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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화폐금융론도 변해야 한다 - 채수찬

채수찬(서울대 카이스트 초빙교수)

경제학에 화폐금융론이라는 분야가 있다. 화폐는 우리가 늘 쓰는 돈이다. 금융은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 저축하고 투자하는 것이다. 화폐와 금융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누구나 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체에 돌아다니는 화폐의 양이 얼마여야 하는가」라든가 「저축은행에 있는 예금, 증권사에 맡긴 예탁금, 단기 펀드에 넣은 돈도 예금보험으로 보장해야 하는가」하는 질문들을 던지게 되면 보통 사람들은 모르겠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문제가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기가 배운 대로 그리고 아는 대로 답을 내놓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변해서 전문가들이 내놓는 해답들이 맞지 않게 되었다.

 

어떤 사람이 대학시절의 경제학 교수를 찾아갔더니 시험 문제가 옛날과 똑 같았다. 그래서 경제가 변했는데 문제가 왜 옛날과 똑 같으냐고 물으니, 문제는 같지만 정답은 다르다고 대답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면 무엇이 달라졌는가? 가장 큰 변화의 요인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다. 화폐와 금융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 사이에 거래가 가능하도록 이어주는 매개 역할을 한다. 발달된 정보통신 기술은 옛날에 없던 도구와 방법들을 도입하여 시간과 공간을 단축시켰다. 이에 따라 화폐와 금융에도 새로운 도구와 방법들이 등장하여 화폐금융 체계를 질적으로 변화시켰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현금 다발들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대부분의 거래가 전산으로 처리되고 있다. 또한 세계가 하나의 금융시장으로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변화는 공개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금융의 비중이 커진 것이다. 전에는 돈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을 다 아는 금융기관들이 금융중개 기능을 대부분 맡았다. 그러나, 지금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증권시장에서 금융중개 기능이 더 많이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금융정책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생겼다.

 

그 동안 화폐는 경제 전체를 보는 거시적 정책으로 다루어 왔고, 금융은 개별 금융기관을 보는 미시적 정책으로 다루어 왔다. 그런데 이제는 금융도 거시적 정책으로 다룰 필요가 생겼다. 미묘한 신호들에 따라 돈이 이리저리 쏠려 다니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화폐정책과 금융정책을 통합할 필요가 생겼다. 이를테면 이자율이 화폐의 양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시적 금융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정책 수단들은 아직 없거나 부족하다. 이러한 정책 수단들이 확립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새로운 금융현상들의 맥을 아직 누구도 꿰뚫어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인류의 물질적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해왔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실행해야 할 정책에 대한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다른 분야에서 보다 유독 화폐금융분야에서는 지금 이러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금융위기가 일어나도 속수무책이다. 화폐금융론이 다시 쓰여져야 한다.

 

/채수찬(서울대 카이스트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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