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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아이들의 눈으로 - 곽화정

곽화정(전북환경연합 간사)

 

최근 또 아이들이 자살했다. 진로고민으로 인한 동반자살. 그러나 아이들의 자살은 이제 흔한 일이 되어버린 탓에 큰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했다. 세상의 무게에 눌려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아이들의 죽음에조차 무뎌지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2010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청소년 행복지수는 OECD국가 중 최하위이고, 100명 중 9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아이들 중 누군가는 어른들 모르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살인적인 경쟁 구도에서 아이들은 매일 전투를 하도록 내몰린다. 그렇게 힘들게 커서는 돈 많이 벌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럴 때 나는 묻고 싶다. 그 꿈이 정말 너의 것이냐고.

 

아이들 불행의 배후에는 물신주의가 지배하는 획일화된 사회, 그리고 경쟁에서 도태되면 끝이라는 사회의 분위기가 있다. 어쭙잖게 사회 전체의 교육개혁을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럴만큼의 역량도 없을 뿐더러 교육풍토와 사회 분위기가 바뀌길 기다리기엔 지금 불행한 아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을 당장 건져낼 수 없다면 아이들의 기억 곳곳에 보석을 박아주자. 인생의 어느 순간이건 꺼내보기만 하면 행복해지는 특효약 말이다. 그리고 그런 보석이 가득한 보물상자를 가슴에 품고 있는 아이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나 역시 그런 보석을 몇 개 가지고 있다. 한번은 어릴 때 숲 속에서 친구들과 하루종일 뛰어놀다가 홀로 남았을 때 특별한 기분에 휩싸인 적이 있다. 마치 자연과 친구들과 내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듯한 포근하고 따뜻했다. 그리고 그 후로 세상이 나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것 같거나, 증발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 날의 기분을 떠오르면 신기하게도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죽어버린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유효하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재가 되어 있다.

 

나 뿐만 아니라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른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면 그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만큼은 칠순의 노인도 어린 아이의 마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생애를 크게 거스르다 보면 현재의 어려움도 곧 지나갈 거라는 긍정의 힘이 생긴다.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이 생의 어느 시점에서 뒤돌아봤을 때 삶이 전투의 기억으로만 가득한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남은 인생이 얼마짜리인지를 세고 있는, 지치고 메마른 어른이 되어 있다면 그건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만 가르치지 말고 넘어졌을 때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먼저 심어주자.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길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것도.

 

어른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들의 인생은 벌써 시작되었고 가장 민감한 감수성으로 가슴 속에 현재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행복을 희생시키다가는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이미 불행과 너무 친해져 버렸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곽화정(전북환경연합 간사)

 

▲곽화정 간사는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환경문제 해결에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 전주로 내려와 전북환경운동연합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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