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비는 때를 맞춰서 내린다…낯선 곳 첫사랑을 만난다면
▲ 호우시절 (멜로, 로맨스/ 100분/ 15세 관람가)
영화 '호우 시절'은 2005년 개봉한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를 떠오르게 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비와 관련된 러브 스토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너무나 괜찮은 영화였기에 '호우시절'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포스터에서 발견한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라는 문구도 그렇고, 두 주연 배우의 사랑스런 얼굴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마치 내가 사랑에 빠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가을에는 역시 멜로 영화가 제 격. 가슴 깊숙히 전하는 따뜻한 사랑이야기가 찾아왔다.
건설 중장비 회사에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동하(정우성)는 어느 날 중국 출장을 가게 됐다. 우연히 미국 유학시절 친구 메이(고원원)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두부 초당에서 가이드를 하며 지내고 있었다. 낯설고 서먹한 것도 잠시. 둘은 예전의 그 시절로 돌아가 기억과 추억을 공유한다. 키스도 했고 자전거도 가르쳐 줬다는 동하의 기억과 달리 메이는 키스를 한 적도, 자전거를 탈 줄도 모른다는 대답을 했다. 같은 시간에 다른 기억을 가진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오고, 이별 시간도 가까워오면서 결국 동화는 귀국을 하루 늦추게 된다. 단 하루의 사랑만으로도 함께 했던 것만으로 좋았던 첫사랑 느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랑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사랑에 대한 정의도 제각각. 같은 상황을 두고도 소통하는 법이 다르고 느끼는 바가 다르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
못다한 사랑은 '지금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를 자꾸 되새김질 하게 만든다. 사랑했던 사람을 예상치도 못하게 만나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오랜만에 만나서도 사랑을 느낀다면 사랑이 계속 됐던 걸까 아니면 새로운 사랑일까?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봤을 질문들을 '호우시절'은 대신 대답한다. 그것도 설렘 가득한 첫사랑의 풋풋함으로 관객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 따뜻함이 묻어나는 대답들이다. 멋쟁이 귀공자로만 느껴지던 정우성의 넉넉한 연기 변신이나, 그저 모르는 사람이었던 중국 배우 고원원의 발견은 영화의 또 다른 매력. 멜로 영화가 주무기인 허진호 감독이 만들어 더 따뜻한 사랑 얘기다.
결국 모든 것은 타이밍일지 모른다. 아무리 좋은 상대라도 너무 빨리 만나거나 때가 늦는다면 좋은 상대가 아니라 그냥 아무도 아닌 것. 영화에도 쓰인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의 첫 소절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린다)'는 그런 의미로 쓰인 게 아닐까.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