 들다' 도 결국은 같은 맥락. 그렇다면 관객들도 계속되는 진부한 감동 실화에는 결국 등을 돌리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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