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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한국인과 젓갈 - 장세균

 

우리 밥상에 잊혀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 젓갈이다. 젓갈을 유독 중시하는 민족은 아마도 우리 한국인일 것이다. 이 세상의 가장 원초적인 맛은 소금맛이었다. 육류·야채·곡물은 소금만 있으면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소금맛을 제1의 맛이라고 한다.

 

인류는 문명을 만들어가면서 보다 나은 맛을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만든 것이 각종 소스 , 즉, '양념'이라는 것이다. 이 양념맛을 제2의 맛이라고 한다. 유럽 사람들은 위스티 소스, 핫 소스, 하이트 소스, 브라운 소스, 마요네즈, 케첩 ,각종 드레싱 등 소스로 맛을 낸다.

 

그러나 세상은 점차적으로 제3의 맛을 내는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의 지적이다 .우리 한국사람에게는 옛날부터 맛보아온 발효(醱酵)의 맛이라는 것이 있다. 제 2의 맛은 소스, 즉 양념을 첨가해서 내는 맛인데 제 3의 맛은 식품 자체에서 맛을 우려낸다는데서 문명적이라고 한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옛날부터 일상적으로 먹어왔고 또 그것 없이는 맛이 없어 먹지 못하는 간장, 된장, 고추장 같은 장류(醬類)와 김치, 깍두기 ,물김치 같은 김치류, 그리고 새우젓, 조개젓, 생선젓 같은 젓갈류가 전형적인 제 3의 맛인 것이다.

 

김치는 이미 일본에서도 대단한 호평속에 팔리는 등, 국제 식품화가 되었다. 이는 토플러가 예견한 '제 3의 맛' 시대를 실감케 하고 있는데 오래전에 유엔 산하의 유엔 대학 주최로 젓갈류 등 발효식품에 대한 학술 세미나가 열렸었다.

 

여기에 참석했던 유럽의 식품영양학자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발효식품인 젓갈류는 풍부한 유산균, 비타민 등 뛰어난 식품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단 20% 함유된 소금의 분량을 8%까지만 줄인다면 국제식품으로 널리 인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 사람으로부터 고려취(高麗臭)라고 냉대를 받았던 젓갈류가 이제는 제 3의 맛 시대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사람의 혓바닥에는 짜고 달고 시고 쓰고 맵고 하는 다섯가지 맛을 지각할 수 있는 영역이 발달해 있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에게는 전혀 발달해 있지 않는 맛 , 발효지각 미역(味域)이 우리 한국사람들에게만 발달해 있다는 것도 특이한 일이다. 이제는 젓갈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

 

/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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