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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김씨 표류기

화려한 볼거리 없지만 탄탄한 연기에 지루할 틈 없어

새 영화 '김씨 표류기'의 한 장면. (desk@jjan.kr)

▲ 김씨 표류기 (드라마/ 116분/ 12세 관람가)

 

'스타 트렉: 더 비기닝'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 존 조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의 영화에 대해 '대단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그가 놀란 것은 한국 영화의 다양한 소재. 할리우드 영화들이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으로 평범한 스토리를 커버했다면, 우리 영화는 참신한 소재로 자본력을 대신해야 했다. 고전을 소재로 한 영화도 있었고, 만화책이 원작이 되기도 했지만, 정말 엉뚱한 감독의 상상력 때문에 만들어진 영화가 한 편 있다.

 

이해준 감독은 한강 다리 위를 지나가다 밤섬을 보고 '저 곳에 표류하는 사람은 없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졌다. 그래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김씨 표류기'의 남자 김씨. 원금보다 훌쩍 불어난 이자가 쏟아지는 빚 독촉에 남자(정재영)는 자살을 결심하고 한강에 뛰어내린다. 하지만 깨어나보니 그가 있는 곳은 한강의 외딴 섬(?) 밤섬. 구조 요청을 보내지만 돌아오는 것은 멸시요, 미친 사람 취급 뿐이다. 죽기 위해 강으로 뛰어내렸지만 이제 이곳에서 살아나가야 하는 남자는 살기 위해 노력하고 또, 살기 위해 밤섬에 남고 싶어한다. 하지만 남자의 구조요청을 알아 본 단 사람이 있었으니, 몇 년 동안 밖에 나가본 적이 없는 대인 기피증을 가진 여자 김씨(정려원). 방안에서 하루 종일 생활하며 '싸이질'을 사회생활로 생각하는 그녀가 유일하게 창문을 여는 시간은 달이 떴을 때와 세상이 멈추는 민방위 훈련 날 뿐이다. 사진을 찍다가 우연히 남자의 구조요청을 목격,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 생명체라고 생각한 그녀는 메시지 전달을 위해 한밤 중 외출을 감행하고 이렇게 그들의 펜팔을 시작된다.

 

영화를 끝마치고 가장 먼저 던진 말은 '제작비 정말 적게 들었겠다'였다. 실제로 영화에서 보여지는 곳의 90% 이상이 남자 김씨의 밤섬과 여자 김씨의 좁은 방뿐. 다시 바꿔 말하면 화려한 볼거리는 전혀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여의 상영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원맨쇼에 가까운 두 배우의 연기 덕분이다. 특히 남자 김씨 역의 정재영은 지금까지 연기 경험을 총정리한 듯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대사를 받아 줄 상대 배우도 없고, 연기력을 커버해줄 액션도 없지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기가 관객의 감정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한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별다른 이슈를 만들지 못했던 정려원 또한 캐릭터를 잘 살려 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영화를 살린 1등 공신은 독특한 발상과 그것을 잘 전개시켜 만들어진 스토리다. 많은 인구가 사는 서울 한 가운데 표류한 남자는 결국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방콕'이 인생이 전부인 여자와도 다르지 않다. 그들처럼 우리는 항상 희망을 갖고 싶어 하지만 그만한 용기조차 내기를 겁내 한다. 군중 속에서 고독을 느끼며 서로와의 소통을 힘겨워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 박자 쉴 수 있는 휴게소 같은 느낌이다. 여덟 번 실패를 맛 본 사람에게 아홉 번째 시도에 용기를 불어넣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만 하다. 세상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 우리네 인생을 괜찮다며 토닥여 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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