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한나라당 대표실 국장)
삭발은 억울하거나 힘이 약한 사람이 결백을 입증하거나 비장한 각오를 보이고자 할 때 종종 쓰는 표현방식이다. 힘있는 사람이 삭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8년전에 강현욱 전북지사가 머리카락을 잘랐다. 중단된 새만금 사업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의 나이 65세 때다. 지금 새만금 사업은 궤도에 올라 착착 진행되고 있다.
며칠 전 65세인 김완주 지사가 LH분산이전을 촉구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도정 책임자로서 이미 확보했던 사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강한 의사표현이 필요했고, 고육지책으로 삭발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진정성있는 삭발이다. 도지사가 삭발한다고 해서 없던 것이 생겨나고, 떠난 것이 돌아온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도민의 억울한 심정을 누가 대변하겠는가? 삭발의 울림이 전북도민의 가슴을 휘감아 돌고, 중앙정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도지사로서 선택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김지사의 삭발은 당초 전북 몫을 찾으려는 도민의 절절한 외침이다.
중요한 것은 삭발이 아니라 김완주 지사의 주장이다. 원래 토지공사는 전주로, 주택공사는 진주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노무현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정책에서 연유된 것이다. 그런데 토공과 주공이 LH공사로 통합되면서 일이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김완주 지사는 전주와 진주로 분산이전을, 경남지사 김두관은 진주로 일괄이전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김완주 지사의 주장이 명분도 있고, 논리적·현실적으로 옳다.
그런데 김두관 지사는 "경남은 전북도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하면서 "전북지사가 과도하게 대응한다"고 김완주 지사를 비난하고 있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지사가 할 소리는 아니다. 국토 균형발전은 노무현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이었다. 김두관 지사가 정체성의 혼란을 보이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 김두관 지사는 LH공사를 자기 지역으로 일괄이전하는 것만이 국토균형발전에 부합하는 것인지 원점에서 재고해야 한다.
언젠가 필자는 김완주 지사를 '없는 집의 큰아들'로 비유한 적이 있다. 그만큼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전북도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김지사의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에 그랬다. 김지사를 외롭게 두어서는 안된다. 힘을 합쳐 논리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중앙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대선에 출마하고 우여곡절을 빚으면서까지 다시 국회의원이 된 분도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지나친 행동으로 김지사의 진정성에 흠집을 내서도 안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전용으로 삭발하는 국회의원이 더 나와서도 안된다.
집권당 정운천 최고위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정최고위원은 'LH공사가 진주로 간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지역균형 발전이나 호남 30년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전주 유치가 매우 당위성이 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제는 김완주 지사와 정운천 최고위원이 공동 기자회견하는 모습을 도민에게 보여줘야 할 때다. 김두관 지사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기자회견 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경남에서 제안한 TV공개토론도 좋다. 김완주 지사와 정운천 최고위원이 직접 나서서 분산이전의 명분과 타당성을 조목조목 국민앞에 설명하면 될 일이다.
LH공사 이전문제가 전북과 경남지역간의 갈등을 확대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공사 이전문제를 무대책으로 일관한 정부의 무책임으로 오늘의 상황을 야기했다. 이전문제가 6월내에는 결론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균형발전과 상생협력의 정신을 되새긴다면 그 해법은 명료하다.
/ 이재성(한나라당 대표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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