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 12월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금년 한해를 보내는 감정들이야 처해진 형편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느끼게 되는 한 가지는 ‘매사 바쁜 일상 속에서 잊어왔던 우리들 자신과 소중한 이웃을 돌아보는’ 숙연함이리다. 그 숙연함은 자신을 좀 더 겸손케 하고 지극한 사랑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해주며, 지역사회나 소외된 분들을 위한 작은 나눔을 생각게 한다. 그래서 나는 12월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오로지 ‘더불어 이웃들 간의 협동과 상생’을 위해 ‘신협인’으로 살아가는 보람과 더 큰 책무를 생각하니 다가오는 새해가 기대가 되어 가슴이 설레기까지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치적 이슈는 뒤로하고, 어쨌든 ‘자유무역협정’은 문자 그대로 자국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한 각종의 장벽들을 서로가 허물어내고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경기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패를 가리기로 한다는 약속에 다름 아니다. 소수의 경쟁력 있는 산업이나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어 엄청난 부를 창출하게 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혹독한 상처만을 안은 체 기억 저편으로 쓸쓸한 퇴장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곧 향후 경제정책의 중심을 이 사회를 지탱해가는 다수의 국민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상생경제, 상생사회’에 두어야 하며, 부자기업들은 자신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조력자(공동체)를 위한 ‘상생경영’을 앞장서 실천해야함이 자명해졌다. ‘상호협동과 상생의 패러다임’만이 우리 이웃들이 희망을 갖고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다.
오늘날 우리사회에는 재물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몰려있다고 염려하는 사람이 많다. ‘재물이 모자람을 걱정하지 말고, 재물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부족함을 걱정하라(天下不患無財 患無人以分之)’는 선현의 말씀이 현실이 되었다. 부잣집 중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행을 많이 쌓은 집안을 ‘적선지가(積善之家)’라 했다. 겸허한 마음으로 재물을 덜어내면 재앙을 피할 수 있고, 가득 채우는 욕심은 귀신도 싫어하여 해로움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재물로는 재물을 지킬 수 없고, 민심을 얻어야 재물을 지킬 수 있는 법이다. 서로 돕고 의지하며 따뜻한 정이 오가는 마지막 한 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어릴 적, 12월이 오기전인 음력시월이면 모든 집안에서는 이산저산을 찾아다니며 조상님을 모시는 시제사(時祭祀)가 한창이었다. 어르신들은 제사를 모시는 묘소 앞에서 어린 우리들에게 조상님 소개하시느라 바쁘셨으나, 하루 종일 뛰어놀아 배고픈 우리 어린영혼들이야 ‘육해공(陸海空)을 망라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진수성찬’ 앞에서 어찌 염불에 뜻을 둘 수 있었겠는가? 길고긴 제사가 끝나고 입안에 침이 가득 고여 갈 때 쯤, 할아버지께서는 시제음식 일부를 덜어내시어 사방에다 뿌리셨다. “고수레! 고수레!” 이 엄숙한 절차를 마친 후에라야만 남은 음식은 모두 우리들 차지가 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수레’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아버지께서 답하셨다. “산짐승 날짐승들과 다 함께 나누어 먹어야제! 서로 나누고 도와가며 함께 살아가야 허는 것이여!” 명절날 아침이면 일찍 추도예배를 드린 후, 우리 가족들이 나누어먹을 음식을 준비하여 이제는 돌아가신 그 아버님 묘소를 찾는다. 늦둥이 중학생 아들 녀석이 한마디 거든다. “누나! 먼저 ‘고수레!’하고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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