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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나에게 맞는 행복 포트폴리오 만드셨나요?

곽화정(전북환경운동연합 간사)

요즘 내 머리 속에는 욕망의 포트폴리오란 말이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초록 시민강좌에서 지난주에 초청한 홍기빈(정치경제연구소장)씨가 한 말이다. 살림살이 경제에 대해서 쉬운 말로 풀어 놓은 강연을 재미있게 듣고, 막상 나한테 대입해보고자 하니 난코스를 만나버린 것이다.

 

욕망의 포트폴리오를 간단히 얘기하자면 이렇다. 세상에는 수많은 욕망들이 있지만 전부다 내 것이 될 수는 없다. 세상의 모든 욕망을 좇다가 불행의 노예가 되기 전에, 내가 원하는 행복에 맞는 욕망들만 선택하고 내 것이 아닌 것들을 버리는, 욕망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친구가 재미난 비유를 들어줬다.

 

"한 마디로 레스토랑 가서 먹고 싶은 거 다 주문했다간 계산서 받을 때 큰 일 나니까, 처음부터 제일 먹고 싶은 거 한두 개만 골라라 이거네."

 

맞는 말이다. 값비싼 계산서만 받는 게 아니라 불행이란 배탈까지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만난 난코스는 이게 아니다. 한 가지 요리를 꼽으려면 그 전에 내가 원하는 맛이 뭔지부터 알아야 한다. 나는 내 행복에 맞는 욕망을 꼽기 전에, 내가 원하는 행복한 삶이 뭔지도 아리송해져 버린 것이다. 서른이 가까워지도록 행복한 미래의 그림 하나 떠오르지 않다니 왠지 부끄러워졌다. 인생을 너무 허술하게 살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걸음마부터 다시 해보려고 한다. 20살 때 읽은 기형도의 시 「나쁘게 말하다」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나는 이 구절이 맘에 들어서 '사람들의 욕망은 왜 같은 종류인가'하고 종종 떠올려보곤 했다. 꼭꼭 숨겨놓은 내 똘끼가 그 생각과 만난 덕분에, 나는 내 것이 아닌 욕망은 잘 덜어내는 편이었던 것 같다. 최소한 남이 부러워서 배 아파본 적은 없었던 것 같으니 기형도 시인에게 고마워할 일이다. 살면서 수많은 욕망이 머리를 디밀겠지만, 일단 그 과정이 두렵진 않으니 다행이다.

 

그럼 이제 가장 첫 단계인, 어떤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찬찬히 생각해 볼 차례다. 한꺼번에 집이 그려지지 않으니 지금 있는 재료부터 하나씩 끌어 모아볼 작정이다. 가지고 있는 게 뭔지 알게 되면 그림에 더 필요한 것들이 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정 갑갑하면 술 한 잔 사고 다른 친구들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지도 훔쳐봐야겠다. 혹시 같이 고민하고 싶은 또래의 누군가가 있다면 초록시민강좌로 찾아오시기 바란다.

 

/ 곽화정(전북환경운동연합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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