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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 대통령 서거의 책임 - 김은규

김은규(우석대 신방과 교수)

 

바보 노무현. 사람들은 고인을 그렇게 불렀다. 편한 길을 두고도 부러 가시밭길 헤쳐나가던 우직스럼이 그를 '바보'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 바보같은 성정이 전 국민을 눈물짓도록 하고 있다. 웃고있는 그의 사진을 보면서, 추모행렬을 바라보면서, 하늘을 쳐다보면서, 먼산을 바라보면서…붉어진 눈시울을, 코 끝에 전해지는 찡함을 감출 수가 없다.

 

옷깃 여미면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지만, 눈물바람 속 일지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누가 그를 부엉이 바위로 몰았는가. 결코 이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검찰은 원래 권력과 같이 한다는 자신들의 모습을 즉시 깨달았다. 제자리를 찾은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그를 옭아맸다. 그의 협력자들과 가족은 토끼몰리듯 몰렸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있냐'라는 방식으로 먼지를 피어올렸다. 누구보다고 도덕성을 강조하던 그에게 그 먼지의 흔적은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검찰의 털어대기는 수모 그 자체였다. 언론은 이를 시시콜콜 생중계했고 부풀렸다. 특히나 보수언론은 죽은 고기를 뜯어먹는 하이에나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티끌만한 흠집 하나 찾아내려 안달을 했고, 그 흠집들은 부풀려지면서 갈기갈기 발겨졌다. 촛불에 덴 MB정부는 그가 불편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강조했지만 립서비스에 불과했다.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정책들은 하나같이 뒤집어졌다. 시골마을에서 서민들과 소통하는 그가 부담스러웠고, 혹여나 정치세력화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이들은 이심전심으로 전직 대통령을 몰아세웠고, 그가 딛고설 한 치의 땅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그가 바랐던 것은 서민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었다. 이를 위해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들과 맞섰다. 스스로 권위를 벗어던졌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행동했다. 저 높은 곳에서 내려서서 서민들의 눈높이와 맞추려 노력했다. 하지만, 보수의 연대는 이런 그의 행동이, 그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불편했던 것이다. 그러기에 전직 대통령의 공과를 균형있게 따지기보다는 모욕과 수모를 주면서 깍아 내렸다.

 

이들 역시 고인의 영정 앞에서 애도를 표하고 있다. 그리고 화해와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거리분향소를 통제하고 시청 앞 광장을 봉쇄해 놓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무서운 것일까? 국민들이 그 진정성을 믿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광장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광장에 모인 국민의 마음을 읽어내야 할 것이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고인이 남긴 마지막 말이다. 곱씹어 보면,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성찰이 필요하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초유의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꼭 남기고 싶었습니다"라는 그의 외침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김은규(우석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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