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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서예비엔날레, 도민이 주인공이다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장)

 

제 8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5개 부분 27개 행사로 전북 일원 6개의 전시장에서 진행된다. 연륜이 쌓여가면서 이제는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서예인들의 축제로 자리매김 되었다고 생각된다.

 

서예는 동양정신과 전통미학이 오롯이 담긴, 특히 동아시아 문화권을 대표하는 문화예술로 예로부터 선비들과 사대부들이 수양과 교양의 필수 덕목으로 연찬해 왔다. 이렇게 서예는 동아시아 정신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예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부터 특별활동으로나마 서예를 하는 학교가 거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국영수 편중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고 한문, 제2외국어 등 선택과목과 예체능 수업시간마저도 줄었다. 그 결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올해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는 65.98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꼴찌란다. 그리고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인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가 행복지수 세계 1, 3위인 것을 생각해 보면, 정체성을 소홀히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어린이들은 일찍부터 서예를 통해 여러 가지 덕목들을 배운다. 화교 학교만 해도 초등학교 때부터 1cm 크기부터 10cm 내외의 서예까지 배운다. 일본 초등학생의 교습과목 중에도 서예는 수위에 올라 있다. 일본인의 특성을 축소지향적이라 하지만 편견을 버리면 예술과 실용을 동시에 추구함을 알 수 있는 것이, 서예 도구 한 세트를 휴대할 수 있도록 지갑만한 크기로 만든 제품들이 팔린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집 앞 입간판의 작은 글씨도 붓글씨로 쓴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필자는 일본인들이 어려서부터 전통적 가치와 덕목에 대한 교육의 바탕 위에서 창의성을 추구하는 힘이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세계적인 인물과 기업들을 배출한다고 본다. 수년 전 노벨상을 받은 일본인 교수는 인터뷰에서 자신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하고 잘 할 필요도 없으며 잘 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일본인들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북송의 명필 황정견의 서예작품이 4억3천680만 위안(769억원)에 낙찰되어 전 세계에서 거래된 중국 미술품 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조상의 정신과 정체성이 담긴 서예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리라.

 

서예는 스포츠가 아니다. 일시적으로 관중이 몰려들었다가 빠져나가는 카타르시스의 장이 아닌 것이다. 대신에 조용한 가운데 삶의 진정한 의미를 오래도록 성찰하게 한다. 즉 서예에는 두고두고 여운으로써 품성을 순화시키는 힘이 있는 것이다.

 

전북은 예향, 선비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중심에 서예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암을 비롯하여 강암, 석전, 남정, 여산 등 현대까지도 명필들을 특히 많이 배출한 고장이다. 따라서 전라북도가 가장 권위 있는 세계서예비엔날레를 개최함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현대적인 역동성에 초점을 맞추고 관람객과 함께 하는 여러 기획을 하고 있어서 더욱 기대된다. 이러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특화시킨다면 얼마든지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적극적인 예산 지원과 도민들의 참여가 절실한 이유이다.

 

필자는 고향이 경제적으로 조금 부족하다 해도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고장이 되었으면 한다. 그 바탕이 되는 것을 선비정신으로 본다. 그리고 이러한 선비정신의 극점에 서예가 있기에 전북의 정체성이 서예로 자리매김 되었으면 한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성공을 위해 도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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