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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체육 비사] (13)구기종목 새 역사 쓴 여자핸드볼 임미경

한국 올림픽 구기종목 '첫 금' 주인공

88서울올림픽 때 여자핸드볼 금메달이 확정되자 팀 동료인 김기숙(배번 10번)을 붙잡고 눈물을 쏟고 있는 임미경(맨왼쪽). (desk@jjan.kr)

약 3년전 우생순(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이란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 핸드볼 경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었던 적이 있었다.

 

 

영화의 테마가 돼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던 여자 핸드볼은 올림픽때만 반짝 인기를 끌다 4년 내내 잊혀지는 비인기 종목의 대표격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구기 사상 첫 금메달의 쾌거를 일궈낸 것은 바로 여자 핸드볼이었다.

 

역사의 현장에서 전북의 기개를 세계 만방에 떨쳤던 여자 핸드볼 임미경(45)을 만나 그때 그 순간의 감동과 체육인으로 살아온 뒷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88서울 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이 열린 수원실내체육관은 한 여름에 입추의 여지조차 없었으나, 얼음장같은 긴장감이 흘렀다.

 

홈팀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이 만난 상대는 우리가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당시 세계 최강 소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결과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한국이 21대 19로 승리한 것이다.

 

결승에서만 6골을 몰아넣으며 한국 구기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쓴 임미경이 주역이었음은 물론이다.

 

금메달 확정 직후, 감격에 겨워 울먹이는 임미경의 모습(큰 사진 맨 왼쪽)은 전 국민을 울리고야 말았다.

 

당시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지냈던 2년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스쳤다고 한다.

 

"훈련이 끝나거나, 중간에 쓰러지면 '아, 이대로 눈을 감고 다른 세상으로 같으면'하고 기도한적이 한두번이 아닐거예요"

 

임미경이 전하는 훈련과정의 솔직한 심정이다.

 

전인미답의 경지에 오른 뒤 태극낭자들은 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여자핸드볼 2연패의 금자탑을 일궈내고야 만다.

 

부안군 하서면 청호저수지 근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임미경은 하서초 5학년때 핸드볼을 시작했다.

 

부안농고 배구선수 출신이었던 아버지 임면호씨(70)의 영향인듯 선천적인 운동감각과 성실함으로 부안 여·중고 원광대를 거치는 동안 두드러진 핸드볼 선수로 성장, 마침내 신화창조의 주역이 됐다.

 

국가대표 시절 그의 포지션은 오른쪽 인나로 농구로 치면 포워드쯤 된다.

 

중장거리 슛을 쏘는 이 자리엔 왼손잡이 윤병순이 있었기에 주전자리를 꿰차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오른쪽 인나는 언제나 왼손잡이가 맡는 포지션이고, 더욱이 윤병순이란 거포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제 출신 고병훈 감독은 임미경을 골랐다.

 

악바리 같은 근성과 경기장에 나서면 모든 에너지를 다 불살라버리는 태도를 높이 산 것이다.

 

국가대표 시절 청와대에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주관하는 만찬에 초대받아 식사했던 풍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영광을 뒤로한채 임미경은 90년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국가대표를 은퇴, 익산에 돌아와 새로운 길을 걷는다.

 

임미경의 자리는 고향 4년 후배인 임오경이 대신하게 된다.

 

임미경은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는데 이는 지도자가 아닌 다른 길을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92년 익산 국민생활관에서 아기스포츠단을 맡아 강사로 활동하며 인지와 스포츠를 통합한 개념의 유아교육을 도입했다.

 

첫해 단 23명에 불과했으나 다음해부턴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부모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아기스포츠단의 성공을 바탕으로 생활이 안정되던 지난 2001년 임미경은 또다른 도전에 나선다.

 

김재백 전 원광대 부총장이 설립자겸 이사장이었던 익산병원 행정 책임자로 변신한 것이다.

 

홍보와 복지팀장을 맡아 새벽 4시, 5시를 마다하지 않고 일하는 모습에 병원측은 그를 300여 명의 직원을 총괄하는 행정부장이란 중책으로 화답했다.

 

"언제나 순간순간 에너지를 불사를 때 가장 보람있었다"는 임미경은 "항상 도전하는 자세로 살겠다"고 강조했다.

 

위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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