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국(경희대 교수)
현재 우리나라 실업문제는 누구나 인정하는 큰 문제다. 그 중에서도 청년실업 문제는 더욱 큰 문제이다.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업율은 통계수치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몇 달 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실업율은 3.8%로 OECD국가 실업률과 비교하면 네덜란드의3.0%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의 실업율 9.8%나 스페인의 실업율 15.5% 그리고 얼마 전 까지 강소국의 대표적인 나라였던 아이슬란드의 17%가 넘는 실업율에 비교하면 우리나라 실업율은 대단히 낮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슴에서 별로 수긍이 가지 않는 얘기다. 여기에 바로 통계의 마술이 숨어 있는 것이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직장이 없는 사람들의 비율을 말한다. 그리고 경제활동인구는 현재취업자와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실업자를 합한 수치이다. 그러므로 실업률을 계산할 때 비경제활동인구는 포함되지 않는다. 즉 군인이나 주부 그리고 구직활동을 포기한 실망노동자 들은 통계에서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발표된 실업율은 실제 보다 더 좋은 수치가 된다. 여기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구직활동을 여러번 시도하다 포기한 실망노동자들이다. 그 중에서도 청년실망노동자들이 문제다. 청년실업은 15세에서 29세사이의 실업을 말한다. 세계 어느 나라나 청년실업은 보통 전체 실업의 두배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체 실업율은 약 3.8%이지만 청년 실업율은 8%를 상회한다. 그러므로 특히 우리나라에서 청년실업이 눈에 띄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청년 실업이 가까운 장래에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성장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이번 금융위기 이후 특히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규로 유입되는 청년들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약 5~6%의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속도는 높아야 4% 보통 3%대이다. 그러므로 경제성장율 자체가 전체 신규인력을 고용하기에는 부족한 상태이다.
둘째는 경제 성장률 1% 당 생기는 직업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통계 숫자 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과거에는 경제 성장률 1% 당 3만개 정도의 직장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절반 정도 수준이다.
셋째는 기업들의 고용기피 현상이다. 기업들은 이익을 중시 여길 수밖에 없고, 그리고 장기간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나 경기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경기의 상승과 하강 시기에 따라 근로자의 수를 조절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우리나라 현실 상 그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기존인력들에게 초과수당을 주는 한이 있드라도 신규인력 고용을 가능한 줄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신규인력의 고용은 더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청년 실업 문제를 본질적으로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과도한 제 몫 찾기 현상"이다. 일부 대기업 근로자들의 연봉은 중소기업 사장 연봉과 비슷한 수준이다. 자유주의 경제의 가장 기본 원칙은 "자기 몫에 해당하는 값을 찾아가는 것" 이다. 만약 어느 한 쪽이 자기 몫 이상을 찾아가면, 다른 한쪽에서 반드시 그것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그 다른 한쪽이 직장 갖기를 희망하나 직장을 잡지 못하는 젊은 근로자일 수 있고, 또는 가격 결정 능력을 갖지 못하는 중소기업일 수 있다. 당연히 대중소기업 간 급여에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이것은 다시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고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청년 실업문제 (일반적 실업문제도 동일함)를 이와 같이 분석한다면, 해결책도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 첫째, 가장 근본적 해결책은 우리만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서 경제성장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다. 둘째는 언론이 중심이 되어 광범위한 사회 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일을 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기업 중소기업의 직장 (직업이 아님)에 귀천이 없다는 사실을 크게 홍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제원리에 바탕을 둔 근로관행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우리민족은 항상 위기에 강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IMF의 위기도 우리만큼 빠르게 회복한 나라가 없다. 이번 금융위기도 우리만큼 쉽게 피해 간 나라는 없다. 또한 내년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회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는 잠시 어려운 이 시기를 또 다시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상국(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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