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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상상의 꽃 두바이

박철곤(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두바이의 버즈칼립파 124층 전망대에서 보이는 것은 하늘을 향해 뻗어오른 빌딩숲과 주변의 주택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사막뿐이었다. 버즈칼립파 인근에도 신축중인 여러 동의 건물 주변은 모두 사막이었다.

 

두바이에서 아부다비에 이르는 길 주변은 물론 아부다비에서 가스개발 프로젝트 현장에 있는 르와이스 지역까지 두 시간여 동안도 끝없는 사막가운데를 달리고 또 달렸다. 내가 지난주 UAE를 방문해서 본 것은 황폐한 땅, 사막지대와 그 가운데 기적처럼 솟아있는 거대한 첨단 인공도시 오아시스 두바이와 아부다비이었다. 사실 UAE는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풀조차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사막지역에서 소수의 유목민족 베두인족이 낙타와 함께 유랑하며 힘든 삶을 영위하던 곳이었다.

 

이런 척박한 곳이 석유 발견과 함께 천지개벽을 이루었다. 거대한 첨단 산업도시가 세워지고 바닷물을 담수로 바꾼 물을 일일이 뿌려 나무와 잔디를 가꾸는 푸른 도시가 가꾸어지고 있었다. 열사의 사막에는 각국에서 온 근로자들이 석유와 가스개발을 위해 땀 흘려 일하고 있었다. 역시 자원의 가치, 부의 힘을 절감하면서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막상 더 놀랍고 부러운 것은 그들의 무한한 창의성과 상상력이었다. 그들은 부의 힘을 빌려 단지 높은 빌딩과 도시만을 건설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들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압권은 삼성건설이 지은 버즈칼립파(구 버즈두바이)다. 160층 800미터 이상 높이의 세계 최고 건물이다. 인간의 힘으로 이렇게까지 높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러한 두바이의 상징을 우리 손으로 시공하였다는 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자랑스러웠다. 여기에 돛단배 모양의 버즈알아압 호텔은 그 특이한 외관에다가 건물 최상층부 외벽에 접시 같은 헬기장을 붙여 놓은 기막힌 상상력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그 헬기장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내려 드라이버 샷을 날리도록 하고 최초의 7성급 호텔로 엄청난 숙박비를 부르는 고가 마케팅 전략으로 전 세계 부호들의 이목을 단번에 끌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팜주메이라의 야자모양 인공섬 프로젝트, 사막 가운데 6,000t의 인공 눈을 뿌려 만든 450미터 짜리 실내 스키장(스키 두바이), 세계 최초의 수중호텔 하이드로폴리스, 축구장 다섯 개 넓이의 두바이 몰 등 그야말로 사막 한 가운데 인간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들이 펼쳐져 있었다. 2008년 세계적 경제 위기 이후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여전히 외국인들로 넘쳐난다. 우리와는 원전수주를 계기로 새로운 협력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향후 5년간 1,6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에 따라 아부다비는 우리건설사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과거 우리 근로자들이 사막에서 땀흘리던 자리에는 저개발 국가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고 대신 우리기업 근로자들은 이제 에어컨이 갖춰진 사무실에서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우리기업과 우리나라에 대한 현재의 평가는 대단히 높았다.

 

과거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우리 기업과 정부의 해외활동에서 발목을 붙잡았다면 지금 중동에서 불고 있는 한류와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의 호조건을 잘 활용한다면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가로 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가 크다.

 

최근 아부다비는 유럽 일변도에서 벗어나 아시아를 바라보고 있다. 지금이 바로 기술과 상품으로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수출해야 할 적시이다. 한국기업들이 UAE시장 하나만 보지 말고 중동 및 이슬람 시장으로 들어가는데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하나의 거점으로 활용한다면 우리 기업들에게도 큰 기회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중동 각국이 단순한 석유자원의 공급기지 역할을 벗어나 스스로 경쟁력 있는 국가 반열에 올라서고자하는 국가적 노력에 우리의 성장모델을 적용시켜 동참한다면, 중동지역 진출의 역사가 100년을 넘은 서구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고, 중동에 새로운 한류의 성공신화를 쓸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 박철곤(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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